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
하워드 파일 지음, 이경수.최영민 옮김 / 자유로운상상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적(義賊)' 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아마도 우리의 영웅 '홍길동' 이 아닐까 싶다. 조선 후기 연산군 시대의 홍길동을 필두로 숙종때 장길산, 명종시대의 임꺽정 까지... 사람들은 그들을 조선의 3대 의적으로 손꼽는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탐관오리나 국왕의 지나친 수탈과 착취속에서 시름하던 서민들의 영웅, 바로 '의적'이란 이름으로 친근한 그들이다. 황석영작가의 소설 장길산은 7,80년 시대 군사정권의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장길산이란 이름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치고 피폐해진 삶의 돌파구를 열어준 소설로도 유명하다. 신음하고 절망하던 서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던 이름이 바로 장길산이었다.

 

이처럼 의적들의 활약은 그들이 낳은 시대상이나 암울한 현실과 허구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세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 이들 대표 의적 3인방이 자리한다면 먼 나라 영국에는 셔우드 숲의 무법자 '로빈후드'가 건재하다. 로빈후드의 이름은 전설처럼 전해지지만 현재는 그가 실존인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한다. 로빈후드가 활약한 시대의 상황을 살펴보면 1190년경 십자군 원정으로 귀족들의 불만은 높아갔고 국내 의적들의 살던 시대상도 그랬듯 서민들이 생활을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뭐? 바로 서민들을 위한 영웅의 등장이다. 어린시절 한번쯤 동화속에서 로빈후드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을 없을 줄 안다. 그 이후로도 굳이 소설이 아니고라도 영화속에서 우리는 그의 얼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오래전 캐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후드'가 조금은 유쾌하고 경쾌한 모습으로 그 시대를 그렸다면 이번에 개봉한 러셀 크로우 주연의 이 작품은 조금은 무게를 가진 작품이란 평가를 들었던것 같다. 그 무게에 실망했다는 관객들도 다수 있었지만 감독과 배우 모두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보기전에 그 포스터를 표지로 담은 이 책 <로빈후드>를 미리 만나기로 한것이다.

 

오래도록 전해졌지만 잊혀질듯 전설같은 이야기였던 '로빈후드'의 모험을 새롭게 써내려간 것이 바로 1883년 당시 청년이었던 '하워드 파일' 이었다. 자신의 첫 책으로 로빈후드의 이야기를 선택했던 그에게 로빈후드는 어떤 특별함으로 다가왔을까? '도둑'을 영웅으로 만든 하워드 파일의 새로워진 로빈후드 이야기가 바로 영화 개봉에 맞춰 우리를 찾아온 작품 <로빈후드>이다. 너무 익숙하면서도 오래된 기억처럼 가물가물한 영웅의 이야기가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역사는 언제나 돌고 도는 것 같다. 얼마전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 <로빈후드>를 보고는 지방 선거 전에 이런 영화를 개봉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지능적으로 현정부를 비꼬던 어느 네티즌의 색달랐던 영화 후기가 떠오른다. 영웅이 된 도적... 이런 단순한 소재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깊이 있는 교훈이 오래도록 <로빈후드>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간, 우리들도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뚤어줄 또 한 명의 '로비후드'를 고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책속에는 우리가 알 던 낯익은 영웅 로빈후드의 모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 작품이기에 그런지 조금은 서툴기도 하고 영웅 답지 않은, 현실적인 주인공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다. 아직 영화 '로빈후드'를 만나지 않았기에 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관객들의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영화속 로빈후드 역시 영웅의 화려한 귀환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 곁을 새롭게 찾아온 그, 로빈후드가 반갑다.

 

'여기 이 작은 돌 아래에, 로버트 헌팅 백작 잠들다. 이 세상에 그와 같은 훌륭한 명궁은 없었으니,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로빈 후드라고 불렀노라. 그와 그의 부하들처럼 의로운 사람들을 영국에서는 다시 보지 못하리라.' - P. 194 -

 

<로빈후드> 속에는 '로빈후드'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골라먹는 재미는 아니지만, 저자 하워드 파일의 주옥같은 작품 중 하나인 '아서왕' 이야기가 마지막 부분을 차지한다. 요즘 넘쳐나는 영웅 이야기에 비하면 아주 오래된, 겉모습만 성형수술한 이 책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임팩트가 강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이 작품은 약간은 빚바랜듯한 작품이지만, 고전이 전해주는 깊이 있는 향기에 분명 매혹될 준비를 해야할 듯하다. 그리고 암울하기만한 이 시대에도 우리들의 허무하고 꽉 막힌 가슴을 뚤어줄 새로운 로빈후드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