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 만화를 만나다.
’모리미 도미히코’ 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본 독자들이 많을 줄 안다. 최근 만났던 ’유정천 가족’을 비롯해서 판타지풍의 작품들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의 최고 인기작과 만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2006년 출간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나본 독자들이라면 그의 작품이 ’만화’라는 장르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드디어 그 작은 바램은 현실이 되어버린다.

 

’고토네 란마루’ 만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유명하다는 그는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을 만화화하기도한 인기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번에 만난 작품은 바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판타지풍의 연애소설이 만화를 만나 눈으로 귀로 읽는 소설속 재미를 넘어 시각적 즐거움까지 전해주기에 이른다. 그의 선택을 받은 이 작품, 고토네 란마루, 그에겐 어떤 매력으로 다가왔을까?  




모리미 도미히코와 고토네 란마루의 만남, 소설과 만화의 만남을 이렇게 시작된다.

교토의 한 대학에 다니는 학교의 ’선배’인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 학교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리고 선배인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평소 약간은 괴팍한 성격에 망상이 심한 ’나’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랑에 빠지게 만든 그녀! 이제부터 그 환상적이고 독특한 사랑의 시간이 이어진다.

 

’검은 머리 아가씨’ 이제 갓 대학생이 된 그녀, 모든것이 새롭고 그녀안에 잠재된 호기심에 세상의 두려움보다 새로운 것들로 눈을 가득 채운다. 조금은 엉뚱하기도 하고 순수하기만한 그녀, 선배의 애정어린 눈길은 돌아볼 새도 없이 새로운 세계, 어른들의 세계속으로 뛰어든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권에서는 선배와 그녀의 첫만남을 시작으로 애주가이면서 수수께끼 같은 노인 이백씨와의 술대결이 펼쳐진다. 계속 이어지는 선배의 서투른 구애와 명랑 소녀 아가씨가 벌이는 좌충우돌이 재미를 더해간다.

 



 

만화로 만나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역시 순정만화를 보는듯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압권이다. 수누하기만한 짝사랑이 이 작품의 주된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 중간 중간 하누키, 히구치, 이백씨와 도도씨 까지 각각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의 좌중우돌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판타지적 구성에 힘을 더욱 싫어 넣어준다.

 

’엄지 손가락을 살짝 안에 숨기면 강하게 쥐어 보려고 해도 단단해지지가 않죠. 이 엄지 손가락이 바로 사랑이랍니다.’ - 1권 P. 87 -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이 다가왔을때 우리는 꿈을 꾸게 된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듯, 이 작품속에서도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면서 판타지적 사랑을 자극하는 구성과 소재들이 매혹적이다. 안타까우면서도 우습기만한 선배의 짝사랑은 어떻게 이어질지, 사랑이란 이름 앞에 놓인 현실 세계는 또 어떻게 환상적으로 변해갈지, 수수께끼 인물 이백씨와 다른 캐릭터들의 멋진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사실은 아직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읽어보지 못했다. 소설과 만화 사이에 놓여진 차이점이 무엇인지 책을 내려놓으면서 비교해볼 기회를 마련해야겠다. 언제 들어도 싱그러운 이름 사랑! 이 가을 순수하고 천진 난만한 소녀와 조금은 엉뚱한 그 남자의 사랑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만화이기에 더욱 순수하고 환상적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언제까지 그녀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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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를 부탁해
곤도 후미에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연애소설? 청춘소설이랄까? 왠지 모르겠지만 문득 영화배우 배두나가 떠오르게 만드는 한 소녀가 거수 경례라도 하듯 예쁘게 미소 짖는다. 짙푸른 하늘 위를 걷듯, 소녀의 상큼한 미소가 선명한 가을을 떠올리게 만드는 한 권의 책이 앞에 놓여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나나세 구리코'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했지만 무슨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아가씨 구리코, 아니 아직은 소녀라고 불러야 될듯한 그녀, 그녀의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속으로 한 발 무게를 싣어본다.

 

우리 곁을 찾아 온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일상미스터리' 시리즈는 이번 여름 너무 즐겁게 만난 작품들중 하나다. 가상의 해안도시 하자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일상의 색다른 사건들, 그리고 특별한 해결에 이르기까지... 사실 일상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그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봐서인지 모르지만 - 정신을 집중하고 끊임없이 작가와 두뇌 싸움을 하던 미스터리 작품들에 익숙해 있다가 - 조금은 편안하게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어,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작품 <토모를 부탁해>를 통해 일상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조금은 더 깊이 있게 즐기게 된다.

