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에 휩싸일 때가 있다. 6.25때 중공군이 북한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일본의 침략을 잘 막아내고 우리가 온전히 우리 힘으로 근대화를 맞았다면, 혹은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지 않고 요동을 정벌했었다면... 정말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된 우리 민족, 통일이라는 이름과 지금보다 훨씬 거대한 한민족을 꿈꾸게 되는 즐거움에 두눈이 반짝인다. 하지만 역사는 그저 그렇게 꿈꾸는 데에서 멈추어 서있다. 그랬다면?을 쓰거나, 그랬을법한 일을 써내려간 소설들은 이처럼 멈추어 선 역사의 시간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새로운 나라,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방원과 주고 받았던 단심가와 하여가. 고려를 버리지 못하고 죽음으로 품었던 지조있는 문인으로 우리는 그를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와 대결 구도에 섰던 한 남자 삼봉 정도전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고려에게는 역적이지만... 조선이라는 새나라를 창조하고 경국전으로 법제를 완성한 새로운 나라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고려말 조선초 정도전의 빛과 어둠을 이 책 <정도전>은 그려내고 있다.

 

'신은 조선을 경영하려고 하였습니다. 신이 조선을 경영하고 전하께서는 신을 경영하시는 것이 이 정도전의 꿈 입니다.' - 上권 , P.23 -

 

위대한 사상가이자 혁명가!

고려를 살리고자 했던 이들, 그리고 고려를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한 남자. 개혁파의 선봉에선 정몽주와 스승 이색, 그와는 반대로 혁명파의 대표주자 정도전의 회색빛 시간이 역사속에서 꿈틀댄다. 하륜과 이방원, 스승 이색과 이성계. 고려말 조선초에 이어지는 혁명의 시간속 혁명가이자 사상가였던 정도전의 꿈과 좌절이 21세기 오늘 새롭게 조명되고 되살아난다. 백성의 마음을 읽고 백성과 함께 꿈꾸고 백성들을 위한 세상을 꿈꿨던 민본정치형 리더 정도전의 모습이 책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정도전 선생이 있다. 나는 그를 수백 년 내 최고의 업적자로 본다.' 고 말했다던 책 앞부분에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에 이 책을 선뜻 집어들게 된다. 무엇이 '정도전' 선생을 그토록 위대하게, 끌리게 만드는 이유일까? 사상과 경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그가 추구했던 수많은 일들은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도 유효하다. 조선의 기틀을 이룩한 법제, 민족의 꿈을 이루려했던 요동 정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자 했던 숭고한 그의 뜻이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현실세계에 살아 불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 - 下권 , P.210 -

 

'백성이 가장 천하고, 국민의 종은 그 위에서고, 군주?는 아마도 절대적이다.' 현실속에 놓인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렇게 정도전의 말에 빗대어 볼 수 있겠다. 일반인을 사찰하고 군사정권도 아닌 지금까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아니 말 한마디 알아서 기어대는 공무원들과 정치인들, 철지난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공안정국을 유도하고 언론 통제를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는 정부. 4대강과 세종시 문제 등 국민들의 정서와는 정반대로 걷고 있는 대통령. 국민은 가장 천하고 대통령은 가장 무섭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치의 길을 걷던 정도전, 그가 그립다.

 

치밀하고 섬세한 이수광 작가의 이 작품은 그의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고스란히 삼켜버린 소설 <정도전>. 그리고 아낌없이 역사의 시간들을 되살리는 작가 이수광. '나는 조선의 국모다'를 비롯해 '조선을 뒤흔든...'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과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써내려간, 역사의 시간속에 되살아난 정치인 정도전을 통해 우리시대 필요한 지도자의 이상을 배운다.

 

작가는 여말선초의 정치인 정도전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가 지금 현재를 사는 정도전들에게 고백하는 내용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치열했던 시간, 굳건한 신념과 올곧은 이념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려했던 위대한 사상가가 남겨준 교훈은 우리 시대 수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사고와 혁명적 신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경영하려던 새로운 시대의 혁명과도 같은 일들이 암울하고 어두운 우리시대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주길 책을 읽는 내내 바램처럼 다가온다. 역사의 상반된 두 페이지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는 정도전의 길, 지금 우리는 어느 모습 그를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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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 1 환상 왕국 연대기 1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이현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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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비한 요정 이야기' 라는 책이 있다. 물의 요정, 숲의 요정 등 신화나 전설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정들의 캐릭터를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이 책은 아이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선물하는 작품이다. '요정'하면 우리는 이렇듯 상상 가득한 환상의 공간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피터팬에 등장하는 작은 날갯짓의 '팅커벨',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낙점된 호빗족을 비롯한 다양한 엘프, 빙판위의 요정에서 여왕으로 등극한 김연아?! 아~ 이건 아니겠지만.... 북유럽 신화속에서 자주 등장해 이제 영화와 소설로도 너무나 친숙한 이런 요정들의 모습과 이야기는 환상과 모험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기에 충분해보인다.

