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아이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원작, 아키사카 아사히 지음, 박재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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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아이의 환상 가득한 모험이 시작된다. 신카이 마코토의 <별을 쫓는 아이>는 벌써 7년여전 이미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과 인사를 했던 작품이다. 아쉽게도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기회에 그의 작품을 활자와 종이를 통해서 먼저 만나게 되었다. 다만 이 작품은 아키사키 아사히라는 작가에 의해 소설로 새롭게 태어난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를 글로 다시금 표현한 작품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쨋든 이런 저런 사정과 상황을 짐작, 이해 하고 만나는 <별을 쫓는 아이>는 어찌되었건 꽤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등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어버린 신카이 마코토! 그의 작품속에는 몇가지 특별함이 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빛을 담아내는 작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상파 화가이면서 빛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화풍에 담아냈던 모네처럼,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속에는 그만이 담아내는 특유의 빛의 활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이런 빛은 디테일하고 감성적인 배경 묘사에서, 또 인물이 담아내는 서정성의 묘사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신카이 마코토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그가 담아내는 서정성과 함께 그의 주된 소재와 주인공들의 연령대라고 말할 수도 있을것 같다. 이 작품 <별을 쫓는 아이>에서도 그렇듯 주인공 아스나는 초등학교 6학년의 앳된 사춘기를 걸어가고 있다. 이전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렇듯 신카이 마코토 그가 담아내는 주인공들과 소재는 사춘기를 걷고 있는 아이들의 풋풋함과도 맞다아 있다.

 

 

조금은 외로워 보이는 소녀 와타세 아스나! 소녀가 매일 찾는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오부치 고원에서 오늘도 아스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못생기고(?) 무지막지한 괴물이 나타나 아스나가 위험에 처하는 순간, 한 소년이 나타나 아스나를 구해주게 된다. 소년의 이름은 슌! 만화 주인공처럼 잘 생긴 외모에 초딩 소녀는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아빠의 유품 크라비스를 보여주게 된다. 슌과 아스나는 조금씩 사랑의 싹을 틔워가는데, 아가르타에서 왔다는 슌은 여러가지 많은 물음표와 작은 입맞춤을 아스나에게 남긴채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된다.

 

죽은 아내를 되살리고자 하는 교사 모리사카, 죽은 슌을 꼭 빼어 닮은 동생 '신' 그리고 슌을 잊지 못하는 소녀 아스나! 이들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아가르타! 서로 다른 이유를 품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떠난 아르가타르 향한 여행! 우리의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가 환상적으로 그려진다. 그리 길지 않은 200페이지 조금 넘는 그 속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환상 가득한 모험이 역시 '신카이 마코토'! 라는 감탄을 자아낼만큼 흥미진진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죽음 그리고 별! <별을 쫓는 아이>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은 어쩌면 가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게 당연할 것이다. 죽음에 인사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이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가 아마도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환상과 모험, 판타지로 그려내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자연현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그리는 작품이랄까?

 

