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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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인간을 특별함을 지닌 자연의 일부라고 말한다. 특별함, 그 특별하다는 말의 의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직립보행으로 손의 자유를 가졌다는 것이 대표적일 것이고, 이성을 가지고 더불어 자유로운 감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사실 또한 인간만의 특별함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눈물을 흘리는 존재, 사랑이라는 감정을 포함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그를 통해 사회를 구성하고 활동한다는 사실이 또 다른 개체들과 구분되는 특징들로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인간은 특별하다. 아니 그렇듯 특별한 존재로 포장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인간의 특별함과는 조금 다른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인간다운 것이 무엇이고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어떤것이 있을까? 미래의 시간 2058년의 모습을 그린 한권의 책이 조심스레 이런 질문을 우리에게 건넨다. 인간이 가진 고귀함, 인생의 의미를 담은 독특한 색깔의 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뉴질랜드 작가 버나드 베켓이 창조해 낸 새로운 세계, 표지에서 보여지듯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막은 장벽(해양방벽)으로 둘러싸인 상상속의 이 나라가 인간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한 여자가 시험관 앞에 앉아 있다. 아낙시맨더!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관들과 마주선 그녀의 입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역사, 그들의 새로운 창세기(Genesis)를 듣게 된다. 지구 멸망의 상태에 다다른 2030년대 말 종말론자들이 횡횡하고 원유에 기반을 둔 세계경제는 원유고갈로 대혼란을 맞게 된다. 기업가 플라톤에 의해 세워진 새로운 공화국은 외부세계와 소통을 차단하는 해양방벽을 세우게 된다. 전세계적인 역병으로 위험에 몰린 지구, 반면 공화국은 완전한 독립, 고립을 선택하게 된다.

 

공화국은 노동자, 군인, 기술자, 철학자의 네계급으로 분류되고 철학자들이 통치하는 사회체제를 이룩하게 된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떠나 성장하게 되는데 검사를 통해 제거되거나 특정계급에 배치 된다. 남자와 여자는 격리되고 결혼은 허가증명서를 받아야만 가능한 공화국! 아낙시맨더와 시험관들의 면접, 대화는 이런 공화국의 창조와 창조자 플라톤, 그리고 윌리엄이라는 철학자가 완성하려던 인공지능 로봇 아트와 아담 포드라는 인물들의 관계, 그들의 창세기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미래를 그린 SF 소설을 넘어 그 속에서 보여지는 또 다른 설정 - 소크라테스 문답법의 형식 - 들이 시선을 끈다. 아낙시맨더의 입을 통해, 그녀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2058년 이후의 모습들은 충격 그 자체다. 원유의 고갈, 유럽 공동체의 붕괴와 봉기, 중국의 적극적 외교가 몰고온 갈등, 거대한 황사, 일본 중국동맹의 대기권 황산살포 프로젝트라는 미래의 세계를 그린 작가의 놀라운 상상은 미래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공화국의 해양방벽, 인공지능 로봇 아트, 아담과 이브... 색다른 상상과 설정이 독자들에게 특별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런 상상의 미래 모두가 시험관 앞에 앉아 있는 아낙시맨더, 그녀의 입을 통해 보여진다는 설정이 참 독특하다.

 

미래의 모습을 담아내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속에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는 철학적 깊이가 있다. 아담과 로봇 아트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인간이 가진 고귀성이 무엇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앞선 질문이었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것이 무엇인지 마지막 아트와 아담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조금은 깨닫게 될 줄 믿는다. 철학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자 아낙시만드, 헬레나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소설속 주인공이 아닌 작가가 담고 싶어하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나가려는 깊이있는 조명과 캐릭터 설정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역사를 갈등 속에서 파악하려는 견해에 많은 학자가 이의를 제기 하지만, 저는 그런 학자들의 견해가 옳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가치관이 드러나는 때는 갈등 속에서가 아닐까요? 그 동안 큰 문제 없이 지내온 아담이지만, 무언가가 계속 아담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 P. 115 -