 

'활, 거위, 용, 검이 어느 날 검은 악당들을 물리치리라.' 뾰족 귀를 가진 작은 요정들의 이야기가 또 다시 우리를 환상 가득한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 '옴브로소' 그가 바로 우리를 이끌 주인공이다. '아우다체'(용감한)란 이름을 가졌던 소년은 지금은 '옴브로소'(그늘진)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진초록의 눈과 머리카락, 수줍음을 많이 타는 이 소년은 원래 숲의 왕국에서 살았지만 '검은 여왕'의 손아귀에서, 마녀들의 검은세력에 의해 사라져버린 수많은 다른 왕국들의 운명처럼 숲의 왕국도 사라지고 옴브로소만이 마녀들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옴브로소와 친구들의 악과 맞써는 싸움이 시작된다.

 

'어둠의 시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마녀들의 왕국 옆에 왕국들이 차례로 하나씩 악의 수중에 떨어졌다. 하지만 다른 환상의 왕국에 사는 요정들은 다가오는 위험을 모른채 살아갔다.'

 

심장없는 기사, 붉은 박쥐, 황금 물고기, 흑요석, 용, 고대의 예언... 환상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악과 맞써 떠난 꼬마 요정들의 모험은 판타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런 요소들로 인해서 더욱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게 된다. 흡사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환상 왕국 연대기] 시리즈의 첫번째 모험은 '반지 원정대'들이 풀어놓는 판타지 세계의 첫걸음을 닮아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옴브로소를 비롯해 그의 친구 레굴루스와 동생 스피카. 그리고 매력적인 요정 로비니아와 친구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들은 잠시도 환상의 왕국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을 허락하려 하지 않는다.

 



제로니모 스틸턴의 4부작 [환상 왕국 연대기] 시리즈 중 그 첫번째 이야기인 <사라진 왕국>은 숲의 요정 옴브로소와 친구들이 펼치는 검은 여왕과의 대결과 모험 중 그 시작의 시간과 준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선과 악이라는 조금은 진부한 소재가 판타지라는 멋진 옷을 새로 입고 독자들의 환상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요정'들의 이야기속에 다양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모험들이 곁들여져 특별한 재미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로니모 스틸턴'이란 이름조차 현실이 아닌 쥐나라의 아주 유명한 신문 편집장 '쥐'의 이름이라고 하니, 그 이름을 빌어 작품을 창조해내는 작가 '엘리자베타 다미'의 환상의 세계는 어느 정도일지 미뤄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화작가인 그녀가 아이들의 눈에 맞춰 조금은 더 편하고, 가볍고, 재밌게 그려낸 <사라진 왕국>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 메말라버린 아이들의 상상력과 문학적 정서를 되살려줄 색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어둠의 시대가 절정을 이루어 마녀들이 평화로운 왕국을 수도 없이 차지하던 때에 음모로 뒤덮인 시커먼 하늘에서 두 별이 반짝였다. 눈부시게 빛나는 이 두 별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용감한 별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옴브로소와 레굴루스 그리고 친구들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준 환상적인 모험은 아이들에게 우정과 사랑, 용기와 희망 그리고 꿈과 자유... 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재미와 함께 특별한 메세지가 되어 가슴속에 남아있게 될 것이다. 환상적인 분위기와 아이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모험, 캐릭터들이 전해주는 매력들이 어우러져 [환상 왕국 연대기]의 그 첫번째 문을 열 때의 두근거림을 닫을 때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를 넘어, '어린왕자' 같이, '피터팬' 같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되고 기대해본다. 옴브로소와 그 친구들의 모험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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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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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은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이야.' 6월의 마지막 날, 모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또 한번 사람들을 충격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그 소식을 접하곤 문득 떠오르는 한 구절이 있다. '사람의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이야'하는... <환상의 빛> 속에 담겨졌던 이 구절이 입가를 멤돈다. 그도 혼이 빠져나갔던 것일까? 아마... 그랬겠지. 하지만 아무리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게 삶 아닌가? 혼이 빠져나갔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이런저런 생각, 그리고 그런 생각 한편에 자리한 <환상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서른 두 살의 유미코, 한 여인의 독백이랄까, 편지글이랄까... 그녀의 음성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이어진다. 지금은 재혼을 해 현남편의 아이 도모코와 전남편의 아이 유이치와 함께 사는 그녀. 칠년전 자살한 남편에게 말을 걸 듯, 이야기하듯 나누는 대화는 더없이 편안하기도 하고 서정적인 묘사로 눈앞에 그려지듯 다양한 풍경을,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낸다. 아무 이유도 없이 전철 철로 위를 터벅터벅 걷다 죽음을 맞이한 남편이 죽은 그날에서부터, 그녀가 처음 남편을 만난 초등학교 6학년의 추억, 재혼을 위해 소소기 해변마을로 가는 그녀의 여정 등을 남편에게 털어놓듯 이야기한다.

