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매드 픽션 클럽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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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김없이 뒤통수를 어루만지면서도 만날 수 밖에 없는 작가가 있다. 미치오 슈스케! 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많은 시간 그와의 만남을 갖은건 아니지만 단 두편, [술래의 발소리]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이 두 작품으로 내 뇌리속에는 '뒤통수를 조심해야 할 작가' 목록에 당당히 첫번째로 그 이름을 올려 놓은 주인공. 심상치 않은 제목을 들고 찾아온 그를 어쨌거나 반갑게 맞이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뒤통수를 조심스레 감싸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지라도 말이다.

 

소에키다 렌과 여동생 가에데, 그리고 형 다쓰야와 동생 게이스케 가족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속에는 주로 '가족'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각각 남매와 형제 가족이 등장한다. 평범하지 않은 두 가족 이야기가 미치오 슈스케의 손끝에서 마치 용이 춤을 추듯 넘실댄다. 렌과 가에데는 의붓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7개월전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 그 사고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렌, 중학교에 다니는 여동생 가에데. 한편 다쓰야와 케이스케 역시 평범한 가정과는 동떨어진 결손 가정이다. 중학교 2학년인 다쓰야와 초등학생 게이스케, 하지만 2년전 그 평범하던 형제의 가정은 엄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 이어진 아버지의 죽음으로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지금은 새엄마 사토에와 함께 지내는 두 형제.

 

다쓰야는 사토에를 '그 사람'이라고 부른다. 사토에가 엄마를 죽게 만들었다는 원망과 증오를 퍼부으며, 틈만나면 사고를 일으켜 사토에를 궁지에 빠뜨리는 형 다쓰야. 동생 게이스케는 그런 형을 이해할듯 모를듯 아직 어리기만 하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자책에 게이스케는 휩싸여 있다. 한편 렌은 의붓아버지를 죽이려고 한다. 집에만 쳐박혀 여동생 가에데에게 몹쓸 짓을 하려하는 의붓아버지를 용서할 수가 없다. 그리고 드디어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렌. 하지만 다행히 가에데에 의해 물거품이 되지만, 예기치 않게 의붓아버지를 죽음에 몰아넣게 된 이들 남매.

 

'누군가를 원망하면 물속에서 죽은 사람은 용이 된다.' - P. 19 -

 

평범하지 않은 두 가족의 이야기는 우연찮게 연결된다. 새엄마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사고를 치려하는 다쓰야에 의해서 말이다. 렌이 일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려했던 다쓰야와 게이스케는 렌에게 발각되고 그 사건을 계기로 렌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가던 길, 렌과 가에데가 의붓아버지의 시체를 버리는 광경을 맞닥드린다. 가에데의 피묻은 스카프를 줍게 된 다쓰야. 그리고 이후 가에데에게 날아온 협박 편지. 게이스케는 다쓰야가 쓰려던 협박편지를 보게 되고... 한편 엄마의 죽음에 항상 자책하던 게이스케는 엄마가 죽은날 찍은 홈비디오에서 엄마의 죽음과 연관된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의 배경은 공교롭게도 태풍이 몰아치고 계속해서 비가 쏟아진다. 태풍 '곤파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어젯밤처럼 말이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이 작품과 너무도 잘 어울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책의 마지막까지 읽어 내려간다. '비도 바람도 모두 용이 일으키는 거야'라는 형의 말을 고스란히 믿어버리는 게이스케의 순수함이 아니더라도 정말 용이 만들어내는 천재지변처럼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미치오 슈스케와의 만남은 언제나 이렇게 굳은 날씨에서 조차 기분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족은 폭탄이야' 라고 말하는 형 다쓰야의 말처럼...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의 모습은 흡사 폭탄을 연상시킬 수밖에 없다. 의붓아버지의 폭력과 여동생에 대해서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지려는 렌의 가족, 부모를 모두 잃고 엄마의 죽음에 대해 조금은 의심스러운? 새엄마와 생활하는 어린 두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보여지는 가족이란 이름이 가진 쓸쓸한 치부를 미치오 슈스케는 들추고 있다. 아마도 렌과 다쓰야에게 가족이란 이름은 폭탄에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은 정말 폭탄일까? 두 가족이란 이름속에 드리워진 상반된 결말이 그에 대한 작은 답을 제시하고 있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 그렇듯 이 작품속에서도 '상상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제목에서도 들어있듯 '용'이라는 존재가 간혹 아이들의 눈가에 환상처럼 스치는가 하면, 종종 등장하는 후지공주전설 등 일본의 민담이나 전설들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이끈다.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쏟아지는 작품의 배경은 이들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가진 마음과 암울한 분위기를 암시하고 이끈다. 암울함 속에서도 용이란 존재는 '죽음'이라는 존재적 암시와 가족의 재생이라는 '희망'적인 두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듯 보인다.

