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1
김상현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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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영구가 이완용을 암살하려다 실패' 했다는 단 한 줄의 역사적 사실에서 시작된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해이면서 도마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인 올해 그 어느때 보다도 격동의 시기, 일제 침략의 암흑기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문열 작가의 [불멸] 이란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얼마전 만났던 [제국익문사] 라는 작품은 고종의 첩보기관을 소재로 만들어진 팩션 소설이었다. 그리고 일제에 의해 사라졌던 단 한줄의 역사적 사실이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역사의 시간속에 되살아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 이완용... 하지만 나라를 팔아 먹은 매국노라는 점외에는 굳이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중추원 서열 1위였던 이완용의 권력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이완용을 쏴라>라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제목만큼, 이완용의 '목'을 노리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나라도 가리지 않았던 그의 목에 현상금을 내건 이가 있었다.

 

경성 거부로 알려진 최판선. 병에 걸린 그는 당시 10만원이란 거금은 이완용의 목에 걸기에 이른다. 사회주의 노선의 독립운동가였던 김근옥, 그에게 이완용의 암살 임무가 주어지고 김근옥은 그의 딸인 달래에게 이 일을 맡기게 된다. 죽이려는 자가 있으면 그 반대편에 선 막으려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반대편에 선 자의 이름은 박을문이다. 역관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망한 나라에서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순사질?을 해대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중추원 서열 1위 이완용의 경호를 맡게 된다. 그렇게 죽이려는 자, 막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이완용을 쏴라>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 잠시 잊혀졌던 경성의 모습은 몇년전부터 그 시대를 다룬 다양한 영화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던 보이]라는 작품속에서 전차와 댄스홀이 자리한 명동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라듸오 데이즈]라는 작품속에서는 경성 방송국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1920년대 경성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도 경성의 모습은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신여성, 서로의 노선이 다른 두 부류의 독립운동가 그룹, 안익태, 김구, 방정환, 박영효, 이광수 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그 시대, 그 시간의 경성과 일제 침략기 모습을 현실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그들의 싸움이 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겠지만 그와 함께 1920년대 사라진 조선, 역사속에서 빈 공간으로 남게 된 그 시간을 채웠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독립운동이란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여야하는 운명을 가진 여인, 독립이라는 희망을 꿈꾸는 이들, 반대로 그런 희망은 이미 져버린 삶을 위한 이들의 몸부림이 서로 겹쳐지면서 찢기고 상처받는 안타까운 시대상이 마음 한켠을 무겁게 짖누른다.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이 시선을 끌어 당긴 작품이다. 그리고 책을 펼치게 되면 색다른 시대,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들이 긴박한 구성으로 전개되어 한시도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이완용을 쏴라>는 끝까지 재미와 함께 시대의 아픔까지 짊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슬픈 살인 계획' 이라는 이 작품에 대한 소개가 역시 인상적이다.

 

'역사가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역사적인 진실을 말한다. 필자는 역사적 사실에서 떠올린 허구를 통해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 작가 후기 中에서 -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이 아니라 소설적 진실을 찾고자 했다고 말한다. 한 줄로 쓰여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새롭게 창조된 허구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특별한 진실,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하고 꼭 알아야만 하는 진실들이 숨어 있었음을 알게된다.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그들 사이에 놓여진 수많은 인물들이 간직한 시간과 역사의 무게가 다시 한번 읽는 이의 가슴을 짖누른다.

 

현충일에 즈음해 이 작품을 읽는 다는건 또 색다른 느낌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던 이름없는 수많은 독립투사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의사와 열사들을 제외하고도 타국에서, 국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나라의 독립을 꿈꾸었던 이들이 더 많았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나라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영광이 있음을 기억하자. 광복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꽃피운, 이제는 잃어버릴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이 이름없이 죽어간 그들의 유산임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죽여야 할 사람도, 막아야 할 사람도 없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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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익문사 1 - 대한제국 첩보기관
강동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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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대한제국 말에 활약했던 한 조선인 테러리스트에 대한 관동군 첩보대의 신문조서철' 한 권, 경술국치 100년을 즈음해서 특별한 역사소설 한 권이 우리를 찾아왔다. 1902년부터 1913년 까지 첩보기관 요원과 테러리스트로 활동한 인물, 이인경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일본의 정객 오쿠마 시게노부를 대련에서 저격하다 미수에 그친 이인경, '제국익문사'라는 첩보기관과 연관된 대한제국 말기의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와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들을 현실감 넘치게 써내려간 팩션소설이 바로 이 작품 <제국익문사> 이다.

