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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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쥐고 일어서', '머리에 부는 바람', '열마리 곰', '새 걷어차기' 그리고 '늑대와 춤을'... 조금은 낯설면서 독특했던 이런 이름들이 등장했던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늑대와 춤을]이란 오래전 영화속 인디언 캐릭터와 주인공의 그 이름들이다. 작품속에는 인디언들만의 독특한 삶도 있었고 외부인들의 침입과 이기심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 받는 안타까운 모습들도 그려졌다. 얼마전 '아마존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했는데... 역시 안타까운건 그들 삶의 터전히 훼손되고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와 같은 하늘아래 살지만 조금은 다른 생활 방식과 철학, 예쁜 이름을 가진 체로키족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본다.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살 이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조금 낯선 아메리카 체로키 인디언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이다. 다섯살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가 커다란 하나의 '나무'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스하고 섬세하게 그린다. 아빠와 엄마를 잃고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품에서 성장하는 '작은 나무'가 배우는 삶의 의미, 생활의 지혜가 책속에 가득하게 자리한다. '지난 일을 모르면 앞일도 잘 해낼 수 없다. 자기 종족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는 법'이라며 체로키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시는 할아버지의 말씀들,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 '작은 나무'가 만나는 사람, 일, 생활 모든것이 그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 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두분은 그것을 'Kin'이라고 불렀다.' - P. 121 -

 

보니 비(Bonnie Bee, 예쁜 벌) 란 예쁜 이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의 '이해와 사랑', 그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삶 속에서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그 삶속의 지혜를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을 갈라놓은 이별은 작은 나무를 또 다른 세상속에 던져놓고 새로운 세상을 배워가는 작은 나무의 작은 모험이 시작된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 의도하건 의도치 않건간에 청소년기의 성장은 이런 이별과 만남의 반복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간속에서 배우고 깨닫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작은 나무도 마찬가지로...



자연과 호흡하는 체로키족의 지혜와 철학을 담아낸 이 작품은 '사랑과 이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지만 문명 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은, 놓치고 지나치는 것은 무엇인지 소년 작은 나무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문득 그것들을 발견하게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영한대역'으로 페이지를 펼치면 한쪽에는 영어가 다른 한편에는 한글판으로 쓰여진 이야기를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원작 그대로, 그리고 맛있게 번역된 우리말 번역이 그 재미를 더해준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 P. 192 -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과는 첫만남이다. 오랫만에 책장 깊숙히 자리한 [어린왕자]를 다시 펼쳐든 것처럼 왠지 모를 편안함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어린왕자]를 읽을때마다 느껴지는 감동이 다르듯 이 작품 또한 문명 사회를 바삐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지혜와 철학을 담나낸다. 

 

'문학의 힘은 단순한 언어적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의 정서에 울림을 주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단순한 언어의 힘이 순간적이라면 문학의 힘은 오래 오래 지속되는 정서적인 힘인 것이다.'

 

문학의 힘, 그것은 순간적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가슴속에 남는 메아아리처럼 울림으로 다가온다. 고전을 읽는 것은 오래된 이들과의 대화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를 이 작은 고전을 통해 배운다. 원작의 메세지를 그대로 살려주는 영한대역과 원어민이 낭독한 CD까지 있어 그 감동과 교훈을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간직 해두고 싶은 작품이 있다. 그 이름속에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로 바쁘고 혼란스런 나의 영혼조차 따스하고 편안해 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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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이해찬 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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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유난히 차가웠던 겨울의 끝자락에서 [진보의 미래]와 마주했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얼마남기지 않은 시간,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너무나 그리웠나보다. 서민들의 대통령, 민주주의를 꿈꾼 대통령, 깔끔한 정장보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거나 허름한 슈퍼에서 담배 한개피 붙여 물던 모습이 더 어울리던 대통령 노무현. 오늘 이 시간 그가 너무나 그립다. 그리고 다시금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과 마주한다. 노무현을 사랑한 그들에게 인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의 사색과 고민을 듣는다.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8월부터 시작된 '노무현 시민학교'의 강의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다. 노무현을 알고 함께하고 토론하고 고민했던 사람들이 건네는, 과거에 대한 추억이 아닌,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과거 정부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걷고자 했던, 이루고자 했던 정책들을 중심으로 읽는다면 정치색을 배제하고 그와, 그가 고민했던 것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이 노무현 대통령의 꿈과 가치는 물론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하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P. 11 , 머릿말 중에서 -