 

플라톤이 건설한 공화국의 강령을 보고 있자면 지금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국가, 개인에게 이상만을 꿈꾸도록 만드는 국가의 모습이나, '변화는 곧 파멸이다'라는 그릇된 믿음을 심어 개인이 안주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드려는 우리 정치권의 모습이 공화국의 모습속에서 투영된다.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국민들,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려 하는 시간에 맞서 정치권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로 국정을 몰아간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는 新공안정국이 아마 이들 공화국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말단 경계병 아담과 아담이 구해준 소녀 이브... 아담과 이브의 창세기를 교묘하게 재창조해낸 작가적 구성이 돋보인다. 인간의 감성과 자유의지,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인 로봇의 대결 아닌 대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반전과 결말. <2058 제너시스>는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속에 독특한 상상과 깊은 주제 의식을 담고 있어 재미와 함께 철학적 깊이 까지 담아낸 작품이다. 뉴질랜드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경험과 함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 신선한 재미, 독특한 구성과 형식, 깊이있는 감동까지 ... <2058 제너시스>의 이런 특별한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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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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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나를 찾아서 떠나는 무한의 시간여행이다.

가끔 주변에서 이런 모습들과 만난다. '취미가 뭐예요?' 하는 질문에 '독서'... 라는 대답을 말이다. 독서가 취미라... 개인적으로 독서는 취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취미가 아니라 독서는 습관처럼, 일상의 한부분이 라야 맞는 말이 아닐까. 일년에 한권의 책도 채 않읽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니 독서가 취미라는 말도 어느부분 일리가 있기도 하지만. 취미로서의 독서가 아닌 습관으로서의 독서를 위한, 독자들에게 독서가 전해주는 즐거움을 통해 책과 조금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어줄 책한권과 만난다.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가 그런 독서의 즐거움을 전해줄 바로 그 주인공인다. 독서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올바른 독서법을 배우고, 그 독서법에 따라 즐거운 책읽기를 가능하게 만들어줄 즐거움을 간직한, 책을 위한 책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책속에는 모두 30권의 재미있는 책읽기가 있다. 크게 3부로 나누어진 책속에서 저자는 세가지 화두를 던진다. 독서의 주체인 나의 새로운 발견, 확장된 지식을 축적해 독서력을 키우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책을 더 사랑아는 법을 배운다. 나와 작가를 알고 지식을 확장하는 독서법! 독서의 즐거움을 그렇게 시작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속에는 책읽기와 관련한 세가지 주제에 연결된 30권의 책들이 소개된다. [1장 나는 누구인가?] 를 풀어가는 책읽기에서는 자투리시간 활용과 자투리시간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부담없고 재미와 유익함을 갖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읽기, 같은 테마의 책읽기, 두껍고 난해한 책에 도전, 과거 인상깊은 책읽기 등 책읽기가 습관화 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기초적인 책읽기의 방법과 유용성에 촛점을 둔 관련 작품들을 추천하고 있다.

 

교양과 배경 지식을 쌓는 독서가 곧 인생 성공의 열쇠이다.  ...  진정한 책읽기의 즐거움은 작가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2장 지식의 확장]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독서, 지식의 확장법을 소개한다. 상식을 늘려주는 책, 책선택에서 필요한 점, 지식사전이나 통섭의 책을 선택하고 읽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3장 작가는 누구인가?]를 통해 작가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사랑이 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전한다. 왜 베스트셀러를 선택해야하는지, 작가의 이력을 통한 책 선택, 서점직원이나 타인이 사랑하는 작가의 책 등 다양한 책의 선택을 이야기하며 계절별 한 권의 과학책과 시집을 읽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서 제시한 29가지 기준에 입각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춰 자신이 직접 책을 선택하고 즐거운 책을 읽으라는 말로 독서의 즐거움을 마무리한다.

