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모든 부모님, 자식이 철들 때까지만 부디, 건강하시길... 노희경 올림’

책의 겉장을 펼치자 노희경 작가의 친필로 쓰여진 작은 글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그렇게 엄마! 라는 이름, 그 존재를 다시 한번 우리 가슴속에 각인시킨다. 자식들에게 있어, 세상의 모든 아버지란 이름은 철이 들면서 ’아빠’에서 ’아버지’로 변해가지만 ’엄마’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오래도록 ’엄마’로 남아있다. 더 친근하고 더 따뜻하고 더 감미로운... 엄마!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가 책속에 쓰여진다.

 

평범했던 한 가정, 아니 어쩌면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가족...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하는 딸과 대학진학에서 쓰디쓴 잔을 계속 마시는 아들...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엄마에게 갑작스런 말기암 선고가 떨어지고, 의사였던 남편은 아내의 아픔을 가볍게 넘겼던 자책에 빠져들게 된다. 죽음을 앞둔 엄마의, 아내의, 며느리의... 안타까운 이별의 시간이 그렇게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나는 그녀가 내 한이 되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 시절, 분명 나는 그녀의 한이었을 것이다.’ - P. 309 -

 

2008년을 넘어 2009년까지 이어진 ’엄마 열풍’ 이 2010년에도 이어진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이어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은 어쩌면 자식들에게 ’눈물’이란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무 편하고 가깝기에 엄마의 품에 있기만해도 자식들은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다. 잘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암묵적 용서가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잘못을 서슴치 않게되는 존재가 바로 ’엄마’인 것이다. ’눈물’이 되는 이름 ’엄마’ 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의 ’눈물’을 다시한번 이끌어낸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자식이 철들때까지만이라도 건강하시길 바란다는 말로 이 책을 열고 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마도 부모님이 자신의 곁을 떠나고, 그리고도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빈자리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아마도 철이 든다는 것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음을 인식한 이후의 시간이 아닐까? 그래서 언제나 자식에게 남는 것은 후회의 시간뿐일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 뿐인것이다.

 



 

얼마전 [더 늦기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라는 책과 만났었다.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께 꼭 해드려야할 32가지 마음의 선물’ 이란 부제를 달고 있었는데... 그 선물은 자식이 부모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이 받게 되는 즐거움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뒤따라오는 후회를 원치 않는다면, 부모님께 표현하고 싶지만 쑥스러워, 혹은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 작품은 작은 용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으면서 뒤늦은 후회가 아닌 지금을 사랑하고 행복을 만들어갈 기회를 전해주던 그 작품 [더 늦기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를 떠올리게 된다.

 

부모에게 자식은 낳고 기르고 먹여야 하는, 짐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짐일텐데... 엄마라는 존재는 단 한번도 그 짐을 놓으신 적이 없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어긋나기도 하고 비뚤어진 길을 걷는 자식들, 단 한번 따스한 시선과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 남편...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우리 가족들의 모습일 것이다. 평범해보이는 엄마와 가족들의 시간들을 보면서 몇번이나 눈물을 훔친다. 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가족의 모습들이 투영된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나계신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상이 무섭다고 지레 겁먹지 마라. 너희 부모도 나도 즐거이 살아온 세상이다. 세상은 너희의 생각보다 휠씬 더 아름답다. 겁내지 마라. 사랑한다.’ - P. 325 -

 

단순히 이별이란 가슴 아픈 시간만을 그린 체류성 소설에 그쳤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속에서 보여지는 깊은 감동과 작은 희망이 더 진한 향기가 되어 마음속에 퍼져버린다. 이별을 준비한다고 아픔이 작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 어떤것인지 아마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단순한 ’이별’이 아닌 ’영원히 함께 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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