 

편협한 시각으로 보자면 이 책은 정치색이 어느정도 짙게 배인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릿말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의 정책을 이해하고 민주주의의 보루가 무엇인지 깨닫고 싶은 이들이라면 그들의 말에 귀를 귀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진보의 미래]를 통해 민주주의를 꿈꾸기 위한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 들여다 보았다면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는 '시민 주권'에 대한 내용을 주로 이야기한다. 혼탁한 이 시대를 뚫고 나갈 시민의 자세는 무엇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진짜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가까이서 그와 걷고 토론하고 함께 꿈꾸고자 했던 사람들을 통해 그를 만난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들인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장관들의 목소리도 있고,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을 말한다. 언론인 정현주 사장에게 비친 노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배우 문성근에게, 시인 도종환의 눈에 그는 무엇을 남겼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고 만들고자 했던 '시민 주권'을 이야기한다.



'민주주의가 뭐 그리 거창한 건 줄 아십니까? 바로 여러분이 민주주의입니다.'

시민의 생각, 그것이 바로 역사가 된다. 오늘 우리의 생각은 역사를 만들어 낼 정도로 깨어있을까? 군사독재시절나 들어 봤을 법한 언론 통제와 외압, 그렇게 꽁꽁 얼어버린 언론, 민간인 사찰, 소통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은 좌절감에 휩싸이고, 열린 광장은 짓밟히고 닫혀버린 현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꿈꾸지만 권력 앞에 주저하고 망설이는 우리들의 모습이 이 책을 통해 보여진다.  

 

개발주의, 시장만능주의, 단기실적주의...에만 매달리는 현 정부의 정책을 이정우 교수는 꼬집는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어땠을까? '우보천리 - 소처럼 뚜벅뚜벅 천리를 간다'는 말로 대변되는 노 대통령의 정책과 의지.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아닌, 소통하고 대화하고 개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노 대통령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유시민 장관은 그에 대한 말로 '사생취의 - 의를 위해서 목숨도 버린다'는 말로 표현한다. 정책적으로 노 대통령은 비판 받을게 없겠는가 만은 소통을 잊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해 준다는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마지막 떠나신 길에서도 그가 지키고자 했던 '義'를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말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과 고민은 현 정부의 그것과 많은 부분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말한 '소수자를 존중해야 진짜 민주주의' 라는 말도 그렇고, 문재인 수석이 말하는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특권과 반칙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 이란 말로 노무현식 법치주의를 말한 부분도 지금 보여지는 우리 현실과의 괴리는 엄청나게 크게 느껴진다.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자유도 억압되고, 언론은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정부가 추진 하는 정책들은 대기업, 일부 언론사, 부자들을 위한 것들 뿐이어서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상실감은 커져만 간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그가 더욱 그리운지도...

 

'...밀짚모자를 쓰고 오리와 함께 돌아올 때나 자전거 뒤에 풀빛을 태우고 마을을 돌 때, 그의 얼굴에는 갓 캔 감자줄기에 따라온 풋풋하고 건강한 흙냄새가 살아났다...우리는 어디서 다시 그의 편안한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풀밭에 앉아 푸른 세월을 건너다보던 얼굴, 놓쳐버린 우리의 얼굴' - P. 194 , 도종환 시인의 [얼굴] 중에서 -

 

도종환 시인의 이 시를 통해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함께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다. 권위를 내어 던지고 낮은 곳에서 국민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알았던 대통령, '토론합시다'하며 오늘날 유행어 처럼 되어버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대통령, 주권이 시민들에 있음을 언제나 몸소 보여주고 실천 했던 대통령, 손녀 딸 자전거를 태워주며 그 어느때도 보지못했던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던 우리의 대통령을 기억한다.

 

우리는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속에서 그의 정치색은 잘 모를지라도, 인간 노무현의 꿈과 가치를 만날 수 있었다. 정책은 몰라도 그의 고민이 무엇이고 우리가 지금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 무엇을 해야하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우리가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를 배운다. 밀짚모자가 어울리던 그,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그가 아직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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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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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맨맨맨... 온 세상의 영웅들은 온통 미국이라는 나라에 몰려 있는듯 하다. 그런 미국식 영웅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구하고, 우주를 지킨다. 하지만 그들 영웅에 우리는 조금씩 식상하기 시작했다. 아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들의 활약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항상 옳은 것이고, 약자를 구하는 영웅의 모습이 우리 현실에선 찾을 수 없고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는 우리 주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 가능한 이 사회에서 진정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웅'은 누구일까? 그 영웅은 어디에 있을까?