 



 

어떤 이들에게 독서는 불면증에 필요한 수면제 일수도 있고, 다른 이의 시선을 끌기 위한 과시용일 수도 있다. 반면 어떤 이들에게 책읽기는 생활의 습관이고 삶의 즐거운 쾌락으로 자리잡았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의 책읽기를 평가할 때 전자와 후자의 중간정도에 놓아둘 수 있을것 같다. 우리 주변에서 이 작품과 같이 독서나 책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속에서도 등장하는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이나 [책속의 책] 과 같은 작품들도 있고, [깐깐한 독서본능]이나 [독서의 기술], [창조적 책읽기] 등 수도 없이 책을 말하는 많은 작품들이 있다.

 

그 중 얼마전에 읽은 유시민 前 장관의 [청춘의 독서] 를 통해 이 작품 3장에서도 말하는 '책속의 책을 읽는다'는 의미와 재미를 일깨우게 되기도 한다. 이 작품속에는 앞서 언급했듯 주제와 관련된 30권의 책이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만난 작품을 꼽아보니 고작 5~6권에 불과하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나름대로 많은 작품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책에 대한 넓이와 깊이가 아직 너무나 부족한 독서 초보자임을 다시한번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더불어 책속의 책, 이 책속에서 소개하는 더욱 다양한 작품들과의 만남도 계획해봐야 할것 같다.

 

스스로 교훈을 찾아 배우는 것과 이를 즐기는 것, 바로 여기에 충만한 삶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이 있다. 즐거움이 없는 교훈은 강제 노역이고, 교훈이 없는 즐거움은 사람을 멍청이로 만든다. - P. 86 -

 

독서 입문자를 위한, 책읽기 초보자를 위한, 조금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는 길라잡이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이 있다.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즐거움, 그리고 즐거움과 함께 우리가 찾아야 할 교훈.... 이 두가지중 어느것이 책읽기에서 우선되어야 할 지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서의 즐거움에 조금더 무게를 두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교훈만을 외치면 읽게하는 책읽기는 고통일 뿐이고 교훈이 없이 즐겁기만 한 책읽기는 사람을 멍청이로 만들지도 모르지만 노동이 아닌 즐거움이 동반된 책읽기가 독서를 습관으로 만드는 기본이 되기때문이다. 독서가 습관이 된 후, 자신의 색깔과 취향, 그리고 교훈까지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때문이다.

 

'처음' 독서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뿐이라고 작가는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처음뿐만이 아니라 처음을 열어주고 탄탄한 기초와 골격, 그리고 책읽기의 궁극적 이유까지 전해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독서의 즐거움은 인생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중요한 쾌락 중 하나라는 믿음 말이다.' 라는 에필로그속 글을 읽으면서 책읽기가 전해줄 궁극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넘어서는 쾌락! 독서가 전해줄 쾌락이 우리를 기다린다. 아직 그 쾌락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누릴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을 위해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는 먼저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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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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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에 무참하게 살해된 남편, 유리 재떨이로 살해당한 일곱살짜리 아들, 부인과 여자아이 또한 식칼로 살해. 이후 범인은 대담하게 목욕탕에서 자기 몸을 씻고 남편과 아내의 옷을 훔쳐서 도망을 친다. 단란한 한 가족이 비참하게 살해당한 사건. 이 사건을 취재하는 르포라이터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살해당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듣게 되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우행록>이란 이 작품의 제목을 이해하게 된다. '愚行錄'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기록' 정도로 표현하면 좋을까? 이제 그 어리석은 행동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작가와 기상천외한 한판의 두뇌싸움을 벌여본다.

 

<우행록>은 두가지 시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형태적 구성을 나타낸다. 하나는 르포라이터가 살해된 가족들의 주변인들을 만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파헤치는 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한 여성의 독백, 혹은 자신의 오빠에게 보내는 듯, 편지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독특한 것은 책의 맨 앞부분에 등장하는 '3세 여아 영양실조 사망. 모친 체포, 유아 방기 혐의' 라는 신문 기사다. 도대체 이 기사가 이 사건에, 이 책의 이야기 전개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누쿠이 도쿠로와의 머리 싸움은 바로 여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고 말았지만...

