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골(Goal)을 원하던 국민들의 염원으로 가득했던 월드컵의 열기가 조금은 사그라드는
7월이다. 여름의 시작을 기나긴 장맛비와 느릿느릿 태풍의 전진으로 실감하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열기를 식혀줄 굵직하고 시원한 장맛비는
언제부턴가 갑작스런 폭우처럼 조마조마하게 우리 대지를 집어삼킬듯 쏟아붓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런 우중충한 날에는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책과의 만남도 참 좋으리라는 생각에 가깝게 놓인 책 한 권을 집어든다.
사이죠 아스마, 의대생, 23세, 여름방학을 맞이해 의대생으로써 꼭 가보고 싶은 마키스 섬을 찾아 '구 원시본 저택 법의학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 마키스 섬은 엄마의 고향이기도 하다. 일본인인 의사 아버지가 이 섬을 방문했다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버린, 결혼 후
한번도 고향 땅을 밟지 않았다는 엄마의 고향! 마키스 섬에 대해서 시간날때마다 이야기하시던 엄마 때문에 아스마에게 마키스섬은 그리움 가득한
신비한 장소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스마가 이 섬을 찾은 이유는 엄마의 고향이란 점보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법의학이가 때문이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법의학 박물관이 이 섬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프레드 워시본이라는 위대한 검사관인 그의 공적을 기려
자료를 모아 박물관이 세워진것이다. 이 박물관에서 아스마는 '검사관의 소양' 이라는 윌프레드 워시본이 지은 법의학자의 기본 자세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갑작스럽게 정전이 일어나고 책 속에서 '이 책을 만져라'라는 글자가 떠오르게 된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책의
페이지를 만지게 된 아스마! 그렇게 꿈을 꾼듯 엄청난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고, 전혀 낯선 장소, 중세의 유럽과 같은 곳으로 내려 앉은 아스마!
그리고 그 순간 벽 바로 건너편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그곳으로 뛰어 들어간 아스마!
<시간을 달리는 안경 1>은 그 제목에서도 언뜻 느껴지듯 타임슬림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사이죠 아스마가 낯선 엄마의
고향 마키스 섬의 법의학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타임슬립이 그 시작을 알린다. 사실 이 제목에서 비슷한 작품이 하나쯤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작품 말이다. 물론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타임슬립(Time Slip)
보다는 타임리프(Time Leap)가 주된 소재이다 보니 약간의 차이는 있어보인다. 타임리프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과거나
미래의 일정 시간으로 의도치 않게 미끌려들어가는 타임슬립과는 약간의 차이를 갖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타임슬립, 타임리프와 더불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관계가 있는 다른 몇가지 현상들에 대해서도 잠깐 살펴보자. 먼저
타임워프(Time Warp)는 과거나 미래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만났던 영화 '동감'이나 '시월애' 같은 작품들이 바로
대표적인 타임워프를 담아낸 작품이다. 타임루프(Time Loop)는 어떤 특정 시간대나 기간의 무한 반복을 말한다. 영화 '이프온리'의 안타까운
사랑이 바로 대표적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재들은 언제나 많은 독자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사내의 죽음, 그 곁에 있던 소녀를 도와준 아스마, 하지만 본인은 살인현장에 있던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에서 이 나라의
황태자 로데릭을 만나게 되고, 그가 그의 아버지, 왕을 죽인 범인으로 감옥에 투옥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로데릭의 보좌관인 크리스토퍼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나 궁으로 향한 아스마는 거기에서 로데릭의 막내동생 공주왕자(?) 빅토리아에게 로데릭의 누명을 벗겨줄것을 요청받는다.
법의학을 사랑하는 젊은 의대생이 갑작스럽게 과거로 휩쓸려 살인사건의 누명을 벗겨야하는 운명과 마주하게 되는 타임슬립 의학 미스터리!
타임슬립이라는 꽤 관심가는 소재에 만화에서 튀어나온듯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간을 달리는 안경>
이라는 제목은 근시로 눈이 꽤나 나빠 안경을 쓴 아스마가 타임슬립으로 시간속을 여행하는 컨셉에서 가져온 제목인것 같다. 얼마전에 만났던
'폐선상의 아리스' 역시 이 작품을 만들어낸 소미미디어 S 큐브 시리즈의 한 작품이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조금은 가볍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보통 Light Novel 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 범주에서 그리 거창하지는 않으면서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을 전해주는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아직은... 얼마간 더 이 마키스 섬에 남기로 한 아스마! 사이죠 아스마가 현대 법의학으로 과거의 시간에서 또 어떤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끕끕하고 무더운 계절, 조금은 가볍고 시원하게 라이트 노벨 하나 손에 들고 이 여름을 지내보는건 어떨까?
무겁지 않고 가볍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작품, <시간을 달리는 안경1>! 일상의 무게를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타임슬립이라는 상상의 시간을 선물해주는 특별한 재미가 더해진다. 만약, 나에게 타임슬립의 기회가 온다면... 어디로 떠나고 싶은가? 이런
기묘한 상상과 함께 더욱 흥미진진해질 두번째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