 

제프 린제이! 가 아니라, 그가 창조한 색다른 캐릭터 '덱스터 모건'이 그 '영웅'의 조건을 충족한다. <친절한 킬러 덱스터>는 덱스터 시리즈의 네번째 이야기이다. 살인마들을 처단하는 착한 연쇄살인범 덱스터! 악랄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텍스터가 조금은 변화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드디어 결혼이라는 덫?에 갇혀버린 그의 이야기가 네번째 시리즈에서 친절하게 그려진다. 그의 연인이었던 리타와 결혼을 하게 된 덱스터. 그리고 코디와 에스터는 리틀 덱스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서 또 다른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데...

 

결혼은 무자비한 연쇄 살인범이자 착한 킬러에게 덫이 되어버린다. 냉혹하고 치밀했던 그 였지만 결혼 이후 그는 왠지모르게 허둥대고 약간은 서툰 모습을 보인다. 동생 데보라가 다치고 그 살인범을 처단하기 위해 나선 덱스터 또한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결혼, 덫, 함정, 주체할 수 없는 낯설음... 아마도 덱스터는 그의 결혼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 결혼과 가족, 킬러 본능 덱스터가 조금은 친절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낯설은 친절함, 덱스터가 변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친절한 킬러 덱스터>의 재미는 새롭게 시선을 사로잡는 꼬마 킬러들, 코디와 에스터의 활약상이다. 특히 천부적인 살인마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코디는 앞으로 덱스터 시리즈를 이끌어 갈 또 하나의 재밌은 동력이라고까지 말 할 수 있을것 같다. 살인, 연쇄살인...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끌어갈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잔인하다가도 웃음이 나고 사악한 모습속에 유머를 매치시킨 덱스터와 그들의 이야기가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즐거움이 되어준다.

 

'연쇄 살인이 무조건 나쁘기만 할까?'라고 말했다는 저자 제프 린제이. 그리고 그 말의 뜻을 담아내기 위해 그는 덱스터 라는 캐릭터를 창조 했다고 한다. 소시민들을 위한 영웅 이야기를 벗어나 현실에 상처입은 다양한 독자들의 심리를 뼈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친절하고 착한 킬러의 활약에 우리는 진정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어떤 영웅들도 하지 못했던, 현실에 억눌렸던 상실감에서 벗어나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가 바로 친절한 킬러 덱스터인 것이다.

 

예술적 살인마와 천부적 살인마의 대결, 그리고 웃음!

물론 사회적, 상식적, 도덕적인 부분을 놓고 보자면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우리 현실의 비뚤어지고 이중적인 모습을, 형사이면서 더불어 전혀 상반된 킬러 역을 자청한 덱스터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긴장감 넘치면서도 시의적절하게 웃음이 전해지고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덱스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혈흔분석가, 킬러, 그리고 유부남이란 타이틀이 약간은 그의 어깨를 짖누르는듯 해도 말이다.

 

천부적 살인마를 당혹스럽게 만든 '가족' 이라는 테마가 앞으로 덱스터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소재가 될 것 같다. 마지막 이어지는 리타와 덱스터의 대화속에서도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잔혹하게 이어지다가도 특유의 유머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캐릭터와 구성이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지구를 지키고 정의를 이야기하는 영웅은 아니지만 속 시원하고 짜릿한 쾌감을 선물하는 친절한 킬러가 왠지 더욱 끌린다. 아직까지 덱스터의 팬이 되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이번 여름 친절한 그와 이 여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착한 연쇄 살인범, 친절한 킬러 덱스터의 또 다른 살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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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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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치오 슈스케’ ... 그가 돌아왔다!

단 한편의 작품만으로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이름이 있다. 미치오 슈스케!!! 바로 이 이름이다. 2010년 시작을 함께 했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개인적으로 정말 충격적인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추억된다. 초등학교 4학년 미치오와 그의 친구 ’S’죽음과 연결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말로는 쉽게 형용하기 어려운 색다름이 매혹적이었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그 뜨거웠던 여름날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미치오 슈스케, 그리고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에 대한 추억은 이제 <술래의 발소리>를 통해 새롭게 되살아난다.