 

일가족 살해사건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엉뚱하게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 처음부터 사건과 범인을 잡아보겠다며 작가와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결심한 독자들의 촛점을 분산시키는 작가의 의미심장한 구성이 매력적이다. 엘리트 남편과 청초하고 순수하기까지한 아내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다양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 사이에서, 그들이 언급하는 사람들속에서 발빠르게 범인의 윤곽을 찾기 위해 독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간혹 작가가 선물해놓은 트릭과 복선들이 있지만 마지막 책을 내려놓고서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작가와의 대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비밀이 초콜릿으로 바뀐거야. 아주 달콤한 초콜릿으로. 그래서 내게 비밀이란 초콜릿처럼 달콤한 맛이야. 나만의 비밀. 난 비밀이 정말 좋아.' - P. 25 -

 

사실 누쿠이 도쿠로와의 만남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통곡] 이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다는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 <우행록>이 던져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과 작품의 주제는 이전 그의 작품이 선사했을 미스터리 문학계의 충격을 조금은 짐작케 한다. 단순히 반전이 전해주는 미스터리의 묘미가 아닌 인간이 지닌 본성에 대한 심도 깊은 관찰과 서술, 사회성 짙은 그만의 색깔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깊이를 전해주고 있다.



 

인간이란 자기의 삶이 걸린 문제에는 필사적이기 마련입니다.

다코의 회사 동료가 들려준 이 말처럼 인간들의 마음속에 비친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다. 이웃 주민, 아이들의 학부모, 남편의 회사동료, 아내의 대학친구, 남편의 옛 여인... 이들이 들려주는 살해당한 남편과 아내의 모습은 극과 극을 달린다. 청초하고 미인이며 말 한마디조차 배려할 줄 알았다던 아내에 대한 평가는 증언들이 늘어날 수록 순수해보이지만은 않은 모습을 띄게 되고, 남편에 대한 평가도 크게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책의 말미 오야 히로코라는 서평가는 이 작품에 대해 '해설을 쓰기 껄끄러운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살해된 부부들의 모습이 그들 주변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오지만 단순히 그 목소리는 그들 부부를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고 그 목소리를 내는 자신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이라는 작가의 표현!은 참 적절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이 찾아가는 사건의 실체는 살해된 부부의 죽음의 비밀과 범인의 행방이지만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실제 모습은 그들이 가진 비밀이 아니라 그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인듯 하다. '해설을 쓰기 껄끄러운 작품'이라는 서평가의 말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는다.

 

<우행록> 이 작품에 담긴 모든 목소리, 모든 행동... 그 모든것이 바로 '愚行' 이다. 등장하는 인물들, 죽음을 맞이 하게된 주인공들 모두 愚行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어떨까? 작품속에 등장하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 이 작품 자체를 평가하고자 이 글을 적고있는 자신조차도 愚行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고 했던가.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다. 더이상 愚行을 하지 않으려면... 양날에 검 앞에 서지 않으려면...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 가를 가르친다.' 미국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미스터리가 전해주는 추리의 즐거움과 더불어 누쿠이 도쿠로라는 작가가 심도있게 써내려간 사회성 짙은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긴 이중성, 살해된 부부에게 보여지는 실체, 사회 구조적 모순과 계급적 불균형... 인간 내면과 사회적 병폐에 대한 작가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행록>은 충격적 결말과 반전, 트릭과 복선이 전해준 재미를 넘어서는 사회성 짙은 누쿠이 도쿠로의 시선과 묘사가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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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손 도장 - 2010 대표에세이
최민자 외 49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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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생각대로, 붓가는 대로... 학창 시절 배웠던 '수필'이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이 아직도 머릿속에 한창이다.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자신의 눈에 들어온 한 대상에 대한 것도, 가족들의 이야기나, 가슴속에 묻어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그 속에는 평범한 일상이 있고, 매력적이지 않을진 모르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가끔은 '뭐~이런걸' 이라는 생각이 들만한 소재들도 있을 수 있다. 어느 봄날 산과 들을 거닐며 캐어 담은, 보이고 들리고 향기나는 그대로 담겨진 봄나물을 담은 바구니속 향기, 수필속엔 그런 향기가 묻어난다.