표지속에 보이는 소년, 소녀의 모습이 역시 환상적이다. 활자로 된 소설의 매력은 아마도 그것이 판타지를 담아낸 작품이라면 어디까지라 단정할 수 없을 만큼, 가능하면 가능한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다는 바로 그것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소년, 소녀의 모습을 기역하면서 그들의 걸어가는 발걸음과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낼수 있다. 다만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여진 신카이 마코토의 그 이야기를 책을 내려놓은 후 빠른 시일내에 만나보려 한다.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속에 담아내는 삶이 녹아 있는 철학! 그래서 가벼운듯 하면서 무게가 느껴지는 깊이가 느껴진다.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살아줬으면 좋겠어!' 오래도록 여운처럼 남아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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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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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온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단순히 무더위라는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100여년 만에 유례없는 폭염이 단 한 줄기의 빗소리도 허락치 않은채 벌써 한달여가 가까운 시간을 집어 삼키고 있다. 나무도, 동물도, 풀도, 꽃도 그리고 사람도 말라버렸다. 휴가철이지만 이런 불볕 더위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곳들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진기한 현상 역시 벌어진다. 우리 엄마는 이런 무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에 돌아가셨다. 새벽녁에 일어나셨다가 갑자기 쓰러져 열흘도 지나기 전에 이 세상과 안녕을 고하셨다. 벌써 꽤 오래전 일인데도, 아직까지 그 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고 사람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신파니 뭐니 해도 어머니의 사랑을 부정할 수 없는, 뭔가에 끌리는듯한 스토리에 그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린 것이리라. '엄마'라는 그 단어 하나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 사랑과 눈물, 후회와 안타까움이 그 단어가 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싶다. 가슴 먹먹한 그 단어가 우리 곁에 다가온다. 마쓰우라 신야의 <엄마, 미안해>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다가온 엄마의 치매 통보를 접한 아들의 경험담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본과 더불어 이미 고도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 역시 이 작품을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 가는 나라, 일본과 한국! 그리고 그 속에서 외롭게 걸어가고 계신 우리의 엄마, 아빠! 우리 앞에 놓이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을지, 잠시 어깨 너머로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들어보고자 한다.



나의 가장 친하고 가까운 친구의 어머니도 지금 치매에 걸려셨다.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 결혼하고 아이들과 도시에 사는 친구! 세명의 아들이 있지만 누구 하나 쉽게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상황이 안되고, 친구가 일주일에 세네번씩 시골을 찾아 어머니를 돌봐드린다. 아직은 그래도 치매 초기라 다행이지만, 친구의 말을 듣자하니 하루하루 상태가 심각해지신다고 한다. 얼마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친구얼굴도 몰라보실거고, 또 예상치못한 난관들이 친구 앞에 많이 놓여질게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에서도 '치매 국가 책임제' 를 지난해부터 실시해오고 여러가지로 변화와 제도 개혁을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어쩌면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위 주변에서 들리는 말로는 일반 요양원이 한달에 백만원 안팎의 금액이 들고, 요양 병원의 경우는 몇백만원이 소요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와중에 정말 병든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경우, 그 부담을 지우는일이 쉽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몇년전에 세상을 떠나신 또 다른 친구의 아버지의 모습도 떠오른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치매로 고생하셨지만 가까운 친구였던 나의 모습도 알아보시고 손을 꼭 잡아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는 가끔 힘겨워 술한잔하는 기회가 찾아오면 그때 했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아버지를 어떤때는 때리기도 했다고, 울면서 참회하듯 말하는 친구의 모습에 나 역시도 눈물로 함께 했었다. 단순히 말로만 듣고는 알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 가족들의 안타까운 시간들을 이제 정부 차원에서 많은 부분 도와줄 수 있었으면 진정 바랄바가 없을 것 같다.


막막한 하루하루! 작가가 써내려가는 가슴 먹먹한 치매에 걸린 엄마와의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가 없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그리고 그 누구에게 한번쯤을 다가올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치매, 이 문제는 '단순히 사회를 분리시켜 환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부로 그들을 끌어안는 태도가 중요하다'라고 말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일은, 적극적인 치료와 도움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곁에서 들어주고 답답함을 덜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그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 자신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것 같다. 이제 내 주변을 잠시 돌아보자!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해서 가볍게 등을 토닥여주는 여유를 갖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에서 나 또한 위안을 느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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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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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冤罪), '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를 말하는 이 말은 사실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라면 보통 원죄(原罪)라는 말로 이야기된다.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죄를 말하는, 종교적인 의미를 조금은 담고 있는 이런 의미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물론 일본 미스터리 작품들을 즐겨 만나는 독자들이라면 원죄(冤罪)라는 이 말이 또 그리 생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찌됐건 나카야마 시치리가 이번 작품에서 꺼내어 놓은 카드는 바로 이 '원죄(冤罪)'에 있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부동산 업자 부부 살해 사건이 벌어진다. 신참 형사 와타세는 베테랑 선배 나루미 형사와 함께 현장에 출동하게 된다. 칼에 찔려 죽음을 맞이한 이 사건에서 그들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용의자를 한 사람 찾게 되고 용의자의 집에서 피 묻은 점퍼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고, 결국 용의자는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져 사형을 구형 받게 된다. 무죄를 주장하던 피의자는 항소하게 되지만, 결국 항소심에서도 기존의 증거와 자백을 근거로 원심과 같이 사형 판결이 나게된다. 결국 피의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감옥에서 자살을 하고만다.


