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리하라 이치의 서술 트릭이 빛나다!

이 가을, '놈놈놈 시리즈'의 오리하라 이치를 다시금 만난다. 불과 한달여전 만났던 이 시리즈의 하나인 [실종자]에 이어 만난 <도망자>는 전작과 함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사용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작품이다. 후쿠다 가즈오라는 동료 호스티스를 살해하고 도주했다 공소시효를 21일 남기고 체포된 여성의 실제 이야기가 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 그녀는 '일곱 개의 얼굴을 가진 여자'라고 불리기도 했다는데... 이 작품속 '도모타케 지에코'의 모습속에서 일곱 개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지도 새삼 관심이 간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프롤로그에는 네가지 이야기가 짤막하게 그려진다. 도모타케 지에코가 도주를 시도한지 2년, 그리고 남아 있는 13년에 대한 절망이 있는가 하면... 도모타케 지에코를 놓쳐버린 은퇴한 '야스오카 형사'의 분노... 어떤 여인의 성형 수술하는 메스를 든 의사... 그리고 마지막 법정에 선 한 여인과 기소장을 낭독하는 검찰관. 처음 프롤로그를 만날때 드는 느낌은 망막함이다. 도망치는 여인, 그리고 마지막 법정... 그렇다면 도코타케 지에코가 붙잡히고 형을 언도받게 되는 것인가? 하는 정도의 추측만 가능할뿐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쫓기는 자, 도모타케 지에코의 목소리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사생아로 태어나 버려진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성장하게 되고, 그런 그녀가 호스티스로 일할 때 동료였던 '료코'의 남편을 죽인다.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료코의 남편 하야시다 히로유키를 죽인 것이다. 살인 현장에는 그녀의 운전면허증이 떨어져 있었고, 그녀의 머리카락과 지문도 남아있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범인으로 지목 받고 경찰서에 불려와 취조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순순히 범행을 시인하는데...

 

하지만 그녀의 취조를 담당한 형사 야스오카에게 그녀는 자신에게 살인을 의뢰한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히로유키의 아내 료코라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서로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지에코와 료코는 구두로 '교환 살인'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조울증과 정서불안 증세가 있는 지에코의 말은 사실일까? 사건은 사실관계 확인 만으로 쉽게 해결될 듯도 보였지만 영양실조로 지에코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지에코는 병원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15년이란 기나긴 지에코의 도주생활이 시작된다.

 

도모타케 지에코의 도주생활은 니가타의 환락가에서 아오모리, 오사카, 쇼바라로 이어지는 15년이란 예상치 못한 기나긴 시간동안 이어진다. 호스티스로, 양품점 점원으로,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을 바꾸지만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노래방 스낵바에서 일하기도 한다. 지에코를 취조했다 놓쳐버린 야스오카 형사는 정년을 5년 남긴 상태였다. 그렇게 억울하게 은퇴를 하게 된 야스오카 형사는 책의 뒷부분에서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그녀의 뒤를 쫓는 경찰, 하지만 경찰 말고도 그녀를 붙잡으려는 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에코의 남편 도모타케 요지였다. 그녀의 살인으로 자신의 사업에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는 요지는 때론 경찰보다 집요하게 그녀의 뒤를 쫓는다.

 



 

이야기는 이렇게 구성된다!

<도망자>는 도모타케 지에코와 야스오카 형사, 그리고 그녀의 도주와 관련한 주변인물들이 누군가와 '인터뷰'하는 형식을 띈다. 누구와의 인터뷰인지도, 시공간적인 구성도 가끔은 불확실하고, 중간 중간 들어있는 막간은 누구의 이야기인지, 누구의 시점이지 도통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독자들은 작가가 준비해 놓은 흐름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서술 트릭의 대가답게 독자에게 그 어떤 딴?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의 펜 끝에 시선을 머무르게 할 수 밖에 없다.