 

봄향기가 피어나는 이 수필집 <하느님의 손도장>은 [에세이스트]라는 격월간지에 소개된 작품을 모아놓은 수필집이다. '수필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자, 오래된 나를 버리고 오늘의 나를 세우는 길이다.'라는 어디서 많이 들어 봤음직한 설명을 뒤로하고 50인이 선사하는 일상속에, 과거 추억, 우리 주변의 인물들과 대상속에 담아내는 순수하고 섬세한 시선을 느껴본다. 수필의 바다... 잠시 그 넓고 깊은 마음의 창속에 몸을 맡겨본다.

 

'배꼽은 시원의 흉터, 임무가 종료된 과거완료의 매듭이다. 우리 생애 최초로 치러 낸, 서럽지도 않은 이별의 흔적이다.' - P.98 , [하느님의 손도장] 中에서 -

 

동네 미용실에 새로온 아가씨. 배꼽 언저리에 달랑거리는 피어싱이 미용실을 찾은 나를 민망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신이 품질을 보증한 손도장, 배꼽에 담겼을 수많은 의미를 미용실 의자에 앉아 하나하나 떠올린다. 이 수필집의 표제작 [하느님의 손도장]은 배꼽에 담긴 역사, 의미, 반란과 도발을 작가의 시선속에 담아낸다. 봄날 편안하고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작은 책을 선택하고자 했는데... <하느님...>이라는 제목에 혹시... 교회서적? 하는 선입관이 일었었다.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이 아닌, 하느님...이란 글씨에 마음을 놓으며 다시 편안함으로 만났던 이 책! 

 

이 수필집의 시작을 알리는 [나의 멸치 존경법]과 같이 텔레비젼을 보면서 까던 멸치를 보고 느낀 점을 자연스럽게 적어 내려가는, 문학기행에서 만난 팽나무를 보고 아내를 떠올리는 [겨울 팽나무, 아내여 이것 좀 보오], 궤짝 밑에서 발견한 오래된 하모니카가 떠올리게한 과거의 추억 [녹슨 하모니카] 등 일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미셀러니가 이 책의 전반을 이룬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삶의 바다를 헤쳐나가는데 밝은 별이 있었으면 좋겠다. 북두칠성도 좋고, 남십자성도 좋다. 그 별을 그리며 살다보면 어지간한 역경쯤이야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 P. 63 , [별을 따라가다] 中에서 -

 

병실에 누워 창밖의 별을 세면서 꿈속을 산책하던 작가가 마지막으로 전해준 인생 이야기, [별을 따라가다]라는 수필은 2페이지 정도로 짧기도 짧지만 별다를 것 없는 상황에서 인생을 읽어내는 특별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봄은 냄새로 먼저 온다'는 이경혜 작가의 지리산 트래킹은 우리에게 싱그러운 봄내음을 선물한다. 이 수필집에는 특히 가족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버지의 난닝구] 돌아가신 아버지, 그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가진 딸, 하지만 용서와 화해를 청하며 멸치국물낸 국수를 삶아드릴걸...이라는 딸의 안타까운 모습이 마음을 떨리게 만든다. 그리고...