 

누가 그녀를 용이 되게 했는가?

의붓아버지, 그리고 형제들의 새엄마. 그들이 가진 진실을 파헤쳐가는 숨가뿐 여정이 이어진다. 미치오 슈스케가 그려내는 긴박하고 숨가뿐 이야기 구성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역시 돋보인다. 작가가 덫칠해놓은 순간순간의 트릭들에 독자들은 다시 한번 여지없이 빠져들듯 무너져버리고,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던져주는 충격에 또다시 뒤통수를 부여잡게 된다. 다만 이전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결말, 비극으로 치닫던 전개와 결말 가운데 작품 내내 쏟아지던 빗줄기가 결국에는 그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의 원제는 '용신의 비'라고 한다. 그 제목처럼 신비스러운 분위기속에서 우리 사회를 담고 우리 가족을 이야기한다. 최근들어 가장 관심가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와 더불어 미치오 슈스케라는 이름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제 단지 세번째 만남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와의 다음 만남은 '섀도우'라는 작품이 될 것같다.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환상적으로 써내려간 그의 다음 작품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기꺼이 뒤통수를 내어놓아도 좋을 작가, 미치오 슈스케를 만난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괴물의 성에서 용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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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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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된다는 이 작가의 첫 작품이 바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친근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들이 없는 관계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를 내리기에 이 한작품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밀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하는 본격 추리소설에 일본 전통의 민속학적 기담을 섞은 작품들로 열광적인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미쓰다 신조. 어떤 작가일까 더욱 궁금증이 커져간다.

 

마쓰다 신조... 이 작가가 궁금하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작가 자신, 미쓰다 신조를 등장 인물로 세운 '미쓰다 신조 시리즈'와 도조 겐야라는 탐정이 문제를 풀어가는 '도조 겐야 시리즈'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이 작품은 후자에 가깝지만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탐정의 역할이 부각되기 보다는 과거의 사건에 관한 치열한 추리게임에 조금은 더 치중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쓰다 신조에 대한 간략한 소개,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이 작품의 표지를 통해서 그의 작품이 전해줄 독틈함을 미리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비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으로 전해지는 이 불길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세련된 디자인과 섬뜩한 표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이 작품을 받아든 독자들이라면 하나같이 그 독특한 표지에 감탄을 금치 못 할 것이라 짐작된다. 제목처럼 잘린 듯한 여인의 머리를 들고 있는 붉은 기모노를 입은 여인! 그리고 일본 전통 문양을 상징하는 듯한 문양들과 국화꽃이 새겨진 띠지... 하지만 띠지라고 생각했던 그 부분이 사실은 '변신 표지'라고 해야할까? 한장의 커다란 커버였다니... 책을 펼치기도 전에 예기치 못했던 반전과 맞닥드린 것처럼 작은 충격에 휩싸인다. 너무 강렬하면서도 시선을 사로 잡는 첫인상에 이 작가의 이 작품, 조심스레 기모노를 차려입듯 단장한 이 작품, 왠지 더욱 기대치가 높아간다.

 

잘린 머리처럼 강렬하고, 불길한 이야기속으로...

