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모를 부탁해
곤도 후미에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연애소설? 청춘소설이랄까? 왠지 모르겠지만 문득 영화배우 배두나가 떠오르게 만드는 한 소녀가 거수 경례라도 하듯 예쁘게 미소 짖는다. 짙푸른 하늘 위를 걷듯, 소녀의 상큼한 미소가 선명한 가을을 떠올리게 만드는 한 권의 책이 앞에 놓여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나나세 구리코'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했지만 무슨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아가씨 구리코, 아니 아직은 소녀라고 불러야 될듯한 그녀, 그녀의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속으로 한 발 무게를 싣어본다.

 

우리 곁을 찾아 온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일상미스터리' 시리즈는 이번 여름 너무 즐겁게 만난 작품들중 하나다. 가상의 해안도시 하자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일상의 색다른 사건들, 그리고 특별한 해결에 이르기까지... 사실 일상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그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봐서인지 모르지만 - 정신을 집중하고 끊임없이 작가와 두뇌 싸움을 하던 미스터리 작품들에 익숙해 있다가 - 조금은 편안하게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어,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작품 <토모를 부탁해>를 통해 일상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조금은 더 깊이 있게 즐기게 된다.

 

<토모를 부탁해>는 주인공 구리코와 그녀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론도'에서 벌어지는, 3가지의 평범한 일상속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한다. 스물 한 살의 아가씨이지만 아직 어떤 일을 해야할지도, 자신이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소녀 구리코. 이 작품은 그렇게 론도를 중심으로, 구리코에게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형식을 띄고 있다. '강아지 독살 사건', 패밀리 레스토랑 '론도에서 생긴일', 그리고 이상한 노인 '구니에다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별것 아니네? 하고 무시했다가 읽고 나면 별것?이 되어있을 그런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주인공 구리코와 더불어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멋진 조연들의 활약도 쉽게 넘길 수가 없다. 우선, '구니에다' 라는 노인이다. 론도의 단골 고객이기도 한 구니에다 할아버지는 커피 한잔 시켜놓고는, 소위 말해 카페 죽돌이 역할을 맡는다. 약간의 치매끼도 있다는 그이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어디든 달려가는? 아니 어디서 그런 놀라운 관찰력과 섬세한 추리를 선보이는지, 아마도 이 책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구니에다 할아버지가 몰표를 받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든다. 마지막까지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구니에다 할아버지, 아직도 그가 궁금하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마코토와 강아지들까지도...

 

곤도 후미에는 2009년 '새크리파이스' 라는 작품을 통해 만난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서 보여지는 여러가지 상황 설정, 특별한 사건들, 그리고 탐정이 등장하는... 그보다 그녀는 일상적인 우리 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작은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현대인들이 가진 문명의 그늘들을 바라본다. 특히 여성들의 시각으로 섬세하고 따스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작품 <토모를 부탁해> 역시 단순히 범인을 찾고 일상에서 벌어진 특별한 사건을 해결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사건과 관련된 등장인물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함 가진다.

 

'범인을 딱 꼬집어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상처 입은 이 없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 역자후기 中에서 -

 

이 작품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추리소설로 읽어도 좋고, 아기자기한 청춘소설 혹은 사회성 짙은 미스터리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춘들의 방황. 미래에 대한 불안, 갈길 잃은 청춘들 앞에 놓인 수없이 많은 고민과 갈등의 시간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녀의 섬세한 심리,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 그들의 마음속 병을 치유해가는 과정 등을 통해 미스터리의 재미속에 조금은 가볍고 상쾌한 재미와 여운을 담아낸다.

 

특별할 것 없는, 조금은 뻔해보이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단순한 재미 이상의, 미스터리를 가미한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어낸 <토모를 부탁해>. 구리코와 구니에다 콤비의 멋진 활약이 매력적이다. 무거움을 잠시 벗어던진 가볍고 즐거운 미스터리, 곤도 후미에가 이 가을 독자들을 향해 내어놓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이 작품의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른 시간에 국내에서도 후속작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가을 하늘처럼 싱그럽고 상큼한 일상 미스터리, 이 작품에 끌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