그리고 5년이란 시간이 흐는다. 이제는 경부로 승진하고 베테랑 형사가 되어버린 와타세가 엄청난 진실앞에 놓여지게 된다. 우연히 잡은 강도살인 용의자를 심문하던 중, 5년전 일단락 되었다고 믿었던 부동산 업자 부부 살해 사건의 진범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당시 신참 형사였던 와타세는 경찰의 폭력적 심문, 증거조작, 강압적인 수사 그리고 사법부의 정의롭지 못한 판결! 이런 것들 앞에 서있었던, 아니 놓여있었던 한낱 작은 존재엿을 뿐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와타세 경부는 잘못된 과거와 현재 진행형인 사법부와 경찰의 민낯 앞에서 진정 소중한 가치를 진심을 다해 꺼내어 들게된다.


<테미스의 검>은 언제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언제나 여러가지 색깔을 그려내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가 꺼내놓는 사법부와 경찰에 대한 날카로운 칼날이다. 원죄(冤罪)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듯이 억울한 죄에 대해, 과거 와타세 경부 자신과도 관련이 있는 - 물론 과거에는 그런 잘못된 관행을 알지못하는 신참이었지만 - 사건에 대해서 숨기지 않고 자신이 속해 있는 공권력과의 과감한 전쟁, 쉽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다.





벌써 나카야마 시치리와 참 많은 작품들을 함께 해왔다. 지난달 '작가 형사 부스지마'와 함께 했었고, 두 달 전에는 '추억의 야상곡'을 통해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와 만나기도 했다. '세이렌의 참회'에서는 언론의 잘못된 관행들을 꼬집기도 했고, 이 작품 <테미스의 검>과도 연관이 있는 '속죄의 소나타'와의 만남 속에서 '속죄'와 '원죄'에 대해서 깊이 있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었다. 또 이 작품을 통해서 와타세 경부와의 만남을 갖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그 전에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도 그를 이미 만났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작품이 더욱 익숙하기도 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마주하는 것 같기도 하다. ^^


"그토록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신다면 형사님이 직접 그 희망이 돼 보시는 건 어떨까요? 두 번 다시 원죄를 만들지 않겠다. 두 번 다시 틀리지 않겠다. 자신이 그런 경찰관이 되고, 또 그런 경찰관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상자를 열어 버린 자가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 P. 270 -  


