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
노무현 지음 / 동녘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5월이면 노란색이 떠오른다. 그리고 당신이 그리워진다. 손녀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즐거워하던 할아버지였고, 주민들과 자신이 수확한 벼를 베며 막걸리 한사발에 너털 웃음 짖던 농사꾼, 봉화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과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저씨였던 당신. 구멍가게에서 담배한대 피우며 노간지란 이름으로 인터넷을 떠돌던 그의 솔직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이제, 그립기만하다. '... 하자는 것이지요~' 하는 그 특유의 말투가 그립다. 5월이 되면 나는... 왠지 당신이 그립다.

 

고민하는 대통령, 다그치지 않고 대화하려던 대통령, 권력의 우두머리가 아닌 한없이 낮기만 했던 대통령, 권위주의를 상징하던 대통령이란 이름이 아닌 대화와 소통으로 국민을, 나라를 이끌고자 했던 대통령 노무현. 그는 성공한 대통령이었을까? 사람들은 가끔 그런 질문을 내놓기도 했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지 2년, 이제 우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굳이 성공한 대통령이라 단언할 수 없더라도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었고,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이제는 새삼 느낄 수 있을 줄 믿는다.

 

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그는 자신을 버리면서도 그 누구에게 원망도 잘못도 돌리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책 한권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진보의 미래>란 이름으로... 생전에 '좋은 책,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책, 우리 사회 공론의 수준을 높일 책, 민주주의 발전사에 길이 남을 책'을 펴내고자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가 바로 이 책이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하고 그런 국가의 역할을 위해 진보주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가 바로 이 책 <진보의 미래>가 담고있는 주제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 좋은 나라, 보통 사람들이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이룬 꿈을 어저면 책속에 담아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에 의해 연구가 시작되었고 안타까운 그의 죽음으로 연구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의 뜻을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육핑원고와 육성을 통해 이 책이 탄생하게 된것이다.

 

<진보의 미래> 1권은 모두 2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이 책이 지향해야할 기본적인 틀, 혹은 보수와 진보의 현주소를 노무현 대통령의 원고를 통해 재구성하였다고 한다. 2부는 전반적으로 책에 어떤 내용들을 담을 것인지, 진보와 보수의 고민을 통해 진보의 대안과 전략, 그속에서 나타나야할 시민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부가 세부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구분과 질문으로 구성되었다면, 2부에서는 책이 담고자 하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진보의 미래, 각 부문에서의 역할들을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삶, 생활이 달라진다고 이 책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 국가의 역할 가운데 진보의 미래는 어떠해야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보수의 비판, 진보의 발전이라는 이분법적 맥락이 아니라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복지 축소, 감세, 작은 정부, 민영화, 규제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 등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 틀위에서 진보주의의 현실은 어떠한지, 어떤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행복과 삶의 개선을 위해 나아갈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전망하고 이야기한다.

 

진보의 미래는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갑니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순히 진보가 어떻고 보수가 어떻고를 떠나 이 책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단순한 정치적 논리를 벗어나 국민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아이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우리가 발전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면 변화하고 단순히 국민은 정치를 정부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라고 말한다. 국민이 생각하고 국민이 행동하는 것만큼 우리는 진보할 것이고 국가는 발전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의 삶은 행복으로 가득해진다고...

 

'당신은 하지도 못해 놓고 뭔소리냐?' 이럴 수 있거든요. 사실 내가 아쉽게 놓친 것도 있고 다른 분야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 버린 것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난 대통령이 혼자서 하는 게 아니란 얘길 해주고 싶어요. 변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길 하고 싶은 것이죠. - P. 141 , [2부 진보주의를 연구하기 위하여] 中에서 -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사상과 제도, 시민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의 임무고 이 책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말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라는 이 책의 부제는 그래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민주주의는 어쩌면 그냥 주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서야 쉽게 주어진 민주주의의 댓가를 우리가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만들어가는 힘은 이제 더이상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시민 주권이 정부를 지배하고 진보적인 사상이 우리 삶을, 정치를 바꾸어야 가능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그가 우리곁을 떠난지 이제 1주기가 돌아온다. 온나라가 눈물이었고, 온국민이 침통해했던 그 시간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다. 지금 뒷걸음질 치는 민주주의의 시계를 바라보면서 그가 그리워지고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이 더욱 그립다. <진보의 미래>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지만 아직은 조금 덜 다듬어진듯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우리 곁에 없다는 어색함 만큼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던져놓은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하여 얻은 결과가 두세권의 책으로 이어진다니 다음 작품들도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으면서 나는 한번도 노무현 대통령을 '前대통령'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가 잠시 우리 곁을 떠나있지만 그는 언제나 우리 곁을 지킬줄 것임을 믿고, 그는 영원히 우리의 살아있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어쩌면 국민들은 그런것 잘 모른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이야기라면 모두 귀를 쫑긋 세울 것이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결국 먹고 사는 이야기라고 대통령이 말했듯 다음에 이어질 작품속에서도 정치색보다는 국민과 삶에 중심이 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고 바라던 그 뜻이 오롯이 유지되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