 

<토모를 부탁해>는 주인공 구리코와 그녀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론도'에서 벌어지는, 3가지의 평범한 일상속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한다. 스물 한 살의 아가씨이지만 아직 어떤 일을 해야할지도, 자신이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소녀 구리코. 이 작품은 그렇게 론도를 중심으로, 구리코에게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형식을 띄고 있다. '강아지 독살 사건', 패밀리 레스토랑 '론도에서 생긴일', 그리고 이상한 노인 '구니에다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별것 아니네? 하고 무시했다가 읽고 나면 별것?이 되어있을 그런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주인공 구리코와 더불어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멋진 조연들의 활약도 쉽게 넘길 수가 없다. 우선, '구니에다' 라는 노인이다. 론도의 단골 고객이기도 한 구니에다 할아버지는 커피 한잔 시켜놓고는, 소위 말해 카페 죽돌이 역할을 맡는다. 약간의 치매끼도 있다는 그이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어디든 달려가는? 아니 어디서 그런 놀라운 관찰력과 섬세한 추리를 선보이는지, 아마도 이 책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구니에다 할아버지가 몰표를 받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든다. 마지막까지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구니에다 할아버지, 아직도 그가 궁금하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마코토와 강아지들까지도...

 

곤도 후미에는 2009년 '새크리파이스' 라는 작품을 통해 만난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서 보여지는 여러가지 상황 설정, 특별한 사건들, 그리고 탐정이 등장하는... 그보다 그녀는 일상적인 우리 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작은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현대인들이 가진 문명의 그늘들을 바라본다. 특히 여성들의 시각으로 섬세하고 따스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작품 <토모를 부탁해> 역시 단순히 범인을 찾고 일상에서 벌어진 특별한 사건을 해결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사건과 관련된 등장인물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함 가진다.

 

'범인을 딱 꼬집어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상처 입은 이 없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 역자후기 中에서 -

 

이 작품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추리소설로 읽어도 좋고, 아기자기한 청춘소설 혹은 사회성 짙은 미스터리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춘들의 방황. 미래에 대한 불안, 갈길 잃은 청춘들 앞에 놓인 수없이 많은 고민과 갈등의 시간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녀의 섬세한 심리,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 그들의 마음속 병을 치유해가는 과정 등을 통해 미스터리의 재미속에 조금은 가볍고 상쾌한 재미와 여운을 담아낸다.

 

특별할 것 없는, 조금은 뻔해보이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단순한 재미 이상의, 미스터리를 가미한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어낸 <토모를 부탁해>. 구리코와 구니에다 콤비의 멋진 활약이 매력적이다. 무거움을 잠시 벗어던진 가볍고 즐거운 미스터리, 곤도 후미에가 이 가을 독자들을 향해 내어놓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이 작품의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른 시간에 국내에서도 후속작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가을 하늘처럼 싱그럽고 상큼한 일상 미스터리, 이 작품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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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 보고서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2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하타 타케히코, 낯선 이름의 작가들과 만나는 일은 유쾌한 도전이자, 색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익숙한 이름을 가진 작가들, 어쩌면 틀에 박힌듯한 그들의 작품속 일정한 패턴을 따라가는 책읽기가 조금은 지루해질 무렵, 한번쯤 이런 도전?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한번의 낯설었던 이름과 제목에서 기억할 수 밖에 없는 특별함을 발견 할 때면, 진주를 발견한 어부 마냥 주체할 수가 없는 들뜬 기분으로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바로 이런 기분, 작가 하타 타케히코와 <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보고서>의 만남속에서 느끼게 된다.

 

생후 3개월 된 여자아이의 유괴사건!

아이의 이름은 가메야마 루코. 싱글맘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가메야마 후유미의 딸인 루코가 어느날 사라진다. 채 1살도 되지 않은 아이의 행방불명, 후유미의 신고로 사건을 경시청 수사 1과가 맡게 된다. 그리고 매력적인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좌우대칭의 잘생긴 얼굴, 아름답게 오뚝한 코, 아몬드형의 큰 눈, 속이 비칠 듯한 흰 피부, 곧게 늘어뜨린 긴 흑발, 170센티미터에 가까운 큰 키, 군살 하나 없이 완벽한 비율' 유키히라에 대한 책속 묘사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 외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표지를 장식한, 만화속 주인공과 같은 그녀의 모습에 가장 먼저 시선이 고정된다.