 

도망치는 지에코와 그녀를 쫓는 경찰과 남편 요지의 숨막힐듯한 추격전은 스릴과 재미를 전해준다. 잡힐듯 말듯, 알듯 모를듯 숨겨진 이야기들이 서서히 고개들 내밀고...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하며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등장인물들과 예기치 못했던 이야기 구성과 반전이 느슨해질 수 있는 책의 마지막을 팽팽하게 끌어당긴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말 것, 너무 돌아다니지 말 것, 되도록 같은 장소에 자리 잡고 살 것. 그리고 마지막 방심하지 말 것!' 이것이 바로 도망자 지에코의 성공 비결? 이다. 실제 사건의 모델 후쿠다 가즈오의 일곱 개의 얼굴이 지에코에게도 그려진다. 쫓는자보다 치밀하고 섬세한 쫓기는 자의 활약이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지에코의 활약상과 더불어 누구도 예상치못한 반전이 주는 묘미는 오리하라 매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을 선물한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 <도망자>는 전작 <실종자>에서 다루었던 '소년 범죄와 소년법 문제'같이 '살인과 공소시효'에 대한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고 나면 정말 그 범죄에 대해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인가? 체포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 시간은 그녀에게 행복하게 될까? 아니 공소시효는 정말 필요한 것인가? <도망자>는 이런 수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하는듯 보인다.

 

또한 <도망자>는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선물한다. 가정 폭력, 사생아나 이혼 등 가정 환경 문제, 성폭력 등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가족을 지켜주지 못하는 불완전한 가정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하지만 반대로 지에코의 엄마 기요코의 모습에서 가족이란 따스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딸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도망치는 딸의 머리를 잘라주고, 옷가지와 현금카드를 챙겨주는 기요코의 모습은 전작 <실종자>에서 소년A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아들이 살인자이냐 피해자이냐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살인자를 택하겠다는, 그래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편이 낫다는 소년A의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그런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침묵자], [조난자], [표류자]... 또 다른 오리하라 이치의 '놈놈놈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매력적인 캐릭터, 탄탄하고 독특한 구성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반전, 독자의 시선과 추리를 분산시키는 서술트릭... 오리하라 매직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런 매력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숨가쁘게 이어지는 '마법같은 문장'이라는 표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도망자>, 그리고 또 다른 오리하라 이치의 '者시리즈'. 마법처럼 이어질 오리하라 이치의 펜끝을 또 다시 주목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디언의 전설 1 - 올빼미 요새 탈출
캐스린 래스키 지음, 정윤희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을 깨고 나온지 3주, 둥지에서 떨어지는 새끼 올빼미 한마리의 절규로 이 거대하고 웅장한 판타지 모험 소설은 시작된다. 갓 태어난 아기 올빼미 그의 이름은 '소렌'이다. 타이토 숲 속 왕국 출신으로 원숭이 올빼미인 소렌은 아버지 녹터스, 어머니 마렐라 사이에 태어난 둘째아들이다. 형인 클러드와 여동생 에글렌틴 그리고 가정부인 피 아줌마가 이들 가족이다. 녹터스는 클러드와 아이들에게 올빼미들의 다양한 의식을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벌레 의식, 털북숭이 의식... 그리고 비행 의식 등 성장과 함께 생존을 위한 올빼미들이 갖추어야 할 다양한 의식을 준비한다.

 

'아들아, 전설이란 처음에는 모래주머니 속에서만 느낄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의 마음속에서도 진실이 된단다. 너를 좋은 올빼미로 만들어 줄 거다.' - P. 29 -

 

아버지 녹터스는 가끔 과거 글라욱스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오래된 올빼미 선조인 글라욱스님과 가훌 왕국의 가훌 기사단의 이야기. 가훌의 전설은 그렇게 조금씩 피어오른다. 타이토 숲에서는 그 즈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올빼미 알들이 사라지고 갓 태어난 올빼미들이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 가족과는 상관 없을것 같았던 소렌의 가족에게도 그 불행은 찾아오게 된다. 부모님이 사냥을 나간 사이 둥지에서 떨어진 소렌. 하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비행이나 사냥을 배우지 않은 소렌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바로 그때 소렌을 낚아채는 거대한 올빼미에 의해서 납치를 당하고 만다. 그렇게 소렌이 끌려간 곳은 성 애골리우스 협곡의 '애골리우스 학교'라는 곳이다. 이곳은 말로는 고아 올빼미들을 위한 장소라고 하지만 사실 타이토 숲 속 왕국의 올빼미 행방불명과 연관된 곳이다. 자신들의 숨겨진 음모를 위한 도구로서 이용하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하고 세뇌시키고 자유의지를 없애는 어둠의 공간이다. 그렇게 끌려오게된 소렌을 비롯한 올빼미 아이들, 그 중에서 소렌은 쿠니어 사막 왕국 출신의 요정 올빼미인 '길피'와 친구가 된다. 길피 역시 생후 3주만에 납치가 되었다.