 

11년 만에 폭우로 죽은 S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의 시체 곁 살인의 증거와 함께 남겨두었던 나의 비밀스런 이야기 [방울벌레], 형무소에서 제작한 의자에 담긴 비밀을 꺼내어 놓는 [짐승], 저금통을 훔쳤다는 남자의 방문 [통에 담긴 글자] 그리고 [겨울의 술래] 등 모두 6편의 단편들이 그렇게 그리워하고 기대했던 미치오 슈스케라는 이름과 뒤엉켜 또 다시 그가 던지는 트릭과 전율케하는 반전의 묘미를 전해준다. 지난 ’여름’의 기억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여름’ 이야기들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다.

 

’멀리서 술래의 발소리가 들린다.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소곤대고 있다. 아니, 아니다. 그럴리 없다.’ - P. 155 , [겨울의 술래] 中에서 -

 

’S’... 그가 되살아나다!!

<술래의 발소리>는 되살아 난 ’S’ 그리고 새로운 ’까마귀’의 이야기이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에서도 등장했던 ’S’의 발자욱 소리가 또 다시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물론, 그때의 ’S’는 지금의 ’S’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각 단편속에 등장하는 ’S’ 또한 동일 인물들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S’와 ’나’로 대변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본원적 악의를 그려낸다. 그가 그는 아니지만 결국 그와 그의 내면을 그려내는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 엿보인다.



<술래의 발소리>를 읽다보면 흡사 슈카와 미나토의 <수은충>이라는 작품이 연상되기도 한다.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찼을 때, 수은충이 꿈틀거린다.’ 고 했던, 인간 내면에 숨죽이고 꿈틀거리는 악의, 슈카와 미나토가 그랬던 것처럼 미치오 슈스케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인간이 가진 본원적 악의를 스릴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본원적 악의를 가진 등장인물들, 그들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까마귀’ 서로 다르지만 서로 같은, 작가가 설치해 놓은 독특한 구성들이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재미를 더욱 색다르게 만든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묘미는 두말 할 나위없이 곳곳에 숨어있는 ’트릭과 반전’을 이야기 할 것이다. 트릭을 통해 독자들을 들끊게 만드는 작가가 던지는 계속적인 도전은 근래 미스터리 추리소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역자 후기를 보다보면 이 작품을 제외하고 국내에 소개된 이 작가의 작품중에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만 하더라도 작가의 독자들에 던지는 도전은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반전의 획을 긋게 만드는 트릭들이 단순히 읽는 것에 머물지 않고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발걸음을 묶어 놓는다.

 

미스터리 추리소설! 무더운 여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에 가장 제격인 장르가 아닐까 싶다. 이제 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발걸음들 가운데 미치오 슈스케의 책 한 권 정도 함께 한다면 더 즐겁고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굉장한? 두께를 자랑했던 [해바라기...] 도 좋고, 조금은 가벼워진 <술래의 발소리>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외눈박이 원숭이]도 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평단을 통해 가장 주목받는 작가, 독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 미치오 슈스케와의 만남이 즐겁다. 공포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색다른 즐거움,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솔직한 언어들, 곳곳에 자리잡은 트릭이 주는 미스터리의 묘미, 그리고 매혹적인 표지까지... 그 어느것 하나 작가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되살아난 ’S’ ... 그리고 또 다시 그의 발걸음이 선사할 특별한 미스터리의 세계가 기다려질것이다. 미치오 슈스케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그 특별함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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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몽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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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아동 성폭행과 관련한 사건들이 매일 톱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불안하고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나는 이 현실속에서, CCTV가 범인을 잡는데 일조했다는 TV 뉴스 앵커의 말에 더욱 화가 나는건 나뿐일까.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고나서 범인을 잡는것이 무엇이 그리 중요할까? 물론 그것은 가족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 미리 이런 유형의 사건을 예방하고 거듭되는 성폭행범들의 재범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물음만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린다. 아동들에 대한 이런 학대와 무차별 폭력은 계속 더해만 가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기만하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말해 봐. 왜 이렇게 나쁜 짓을 하는 거야?!'