 

'쓸데없는 미인' 유키히라 나츠미!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쓸데없는 미인'이라 부른다. 경찰이라는 직업에서 그닥 필요없는 미인이 바로 그녀인 것이다. 하여튼 이 유아유괴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유키히라는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다. 후유미 주변 인물들을 탐문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좀처럼 아이를 유괴할 동기를 가진 인물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루코를 데리고 있다는 범인의 전화가 걸려오고, 범인은 '네 딸에게 어울릴 만한 것을 서둘러 준비해' 라는 알듯 모를듯한 말을 남긴다. 사건은 점점더 미궁에 휩싸이게 된다.

 

유키히라는 사건을 맡으면서 이혼녀이며 싱글맘인 후유미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하는 듯하다. 그녀가 자신과 조금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생각에... 2년전 각성제 중독의 미성년자를 사살한 유키히라는 지나친 수사라고 언론의 질타를 받는다. 그녀의 딸 미오는 주변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남편과는 이혼하는 등 가족 자체가 붕괴되는 고통을 격었다. 그리고 얼마전 두번째 피의자 사살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경시청 수사1과의 검거율 넘버원이지만 더불어 현직 형사로서 최다 피의자 사살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그녀, 유키히라 나츠미. 그녀가 더욱 궁금하다.

 

루코의 유괴범은 전화를 통해 유키히라에게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사람을 죽인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말하라고 유키히라를 자극하기도 하고, '나에겐 시간이 없다' 라는 말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소녀들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속에 빠져든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누구다, 하는 짐작을 하는 눈치빠른 독자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라는 꼬리표가 계속 쫓아다니게 된다. 왜? 왜? 왜? 그리고 그 왜?라는 질문의 대답을 털어 놓을때쯤, 아니 유키히라가 미스터리한 사건의 추리를 마무리 할때쯤 독자들은 누구도 예상치못한 충격적인 결말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범인이 했던 '네 딸에게 어울릴 만한 것을 서둘러 준비해'라는 의미도 깨닫게 될 것이다.

 



 

하타 타케히코의 작품은 국내에서 '추리소설'이란 작품만 출간된 듯하다. 이 작품 <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보고서>는 바로 '추리소설'의 속편이라고 한다. 아직 그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책을 내려놓으며 가장 먼저 드는 아쉬움이다. [언페어] 라는 드라마로 일본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는, 유키히라 나츠미라는 캐릭터의 존재감과 활약상은 이 작품속에서 더욱 크게 매력을 발산하는 듯 보인다. 완벽에 가까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성적인 강한 이미지를 풍기는 독특한 캐릭터, 외향적인 행동과는 달리 깊이 있는 사고와 가족을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속에서 독자들은 지금까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던, 매력적인 짙은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스터리 추리소설속에서 형사라는 캐릭터들은 다소 멍청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주요 사건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탐정들이 해결하고, 형사들은 언제나 뒤늦게 사건을 쫓다가 탐정들이 사건을 해결하면 주로 곁에서 깜짝 놀라는 역할?정도만을 담당하곤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속에서 유키히라의 모습은 그 어떤 매력적인 주인공들, 탐정들 못지않게 저돌적이면서 강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완벽'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 할 수 없는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에 매혹되지 않을 독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비열한 유괴범 vs 살인 여형사? 등장인물중 하나인 유미코의 드라마 기획서 카피이기도한 이 문구는, 아마도 그녀가 이 사건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리라. '촌철살인 여형사 vs 다정한 유괴범!!' 정도가 가장 적당한 표현이랄까? 무엇하나 빼어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여형사와 마지막 책을 내려놓을때쯤 고개가 끄덕여질 '다정한' 유괴범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 미스터리 범죄 소설이 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 책속에서 펼쳐진다.

