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온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단순히 무더위라는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100여년 만에 유례없는 폭염이 단 한 줄기의 빗소리도
허락치 않은채 벌써 한달여가 가까운 시간을 집어 삼키고 있다. 나무도, 동물도, 풀도, 꽃도 그리고 사람도 말라버렸다. 휴가철이지만 이런 불볕
더위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곳들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진기한 현상 역시 벌어진다. 우리 엄마는 이런 무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에
돌아가셨다. 새벽녁에 일어나셨다가 갑자기 쓰러져 열흘도 지나기 전에 이 세상과 안녕을 고하셨다. 벌써 꽤 오래전 일인데도, 아직까지 그 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고 사람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신파니 뭐니 해도 어머니의 사랑을 부정할 수 없는, 뭔가에 끌리는듯한
스토리에 그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린 것이리라. '엄마'라는 그 단어 하나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 사랑과 눈물, 후회와 안타까움이
그 단어가 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싶다. 가슴 먹먹한 그 단어가 우리 곁에 다가온다. 마쓰우라 신야의 <엄마,
미안해>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다가온 엄마의 치매 통보를 접한 아들의 경험담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본과 더불어 이미 고도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 역시 이 작품을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 가는 나라, 일본과 한국! 그리고 그 속에서 외롭게 걸어가고 계신 우리의 엄마, 아빠! 우리 앞에 놓이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을지, 잠시 어깨 너머로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들어보고자 한다.
나의 가장 친하고 가까운 친구의 어머니도 지금 치매에 걸려셨다.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 결혼하고 아이들과 도시에 사는 친구!
세명의 아들이 있지만 누구 하나 쉽게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상황이 안되고, 친구가 일주일에 세네번씩 시골을 찾아 어머니를 돌봐드린다. 아직은
그래도 치매 초기라 다행이지만, 친구의 말을 듣자하니 하루하루 상태가 심각해지신다고 한다. 얼마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친구얼굴도 몰라보실거고, 또
예상치못한 난관들이 친구 앞에 많이 놓여질게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에서도 '치매 국가 책임제' 를 지난해부터 실시해오고 여러가지로 변화와 제도 개혁을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어쩌면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위 주변에서 들리는 말로는 일반 요양원이
한달에 백만원 안팎의 금액이 들고, 요양 병원의 경우는 몇백만원이 소요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와중에 정말 병든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경우, 그
부담을 지우는일이 쉽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몇년전에 세상을 떠나신 또 다른 친구의 아버지의 모습도 떠오른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치매로 고생하셨지만 가까운 친구였던 나의 모습도
알아보시고 손을 꼭 잡아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는 가끔 힘겨워 술한잔하는 기회가 찾아오면 그때 했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아버지를 어떤때는 때리기도 했다고, 울면서 참회하듯 말하는 친구의 모습에 나 역시도 눈물로 함께 했었다. 단순히 말로만 듣고는 알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 가족들의 안타까운 시간들을 이제 정부 차원에서 많은 부분 도와줄 수 있었으면 진정 바랄바가 없을 것 같다.
막막한 하루하루! 작가가 써내려가는 가슴 먹먹한 치매에 걸린 엄마와의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가 없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그리고 그 누구에게 한번쯤을 다가올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치매, 이 문제는 '단순히 사회를 분리시켜 환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부로 그들을 끌어안는
태도가 중요하다'라고 말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일은, 적극적인 치료와 도움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곁에서
들어주고 답답함을 덜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그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 자신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것 같다.
이제 내 주변을 잠시 돌아보자!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해서 가볍게 등을 토닥여주는 여유를 갖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에서 나 또한 위안을
느낄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