 

'눈에는 비치지 않지만 때때로 저렇게 해면에서 빛이 날뛰는 때가 있는데, 잔물결의 일부분만을 일제히 비추는 거랍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속인다, 고 아버님이 가르쳐주었습니다. 대체 사람의 어떤 마음을 속이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그러고 보면 저도 어쩌다 그 빛나는 잔물결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가 있습다.' - P. 10 -

 

길들여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까? 일본 문학하면 많은 이들이 그렇듯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목메는 버릇이 언제부터인가 생겼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미여사, 온다리쿠...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그들의 이름 뒤에 숨어서 조금더 자극적이고, 예상치 못한 반전과 트릭에 경악하고 즐거워하던 것에 너무도 익숙해 있었던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 <환상의 빛>은 오랫만에 '문학'에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을 들게 만든다.

 

편지글처럼 대화하듯 들려주는 한 여인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죽음을 두고 떠올리는 삶의 수많은 그늘과 빛속에서 잊지 못하는 남편을 그리는 그녀의 이야기가 참 애절하면서도 따뜻하다. 표제작인 [환상의 빛] 이외에 [밤 벚꽃], [박쥐], [침대차] 등 모두 네편을 담아낸 이 작은 책을 통해 서정 문학의 정수를 이어가는 작가 '미야모토 테루' 라는 이름과 마주하게 된다.

 



'빗속에 잠깐 들른 서점에서 모 유명작가의 단편소설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 했다는 미야모토 테루! 그가 읽었던 단편소설이 어떤 작품이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현대 일본 서정 문학의 진수' 라고 불린다는 그의 이번 작품 <환상의 빛>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어찌보면 요즘 사람들이 찾는 색다른 재미도 갖추지 않았지만 진정한 '이야기'만으로 책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을것 같다.

 

사고로 외아들을 잃고 남편과도 이혼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밤 벚꽃], 오년전 죽었다는 학창시절 짧은 인연을 가진 친구의 소식, 그리고 어지러이 날던 박쥐의 모습과 현재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박쥐], 침대차에서 떠올리는 어린 시절 가깝던 한 친구와의 추억과 그의 죽음을 그린 [침대차]... 하나같이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고 조금은 무겁게 이끈다.

 

'나는 소름이 끼쳤고, 언제까지고 박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둔하고 까만 눈을 가진, 새라고도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생물의 추악한 춤이며, 땀과 허무로 처발라진 관능의 무수한 비밀이며, 기괴한 표정에 조종되는 그 영혼들의 어쩔 수 없는 술렁거림이었다.' - P. 135 -

 

'죽음'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단편들속에 그려진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특별한 사건에 집중한다기보다 오래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그 시간을 한 폭의 화폭에 모두 담아 놓으려는듯 섬세하게 디테일을 살려 놓는다. 단편 [박쥐] 에서 박쥐들이 어지러이 나는 모습을 표현한 위의 짧은 글이 이야기의 분위기와 두드러진 심리 묘사를 잘 표현해준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말이다. 삶 또한 죽음과 작은 선 하나를 마주하고 서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비쳐지는 '환상의 빛'이 죽음을 부르는 빛이 아니라 삶을 더 환하게 비춰줄 희망의 빛이 되길...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네편이 뿜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와 애절하고 잔잔한 서정적인 문장 문장이 가슴을 편안하고 따스하게 만든다. '익숙한' 기존의 일본문학과는 조금 달랐던, 그래서 더 느낌이 좋았던 '색다른' 환상적인 빛을 바라본다. 그리고 미야모토 테루라는 이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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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만찬 -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147가지 레시피
문인영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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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한 망 사기가 망설여지는 싱글을 위해' 라는 여는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지금은 '아빠'라는 이름을 준비하는 시간이지만 얼마전까지 오랜 싱글이란 딱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느껴지는 이 짧은 문구가 이 책을 펼쳐든 작은 이유이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음식들이 있다. 신김치에 친구들과 먹다 남겨둔 다양한 고기들에 마당 한끝 텃밭에서 익어가는 야채들에... 하지만 싱글이란 이름은 귀차니즘의 상징인 것처럼 요리, 조리라는 이름을 멀리하게 만든다.