 

범죄소설에서 느끼는 재미와 더불어 작가는 '가족애'라는 특별한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유키히라의 두번에 걸친 피의자 사살때문에 딸 미오는 '살인자의 딸'이라는 놀림과 따돌림을 받게 된다.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지만 유키히라와의 대화에서 엄마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그녀의 딸 미오를 보면서 가족이란 정말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더불어 작가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고스란히 작품속에 비춰낸다. 유아유괴사건과 같은 소재, 연쇄 살인이나 가출 소녀들의 원조교제와 같은 치명적인 사회 문제, 자극적이고 가쉽성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방송의 제작 현실, 그리고 사회 지도층이란 이들의 삐뚤어진 모습에 이르기까지...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대화적 구성, 길지 않으면서 여러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빠른 전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 극작가,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하다는 그의 이력답게 재미와 가독성이 탁월한 작품이다.

 

'잠든 얼굴이 꼭 천사 같았다. 아니, 잠든 얼굴만은 천사 같았다.'라는 가메야마 후유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제 2개월 된 딸 아이의 아빠로서 그 맘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천사속에 아무리 악마?의 모습이 감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천사는 영원히 천사일 수 밖에 없다. 가족이란 이름이 언제나 함께 하기 때문이다. 책을 내려놓으며 만일 내가 1년 밖에 못산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하는 질문 앞에 서본다. 그리고 그 질문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다.

 

<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보고서>는 신선한 도전처럼 만난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한 작품이었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하타 타케히코의 '추리소설'과의 만남을 곧바로 준비해야겠다. 재미와 감동,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 색다른 구성과 반전의 묘미까지 전해준 이 특별한 소설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더 많은 이들이 유키히라 나츠미, 그녀의 매력속에 빠져들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매력적인 그녀, 유키히라 나츠미와의 다음 만남도 손꼽아본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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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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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2009년은 '기시 유스케' 라는 작가와의 만남이 꽤나 많았던 한 해였다. '천사의 속삭임', '신세계에서', '13번째 인격' 그리고 '크림슨의 미궁'에 이르기까지... 기시 유스케를 일컬어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모던 호러의 대표작가' 라고 불리는데 작년 그에 대한 이런 수식이 적절함을 새삼 느끼는 한해가 되었던것 같다. 또한 그의 대표작인 '검은집'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모던 호러라는 장르뿐만이 아니라 기시 유스케는 SF나 미스터리 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속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들은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섬세하게 그리는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작품속에서 그리는 독특한 소재와 다양한 세계속의 폭넓은 지식들은 그의 작품을 만나는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속에서 유영하듯 살아숨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 또한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만의 펜끝에서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검은집'과 기시 유스케, 그리고 이제 다시 '도깨비불의 집'을 통해 그만의 색깔을 만난다.

 

레스큐 법률사무소의 아오토 준코 변호사, 전직 범죄자였지만 지금은 방범용품 전문점을 운영하는 에노모토 케이. 이들 두 콤비가 미스터리한 '밀실살인'의 실체를 풀어낸다. 표제작이기도 한 '도깨비불의 집'을 포함해 모두 4편의 단편이 등장하는 <도깨비불의 집>은 기시 유스케의 본격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 기시 유스케가 그려낼 이 흥미진진한 밀실살인 미스터리가 벌써 부터 기대된다. 그리고 준코와 케이, 두명의 매력적인 콤비의 활약 또한...

 

'도깨비불은 우리의 시선을 잘못된 곳으로 향하게 한다' - P. 85 -

 

고진마을의 집으로 돌아온 니시노 마사유키는 집안에서 죽어있는 큰 딸, 마나미를 발견한다. 단란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한 가정에 갑자기 시련이 불어닥친다. 모든 문은 닫혀있고, 유일하게 북쪽 작은 창문만이 열려있는 상황, 완전한 밀실 살인이 벌어진 것이다. 이 밀실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레스큐 법률 사무소의 준코 변호사가 등장한다. 어지럽혀져 있는 방, 비밀 금고에서 사라진 서른개의 금괴... 범인은 과연 누구이고 어떤 이유로 마나미를 죽인 걸까?

 

유일하게 열려있는 북쪽 창, 벌의 사체, 접사다리, 현장에서 발견된 이 집안의 아들 다케루의 지문이 묻은 라이터, 마사유키를 찾아온 친구 엔도... 준코에게 도움을 요청받은 케이가 단서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조금씩 풀어가기 시작하지만... 다케루의 집에서 그의 전 여자친구인 리카가 또 다시 죽음을 당하게 된다. 또 다른 밀실살인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표제작인 [도깨비불의 집] 부터 독자들을 꼼짝못하게 하는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세밀한 추리와 구성, 다양한 트릭과 반전이 돋보인다.