이 작품은 원죄, 그리고 속죄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또 거대한 공권력의 폭력을 이야기한다. 그에 맞서는 한낱 작은 인간의 목소리를 말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와타세 경부의 이런 진실한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진실에 다가가는 일은 정말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책속에서 다뤄지는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비슷한 원죄에 관한 사건, 몇십년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조차도 몇몇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것 같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아직도 무고함을 외치고, 공권력과 다투는 우리의 현실속에서 이 작품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우리도 아직까지 촛불을 켜고 있다. 권력을 쥔 이들이 올바르지 않았기에 우리가 겪어야 했던 커다란 상실과 아픔을 지금까지 겪고 있다. 정의가 사라진 권력 앞에서 한낱 작은 촛불이었던 우리가 그 거대한 공권력의 폭력 앞에 '혁명'을 이룩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그 폭력적 권력의 하수인들의 모습에 실망감, 허탈감을 감출수 없는 현실 역시 지금 이 시대 우리의 모습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나카야마 시치리를 통해 어쩌면 조금은 익숙한 소재속에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는 현실인식의 기회를 얻게 된것 같기도하다.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작가, 그리고 진정한 이야기꾼의 모습과 다양한 스펙트럼속에 독자들을 가두어 버리는 화려한 스토리 텔링 마법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창조하는 능력자! 거듭 거듭 그와의 만남이 이어질수록 놀라움은 커져만 간다. '안녕 드뷔시!'를 뛰어넘는 대단한 작품들을 거듭 창조하는 작가! '새로움은 바로 이런 것이야!' 하며 익숙함속에 신선함을 담아내는 특별함의 소유자! 나카야마 시치리! 앞으로도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와의 만남을 담은 '은수의 레퀴엠'으로, '네메시스의 사자'속에서 만나는 와타세 경부의 또 다른 모습으로 그와의 즐거운 만남이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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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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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OO선생님은 고양이를 다섯마리 키우고, 강아지도 네 마리...." 하면서 딸아이가 떠들어댄다. 결국은 우리도 고양이를 키우자는 말이다. 집 안에서는 아니지만, 커다란 개 네마리에 얼마전 새끼들이 태어나 다섯마리가 추가된 우리 집의 사정상 고양이는 정말 아니될 말이 아닌가? 단호한 아빠의 'No!'에 살짝 시무룩해진 딸아이는 한창 예쁜, 젓을 막 뗄때가 된 강아지들과 강아지 엄마라도 된듯 아쉬움을 달랜다. 예쁘긴 하다. 하지만 언제나 이별이 마음이 아파 아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얼마전에도 그랬듯 아이들과 헤어질때 울고불고, 그 난리를 겪어본 아빠로서도 어쩔 수가 없기때문이다. ㅠ.ㅠ


기나긴 시간 동안의 빗소리를 뚫고 오랫만에 살짝 고개를 드리운 햇살이 너무 반갑기만한 날씨다. 깨끗, 상큼, 달콤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모를 기분 좋음이 아침부터 설렘처럼 다가온다. <고양이는 안는 것>이라는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의 기분이 또 이런 상쾌함과 다아 있어 너무 즐겁다. 제목만 볼 때는 고양이와 연관된 그런 저런 평범한 작품이겠거니 했었다. 근데 아니다. 뭐랄까? 깊이가 느껴지고 감동과 행복이란 느낌이 마구마구 샘솟는, 왠지 모를 기분 좋은 느낌이 온 몸을 감싸는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친다.


아오메 강, 네코스테 다리, 그리고 고양이들의 밤샘 집회!


아오메 강에 혼자 떠내려온 고양이 요시오, 네코스테 다리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가까스로 구조된 요시오는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여자 사오리를 만나러 가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말하는... 그렇게 요시오와 네코스테 다리의 고양이들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요시오, 그리고 불편했던 어린시절을 거치면서 고양이 요시오를 만나고 요시오라는 이름을 가진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마흔살의 뚱뚱한 여자 계산원 사오리의 이야기도 관점을 달리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헤어짐까지...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안는 것이라고 화가가 그랬어." 


색각이상으로 고양이와 같은 세계를 보고 있다고 말하는 화가 고흐와 못생긴 삼색고양이 키이로의 인연이 다음 이야기를 이끈다. 시장에서 다른 형제들이 모두 팔려나가고 자신만 남았던 못생긴 키이로를 기꺼이 사랑해 주었던 고흐! 고흐는 키이로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셈이 많았던 고흐의 조카 호노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고, 키이로 역시 결국 네코스테 다리에 다다르게 된다. 네코스테 다리에는 키이로의 언니인 피카도 있었고 회색 고양이 쿠로도, 모두들 그분이라 부르는 흰색 고양이도, 그리고 아오메 강의 정령이 아닐까 싶은 길 고양이들을 돌보는 할머니와 아주머니 아저씨가 함께 했다.