 

성 애골리우스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새로운 번호로 불리우게 된다. 소렌은 12-1로, 길피는 25-2로. 자신의 존재와 자유의지를 잃게 만드는 이들의 음모는 무엇일까? 소렌의 올빼미 굴 가디언 피니 아줌마와 길피의 가디언 엉크 아저씨. 그들은 다른 올빼미들과는 다르게 소렌과 길피는 따스하게 대하고 도와준다.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소렌은 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소렌은 길피와 함께 그들을 가두던 올빼미 요새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큰 회색 올빼미 '트와일라잇', 굴파기 올빼미 '디거'와 함께 가훌로의 기나긴 여정에 어떤 모험이 숨어있을지... <가디언의 전설 - 올빼미 요새 탈출>은 그렇게 거대한 날갯짓을 시작한다.

 



 

이 작품 <가디언의 전설>은 10월 말 국내에서 에니메이션으로 선보인다고 한다. 잠시 본 예고편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한마디로 '신선함과 색다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것 같다. 올빼미라는,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신선함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캐릭터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종이위에 새겨진 느낌과 영상이 전해주는 느낌은 서로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짧은 예고편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살짝 살짝 보여지는 주인공 소렌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책에서 느껴지던 그들의 모습을 확실히 인상짖는데 도움을 주는듯하다. 하지만 영화로 만나보기 이전에 물론 책으로 먼저 만나보는 것이 좋을듯 하다.

 

'소렌은 또 다른 진실을 깨달았다. 전설은 절박한 이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전설은 용기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다.' - P. 272 -

 

악(惡) 맞서는 올빼미 용사! 주인공이 올빼미라는 점을 제외 한다면 익숙한 스토리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올빼미들이다. 올빼미들의 습성과 다양한 올빼미 캐릭터들이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서로 비슷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캐릭터 별로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개성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진다. 올빼미 세계와 그들의 습성을 정확하게 캐치해낸 작가의 땀이 고스란히 작품속에서 그려진다.

 

모험, 판타지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꼬마 올빼미라는 점에서 '성장 소설'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여행과 모험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그 속에서 배우게 되는 우정. 꼬마 올빼미 소렌의 모험, 아니 길피와 트와일라잇, 디거, 이 네 용사가 펼치는 거대한 모험과 판타지는 특별한 재미와 함께 이 글을 읽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게 될 것이다.

 

<가디언의 전설>은 이제 조심스레 서막을 열었다. 앞으로 이어질 소렌과 친구들의 모험과 활약이 더더욱 기대된다. 위대한 나무 가훌을 찾아, 전설속의 가훌의 기사들을 만나 악과 맞서 올빼미 왕국을 구하기 위한 올빼미 친구들의 이어지는 활약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제1권 [올빼미 요새탈출]에 이어, 2권 [가훌을 찾아서]와 3권 [스승 에질리브를 구하라], 영화의 개봉 전 이 두 작품도 빨리 만나봐야 할 것 같다. 판타지 팬들에게 <가디언의 전설>과 함께하는 가을은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것이다. 가을 하늘을 나는 매력적인 올빼미 친구들의 날갯짓이 눈에 보이는듯 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4시간 7일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무슨 호러영화의 제목이 아니다. 요즘을 사는 우리들이 처한 상황이 아마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곳을 가던지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눈이 있다. 가까이는 엘리베이터 안에도, 교차로 전봇대 위에도, 놀이터, 공공건물에도 그 눈들이 나를 응시한다. 멀리는 지구 밖에서도 말이다. 사람들의 심리는 참 묘한데가 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고 하면 조금은 섬뜩한 느낌을 받게되면서,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몰래 지켜본다는 사실에는 어떤 짜릿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이중적 잣대의 산물이 바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슈퍼스타 K 2' 와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의 경우 서바이벌이란 개념이 더해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공중파에서 인기를 끄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 또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삼켜버린 듯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홍수속에서 또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책 속에서 만난다. 죽음의 섬에 갖혀버린 12명의 도전자들, 그리고 그들을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보지만 살인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시청자들... 책속으로 이어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광풍!, 그 짜릿한 즐거움에 빠져보자.

