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주먹 쥐고 일어서', '머리에 부는 바람', '열마리 곰', '새 걷어차기' 그리고 '늑대와 춤을'... 조금은 낯설면서 독특했던 이런 이름들이 등장했던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늑대와 춤을]이란 오래전 영화속 인디언 캐릭터와 주인공의 그 이름들이다. 작품속에는 인디언들만의 독특한 삶도 있었고 외부인들의 침입과 이기심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 받는 안타까운 모습들도 그려졌다. 얼마전 '아마존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했는데... 역시 안타까운건 그들 삶의 터전히 훼손되고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와 같은 하늘아래 살지만 조금은 다른 생활 방식과 철학, 예쁜 이름을 가진 체로키족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본다.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살 이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조금 낯선 아메리카 체로키 인디언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이다. 다섯살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가 커다란 하나의 '나무'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스하고 섬세하게 그린다. 아빠와 엄마를 잃고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품에서 성장하는 '작은 나무'가 배우는 삶의 의미, 생활의 지혜가 책속에 가득하게 자리한다. '지난 일을 모르면 앞일도 잘 해낼 수 없다. 자기 종족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는 법'이라며 체로키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시는 할아버지의 말씀들,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 '작은 나무'가 만나는 사람, 일, 생활 모든것이 그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 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두분은 그것을 'Kin'이라고 불렀다.' - P. 121 -

 

보니 비(Bonnie Bee, 예쁜 벌) 란 예쁜 이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의 '이해와 사랑', 그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삶 속에서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그 삶속의 지혜를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을 갈라놓은 이별은 작은 나무를 또 다른 세상속에 던져놓고 새로운 세상을 배워가는 작은 나무의 작은 모험이 시작된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 의도하건 의도치 않건간에 청소년기의 성장은 이런 이별과 만남의 반복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간속에서 배우고 깨닫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작은 나무도 마찬가지로...



자연과 호흡하는 체로키족의 지혜와 철학을 담아낸 이 작품은 '사랑과 이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지만 문명 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은, 놓치고 지나치는 것은 무엇인지 소년 작은 나무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문득 그것들을 발견하게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영한대역'으로 페이지를 펼치면 한쪽에는 영어가 다른 한편에는 한글판으로 쓰여진 이야기를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원작 그대로, 그리고 맛있게 번역된 우리말 번역이 그 재미를 더해준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 P. 192 -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과는 첫만남이다. 오랫만에 책장 깊숙히 자리한 [어린왕자]를 다시 펼쳐든 것처럼 왠지 모를 편안함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어린왕자]를 읽을때마다 느껴지는 감동이 다르듯 이 작품 또한 문명 사회를 바삐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지혜와 철학을 담나낸다. 

 

'문학의 힘은 단순한 언어적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의 정서에 울림을 주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단순한 언어의 힘이 순간적이라면 문학의 힘은 오래 오래 지속되는 정서적인 힘인 것이다.'

 

문학의 힘, 그것은 순간적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가슴속에 남는 메아아리처럼 울림으로 다가온다. 고전을 읽는 것은 오래된 이들과의 대화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를 이 작은 고전을 통해 배운다. 원작의 메세지를 그대로 살려주는 영한대역과 원어민이 낭독한 CD까지 있어 그 감동과 교훈을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간직 해두고 싶은 작품이 있다. 그 이름속에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로 바쁘고 혼란스런 나의 영혼조차 따스하고 편안해 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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