 





 

[에스더와 미국]에서는 결혼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내의 언니, 이민을 간 처형의 딸 에스더와 아들 데이빗을 조국을 대표하여 만났다는 작가의 가족애와 조국애를 동시에 담고 있기도 하다. 유학을 보냈던 고등학생 아들의 여자친구 사진을 보고 마음이 엉크러졌던 아버지, 하지만 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호흡을 맞추고 하모니를 찾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도 가족애를 물씬 느끼게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감상도 있다. [인생]은 자신의 묘비명을 묻는 질문에 대한 깊은 사색, 그리고 찾게 된 자신의 묘비명, '가난'과 연결된 안타까운 가족사를 그린 [나의 치사함에 대하여], 자기 꿈을 이모작하려는 여인들의 넉넉함을 그린 [여자여자여자] 등 일상속에 투영된 자신의 삶을 거울 속에 놓고 바라보듯 섬세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자신과의 깊이 있는 대화가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랑을 가슴에 간직한 사람은 행복하다. 가슴에는 사랑 하나를 지운다는 것은 보다 큰 사랑을 담겠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아버지의 연인인 그 일본 여인과, 그 여인의 연인 이었던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잊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 P. 137 , [아버지의 연인] 中에서 -

 

마음을 이끌렸던 또 하나의 작품은 바로 [아버지의 연인] 이다. 역시 그리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시선이 머물렀던 이유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시인 이정하인지 아닌지 모를 '이정하' 라는 이름에 대한 작은 관심 때문이었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다는 작가의 어린시절 모습 대로라면 내가 아는 그 작가가 아닐듯 하지만... 사랑을 가슴에 간직한 아버지와 일본여인과의 애틋함이 이야기속에 묻어난다. 이 작품은 오래전에 만났던 피천득 선생의 '인연' 이란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워하면서도 한 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 서로 아니 만나 살기도 한다. ...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세번째는 아니...만나야 좋았을 것이다...' 순수하고 아릿하던 첫사랑의,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야기. 가슴속에 묻어둔 사랑이야기가 어쩌면 그렇게도 닮아있는지... [아버지의 연인]은 그렇게 예전 [인연]에서 느꼈던 그 사랑의 추억을 새삼 꺼내어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일정한 형식도 어떤 장르적 구분도 특별히 나눌 필요는 없지만 수필을 간혹 에세이(중수필)와 미셀러니(경수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사실 에세이(essay)보다는 미셀러니(miscellany, 경수필)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에세이가 일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논리적 구조와 객관적 관찰이 주를 이루는 조금은 무거운 느낌이라면, 미셀러니는 그보다는 훨씬 가볍과 개인적인 취향이나 가벼운 시선을 바탕으로하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다. 잠시 모든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고, 익히 보아오고 알아왔던 것들에 새로운 시선을 보낸다. 삶의 여유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과 웃음을 돌아보는 시간과 마주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들, 과거의 아프거나 아름답던 추억들... <하느님의 손도장>은 그렇게 숨가쁘게 뛰어가던 나의 발걸음을 멈추고 여유를 선물하는 그런 작품이다. 항상 걷던 길가에서 잠시 벗어나 인생의 한가운데 선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 더 많은 이들이 그런 행운과도 같은 선물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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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
노무현 지음 / 동녘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5월이면 노란색이 떠오른다. 그리고 당신이 그리워진다. 손녀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즐거워하던 할아버지였고, 주민들과 자신이 수확한 벼를 베며 막걸리 한사발에 너털 웃음 짖던 농사꾼, 봉화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과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저씨였던 당신. 구멍가게에서 담배한대 피우며 노간지란 이름으로 인터넷을 떠돌던 그의 솔직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이제, 그립기만하다. '... 하자는 것이지요~' 하는 그 특유의 말투가 그립다. 5월이 되면 나는... 왠지 당신이 그립다.

 

고민하는 대통령, 다그치지 않고 대화하려던 대통령, 권력의 우두머리가 아닌 한없이 낮기만 했던 대통령, 권위주의를 상징하던 대통령이란 이름이 아닌 대화와 소통으로 국민을, 나라를 이끌고자 했던 대통령 노무현. 그는 성공한 대통령이었을까? 사람들은 가끔 그런 질문을 내놓기도 했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지 2년, 이제 우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굳이 성공한 대통령이라 단언할 수 없더라도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었고,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이제는 새삼 느낄 수 있을 줄 믿는다.