 

가끔 먹을거리를 사냥하던 마트에서도 양파 한 망 사기가 망설여진다. 간혹이지만 요리를 해봐야겠다는 일념으로 사버린 반찬거리들이 냉장고속에서 썩어가는 일이 다반사이기에... <싱글만찬>은 이런 고민아닌 고민을 가진 많은 싱글들의 눈을 반짝이게 해줄 멋진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싱글이라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도 같다. 이제 막 결혼 생활을 시작한 신혼부부들에게도, 냉장고를 가득채운 조그많고 많은 비닐 봉투속 반찬거리들을 고민하는 주부들에게도 충분히 넓어진 냉장고와 만찬을 선물할 수 있기때문이다.



'불변의 밥상 공식'을 필두로하는 냉장고 비우기 대작전?은 싱글즈의 밥상수칙 10계명으로 시작한다. 밥은 2인분만 만들고, 반찬은 3가지로 제한하고..... 하는 식의 10계명이 웃음과 공감을 자극한다. 요리라면 라면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싱글들에게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주방 아이템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기본 양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트 활용법'을 전수해준다. 메뉴개발과 스타일링을 전문으로 하는 저자만의 독특한 '요리의 기술' 싱글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꼼꼼함과 세심함이 엿보인다. 그리고 저자의 요리 비법노트도 꼼꼼하게 확인하기 바란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두가지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징어와 오이, 시금치와 닭안심살, 두부와 더덕, 쭈꾸미와 애호박... 등으로 만드는 밥상요리가 있는가 하면, 두 가지 재료만으로 만드는 일품요리에서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색다르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선을 끄는 요리들이 있다. 싱글들을 위한 특별요리! 바로 한가지 재료로 만드는 '재활용 요리'이다. 흔한 달걀을 가지고 볶음밥, 달걀탕, 간장찜을 만들고, 삼겹살로 채소 덮밥과 샐러드를 만든다. 남은 채소들을 모아 채소 당면 덮밥으로 한끼 해결하고 시김치로 파스타와 떡볶이 비법을 전해준다.



양념과 준비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 조리법을 설명과 함께 사진으로 펼쳐놓아 쉽고 재밌게 요리할 수 있을것 같다. 싱글즈들을 위한 Tip은 요리에 문외한인 싱글들이 잘 알지 못하는 요리의 비법을 잊지 않고 전해주기도 한다. 싱글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선물받은 아내가 무척이나 기뻐한다. 주부들의 고민도 싱글들의 고민과 그리 많이 어긋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비닐 봉지들로 가득찬 냉장고를 비울 수 있는 멋진 요리책, 단순히 밥, 반찬을 넘어서는 일품요리를 가족에게 선물하는 즐거움이 함께 하기 때문일것이다.

 

작가가 전해주는 주방 생활 백서에서 아내에게 유용한 Tip는 '냉장고 정리', '주방 청소와 설거지', '남의 채소와 김치를 이용한 엄마표 반찬', '남은 술' 등 에 대한 내용들일 것이다. 남은 반찬과 채소는 언제나 주부들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책 하나로 그런 고민들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얼마전 만났던 이 출판사의 '여보의 건강 도시락'과 함께 <싱글 만찬>은 냉장고를 고민하고 요리에 입문한 아내에게 멋진 정보와 Tip을 전해준다. 요리만드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아내는 실감하는 듯하다.

 

'화려한 싱글들의 건강한 선택' 에 추가해서 '현명한 주부들의 행복한 선택' 이 되어줄 <싱글만찬>이 즐겁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남기는 고민을 단번에 덜어주는 넓은 냉장고와 멋진 식탁을 선물해줄 이 책이 개인적으로도 너무 고맙다. 신혼부부들을 위한 선물로도 매우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식탁이 즐겁다면 하루가 즐거울 것이다. 가정에 웃음이 피어나는 시작은 바로 식탁에서 시작될것이다. 그런 행복의 시작이 이 책속에 가득하다. 아직 다 만나보지 못한 147가지 밥상 레시피가 전해줄 행복과 웃음이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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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외계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6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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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작가, IQ가 178이라는 천재작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미래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상황과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 엉뚱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쓴 소리를 던지는 블랙 유머의 대가... 어느 수식하나 틀리지 않지만 굳이 딱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의 또 다른 책 한권과 마주하게 된다.