 

'일제침략기' 란 이름으로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간을 아직도 우리는 잃어버린 빈공간으로 남겨두고 있다. 그 당시를 이야기하는 작품들도 종종 찾을 수 있지만, 친일, 친북, 친미... 아직까지도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살고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키고 반대 아닌 반대, 이유없는 공격을 서슴지않는 편협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새롭게하는 시간을 방해하고 있는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한반도 내에 역사를 가두고, 엄연히 존재하는 잘못을 사죄나 아픔의 치유없이 두리뭉실 넘겨보려고, 혹은 친일 매국노를 독립운동가로 매도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버젓이 자행되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다. 단순히 과거를 묻어 버리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잘못에 대한 용서도, 사죄도 없이 '그 당시 않그런 사람이 어딨어?' 하는 식의 당당한 모습을 한 그들이 역겹기만 하다. <제국익문사>는 어쩌면 단죄에 대한 심판이나 첩보원의 영웅담을 담아낸 작품이기에 관심이 가는 것이 아니라 잊혀진, 감추어진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인물의 발견을 통해 아픔의 시대, 그 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시대를 이해하는 시간을 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앞서 언급했듯 제국익문사의 첩보요원 이인경이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자기 자신의 신변안전을 위해 고종이 설립한 첩보기관인 제국익문사, 이 작품은 1905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 그 시간 전후 10년이란 역사적 시간을 담고있다. 갑신정변, 을미사변에서 을사조약에 이르기까지... 대한제국 말의 혼란한 국내외 정세속에서 이인경이란 인물과 그에 반하는 나라의 국적(國賊) 우범선이란 인물과의 대결구도를 취하고 있다. 우범선이란 인물은 실존인물로써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장춘 박사의 친부라고 한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던 우범선, 그를 쫓는 이인경의 아버지 또한 우범선과는 친구이면서 시해사건에 가담했던 인물이다.

 





 

작가는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을때 우장춘 박사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명성황후의 시해와 부친 우범선에 대한 원죄 의식을 담아낸 기구한 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가려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우범선을 쫓는 이인경이란 인물속에서 '우장춘'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우범선이란 실제인물, 명성황후 시해사건, 제국익문사 등 실제 역사적 사건과 시간속에서 작가는 허구의 세계를 가미해 이야기의 극적 즐거움을 추구한다. 사실 우범선은 1903년 일본에서 고영근에게 처단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속에서 우범선은 극적으로 살아나 다시 정변을 꾸미려한다는 허구적 스토리를 만들어 낸것이다. 그리고 '우장춘'의 다른 모습이기도한 이인경의 등장도 팩션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인 것이다.

 

<제국익문사>는 20세기 초 대한제국의 한성과 제물포, 일본고 중국, 러시아에 이르는 거대한 스케일을 담아낸다. 혼란한 시기 동북아의 정치 역학적 구조를 뒤돌아보고 그들의 삶과 다양한 인물들이 쏟아내는 시대상에 비친 모습들을 읽어 내려간다. 명성황후의 시해와 대한제국의 멸망을 단순히 친일파와 일본의 야욕이 빚어낸 결과로만 바라보지 않고 명성황후와 그의 친족들이 가진 한계점, 개혁과 개화라는 역사적 시대적 순리를 거스른, 약간은 무능했던 고종 황제의 모습, 나라를 팔아먹는 썩어빠진 조정대신과 관리들... 일본에 의해 빼앗겼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 잘못된 결과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고 안타까움에 휩싸이게 된다.

 

일본의 거물 정치인 암살 미수로 일본 헌병대에 붙잡힌 이인경이 고백하는 형식을 빌어쓴 이 작품은, 우범선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띄기도 한다. 두 권의 묵직한 책속에 담긴 경술국치 그 전후의 모습이 여전히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팩션소설의 매력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작가가 의도한대로, 혹은 새로운 인물들을 통해 변화시키고 새로운 모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인물들을 통해 바라본 아픔의 시간, 되돌리고 싶은 시간 여행을 통해 그 시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우리는 자칫 일제 감점기를 박제품과 같은 것으로 방치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데, 이 각별한 소설은 '지금, 여기'의 삶과 백년 전의 삶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박제된 역사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장쾌한 서사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애국과 매국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루는 균형 잡힌 시선이 신뢰가 간다. ..." - 소설가 조정래 -

