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외계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6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작가, IQ가 178이라는 천재작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미래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상황과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 엉뚱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쓴 소리를 던지는 블랙 유머의 대가... 어느 수식하나 틀리지 않지만 굳이 딱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의 또 다른 책 한권과 마주하게 된다.

 

2008년 처음 만났던  뒤죽박죽 걸작 단편집 [최후의 끽연자]의 뒤를 이은 이번 작품 <최악의 외계인>은 1970~80년대 그가 연재했던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상상할 수 없는 상상을 가능케하는 작가'의 의외성과 상상력은 이번에도 역시 '츠츠이 야스타카'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모두 7편의 단편이 담겨진 이 책의 표제작인 '최악의 외계인'으로 시작해보자.

 

지금부터 얼마만큼의 시간 후인지 모를 어느 미래의 시간, 다케모토는 국장의 제안으로 맥맥인이란 외계인들과 접촉을 제안받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주일간 맥맥인과의 공동생활체험이다. 만나자마자 곤봉으로 머리를 휘어 갈기고, 도무지 무슨 소린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해대는, 천연덕스레 음식에 독을 집어넣고, 총을 들이대기도 하는,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그들과의 일주일을 작가는 코믹하게 그려낸다. '인간은 나쁜 짓을 할 때 대개 나쁜 짓인 줄 알고서 하지' 라고 무의미하게 말하는 맥맥인 케랄라의 뼈있는 말이 종잡을 수 없는 이 종족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투영시켜 바라볼 수 있을것도 같다.

 

'술은 마시지만 아직 중독까지는 안 갔어. 게으름뱅이지만 자폐증은 아니고 싸움은 하지만 살인마는 아니야. 몰상식하기는 하지만 완전한 얼간이는 아니야.' 라고 다케모토에 대해 이야기하는 국장의 말에도 평균적인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이처럼 특유의 블랙유머로 독자들을 웃기기도하고 독설을 꺼내어 놓기도 한다.

 



 

[기울어진 세계]에서는 해상에 떠 있는 '마린시티'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린다. 밸러스트 탱크 격벽이 부서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져 기울기 시작하는 마린시티. 론니다니 닌테이 교수와 요네다 도모에 시장, 고와요로 분구로와 아내 조코, 직장인 여성 고추 신코 등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이기적이고 자기 계산적인 인간의 모습들이 상상의 세계와 어울려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꿈틀꿈틀 장관]에서는 현직 경제산업부 장관과 그 비서관이 등장하는 우리가 따라가기 힘겨운, 조금은 이해하기 난해한 이야기들이 그려지고, 젖먹이를 업은 아찔한 비행사 이야기 [고로하지 항공], 관절을 꺽어 대화한다는 [관절화법], 그리고 가장 인상깊은 작품이었던 [이판사판 인질극]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감옥에서 탈옥한 범죄자에게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인질로 잡힌 회사원의 극으로 치닫는 인간본성을 그려낸, 조금은 잔인하기까지한 이 작품이 너무 인상적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추함과 어리석음을 남김없이 까발려서 독자를 킬킬거리게 만들고, 그것이 바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무기. 그것이 츠츠이의 블랙유머이다.' - P. 253, 역자후기에서 -

 

앞서 언급했듯이 이 단편집에 소개된 소설은 1970~80년대 쓰여진 작품들이다. 벌써 20여년이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츠츠이 야스타카가 그려낸 상상의 시간은 지금 바라보아도 어색하다는 느낌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단순히 미래의 시간만을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우리 현실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낯선 세계이지만 현실이 투영된 전혀 낯설지 않은 세계가 그려지고 그 속에서 우리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한참을 웃다가도 우습지만은 않은,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기도 하고, 예상못한 결말에 당황스러워 하기도 한다. 독특한 시작과 예측 불가능한 결말! 이것이 바로 츠츠이 야스타카만의 매력이 아닐까.

 

<최악의 외계인>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시간을 츠츠이 야스타카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인간의 본성을 거침없이 드러냄으로써 포복절도할 웃음을 전해주는 특별하고 색다른 단편집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 에서 느꼈던 천재 작가만의 상상과 섬세함이 이 짧은 단편들 속에서도 여지없이 그려진다. 츠츠이 야스타카 매니아들은 '츠츠이스트'라고 부른다. 츠츠이 야스타카를 사랑하고 그의 소설을 즐기고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 매혹되는 나는 '츠츠이스트'다.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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