 

<24시간 7일>은 어찌보면 단순한 구성을 띄고 있다. 근육퇴행위축증이란 병을 앓고 있는 딸의 병을 고치기위해 참가한 싱글망 다나 커스틴을 비롯해서 사진기자, 용접공, 교사, 의사, 어부, 조종사 등등 다양한 직업과 자기 나름의 참가 이유를 가진 12명의 참가자들이 밀폐된 공간, 외딴섬에서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배경이 된 바사섬의 원주민들은 바이러스에 의해 모두 죽었고, 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이다. 바사섬에는 600여대가 넘는 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진다.

 

고립된 섬에 갇혀 버린 참가자들, 우승자에게는 2백만불이라는 거액과 더불어 평생동안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달콤한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 시청자들의 투표에 의해 탈락자가 결정되고 바이러스에 걸린 참가자들은 탈락자를 제외하고 하루 분량의 치료제가 건네어진다. 결국 탈락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서바이벌 게임이 그렇게 시작된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게임속에 참가해 죽음을 결정짓는 살인자라는 위치에 서게되는 것이다. 진정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렇게 광기속에 펼쳐진다.

 



 

이 작품 <24시간 7일>은 TV리포터와 뉴스 진행자였던 방송경력 20년의 베테랑, '짐 브라운'의 데뷔작이다. 방송국에서 닥아온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리얼리티 프로그램 마니아였던 그는 속도감있는 전개과 색다른 구성으로 독자들을 책속 리얼리티 프로그램속에 매혹되도록 이끈다. 사실 이런 컨셉의 작품은 책과 영화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기도 했다. 국내 영화 [10억] 속에서도,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의 작품 [크림슨의 미궁]을 통해서도 말이다. 고립된 공간, 생존을 건 서바이벌게임, 하지만 그 속에서는 서바이벌도 중요했지만 함께 '왜?'라는 의문이 가득 했다면 이 작품의 경우, '왜?' 보다는 참가자들의 생존 게임이 더욱 중요한 구성을 띄고 있다.

 

'12명의 참가자'들 중에서 중요한 인물이구나라고 초반에 생각했던 인물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이어진다. 오로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광기에 휩싸인 시청자들 뿐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함께 참가자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고립된 섬과 죽음의 바이러스, 살아남기 위해 죽음의 퍼즐을 풀어가는 참가자들, 죽음을 결정짓는 광기어린 시청자들의 클릭! 짐 브라운은 이 서바이벌 생존게임의 안과 밖에 존재하는 폭력성과 관음증에 대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닌 다양한 위험성에 대해서 재미속에 깊이있는 여운을 담아내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것이 바로 지나친 선정주의, 개인의 사생활 침해, 그리고 폭력성이다. 짝짓기 프로그램 등에서나 외국 서바이벌 게임속에서 여성들의 신체노출이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모습들이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폭력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그려지기도 한다. 더불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공개때문에 침해 논란도 끈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내부적 폭력과 함께 네티즌들의 참여에 의한 외부적 폭력이 더욱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것이 관심만 끌고 시청률만을 높이기 위한 상업주의의 폐해라는 점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

 

과거 어느 작품과 그 구성이 닮아있는 듯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마니아적 취향에서 우러난 작가 나름의 독특한 전개와 구성이 돋보이는 리얼리티 스릴러가 바로 <24시간 7일>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닌 위험성에 촛점을 맞춘다. 살인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시청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작가는 지적하고 있다. 고립된 공간속에서 인간이 드러내는 추악한 본성, 하지만 그 속에서 찾아내는 따스한 모습에 작은 감동을 얻기도 한다. 다양한 메세지를 전하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역시 색다른 스릴러가 전해주는 속도감 넘치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짐 브라운의 리얼리티 스릴러에 빠져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 바이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예문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 작가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사뭇 많을 줄 안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우리에게 익숙한 이런 이름들 속에는 알게 모르게 또 하나의 이름이 숨어있다. 그 이름은 바로, '다자이 오사무'이다. 현재의 일본 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들에게 존경을 받는 그 이름, 다자이 오사무! 낯설지 않은 이름이면서도 그를 작품속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듯하다. 무엇이 그의 문학을, 그를 존경하게 만드는지, 오래전 이름만을 남기고 떠난 그를 더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지 확인하게 만드는 한 작품과 마주한다.