이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보자. 추리작가인 히메노모리 묘겐에 의해서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 히메카미 촌에서 일어난 기묘한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요 소재이다. 세계2차 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히가미家 를 둘러싸고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당시 주재소 순사였던 다카야시키 하지메이 아내이기도 한 히메노모리 묘겐(다카야시키 다에코)는 그 때의 일들, 혐오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 불길한 이야기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쓰기 시작한다.

 

이치가미家, 후타가미家, 미카미家. 이렇게 3개의 가문이 히가미 일족을 형성한다. 외부와는 고립되어 있는 히메카미 촌, 그 곳에서 이 3개 가문의 치열한 권력 다툼과 가문 승계를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오래전 악령의 저주와 맞물린듯한 연쇄 살인 사건이 히가미家를 어둠속으로 몰아넣게 되는데... 머리가 잘려버린 시체들, 밀실 살인, 계속되는 연쇄 살인사건은 악령의 저주가 만들어낸 참극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범인은 누구인지, 범인이 의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참혹하게 머리를 잘라버린 이유는 무엇인지... 독특한 일본 문화속에 그려지는 색다른 추리소설의 묘미가 강렬한 색깔처럼 고스란히 그려진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이 작품은 추리소설가 다카야시키 다에코의 원고와 도조 겐야 추리가 엮어진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히가미家에 전해지는 악령의 저주와 그들만의 뿌리깊은 미신, 아들 숭배 사상과 권력다툼 등 전통적인 소재와 결합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잘린 머리'를 비롯한 다양한 트릭들과 밀실살인이라는 소재, 반전의 반전, 또 다른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성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표지에서 느꼈던 공포와 불안, 스산하고 음습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책속 깊숙히 스며든다.

 

'잘린 머리여, 누구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가.
대답하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토록 이 바닥을 구를 테니.'


 

오래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풀어놓고 작가는 그 추리를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히메카미촌 지도를 비롯한 다양한 지도와 안내도, 등장인물들에 대한 알리바이를 적은 기록, 막간을 이용한 중요 단서의 제공하는 등 친절한듯 하면서도 독자들을 점점 더 미궁에 빠뜨리는 작가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도조 겐야와 벌이는, 아니 독자와 벌이는 두뇌싸움도 이 작품의 압권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추리 탐정 소설을 꽤나 좋아하는 독자들을 서슴없이 자극?하는 도발까지... 미쓰다 신조, 그에게 두손 두발 모두 내놓아야 할 것 같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쏟아져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숫자에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외국 작품들을 읽을때면 반복되는 곤란함이 바로 이 부분인데... 그나마 이 작품은 독특한 소재와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 구성으로 조금은 쉽게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작품이다. 짧지 않은 분량의 작품임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아니 빠져들듯 책을 들고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쓰다 신조, 그의 첫 작품이니만큼 그에 대해서나 이 작품에 대한 작가후기가 담겨졌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하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강렬한 제목과 표지 디자인, 더욱 강렬하고 색다른 이야기들... 마쓰다 신조 그와의 또 다른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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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6 - 완결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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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지막 전쟁!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무서운 글쟁이, 이야기꾼 '이종호'라는 이름과 함께 할 또 하나의 수식, '귀신전'이 드디어 우리에게 그 마지막을 고하려 한다. (이승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쟁, 몇 번의 여름을 지나면서 어느새 그 마지막 전쟁과 마주하게 되었다. 2년전 여름, 귀신전 시리즈와의 첫 만남, 그리고 몇번의 설렘과 아쉬움속에 결국 마지막 이야기 6권을 손에 들게 되었다. 그 벅차고 설레던 기다림의 시간들을 작가는 이 속에 모두 담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기대속에 공포테이너들과의 마지막 전쟁에 살며시 몸을 맡긴다.

