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불과 한달전 '아빠'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태어나면서 부모님께 부여 받은 이름을 시작으로 회사 기획팀의 과장을 지나 지금은 한 회사를 대표하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한 여인의 남편이자 드디어 아이의 아빠라는 이름까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이름으로 대변된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는 나름의 '연기'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적응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억되고 존재하기 위해 끝없이 ...

 

여자의 심리와 광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너의 이름(汝の名)>을 만난다. '아케노 데루하'라는 낯선 작가의 작품이지만 왠지 모르게 표지가 주는 분위기와 책의 전반을 둘러싼 검은 테두리가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다. '너의 이름' 이란 제목속에서 '그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야기는 미카미 리야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로부터 시작된다. 극단을 전전하며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피를 빨듯 빌붙는 남자친구, 불편하기만한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기로 한, 승리자가 되고 말거란 그녀의 외침으로 <너의 이름>들려온다.

 

'도코씨는 여배우인걸. ... 여배우라는 사람들의 본래 모습은 무뚝뚝하고 제멋대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코는 전형적인 여배우라고 할 수 있다. 도코가 본래의 얼굴로 돌아오는 것은 이 집안에서뿐이며, 히사에 앞에서뿐이었다. 히사에만이 도코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다.' - P. 67~68

 

그리고... <ETS>라는 인재 파견업체를 운영하는 '도코'가 있다. 피로연하객 대행, 이혼한 부인대행, 행사장 바람잡이, 결혼정보업체 회원을 끌어 들일만한 미인을 소개하는 일 등 정말 다양한 일을 맡아 운영하는 서른 세살의 CEO가 바로 도코다. 반면 도코의 여동생 '히사에'는 대인 공포증으로 인한 은둔형 외톨이이다. 도코와 함께 살면서 도코를 뒷바라지하고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오로지 도코만을 바라본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력파견업체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과 같이, 도코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 카멜레온처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들을 연기한다. 반면 실연의 아픔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긴 히사에는 오로지 자신을 보호해 줄 도코의 품안에서 하나의 모습에 묶여 있는듯 도코에 대한 집착과 광기로 물들어간다. 전혀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가진 이 두 여인 사이에 벌어질 흥미진진한 이야기속에 독자들은 조금씩 숨죽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 조금은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맨 처음 등장했던 미카미 리야코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히사에와 도코의 비밀스런 관계는 무엇인지,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하는 히사에와 도코, 그녀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하고 스릴넘치는 대결, 그리고 반전을 통해 이 책의 제목인 <너의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속이고 속고 또 속아주는 그녀들의 이야기속에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그녀들의 이야기는 아케노 데루하, 그녀만이 써내려 갈 수 있는 색다름이 존재한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띈다.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표현에 조금은 어색함이 묻어나는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장르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늘어지는듯한 초반 구성을 지나 중반으로 이어지면서 어느정도 그녀들의 관계와 거기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하나 개인적으로는 작가 후기나 옮긴이의 말이 없는 것도 아쉽다. 물론 작품들은 읽는 독자들의 생각이 어떠한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속에 담고자 했던 메세지를 마지막에 음미하는 것도 독자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란 생각이 있는데...

 

<너의 이름(汝の名)>속에는 단순히 그녀들의 모습만이 투영되지는 않아 보인다. 그 속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도, 자신의 주변을 거니는 타인들의 모습도 그려지는 듯하다. 그녀와 그녀를 통해 나를, 우리 모두를 바라보게 된다. 현재 내가 가진 이름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한번 되돌아 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낸 그녀들의 심리묘사가 역시 매력적인 작품이다. 매혹적인 표지에 빼앗겼던 첫인상 그대로 책을 내려놓을 때쯤 아케노 데루하라는 이름을 다시한번 되뇌어보는 독자들이 많아질 것 같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