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1
김상현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이영구가 이완용을 암살하려다 실패' 했다는 단 한 줄의 역사적 사실에서 시작된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해이면서 도마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인 올해 그 어느때 보다도 격동의 시기, 일제 침략의 암흑기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문열 작가의 [불멸] 이란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얼마전 만났던 [제국익문사] 라는 작품은 고종의 첩보기관을 소재로 만들어진 팩션 소설이었다. 그리고 일제에 의해 사라졌던 단 한줄의 역사적 사실이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역사의 시간속에 되살아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 이완용... 하지만 나라를 팔아 먹은 매국노라는 점외에는 굳이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중추원 서열 1위였던 이완용의 권력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이완용을 쏴라>라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제목만큼, 이완용의 '목'을 노리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나라도 가리지 않았던 그의 목에 현상금을 내건 이가 있었다.

 

경성 거부로 알려진 최판선. 병에 걸린 그는 당시 10만원이란 거금은 이완용의 목에 걸기에 이른다. 사회주의 노선의 독립운동가였던 김근옥, 그에게 이완용의 암살 임무가 주어지고 김근옥은 그의 딸인 달래에게 이 일을 맡기게 된다. 죽이려는 자가 있으면 그 반대편에 선 막으려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반대편에 선 자의 이름은 박을문이다. 역관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망한 나라에서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순사질?을 해대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중추원 서열 1위 이완용의 경호를 맡게 된다. 그렇게 죽이려는 자, 막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이완용을 쏴라>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 잠시 잊혀졌던 경성의 모습은 몇년전부터 그 시대를 다룬 다양한 영화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던 보이]라는 작품속에서 전차와 댄스홀이 자리한 명동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라듸오 데이즈]라는 작품속에서는 경성 방송국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1920년대 경성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도 경성의 모습은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신여성, 서로의 노선이 다른 두 부류의 독립운동가 그룹, 안익태, 김구, 방정환, 박영효, 이광수 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그 시대, 그 시간의 경성과 일제 침략기 모습을 현실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그들의 싸움이 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겠지만 그와 함께 1920년대 사라진 조선, 역사속에서 빈 공간으로 남게 된 그 시간을 채웠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독립운동이란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여야하는 운명을 가진 여인, 독립이라는 희망을 꿈꾸는 이들, 반대로 그런 희망은 이미 져버린 삶을 위한 이들의 몸부림이 서로 겹쳐지면서 찢기고 상처받는 안타까운 시대상이 마음 한켠을 무겁게 짖누른다.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이 시선을 끌어 당긴 작품이다. 그리고 책을 펼치게 되면 색다른 시대,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들이 긴박한 구성으로 전개되어 한시도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이완용을 쏴라>는 끝까지 재미와 함께 시대의 아픔까지 짊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슬픈 살인 계획' 이라는 이 작품에 대한 소개가 역시 인상적이다.

 

'역사가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역사적인 진실을 말한다. 필자는 역사적 사실에서 떠올린 허구를 통해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 작가 후기 中에서 -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이 아니라 소설적 진실을 찾고자 했다고 말한다. 한 줄로 쓰여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새롭게 창조된 허구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특별한 진실,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하고 꼭 알아야만 하는 진실들이 숨어 있었음을 알게된다.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그들 사이에 놓여진 수많은 인물들이 간직한 시간과 역사의 무게가 다시 한번 읽는 이의 가슴을 짖누른다.

 

현충일에 즈음해 이 작품을 읽는 다는건 또 색다른 느낌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던 이름없는 수많은 독립투사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의사와 열사들을 제외하고도 타국에서, 국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나라의 독립을 꿈꾸었던 이들이 더 많았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나라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영광이 있음을 기억하자. 광복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꽃피운, 이제는 잃어버릴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이 이름없이 죽어간 그들의 유산임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죽여야 할 사람도, 막아야 할 사람도 없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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