모두 다섯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 이 작품은 고양이와 인간이 가진 서로의 사연과 인연을 이야기한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여자,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다 희망을 찾았지만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한 화가, 길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이들... 또 그들의 반대편에는 고양이들이 있다.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했던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주인을 잃은 고양이, 가족을 교통사고 잃어버린 아기 고양이, 그리고 몇 번의 환생, 그 기억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네코스테 다리의 신비한 고양이 '그 분' 처럼... 이별을 가슴에 안은 다양한 고양이들의 삶 또한 그들의 시선속에서 그려진다.


인간과 고양이, 두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작품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안타까움과 흐뭇한 미소, 또 애틋한 그리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되살아나게 만든다. '고양이는 안는 것'이라고 말했던 고흐나 자신의 불행한 처지 속에서도 요시오를 잘 돌보려 했던 사오리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가슴을 따스하게 하고, 어쩔 수 없는 이별과 또 다른 만남이 작은 행복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인간의 잘못된 마음속에 상처받는 어린 생명들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럼에도 인간을 미워하기 보다 자유, 행복, 그리고 겸허함을 말하는 '센'이라 불렸던 흰색고양이의 말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이, 키이로. 너는 다시 돌아온 몸이잖아. 집고양이도 해봤고 길고양이도 해봤으니까 어느 쪽이 더 행복한지 허심탄회하게 말 좀 해봐."

 "그건 뭐, 운명이니까." ... "정답은 없어."                     - P. 172 -  


<고양이는 안는 것>은 다양한 시점에서 인간을, 그리고 고양이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인간을 사랑한 고양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을,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벅차고 사랑에 아파하는 인간들이 느끼는 고양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혹은 철학자로 불리는 백로의 눈으로 보여지는 세계도 담겨진다는 사실이 독특하다.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 인간이라 자신을 믿는 고양이와 인간 사이의 인연, 사랑은 그 끝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그 의미를 더욱 크게 부각시킨다. 행복이 무엇인가? 그것이 고양이에게 인지, 아니면 인간의 그것인지 모르겠지만... 책은 그 행복과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집중하는 듯하다.


행복에 어떤 정답은 없다는 키이로의 말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닐까? 이름이 없는 아기 고양이가 센을 찾아와 이름이 있을때, 없을때 어느쪽이 좋느냐라는 질문을 내놓을때 센이 했던 대답도 이와 비슷하다. 구속 그리고 자유! 그 속에서 고민하고 갈망하는 것은 고양이 뿐만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일테니까. 그리고 센의 마지막 말 역시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살면 살수록 자신이 미약하다는 걸 느끼고, 알면 알수록 겸허해진다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말 중 하나일테니까 말이다. 단순히 고양이와의 교감 정도가 느껴지는 책일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동과 재미, 깊이 있는 철학까지 담고 있는 보석같은 작품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 아니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선뜻 내밀고 싶어진다. 이게 바로 <고양이는 안는 것>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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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안경 1 - 의학생과, 왕의 죽음의 수수께끼, S큐브
후시노 미치루 지음, 미나미노 마시로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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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골(Goal)을 원하던 국민들의 염원으로 가득했던 월드컵의 열기가 조금은 사그라드는 7월이다. 여름의 시작을 기나긴 장맛비와 느릿느릿 태풍의 전진으로 실감하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열기를 식혀줄 굵직하고 시원한 장맛비는 언제부턴가 갑작스런 폭우처럼 조마조마하게 우리 대지를 집어삼킬듯 쏟아붓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런 우중충한 날에는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책과의 만남도 참 좋으리라는 생각에 가깝게 놓인 책 한 권을 집어든다.
 