 

한일병합이 일어나던해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 서민들의 아픔 정도는 모르고 자랐을것 같은 대갓집 도련님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들 한가운데서 파란만장한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 도쿄대 불문과 출신인 그는, 대지주의 아들에 대한 자책에 좌익운동에 가담하기도 하고 카페 여급과 자살시도, 게이샤와의 사랑으로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마약성 진통제 중독, 이혼과 계속되는 자살시도, 그리고 결국 자살로 39년이란 길지 않은 생에 마지막을 고하게된다. 정말로 그의 인생 자체가 '끔찍'이란 단어와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이다.

 

파란만장한 삶, 비참한 최후. 다자이 오사무의 이런 삶과는 다르게 그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유쾌한 익살꾼'이었다고 그를 평가하는 현대의 시선들, 그를 통해 희망을 얻었고 추억을 선물받았다는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작품속에 담긴 다자이 오사무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첫번째 만남으로 단편집 <굿바이>과 함께 한다.

 

이 작품 속에는 표제작 '굿바이'를 비롯해 '추억', '망치소리', '내 반생을 말하다' 등 모두 여섯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흔드는 작품은 '망치소리'이다. 스물 여섯살인 '나'가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의 작품으로 전쟁의 패배와 함께 변해가는 변해버린 삶과 희망을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허무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표제작이면서 다자이 오사무의 죽음으로 미완의 작품이 되어버린 '굿바이'를 말할 수 있겠다. 결혼한 서른세살의 잡지 편집장 다지마 슈지의 '여자관계 청산기'라는 부제가 어울릴 이 작품은 코믹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풍자가 곁들여 웃음과 재미를 전해준다.

 



 

'내 반생을 말하다'와 '추억'은 작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 형식을 취한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자신의 반생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들은 다자이 오사무를 알아가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고 현대인들에게 과거에 대해 추억하게 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독특한 구성을 한 '역행', 탁월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아침'. 각각의 작품마다 독특한 개성과 특징을 지닌 것이 아마도 이 단편집이 가진 색다름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듯언듯 그의 작품속에는 다자이 오사무, 작가 자신의 모습이 비춰진다. 자신의 삶을 말한 작품들은 물론이고, '굿바이' 에서는 '다지마 슈지'라는 주인공을 내세우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인 '쓰시마 슈지'와 닮아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단순히 허구의 시간속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시간과 그 시간속을 걷는 다자이 오사무와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청춘들이 원하는 무엇?인가가 들어있게 되었던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 그는 내게 한없는 향수다. 내 청춘은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 속에서 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문학은 내 희망이었다.. 그 절망에 가득 찬 세계가 희망이었다는 역설 속에 나 자신, 아니 우리들 세대의 숙명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평론가 사코 준이치로는 다자이 오사무를 이렇게 평가한다. 근대 비평가들에게 그와 그의 작품은 '청춘'이라는 말로 대변된다고.. 태평양 전쟁에 패배한 일본, 그에 따른 절망과 좌절에 아파하던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파란 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의 신선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은 또 다른 시간에 대한 희망과 좌절을 극복하는 힘을 선물하였다고 생각된다. 그가 살아온 험난한 인생 역정을 잘 아는 젊은이들에게 그의 작품은 그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낸 값진 승리 처럼 비추어졌을지도 모른다.

 

고통과 아픔속에서 웃음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파란 만장한 삶,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유머와 재치. 두 색깔이 극명하게 대립되면서 더욱 선명해지는 '다자이 오사무'의 특별함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가, 유쾌한 익살꾼, 하지만 유쾌하지만은 않은 삶을 산 비운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가 살아온 시간동안 전해준 희망과 용기가 지금의 일본을 만들어나가게된 원동력이 되었을것이다. 패배주의에 빠진, 희망을 잃어버린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그와 같은 희망을 전해주는 작가가 필요해보인다. 웃음과 재치속에 희망을 전해준 다자이 오사무! 그를 기억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0여년전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하기전 약간의 개인적인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 만났던 작품이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었다. 굴곡진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상처를 작가 특유의 해학과 재치, 깊이있는 시선을 통해 그려낸 이 작품 한편으로 조정래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다. 청춘이란 시간, 꼭 읽어야 할 도서 목록중에 아마도 그의 작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태백산맥'에 이어, '아리랑', '한강'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속에서 대한민국은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고 아픈 상처를 치료한다.