더욱이 이런 사건의 피의자들을 살펴보면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이들이 많아 보인다. 성도착증, 다중인격 등 심리적인 요인들과 더불어 어린시절의 상처가 사건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불완전한 사회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또 다른 사건. 과연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일까? 이 작품 <허몽>은 그런 불완전한 사회에 던지는 작가의 다양한 물음을 담아내는 작품이다.

 

흰 눈이 덮인 한적한 공원을 걷던 '사와코'와 그녀의 딸 '루미'. 단란한 이 가정에 갑작스레 찾아든 피 빛 어둠의 그림자. 공원에 있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범인은 다름 아닌 집 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후지사키'였다. 무참하게 살해 된 세살된 딸 아이 루미, 다행히 사와코는 죽음에서 어렵게 생명을 얻게 된다. 그리고 3년여의 시간이 흐른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이혼을 선택한 사와코와 남편 '미카미'. 어느날 미카미는 사와코의 전화를 받게 된다. 가정을 갈갈이 찢어버린 그 '후지사키'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는....

 

'형법 39조,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후지사키는 '통합실조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었다. 통합실조증은 망각을 품게되고 환각을 보는 증상으로 공원에서 사건을 일으키던 그때, 후지사키는 자신을 괴롭히는 검은 안개를 처단하기위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고 한다. 형법 39조에 의해서 후지사키는 벌을 받지 않고 풀려나게 된것이다. 자신의 딸을 무자비하게 죽인 범인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면, 당신이 그 부모라면 어떤 심정일까? 그리고 그 범인이 어떤 처벌도 없이 유유히 일상의 삶에 숨어 들어 있다면....

 



 

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의 문제를 다룬 [천사의 나이프]로 익숙한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이번 작품 <허몽> 역시 그의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사회의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 거침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심신상실자 범죄'의 처벌과 관련한 이번 물음은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그 피해자의 가족의 입장이 되어서 스토리를 따라가고, 범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면서 사건을 읽고 재밌게 추리하는 구성을 띄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와 사회파 추리소설이 주는 메세지를 고루 간직한 야쿠마루 가쿠만의 매력을 여실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무차별 살인은 저지른 후지사키가 사건의 커다란 축을 이룬다면, 그를 둘러싼 무차별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사와코와 미카미가 그를 쫓으며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카바레 클럽에서 일하는 '유키'와 후지사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사와코, 미카미, 후지사키와 유키의 시선을 오가며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좀처럼 쉴 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와 심신상실자에 의한 무차별 살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심리학적, 법적 치밀한 구성은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이야기 구성의 한 축이 되는 '유키'라는 인물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병폐를 여지없이 들추어낸다. 그녀가 던져주는 마지막 반전은 <허몽>의 또 다른 특별함이 된다. 그리고 사와코, 그녀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딸을 잃고 실의에 빠진 한 여인,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식, 그리고 그녀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그녀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가슴이 써늘해진다. 법이 가진 한계와 법체계가 가진 문제점들을 작가는 이 마지막 편지를 통해 '복수'라는 이름으로 써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던지는 마지막 반전!에 독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키에게... 잘 지내니? 밥은 잘 챙겨 먹고?...' P. 258

<허몽>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안타까운 살인사건과 피해자들, 심신상실자 처벌문제,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한 물음과 함께, 따스한 '가족애'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유키의 엄마가 그녀에게 보내온 짧은 한 통의 편지... '밥은 잘 챙겨 먹고?....' 가깝지만 먼나라 일본이지만 이런 동양적 정서, 보편적 정서는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사와코와 미카미에게서 보여지는 부부애 또한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진 따스함을 한껏 느끼게 만든다.

 

"그럼 나는 누구를 미워하면 되는 거지?!" 미카미가 니시다 기자에게 던진 이 질문이 마음속에 여운처럼 오래도록 메아리친다. 아마도 <허몽>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모두가 피해자가 아닐까? 후지사키도, 유키도, 사와코와 미카미도... 모두가 이 사회가 만들어낸 피해가가 아닐까? 트릭과 추리,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불합리한 우리 현실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작가 특유의 매서운 펜끝이 재미와 더해져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따스함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선물해준다. '야쿠마루 가쿠'! 그의 작품중 이제 두 작품 정도를 만났을 뿐인데 이미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 남자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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