 



[검은 이빨]에서는 죽은 남편이 남긴 애완동물과 유산에 얽힌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후루미조라는 사람의 의뢰를 받게 된 준코, 후루미조와 미망인 미카, 특별한 애완동물과의 관계속에서 밀실 살인 전문 변호사 답게 준코는 단순 사고로 끝난 사건에서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사고의 냄새?를 맡게 되고, 이번에도 역시 케이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결국은 준코 자신이 밀실 수수께끼를 풀어내게 된다. [장기판의 미궁]은 그 제목에서 연상되듯 호텔에서 죽은, 5단의 장기 기사의 밀실 살인을 이야기한다. 나호코라는 그의 연인, 그녀가 용의선상의 인물로 제시한 세명, 준코와 케이의 추리는 또 날카로운 빛을 내기 시작한다.

 

마지막 작품인 [개는 알고 있다]에서는 연극 극단의 단장의 죽음과 관련한 밀실 수수께끼가 이어진다. 마쓰모토 사야카의 의뢰를 받은 준코는 극단원중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없는 세명을 중심으로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단장이 기르고 있던 개가 이 작품에서는 주요 단서가 된다. 세명의 용의자와 사건의 범인을 알고 있는 개, 어떻게 준코와 케이는 개의 입을 열게? 만들 수 있을까?

 

<도깨비불의 집>은 기시 유스케의 전작인 '유리망치'에서 선보였던 아오토 준코와 에노모토 케이 콤비가 밀실 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구성을 띤다.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유리망치'를 만나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기시 유스케의 작품들의 특징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소재와 폭넓은 지식을 꼽을 수 있다. 이번 단편집속에서도 엿보이듯 [검은 이빨]속 애완동물이나 [도깨비불의 집]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소재들과 관련 지식들은 그 분야의 지식이 없는 독자들로서는 경이로운 수준? 그 이상을 넘어선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의 보이지 않는 땀의 흔적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왜 자꾸 선로를 이탈하는 거예요?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세요!'

준코 변호사의 외침이 단지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에노모토 케이에게 던진 이 한 마디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 누구나 케이에게 던지고 싶은 말일 것이다. 물론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일등공신임에는 틀림없지만 너무 산만하고 산발적으로 펼쳐놓는 사건의 단서와 실마리들은 오히려 독자들을 어지럽고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아직 케이와 준코 콤비의 활약이 매끄럽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눈에 보이는 트릭을 일삼는 케이의 모습은 페어플레이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우롱하는듯해 아쉽기도 하다.

 

오랫만에 만난 기시 유스케, 그리고 더 오랫만에 모습을 보인 준코와 케이 콤비! 기시 유스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나 그의 전작들을 만나본 이들은 물론이고 그와 그의 작품들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이 한 작품만으로 그를 매력적으로 그의 작품을 색다르게 바라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준코와 케이라는 이 두 캐릭터 만으로도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역자가 후기에서 언급하듯, 개인적으로도 준코와 케이의 조금은 더 유쾌한 사랑이야기가 언제쯤 그려질까 궁금해진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그려낼 또 다른 밀실 수수께끼들이 앞으로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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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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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광고 회사 마케터로 일하다 현재는 백수, 사설 탐정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은, 아버지가 사용하던 사무실겸 맨션에 기거하는 그녀. 남편 히로오의 갑작스런 죽음(자살)으로 최근 1년 동안 칩거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 그녀의 이름은 '무라노 미로'이다. 매혹적인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녀는 그렇게 탄생한다. 전화벨이 울리던 그 날도 미로는 꿈속에서 남편과 안타까운 재회를 하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에 깨었다가 전화를 받는 대신 자동 응답기를 돌려 놓고 다시 잠자리에 든 미로. 그렇게 아침 10시가 넘은 시간이 되서야 눈을 뜬 그녀에게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린다.