사이죠 아스마, 의대생, 23세, 여름방학을 맞이해 의대생으로써 꼭 가보고 싶은 마키스 섬을 찾아 '구 원시본 저택 법의학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 마키스 섬은 엄마의 고향이기도 하다. 일본인인 의사 아버지가 이 섬을 방문했다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버린, 결혼 후 한번도 고향 땅을 밟지 않았다는 엄마의 고향! 마키스 섬에 대해서 시간날때마다 이야기하시던 엄마 때문에 아스마에게 마키스섬은 그리움 가득한 신비한 장소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스마가 이 섬을 찾은 이유는 엄마의 고향이란 점보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법의학이가 때문이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법의학 박물관이 이 섬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프레드 워시본이라는 위대한 검사관인 그의 공적을 기려 자료를 모아 박물관이 세워진것이다. 이 박물관에서 아스마는 '검사관의 소양' 이라는 윌프레드 워시본이 지은 법의학자의 기본 자세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갑작스럽게 정전이 일어나고 책 속에서 '이 책을 만져라'라는 글자가 떠오르게 된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책의 페이지를 만지게 된 아스마! 그렇게 꿈을 꾼듯 엄청난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고, 전혀 낯선 장소, 중세의 유럽과 같은 곳으로 내려 앉은 아스마! 그리고 그 순간 벽 바로 건너편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그곳으로 뛰어 들어간 아스마!


<시간을 달리는 안경 1>은 그 제목에서도 언뜻 느껴지듯 타임슬림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사이죠 아스마가 낯선 엄마의 고향 마키스 섬의 법의학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타임슬립이 그 시작을 알린다. 사실 이 제목에서 비슷한 작품이 하나쯤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작품 말이다. 물론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타임슬립(Time Slip) 보다는 타임리프(Time Leap)가 주된 소재이다 보니 약간의 차이는 있어보인다. 타임리프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과거나 미래의 일정 시간으로 의도치 않게 미끌려들어가는 타임슬립과는 약간의 차이를 갖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타임슬립, 타임리프와 더불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관계가 있는 다른 몇가지 현상들에 대해서도 잠깐 살펴보자. 먼저 타임워프(Time Warp)는 과거나 미래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만났던 영화 '동감'이나 '시월애' 같은 작품들이 바로 대표적인 타임워프를 담아낸 작품이다. 타임루프(Time Loop)는 어떤 특정 시간대나 기간의 무한 반복을 말한다. 영화 '이프온리'의 안타까운 사랑이 바로 대표적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재들은 언제나 많은 독자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사내의 죽음, 그 곁에 있던 소녀를 도와준 아스마, 하지만 본인은 살인현장에 있던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에서 이 나라의 황태자 로데릭을 만나게 되고, 그가 그의 아버지, 왕을 죽인 범인으로 감옥에 투옥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로데릭의 보좌관인 크리스토퍼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나 궁으로 향한 아스마는 거기에서 로데릭의 막내동생 공주왕자(?) 빅토리아에게 로데릭의 누명을 벗겨줄것을 요청받는다. 법의학을 사랑하는 젊은 의대생이 갑작스럽게 과거로 휩쓸려 살인사건의 누명을 벗겨야하는 운명과 마주하게 되는 타임슬립 의학 미스터리!


타임슬립이라는 꽤 관심가는 소재에 만화에서 튀어나온듯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간을 달리는 안경> 이라는 제목은 근시로 눈이 꽤나 나빠 안경을 쓴 아스마가 타임슬립으로 시간속을 여행하는 컨셉에서 가져온 제목인것 같다. 얼마전에 만났던 '폐선상의 아리스' 역시 이 작품을 만들어낸 소미미디어 S 큐브 시리즈의 한 작품이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조금은 가볍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보통 Light Novel 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 범주에서 그리 거창하지는 않으면서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을 전해주는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아직은... 얼마간 더 이 마키스 섬에 남기로 한 아스마! 사이죠 아스마가 현대 법의학으로 과거의 시간에서 또 어떤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끕끕하고 무더운 계절, 조금은 가볍고 시원하게 라이트 노벨 하나 손에 들고 이 여름을 지내보는건 어떨까? 무겁지 않고 가볍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작품, <시간을 달리는 안경1>! 일상의 무게를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타임슬립이라는 상상의 시간을 선물해주는 특별한 재미가 더해진다. 만약, 나에게 타임슬립의 기회가 온다면... 어디로 떠나고 싶은가? 이런 기묘한 상상과 함께 더욱 흥미진진해질 두번째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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