 

다섯번째 '귀신전'을 '가라말의 반란' 혹은 '저승의 침공'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찬수를 비롯한 퇴마사 일행들은 드디어 길고 길었던 '마지막 전쟁, 최후의 반격'을 준비한다. 의문에 쌓여있던 사령자들의 침공, 저승의 기운이 이승을 장악하는 이런 현상들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비밀들이 밝혀진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이면서 항상 수많은 물음표를 가지도 있던 수많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비밀도 하나씩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찬수의 몸 속에 숨어든 인물, 미스터리한 여인 엠의 정체, 그리고 그들 서로간의 관계, 사이렌의 숨겨진 과거, 숙희와 연관된 다양한 궁금증 그리고 그녀의 '설'이 가진 비밀 등...

 



 

<귀신전 6>에서는 연옥의 흔적을 쫓는 찬수와 박영감을 비롯한 퇴마사들, 홀리건(Holly Gun)을 손에 든 멋쟁이 사이렌, 그리고 공표와 민병대 조직들이 각각 이승에 나타난 사령자와 요괴들과 죽음의 대결을 벌인다. 귀사리와 무풍면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퇴마사들의 종횡무진 활약은 마지막 웃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항상 물음표를 달고 다니던 그녀들에 대한 의문은 시원하게 풀어질지... 책을 읽는 가운데에서도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실 '귀신전' 마지막 이야기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랜것이 사실이다. 작년 초 귀신전 3권을 만났을 때 '아~ 끝이 아니었네!'(개인적으로는 시리즈 3권 종결로 알고 있었기에..) 했던 놀람이 그 첫번째였다면, 6권 소식을 접하고 '그럼, 5권은?'하고 깜빡 잊고 있었던 5권과 10권까지 시리즈로 이어지는 줄만 알고 있었는데 마지막이라니 하는 놀람과 아쉬움이 들었던것이 사실이다. 어찌되었건 그 떨림과 설렘, 아쉬움과 기대속에 펼쳐든 마지막 이야기속에 그간 간직했던 모든 물음표와 놓치고 있던 재미까지 <귀신전 6>속에 모두 쏟아 넣으려 한다.

 

이승의 악귀들을 넘어 저승의 요괴들과 맞서는 퇴마사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 사이렌을 비롯해 죽음의 전쟁을 준비하는 결사대들의 활약. 죽음의 냄새 안에 갖혀버린 인간세상을 구하려는 인간들과 가라말의 숨막히는 대결이 귀신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숨겨진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질 때마다 오싹한 충격이 되기도 하고 안타깝기만한 그들의 과거가 눈물겨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는 묘화의 안타까운 노력이 그 마지막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언제나 이런 시리즈물을 만날때면 찾아오는 생각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끝나려고?' 하는 걱정스런 의문 말이다. 커져버린 스케일, 스토리의 본류속에 흘러가는 작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 매력적인 캐릭터들, 눈덩이처럼 불어버린 이야기들이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그 끝을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갖혀 있었다면 더욱더 그 의문들은 커져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귀신전' 마지막 이야기를 만나기 전까지가 바로 이런 느낌이었달까? 걱정아닌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책을 내려놓으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기분에 닿기도 했던 부분도 사실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결말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열린 결말'이라고 할까? 누군가는 자신의 기대에 조금은 미치지 못해 허무하다고 말 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이는 독자들을 위해 여운을 남져준 결말이랄 사람도 있을 줄 믿는다. 그 어느 말도 쉽게 내려 놓을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지만 깊이 있는 메세지가 담겨있는 것이라 믿는다. 사실 그 메세지가 아니여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웠던 작품이다.

 

마지막 이야기, 하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귀신전>은 귀신과 공포라는 색다른 소재,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오락성, 몇몇 등장인물간에 그려진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이다. 작가 이종호는 이 작품이 앞으로 자신이 쓰게될 많은 귀신이야기의 기본적 세계관이 될거라 평가하고 있다. 이제 <귀신전>은 끝이 났지만 그가 만들어갈 또 다른 '귀신전'은 계속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나 소설을 보다보면 에피소드, 외전편 등으로 새롭게 이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이 작품 또한 그런 형태로든 또 다른 모습으로든 계속이어질 수 있길 희망하며 앞으로도 무서운 글쟁이 '이종호'의 또 다른 도전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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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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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범함을 삼켜버린 특별한 미스터리!
 