 

'한 줄 한 줄 글을 쓰는 과정 역시 고통과 행복의 반복이었다.' 고 말하는 작가의 말. 박제품으로 방치하던 역사의 시간을 새롭게 조명하고 애국과 매국 사이의 갈등을 절묘하게 조합한 작가의 솜씨를 칭찬하는 조정래 작가의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책을 내려놓을때면 작가 자신의 고민도, 조정래 작가의 추천사에도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술국치 백년을 즈음해 만나게된 이 한 권의 책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었을 줄 믿는다. 그리고 다시한번 작가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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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
하워드 파일 지음, 이경수.최영민 옮김 / 자유로운상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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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義賊)' 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아마도 우리의 영웅 '홍길동' 이 아닐까 싶다. 조선 후기 연산군 시대의 홍길동을 필두로 숙종때 장길산, 명종시대의 임꺽정 까지... 사람들은 그들을 조선의 3대 의적으로 손꼽는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탐관오리나 국왕의 지나친 수탈과 착취속에서 시름하던 서민들의 영웅, 바로 '의적'이란 이름으로 친근한 그들이다. 황석영작가의 소설 장길산은 7,80년 시대 군사정권의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장길산이란 이름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치고 피폐해진 삶의 돌파구를 열어준 소설로도 유명하다. 신음하고 절망하던 서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던 이름이 바로 장길산이었다.

 

이처럼 의적들의 활약은 그들이 낳은 시대상이나 암울한 현실과 허구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세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 이들 대표 의적 3인방이 자리한다면 먼 나라 영국에는 셔우드 숲의 무법자 '로빈후드'가 건재하다. 로빈후드의 이름은 전설처럼 전해지지만 현재는 그가 실존인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한다. 로빈후드가 활약한 시대의 상황을 살펴보면 1190년경 십자군 원정으로 귀족들의 불만은 높아갔고 국내 의적들의 살던 시대상도 그랬듯 서민들이 생활을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뭐? 바로 서민들을 위한 영웅의 등장이다. 어린시절 한번쯤 동화속에서 로빈후드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을 없을 줄 안다. 그 이후로도 굳이 소설이 아니고라도 영화속에서 우리는 그의 얼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오래전 캐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후드'가 조금은 유쾌하고 경쾌한 모습으로 그 시대를 그렸다면 이번에 개봉한 러셀 크로우 주연의 이 작품은 조금은 무게를 가진 작품이란 평가를 들었던것 같다. 그 무게에 실망했다는 관객들도 다수 있었지만 감독과 배우 모두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보기전에 그 포스터를 표지로 담은 이 책 <로빈후드>를 미리 만나기로 한것이다.

 

오래도록 전해졌지만 잊혀질듯 전설같은 이야기였던 '로빈후드'의 모험을 새롭게 써내려간 것이 바로 1883년 당시 청년이었던 '하워드 파일' 이었다. 자신의 첫 책으로 로빈후드의 이야기를 선택했던 그에게 로빈후드는 어떤 특별함으로 다가왔을까? '도둑'을 영웅으로 만든 하워드 파일의 새로워진 로빈후드 이야기가 바로 영화 개봉에 맞춰 우리를 찾아온 작품 <로빈후드>이다. 너무 익숙하면서도 오래된 기억처럼 가물가물한 영웅의 이야기가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역사는 언제나 돌고 도는 것 같다. 얼마전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 <로빈후드>를 보고는 지방 선거 전에 이런 영화를 개봉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지능적으로 현정부를 비꼬던 어느 네티즌의 색달랐던 영화 후기가 떠오른다. 영웅이 된 도적... 이런 단순한 소재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깊이 있는 교훈이 오래도록 <로빈후드>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간, 우리들도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뚤어줄 또 한 명의 '로비후드'를 고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책속에는 우리가 알 던 낯익은 영웅 로빈후드의 모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 작품이기에 그런지 조금은 서툴기도 하고 영웅 답지 않은, 현실적인 주인공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다. 아직 영화 '로빈후드'를 만나지 않았기에 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관객들의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영화속 로빈후드 역시 영웅의 화려한 귀환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 곁을 새롭게 찾아온 그, 로빈후드가 반갑다.