 

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그는 자신을 버리면서도 그 누구에게 원망도 잘못도 돌리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책 한권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진보의 미래>란 이름으로... 생전에 '좋은 책,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책, 우리 사회 공론의 수준을 높일 책, 민주주의 발전사에 길이 남을 책'을 펴내고자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가 바로 이 책이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하고 그런 국가의 역할을 위해 진보주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가 바로 이 책 <진보의 미래>가 담고있는 주제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 좋은 나라, 보통 사람들이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이룬 꿈을 어저면 책속에 담아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에 의해 연구가 시작되었고 안타까운 그의 죽음으로 연구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의 뜻을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육핑원고와 육성을 통해 이 책이 탄생하게 된것이다.

 

<진보의 미래> 1권은 모두 2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이 책이 지향해야할 기본적인 틀, 혹은 보수와 진보의 현주소를 노무현 대통령의 원고를 통해 재구성하였다고 한다. 2부는 전반적으로 책에 어떤 내용들을 담을 것인지, 진보와 보수의 고민을 통해 진보의 대안과 전략, 그속에서 나타나야할 시민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부가 세부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구분과 질문으로 구성되었다면, 2부에서는 책이 담고자 하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진보의 미래, 각 부문에서의 역할들을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삶, 생활이 달라진다고 이 책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 국가의 역할 가운데 진보의 미래는 어떠해야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보수의 비판, 진보의 발전이라는 이분법적 맥락이 아니라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복지 축소, 감세, 작은 정부, 민영화, 규제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 등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 틀위에서 진보주의의 현실은 어떠한지, 어떤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행복과 삶의 개선을 위해 나아갈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전망하고 이야기한다.

 

진보의 미래는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갑니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순히 진보가 어떻고 보수가 어떻고를 떠나 이 책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단순한 정치적 논리를 벗어나 국민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아이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우리가 발전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면 변화하고 단순히 국민은 정치를 정부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라고 말한다. 국민이 생각하고 국민이 행동하는 것만큼 우리는 진보할 것이고 국가는 발전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의 삶은 행복으로 가득해진다고...

 

'당신은 하지도 못해 놓고 뭔소리냐?' 이럴 수 있거든요. 사실 내가 아쉽게 놓친 것도 있고 다른 분야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 버린 것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난 대통령이 혼자서 하는 게 아니란 얘길 해주고 싶어요. 변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길 하고 싶은 것이죠. - P. 141 , [2부 진보주의를 연구하기 위하여] 中에서 -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사상과 제도, 시민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의 임무고 이 책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말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라는 이 책의 부제는 그래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민주주의는 어쩌면 그냥 주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서야 쉽게 주어진 민주주의의 댓가를 우리가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만들어가는 힘은 이제 더이상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시민 주권이 정부를 지배하고 진보적인 사상이 우리 삶을, 정치를 바꾸어야 가능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그가 우리곁을 떠난지 이제 1주기가 돌아온다. 온나라가 눈물이었고, 온국민이 침통해했던 그 시간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다. 지금 뒷걸음질 치는 민주주의의 시계를 바라보면서 그가 그리워지고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이 더욱 그립다. <진보의 미래>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지만 아직은 조금 덜 다듬어진듯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우리 곁에 없다는 어색함 만큼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던져놓은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하여 얻은 결과가 두세권의 책으로 이어진다니 다음 작품들도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으면서 나는 한번도 노무현 대통령을 '前대통령'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가 잠시 우리 곁을 떠나있지만 그는 언제나 우리 곁을 지킬줄 것임을 믿고, 그는 영원히 우리의 살아있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어쩌면 국민들은 그런것 잘 모른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이야기라면 모두 귀를 쫑긋 세울 것이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결국 먹고 사는 이야기라고 대통령이 말했듯 다음에 이어질 작품속에서도 정치색보다는 국민과 삶에 중심이 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고 바라던 그 뜻이 오롯이 유지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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