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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킬러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맨맨맨... 온 세상의 영웅들은 온통 미국이라는 나라에 몰려 있는듯 하다. 그런 미국식 영웅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구하고, 우주를 지킨다. 하지만 그들 영웅에 우리는 조금씩 식상하기 시작했다. 아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들의 활약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항상 옳은 것이고, 약자를 구하는 영웅의 모습이 우리 현실에선 찾을 수 없고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는 우리 주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 가능한 이 사회에서 진정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웅'은 누구일까? 그 영웅은 어디에 있을까?
제프 린제이! 가 아니라, 그가 창조한 색다른 캐릭터 '덱스터 모건'이 그 '영웅'의 조건을 충족한다. <친절한 킬러 덱스터>는 덱스터 시리즈의 네번째 이야기이다. 살인마들을 처단하는 착한 연쇄살인범 덱스터! 악랄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텍스터가 조금은 변화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드디어 결혼이라는 덫?에 갇혀버린 그의 이야기가 네번째 시리즈에서 친절하게 그려진다. 그의 연인이었던 리타와 결혼을 하게 된 덱스터. 그리고 코디와 에스터는 리틀 덱스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서 또 다른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데...
결혼은 무자비한 연쇄 살인범이자 착한 킬러에게 덫이 되어버린다. 냉혹하고 치밀했던 그 였지만 결혼 이후 그는 왠지모르게 허둥대고 약간은 서툰 모습을 보인다. 동생 데보라가 다치고 그 살인범을 처단하기 위해 나선 덱스터 또한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결혼, 덫, 함정, 주체할 수 없는 낯설음... 아마도 덱스터는 그의 결혼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 결혼과 가족, 킬러 본능 덱스터가 조금은 친절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낯설은 친절함, 덱스터가 변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친절한 킬러 덱스터>의 재미는 새롭게 시선을 사로잡는 꼬마 킬러들, 코디와 에스터의 활약상이다. 특히 천부적인 살인마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코디는 앞으로 덱스터 시리즈를 이끌어 갈 또 하나의 재밌은 동력이라고까지 말 할 수 있을것 같다. 살인, 연쇄살인...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끌어갈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잔인하다가도 웃음이 나고 사악한 모습속에 유머를 매치시킨 덱스터와 그들의 이야기가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즐거움이 되어준다.
'연쇄 살인이 무조건 나쁘기만 할까?'라고 말했다는 저자 제프 린제이. 그리고 그 말의 뜻을 담아내기 위해 그는 덱스터 라는 캐릭터를 창조 했다고 한다. 소시민들을 위한 영웅 이야기를 벗어나 현실에 상처입은 다양한 독자들의 심리를 뼈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친절하고 착한 킬러의 활약에 우리는 진정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어떤 영웅들도 하지 못했던, 현실에 억눌렸던 상실감에서 벗어나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가 바로 친절한 킬러 덱스터인 것이다.
예술적 살인마와 천부적 살인마의 대결, 그리고 웃음!
물론 사회적, 상식적, 도덕적인 부분을 놓고 보자면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우리 현실의 비뚤어지고 이중적인 모습을, 형사이면서 더불어 전혀 상반된 킬러 역을 자청한 덱스터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긴장감 넘치면서도 시의적절하게 웃음이 전해지고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덱스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혈흔분석가, 킬러, 그리고 유부남이란 타이틀이 약간은 그의 어깨를 짖누르는듯 해도 말이다.
천부적 살인마를 당혹스럽게 만든 '가족' 이라는 테마가 앞으로 덱스터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소재가 될 것 같다. 마지막 이어지는 리타와 덱스터의 대화속에서도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잔혹하게 이어지다가도 특유의 유머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캐릭터와 구성이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지구를 지키고 정의를 이야기하는 영웅은 아니지만 속 시원하고 짜릿한 쾌감을 선물하는 친절한 킬러가 왠지 더욱 끌린다. 아직까지 덱스터의 팬이 되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이번 여름 친절한 그와 이 여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착한 연쇄 살인범, 친절한 킬러 덱스터의 또 다른 살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