그 두번째 이야기와 마주한다.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지즈의 두번째 이야기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는 첫번째 이야기도 그랬지만 치밀하고 스릴넘치면서도 유쾌한 웃음이 있는 작품이다. 일상적일 상황을 색다르게, 평범함을 독특함으로, 잔인함을 유쾌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와카타케 나나미의 그 잘 익은 펜끝에 다시한번 온 마음을 사로잡힌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밀실살인, 수많은 용의자가 등장했던 '빌라 매그놀리아' 사건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또 어떤 색다른 매력이 책속에 숨겨져 있을지 조심스레 뒤를 따라본다.

 

아이자와 마코토! 두번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의 주인공이다.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난 그녀는 짧은 시간속에서 파란만장한 일련의 일들을 겪게 된다. 기분전환을 위해 투숙한 호텔에선 화재가 일어나고 죽은 시체와 마주하게되고 그 쇼크와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증이 걸리게 된다.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상담을 받다가 의심스런 신흥종교집단에 감금되고마는 불행한 마코토. 어렵사리 탈출을 감행한 마코토는 자신에게 닥쳐온 일련의 일들을 모두 잊기 위해 하자키시를 찾지만 바닷가에서 그녀에게 또 다른 불운이 밀려온다.

 

떠내려온 한 남자의 사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어쩔수 없이 하자키시에 남게 된 마코토! 그녀 주위로 밀려드는 어두운 불운의 그림자는 계속 이어질것인지.. 덕망있는 마에다 가문의 사업가 마치코는 밀려온 사체가 자신의 행방불명된 조카라고 주장하고, 반면 마치코의 고모 베니코는 조카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편 마코토는 베니코가 운영하는 헌책방 어제일리어에 취직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베니코는 로맨스 소설 매니아로 이 헌책방을 온통 로맨스소설로 채워놓고 있다.

 

어렵사리 취직이라는 행운을 얻었지만 마코토에게 이어진 불행의 끈은 그녀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취직하자마자 헌책방에 도둑이 들기도 하고, 또 한번 죽은 시체와 맞닥드리게 된다. 로맨스 소설 매니아 베니코, 아르바이트 사원 유키아, 열혈 DJ 치아키 등 새롭게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는가 하면 하자키시의 터줏대감,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사건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는 고마지 형사반장과 신참형사 이쓰키하라는 이번에도 사건을 맡게 된다. 그들이 한발 한발 사건의 중심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이야기는 또 다른 깊이와 웃음으로 새로움을 더해간다.

 



하자키 미스터리 시리즈 1권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에서는 정말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인물들이 모두 사건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어 조금은 복잡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수보다는 '헌책방 어제일리어'가 갖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 고마지 형사반장을 필두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바로 어제일리어의 주인이자 마에다 가문의 실력자 베니코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로맨스'가 바로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테마라 볼 수 있다.

 

마코토가 발견한 해안가 시체가 정말 히데하루인지, 헌책방을 찾은 도둑은 누구이며 무엇을 훔치려했고, 마치코 사장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히데하루의 행방불명과 하자키의 명문가 마에다 가문에 숨겨진 비밀은 어떤 것인지... 살인과 사체라는 조금은 무거운 소재를 담고 있으면서도,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이 그랬던 것처럼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무거움 보다는 유쾌하고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임에도 간혹 실소를 금치 못할 이야기 전개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전편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카메오처럼 곳곳에 등장해 웃음을 전해주기도 하고, 로맨스 전문 서점인 어제일리어가 전해주는 분위기와 이야기들이 매력적이다. 한편 마코토와 신참형사 이쓰키하라의 조심스런 사랑도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되어준다. '로맨스'와 연결된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헌책방 어제일리어에 숨겨진 비밀, 마지막 반전까지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는 여전히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매력을 유감없이 만끽하게 해준다.