 

'여기 이 작은 돌 아래에, 로버트 헌팅 백작 잠들다. 이 세상에 그와 같은 훌륭한 명궁은 없었으니,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로빈 후드라고 불렀노라. 그와 그의 부하들처럼 의로운 사람들을 영국에서는 다시 보지 못하리라.' - P. 194 -

 

<로빈후드> 속에는 '로빈후드'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골라먹는 재미는 아니지만, 저자 하워드 파일의 주옥같은 작품 중 하나인 '아서왕' 이야기가 마지막 부분을 차지한다. 요즘 넘쳐나는 영웅 이야기에 비하면 아주 오래된, 겉모습만 성형수술한 이 책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임팩트가 강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이 작품은 약간은 빚바랜듯한 작품이지만, 고전이 전해주는 깊이 있는 향기에 분명 매혹될 준비를 해야할 듯하다. 그리고 암울하기만한 이 시대에도 우리들의 허무하고 꽉 막힌 가슴을 뚤어줄 새로운 로빈후드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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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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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모든 부모님, 자식이 철들 때까지만 부디, 건강하시길... 노희경 올림’

책의 겉장을 펼치자 노희경 작가의 친필로 쓰여진 작은 글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그렇게 엄마! 라는 이름, 그 존재를 다시 한번 우리 가슴속에 각인시킨다. 자식들에게 있어, 세상의 모든 아버지란 이름은 철이 들면서 ’아빠’에서 ’아버지’로 변해가지만 ’엄마’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오래도록 ’엄마’로 남아있다. 더 친근하고 더 따뜻하고 더 감미로운... 엄마!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가 책속에 쓰여진다.

 

평범했던 한 가정, 아니 어쩌면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가족...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하는 딸과 대학진학에서 쓰디쓴 잔을 계속 마시는 아들...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엄마에게 갑작스런 말기암 선고가 떨어지고, 의사였던 남편은 아내의 아픔을 가볍게 넘겼던 자책에 빠져들게 된다. 죽음을 앞둔 엄마의, 아내의, 며느리의... 안타까운 이별의 시간이 그렇게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나는 그녀가 내 한이 되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 시절, 분명 나는 그녀의 한이었을 것이다.’ - P. 309 -

 

2008년을 넘어 2009년까지 이어진 ’엄마 열풍’ 이 2010년에도 이어진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이어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은 어쩌면 자식들에게 ’눈물’이란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무 편하고 가깝기에 엄마의 품에 있기만해도 자식들은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다. 잘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암묵적 용서가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잘못을 서슴치 않게되는 존재가 바로 ’엄마’인 것이다. ’눈물’이 되는 이름 ’엄마’ 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의 ’눈물’을 다시한번 이끌어낸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자식이 철들때까지만이라도 건강하시길 바란다는 말로 이 책을 열고 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마도 부모님이 자신의 곁을 떠나고, 그리고도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빈자리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아마도 철이 든다는 것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음을 인식한 이후의 시간이 아닐까? 그래서 언제나 자식에게 남는 것은 후회의 시간뿐일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 뿐인것이다.

 



 

얼마전 [더 늦기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라는 책과 만났었다.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께 꼭 해드려야할 32가지 마음의 선물’ 이란 부제를 달고 있었는데... 그 선물은 자식이 부모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이 받게 되는 즐거움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뒤따라오는 후회를 원치 않는다면, 부모님께 표현하고 싶지만 쑥스러워, 혹은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 작품은 작은 용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으면서 뒤늦은 후회가 아닌 지금을 사랑하고 행복을 만들어갈 기회를 전해주던 그 작품 [더 늦기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를 떠올리게 된다.

 

부모에게 자식은 낳고 기르고 먹여야 하는, 짐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짐일텐데... 엄마라는 존재는 단 한번도 그 짐을 놓으신 적이 없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어긋나기도 하고 비뚤어진 길을 걷는 자식들, 단 한번 따스한 시선과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 남편...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우리 가족들의 모습일 것이다. 평범해보이는 엄마와 가족들의 시간들을 보면서 몇번이나 눈물을 훔친다. 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가족의 모습들이 투영된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나계신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상이 무섭다고 지레 겁먹지 마라. 너희 부모도 나도 즐거이 살아온 세상이다. 세상은 너희의 생각보다 휠씬 더 아름답다. 겁내지 마라. 사랑한다.’ - P. 325 -

 

단순히 이별이란 가슴 아픈 시간만을 그린 체류성 소설에 그쳤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속에서 보여지는 깊은 감동과 작은 희망이 더 진한 향기가 되어 마음속에 퍼져버린다. 이별을 준비한다고 아픔이 작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 어떤것인지 아마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단순한 ’이별’이 아닌 ’영원히 함께 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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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숨결
변택주 지음 / 큰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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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떠나다!

