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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ㅣ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에 휩싸일 때가 있다. 6.25때 중공군이 북한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일본의 침략을 잘 막아내고 우리가 온전히 우리 힘으로 근대화를 맞았다면, 혹은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지 않고 요동을 정벌했었다면... 정말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된 우리 민족, 통일이라는 이름과 지금보다 훨씬 거대한 한민족을 꿈꾸게 되는 즐거움에 두눈이 반짝인다. 하지만 역사는 그저 그렇게 꿈꾸는 데에서 멈추어 서있다. 그랬다면?을 쓰거나, 그랬을법한 일을 써내려간 소설들은 이처럼 멈추어 선 역사의 시간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새로운 나라,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방원과 주고 받았던 단심가와 하여가. 고려를 버리지 못하고 죽음으로 품었던 지조있는 문인으로 우리는 그를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와 대결 구도에 섰던 한 남자 삼봉 정도전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고려에게는 역적이지만... 조선이라는 새나라를 창조하고 경국전으로 법제를 완성한 새로운 나라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고려말 조선초 정도전의 빛과 어둠을 이 책 <정도전>은 그려내고 있다.
'신은 조선을 경영하려고 하였습니다. 신이 조선을 경영하고 전하께서는 신을 경영하시는 것이 이 정도전의 꿈 입니다.' - 上권 , P.23 -
위대한 사상가이자 혁명가!
고려를 살리고자 했던 이들, 그리고 고려를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한 남자. 개혁파의 선봉에선 정몽주와 스승 이색, 그와는 반대로 혁명파의 대표주자 정도전의 회색빛 시간이 역사속에서 꿈틀댄다. 하륜과 이방원, 스승 이색과 이성계. 고려말 조선초에 이어지는 혁명의 시간속 혁명가이자 사상가였던 정도전의 꿈과 좌절이 21세기 오늘 새롭게 조명되고 되살아난다. 백성의 마음을 읽고 백성과 함께 꿈꾸고 백성들을 위한 세상을 꿈꿨던 민본정치형 리더 정도전의 모습이 책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정도전 선생이 있다. 나는 그를 수백 년 내 최고의 업적자로 본다.' 고 말했다던 책 앞부분에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에 이 책을 선뜻 집어들게 된다. 무엇이 '정도전' 선생을 그토록 위대하게, 끌리게 만드는 이유일까? 사상과 경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그가 추구했던 수많은 일들은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도 유효하다. 조선의 기틀을 이룩한 법제, 민족의 꿈을 이루려했던 요동 정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자 했던 숭고한 그의 뜻이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현실세계에 살아 불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 - 下권 , P.210 -
'백성이 가장 천하고, 국민의 종은 그 위에서고, 군주?는 아마도 절대적이다.' 현실속에 놓인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렇게 정도전의 말에 빗대어 볼 수 있겠다. 일반인을 사찰하고 군사정권도 아닌 지금까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아니 말 한마디 알아서 기어대는 공무원들과 정치인들, 철지난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공안정국을 유도하고 언론 통제를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는 정부. 4대강과 세종시 문제 등 국민들의 정서와는 정반대로 걷고 있는 대통령. 국민은 가장 천하고 대통령은 가장 무섭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치의 길을 걷던 정도전, 그가 그립다.
치밀하고 섬세한 이수광 작가의 이 작품은 그의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고스란히 삼켜버린 소설 <정도전>. 그리고 아낌없이 역사의 시간들을 되살리는 작가 이수광. '나는 조선의 국모다'를 비롯해 '조선을 뒤흔든...'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과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써내려간, 역사의 시간속에 되살아난 정치인 정도전을 통해 우리시대 필요한 지도자의 이상을 배운다.
작가는 여말선초의 정치인 정도전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가 지금 현재를 사는 정도전들에게 고백하는 내용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치열했던 시간, 굳건한 신념과 올곧은 이념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려했던 위대한 사상가가 남겨준 교훈은 우리 시대 수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사고와 혁명적 신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경영하려던 새로운 시대의 혁명과도 같은 일들이 암울하고 어두운 우리시대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주길 책을 읽는 내내 바램처럼 다가온다. 역사의 상반된 두 페이지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는 정도전의 길, 지금 우리는 어느 모습 그를 바라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