 

마지막 역자 후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 이 책의 각 장의 제목이 로맨스 영화 제목을 패러디 한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은 잘 몰랐지만 후기를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참 재밌는 설정이었구나 하는 감상을 갖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코지 미스터리의 참 맛을 조금 더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인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을 기다리는 시간과 함께 한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이 시리즈의 즐거움과 색다름을 마지막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으며 아쉽게도 책장을 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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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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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과 한달전 '아빠'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태어나면서 부모님께 부여 받은 이름을 시작으로 회사 기획팀의 과장을 지나 지금은 한 회사를 대표하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한 여인의 남편이자 드디어 아이의 아빠라는 이름까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이름으로 대변된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는 나름의 '연기'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적응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억되고 존재하기 위해 끝없이 ...

 

여자의 심리와 광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너의 이름(汝の名)>을 만난다. '아케노 데루하'라는 낯선 작가의 작품이지만 왠지 모르게 표지가 주는 분위기와 책의 전반을 둘러싼 검은 테두리가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다. '너의 이름' 이란 제목속에서 '그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야기는 미카미 리야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로부터 시작된다. 극단을 전전하며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피를 빨듯 빌붙는 남자친구, 불편하기만한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기로 한, 승리자가 되고 말거란 그녀의 외침으로 <너의 이름>들려온다.

 

'도코씨는 여배우인걸. ... 여배우라는 사람들의 본래 모습은 무뚝뚝하고 제멋대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코는 전형적인 여배우라고 할 수 있다. 도코가 본래의 얼굴로 돌아오는 것은 이 집안에서뿐이며, 히사에 앞에서뿐이었다. 히사에만이 도코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다.' - P. 67~68

 

그리고... <ETS>라는 인재 파견업체를 운영하는 '도코'가 있다. 피로연하객 대행, 이혼한 부인대행, 행사장 바람잡이, 결혼정보업체 회원을 끌어 들일만한 미인을 소개하는 일 등 정말 다양한 일을 맡아 운영하는 서른 세살의 CEO가 바로 도코다. 반면 도코의 여동생 '히사에'는 대인 공포증으로 인한 은둔형 외톨이이다. 도코와 함께 살면서 도코를 뒷바라지하고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오로지 도코만을 바라본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력파견업체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과 같이, 도코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 카멜레온처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들을 연기한다. 반면 실연의 아픔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긴 히사에는 오로지 자신을 보호해 줄 도코의 품안에서 하나의 모습에 묶여 있는듯 도코에 대한 집착과 광기로 물들어간다. 전혀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가진 이 두 여인 사이에 벌어질 흥미진진한 이야기속에 독자들은 조금씩 숨죽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 조금은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맨 처음 등장했던 미카미 리야코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히사에와 도코의 비밀스런 관계는 무엇인지,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하는 히사에와 도코, 그녀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하고 스릴넘치는 대결, 그리고 반전을 통해 이 책의 제목인 <너의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속이고 속고 또 속아주는 그녀들의 이야기속에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그녀들의 이야기는 아케노 데루하, 그녀만이 써내려 갈 수 있는 색다름이 존재한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띈다.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표현에 조금은 어색함이 묻어나는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장르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늘어지는듯한 초반 구성을 지나 중반으로 이어지면서 어느정도 그녀들의 관계와 거기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하나 개인적으로는 작가 후기나 옮긴이의 말이 없는 것도 아쉽다. 물론 작품들은 읽는 독자들의 생각이 어떠한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속에 담고자 했던 메세지를 마지막에 음미하는 것도 독자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란 생각이 있는데...

 

<너의 이름(汝の名)>속에는 단순히 그녀들의 모습만이 투영되지는 않아 보인다. 그 속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도, 자신의 주변을 거니는 타인들의 모습도 그려지는 듯하다. 그녀와 그녀를 통해 나를, 우리 모두를 바라보게 된다. 현재 내가 가진 이름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한번 되돌아 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낸 그녀들의 심리묘사가 역시 매력적인 작품이다. 매혹적인 표지에 빼앗겼던 첫인상 그대로 책을 내려놓을 때쯤 아케노 데루하라는 이름을 다시한번 되뇌어보는 독자들이 많아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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