 

오랫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작품은 <허수아비춤>이란 이름을 달고 있다. 허수아비춤?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작가 조정래가 현대 사회에 던지고자 한 질문과 대답은 과연 무엇일까? 그가 이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했을때부터 종종 읽어보기고 했고, 관심을 갖게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우리앞에 고개를 든 <허수아비춤>을 다시금 되넘겨본다. 인심좋은 옆집 아저씨의 인상을 가진 날카로운 시선의 조정래 작가, 그의 펜끝에 매혹당할 준비를 하며 책장을 열어본다.

 

업계 2위의 '일광그룹'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정경유착, 언론통제 등 그가 담아내고 있는 소재들은 우리가 가끔 뉴스를 통해 들어봄직한, 그리고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업과 정재계, 법조, 언론계 등의 결탁과 골 깊은 유착관계를 사실감있게 그려낸다. 일광그룹의 강기준과 윤실장, 라이벌 태봉그룹의 박재우, 그들이 뭉쳤다. 회장의 지시에 의해 '문화개척센터'라는 친위부대를 만들고 재상상속과 그룹 승계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무한감동?로비 작업을 담당하게 된다.

 



 

'문화개척센터'의 그들!의 레이더에 포착된 정치계, 고위공무원, 언론, 법조계 인물들에 대한 로비는 굉장히 사실적이고 반대로 독자들을 서글프게 만든다. 우리의 현실이면서도 부정하고픈 치부를 드러내듯, 안타까운 모습들이 조정래의 펜끝에서 현실감있게 그려진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이 작품 <허수아비춤>이 출간된 이후 언론에서는 연일 '태광그룹' 과 관련한 비자금조성, 편법 상속 증여, 방송사업관련 로비의혹등 이 작품과 정말로 꼭 닮아 보이는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마치 이 작품이 이 사건에 대해 예견이라도 한 듯... 허구의 세계와 다르지않은 현실에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배어난다.

 

'정치 민주화'시대를 넘어 '경제 민주화' 시대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고 말한다. 보릿고개라는 말을 잊고 산지 벌써 수십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경제는 발전을 이루었고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발전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근래에 들어 국민과의 소통부재, 정치권력들의 잇단 부패와 국민적 실망감 등 급격한 민주주의의 결과에 따른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에 담긴 깊이 있는 주제를 접하면서, 前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의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후불제 민주주의'에서는 그는 우리의 헌법이 어느정도의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얻게된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민주주의 역시 이와 비슷하게 그 댓가를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갑자기 얻은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 지금 우리는 그에 대한 톡톡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 소통의 부재, 역주행하는 민주주의, 지방자치제의 폐해, 권력자와 정치가들의 서민들에 대한 만행?...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프고 아파야할 결과물들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다.

 



 

단순한 정치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 민주주의를 외치는 조정래 작가! '문화개척센터'의 그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기업과 경제, 그리고 그와 연결된 수많은 고리들이 어떻게 이어지고 굴러가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현실이면서도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중성에 독자들은 잠시 아픈 마음을 감싸 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 민주주의가 후불제를 택하고 있듯, 경제 민주화의 길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물의를 빚는 재벌 일가들)의 만행이 허수아비춤이 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인간다운 세상이 될 수 없다.' 허수아비춤! 작가가 바라는 경제 민주화의 본 모습은 아마도 이 작품의 제목인 '허수아비춤'인 것이다. 허황되고 잘못된 길로서는 경제 민주화를 이룰 수 없으며 그들의 끊임없는 로비로 돌아가는 경제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은것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작가는 단지 잘못이 그들에게만 국한 된다고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의 잘못을 보고 씁쓸해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마음 아파하는 우리 서민들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하는듯하다.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 우리가 애용하는 그들의 제품들, 우리는 여기서 '우리의 선택!' 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신념과 자신감을 갖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후불제로라도 경제 민주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실행'하라고 말하는듯하다.

 

단순한 풍자를 넘어 날카로운 시선과 독자들에게 새로운 의지를 심어주는 녹슬지 않은 그의 펜끝, 아니 더욱 날카로워진 그의 펜끝에 독자들은 눈을 모으고 무거운 마음을 쓸어내린다. 오랫만에 만난 조정래 작가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더욱 날카로와진 그의 시선이 자리할 다음 장소는 어디일지. 사회의 많은 어른들을 잃어버린 이들이 '조정래'라는 잊고 있던 '어른'을 받아들일 좋을 기회를 제공해준 작품이다. <허수아비춤>이 이제는 더이상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책을 내려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