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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이해찬 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5월
평점 :
지난 4월 유난히 차가웠던 겨울의 끝자락에서 [진보의 미래]와 마주했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얼마남기지 않은 시간,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너무나 그리웠나보다. 서민들의 대통령, 민주주의를 꿈꾼 대통령, 깔끔한 정장보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거나 허름한 슈퍼에서 담배 한개피 붙여 물던 모습이 더 어울리던 대통령 노무현. 오늘 이 시간 그가 너무나 그립다. 그리고 다시금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과 마주한다. 노무현을 사랑한 그들에게 인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의 사색과 고민을 듣는다.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8월부터 시작된 '노무현 시민학교'의 강의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다. 노무현을 알고 함께하고 토론하고 고민했던 사람들이 건네는, 과거에 대한 추억이 아닌,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과거 정부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걷고자 했던, 이루고자 했던 정책들을 중심으로 읽는다면 정치색을 배제하고 그와, 그가 고민했던 것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이 노무현 대통령의 꿈과 가치는 물론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하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P. 11 , 머릿말 중에서 -
편협한 시각으로 보자면 이 책은 정치색이 어느정도 짙게 배인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릿말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의 정책을 이해하고 민주주의의 보루가 무엇인지 깨닫고 싶은 이들이라면 그들의 말에 귀를 귀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진보의 미래]를 통해 민주주의를 꿈꾸기 위한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 들여다 보았다면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는 '시민 주권'에 대한 내용을 주로 이야기한다. 혼탁한 이 시대를 뚫고 나갈 시민의 자세는 무엇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진짜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가까이서 그와 걷고 토론하고 함께 꿈꾸고자 했던 사람들을 통해 그를 만난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들인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장관들의 목소리도 있고,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을 말한다. 언론인 정현주 사장에게 비친 노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배우 문성근에게, 시인 도종환의 눈에 그는 무엇을 남겼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고 만들고자 했던 '시민 주권'을 이야기한다.

'민주주의가 뭐 그리 거창한 건 줄 아십니까? 바로 여러분이 민주주의입니다.'
시민의 생각, 그것이 바로 역사가 된다. 오늘 우리의 생각은 역사를 만들어 낼 정도로 깨어있을까? 군사독재시절나 들어 봤을 법한 언론 통제와 외압, 그렇게 꽁꽁 얼어버린 언론, 민간인 사찰, 소통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은 좌절감에 휩싸이고, 열린 광장은 짓밟히고 닫혀버린 현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꿈꾸지만 권력 앞에 주저하고 망설이는 우리들의 모습이 이 책을 통해 보여진다.
개발주의, 시장만능주의, 단기실적주의...에만 매달리는 현 정부의 정책을 이정우 교수는 꼬집는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어땠을까? '우보천리 - 소처럼 뚜벅뚜벅 천리를 간다'는 말로 대변되는 노 대통령의 정책과 의지.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아닌, 소통하고 대화하고 개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노 대통령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유시민 장관은 그에 대한 말로 '사생취의 - 의를 위해서 목숨도 버린다'는 말로 표현한다. 정책적으로 노 대통령은 비판 받을게 없겠는가 만은 소통을 잊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해 준다는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마지막 떠나신 길에서도 그가 지키고자 했던 '義'를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말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과 고민은 현 정부의 그것과 많은 부분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말한 '소수자를 존중해야 진짜 민주주의' 라는 말도 그렇고, 문재인 수석이 말하는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특권과 반칙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 이란 말로 노무현식 법치주의를 말한 부분도 지금 보여지는 우리 현실과의 괴리는 엄청나게 크게 느껴진다.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자유도 억압되고, 언론은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정부가 추진 하는 정책들은 대기업, 일부 언론사, 부자들을 위한 것들 뿐이어서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상실감은 커져만 간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그가 더욱 그리운지도...
'...밀짚모자를 쓰고 오리와 함께 돌아올 때나 자전거 뒤에 풀빛을 태우고 마을을 돌 때, 그의 얼굴에는 갓 캔 감자줄기에 따라온 풋풋하고 건강한 흙냄새가 살아났다...우리는 어디서 다시 그의 편안한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풀밭에 앉아 푸른 세월을 건너다보던 얼굴, 놓쳐버린 우리의 얼굴' - P. 194 , 도종환 시인의 [얼굴] 중에서 -
도종환 시인의 이 시를 통해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함께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다. 권위를 내어 던지고 낮은 곳에서 국민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알았던 대통령, '토론합시다'하며 오늘날 유행어 처럼 되어버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대통령, 주권이 시민들에 있음을 언제나 몸소 보여주고 실천 했던 대통령, 손녀 딸 자전거를 태워주며 그 어느때도 보지못했던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던 우리의 대통령을 기억한다.
우리는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속에서 그의 정치색은 잘 모를지라도, 인간 노무현의 꿈과 가치를 만날 수 있었다. 정책은 몰라도 그의 고민이 무엇이고 우리가 지금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 무엇을 해야하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우리가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를 배운다. 밀짚모자가 어울리던 그,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그가 아직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