 

'그제야 비로소 그게 클랙슨이 아니라 전화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오전 3시 조금 전이었다. 심장 고동이 가라앉자 땀이 쭉 솟았다. 그 사이에도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 P. 7 -

 

자동응답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이 침묵만 이어지고, 불쾌한 기분과 더불어 왠지모를 불길한 예감이 미로를 휘감는다. 다시 울리는 전화 벨소리. 자신을 '나루세'라고 소개하는 한 남자. 전화 건너편의 이 남자는 미로의 절친이며 르포라이터이기도 한 '우사가와 요코'가 푹 빠져버린 바로 그 남자다. 다짜고짜 요코가 사라졌다며 그녀의 행방을 묻는 나루세. 전화를 끊고 '요코가 어디에 갔을까' 생각을 하던 미로의 집으로 불쑥 나루세와 야쿠자 찾아온다. 그리고 그녀가 나루세가 맡겨둔 1억엔을 들고 사라졌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요코의 사무실에서 어시스트로 일하는 유카리와 함께 야쿠자에게 끌려가 일주일안으로 요코와 사라진 돈을 찾아오라는 협박을 받게 되는데...

 

유난히 많은 일본 미스터리 추리 소설들과의 만남이 잦았던 이번 여름이다. 이제 더위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여름의 불청객 태풍이 온 나라를 휘감고 지나가 아직도 그 상처가 깊게 남아있는 요즘이다.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의 작품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바로 그렇게 굵은 빗방울이 흩날리고 거센 바람이 쏟아지는 그런 날 만난 작품이다. 탐정소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매혹적인 표지가 압권이다. 파란 카네이션 한송이와 그 꽃을 바라보는 듯한 한 여인, 그리고 감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제목에 이르기까지... '이게 탐정소설이야?' 하는 질문을 당연히 한번쯤 던져야 할 것 같은... '매혹'을 넘어서는 향기가 넘쳐 흐른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그렇게 표지만으로도 시선을 머무르게 만든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데뷔작(1993년)이기도 한 이 작품은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서막이기도 하다. 2007년 비채를 통해 소개되었던 블랙&화이트 두번째 시리즈인 '다크'는 바로 그녀의 작품이자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완결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아직 '다크'를 만나보지 않았으니 이 작품 이후 만날 작품은 이미 정해진 셈이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일본 하드보일러의 전설'로 추앙받는 그녀, 기리노 나쓰오의 데뷔작이니 만큼 조금더 신선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작가는 초반 나루세와 짧은 대화만으로 '무라노 미로'가 어떤 일을 하고 그녀의 가정사는 어떤지... 독자들이 알아야 할 주인공에 대한 정보나 사건 정황을 쉽게 전달한다. 이처럼 작가는 기존 일본 미스터리에서 보여지는 분위기나 사건에 대한 장황하고 거창한 묘사보다 짧지만 간결한 대화로부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시켜 나간다. 하드보일드라는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장르의 특성을 여성 특유의 느낌으로 창조해 낸 기리노 나쓰오. 신주쿠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 흥미진진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은 기존 하드보일드 소설과는 차별화되는 색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섬세한 펜끝과 굵은 붓터치가 조화로운 작품!

요코와 돈의 행방을 찾아 떠나는 숨가쁜 추리와 여정이 이어진다. 매력적인 여성 탐정 '무라노 미로'의 탄생을 위해 아직은 서툴고 순수하기만한 그녀를 작가는 좀더 비정하고 냉정한 세상속으로 내던진다.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사건속에 치졸하고 추악한 사회의 모습, 무겁고 어둡기만한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이 들어있다. 씁쓸하기만한 이런 사회속에 내던져진 아직은 여리고 순수한 '무라노 미로'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씩 탐정이라는 이름의 옷에 어울려가는 그녀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날 밤 그 전화를 받았더라면, 이 모든 일은 시작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역자 후기에 보면 소설가 마쓰우라 리에코는 기리노 나쓰오를 '아름답고 영리한 언어의 야수'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언어적 야수성, 그녀가 말한 기리노 나쓰오의 야수성을 이 한작품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계속 만난다면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줄 믿는다. 기리노 나쓰오는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도시락'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하찮은 물건으로 비춰질 수 있는 도시락의 의미는 그만큼 온갖 정성을 담고 담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요코가 남겨둔 작은 단서들을 뒤쫓으며,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무게를 독자들은 손 끝으로 가볍게 넘겨버릴 수 있다. 매혹적인 표지 디자인,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 반전이 던져주는 충격, 어느것 하나 마음을 사로잡지 않는 것이 없다. 앞으로도 비채를 통해 '미로 시리즈'가 소개된다고 하니 너무 반갑고 행복한 기다림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늦게 만났지만 오히려 그게 더 즐거웠던 기리노 나쓰오의 <얼굴에 흩날리는 비> 그리고 무라노 미로. 매혹적인 향기가 그녀에게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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