류시화 시인은 스님의 마지막을 우리에게 이렇게 전했다. 찬바람이 산등성이를 굽이치는 3월, 그렇게 스님은 산을 떠났다. 우리를 떠났다. '무소유(無所有)' 라는 이시대 최고의 히트어와 히트작을 남긴 스님! 누구나 한번쯤 꼭 간직하고 싶은 책의 저자,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킨 스님의 모습에 사람들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에서까지 삶을 이야기하시는 스님의 마지막 말씀,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우쳐 주시던 그 가르침이 오래도록 가슴속을 울린다.

 

스님이 입적하신 즈음, 스님의 책들을 더이상 출간하지 말라시던 스님의 말씀 덕분에 스님과 책의 인기는 더욱 치솟기도 했다. 스님의 책 '무소유'를 비롯해 '일기일회',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 '인연이야기' 등 스님의 향기가 배어나는 모든 책들이 단숨에 온, 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장악해버리고 마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고 만것이다. 더이상 스님의 가르침을 책으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불안감때문에 '무소유'를 외치시던 스님의 가르침을 독자들이 배반하기에 이른것이다. 그만큼 스님을 따르고 가르침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하나의 사건인 것이다. 그렇듯 진한 스님의 향기가 배어있는, 스님의 숨결이 담겨진 책 한 권과 마주한다. <법정 스님 숨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그렇게 사시는 스님은 말없는 말씀으로 물이 논에 들어가서 벼를 빛나게 하고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빛나게 하는 것처럼, 당신을 낮추어 우리를 흔들어 깨우신다.' - P. 22 -

 

이제 스님의 작품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없지만 스님의 입적 즈음해서 스님을 추모하는 수많은 책들이 봇물 이루듯이 앞다투어 출간되고 있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측면들이 조금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 작품 <법정 스님 숨결>은 다행히 그런 상업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해서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이 작품의 저자는 1998년부터 법정스님과 인연을 맺고 스님의 법회 진행을 맞았다는 변택주 라는 인물이다. 법정 스님께서 직접 법명을 지어주실 정도로 가까이서 스님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았던 스님 최측근이 바라본 법정스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책속에 담겨진다.

 



  

'법정 스님과의 십년' 거기에 최측근이란 수식어까지 더한다면, 우리가 익히 책속에서 배워온 스님의 말씀이 스님의 삶속에서 어떻게 피어났고 이어지고 있는지 책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될 것이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다른 이를 빛나게 만드는 스님의 말씀... 곧고 강직한 성품과 함께 웃음 많고 재치와 유머를 겸비한 세련된 스님의 모습이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우리곁을 떠난 법정 스님을 잠시 우리곁에 머무르게 만드는 <법정 스님 숨결>. 그 속에 진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위에 쓰인 글은 스님의 말씀중 '버리고 떠나기' 라는 부분이다. 스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은 가르침과 배움의 연속이 되겟지만 스님이 떠나버린 이 시점에 독자들에게 전하는 스님의 말씀 중 삶에 관한 가르침은 새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 에 대한 작은 대답들을 <법정 스님 숨결>속에 담긴 수많은 에피소드속에서 보고 느끼고 찾을 수 있을 줄 믿는다.

 

고즈넉히 놓여있는 하얀 고무신, 찻잔속에 띄어진 매화꽃 한송이, 산사의 풍경들을 담아낸 흑백 사진들이 스님에 대한 그리움과 스님이 남기신 가르침들을 더욱 선명하게 채색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스님께서 제자들에게 보내신 편지를 간추린 부분에 이르러서는 스님의 따스한 마음과 사랑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종교계의 지도자라는 수식어를 떠나 어른이 없는 요즈음 우리 사회에 또 한분의 어른을 잃어버린 국민들의 마음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법정 스님 숨결>을 통해 우리는 스님을 기억하게 만드는 말씀들, 스님과 연관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그의 이름을 오래도록 가슴속에 간직할 수 있을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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