 

2008년 처음 만났던  뒤죽박죽 걸작 단편집 [최후의 끽연자]의 뒤를 이은 이번 작품 <최악의 외계인>은 1970~80년대 그가 연재했던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상상할 수 없는 상상을 가능케하는 작가'의 의외성과 상상력은 이번에도 역시 '츠츠이 야스타카'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모두 7편의 단편이 담겨진 이 책의 표제작인 '최악의 외계인'으로 시작해보자.

 

지금부터 얼마만큼의 시간 후인지 모를 어느 미래의 시간, 다케모토는 국장의 제안으로 맥맥인이란 외계인들과 접촉을 제안받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주일간 맥맥인과의 공동생활체험이다. 만나자마자 곤봉으로 머리를 휘어 갈기고, 도무지 무슨 소린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해대는, 천연덕스레 음식에 독을 집어넣고, 총을 들이대기도 하는,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그들과의 일주일을 작가는 코믹하게 그려낸다. '인간은 나쁜 짓을 할 때 대개 나쁜 짓인 줄 알고서 하지' 라고 무의미하게 말하는 맥맥인 케랄라의 뼈있는 말이 종잡을 수 없는 이 종족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투영시켜 바라볼 수 있을것도 같다.

 

'술은 마시지만 아직 중독까지는 안 갔어. 게으름뱅이지만 자폐증은 아니고 싸움은 하지만 살인마는 아니야. 몰상식하기는 하지만 완전한 얼간이는 아니야.' 라고 다케모토에 대해 이야기하는 국장의 말에도 평균적인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이처럼 특유의 블랙유머로 독자들을 웃기기도하고 독설을 꺼내어 놓기도 한다.

 



 

[기울어진 세계]에서는 해상에 떠 있는 '마린시티'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린다. 밸러스트 탱크 격벽이 부서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져 기울기 시작하는 마린시티. 론니다니 닌테이 교수와 요네다 도모에 시장, 고와요로 분구로와 아내 조코, 직장인 여성 고추 신코 등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이기적이고 자기 계산적인 인간의 모습들이 상상의 세계와 어울려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꿈틀꿈틀 장관]에서는 현직 경제산업부 장관과 그 비서관이 등장하는 우리가 따라가기 힘겨운, 조금은 이해하기 난해한 이야기들이 그려지고, 젖먹이를 업은 아찔한 비행사 이야기 [고로하지 항공], 관절을 꺽어 대화한다는 [관절화법], 그리고 가장 인상깊은 작품이었던 [이판사판 인질극]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감옥에서 탈옥한 범죄자에게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인질로 잡힌 회사원의 극으로 치닫는 인간본성을 그려낸, 조금은 잔인하기까지한 이 작품이 너무 인상적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추함과 어리석음을 남김없이 까발려서 독자를 킬킬거리게 만들고, 그것이 바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무기. 그것이 츠츠이의 블랙유머이다.' - P. 253, 역자후기에서 -

 

앞서 언급했듯이 이 단편집에 소개된 소설은 1970~80년대 쓰여진 작품들이다. 벌써 20여년이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츠츠이 야스타카가 그려낸 상상의 시간은 지금 바라보아도 어색하다는 느낌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단순히 미래의 시간만을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우리 현실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낯선 세계이지만 현실이 투영된 전혀 낯설지 않은 세계가 그려지고 그 속에서 우리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한참을 웃다가도 우습지만은 않은,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기도 하고, 예상못한 결말에 당황스러워 하기도 한다. 독특한 시작과 예측 불가능한 결말! 이것이 바로 츠츠이 야스타카만의 매력이 아닐까.

 

<최악의 외계인>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시간을 츠츠이 야스타카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인간의 본성을 거침없이 드러냄으로써 포복절도할 웃음을 전해주는 특별하고 색다른 단편집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 에서 느꼈던 천재 작가만의 상상과 섬세함이 이 짧은 단편들 속에서도 여지없이 그려진다. 츠츠이 야스타카 매니아들은 '츠츠이스트'라고 부른다. 츠츠이 야스타카를 사랑하고 그의 소설을 즐기고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 매혹되는 나는 '츠츠이스트'다.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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