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7일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무슨 호러영화의 제목이 아니다. 요즘을 사는 우리들이 처한 상황이 아마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곳을 가던지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눈이 있다. 가까이는 엘리베이터 안에도, 교차로 전봇대 위에도, 놀이터, 공공건물에도 그 눈들이 나를 응시한다. 멀리는 지구 밖에서도 말이다. 사람들의 심리는 참 묘한데가 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고 하면 조금은 섬뜩한 느낌을 받게되면서,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몰래 지켜본다는 사실에는 어떤 짜릿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이중적 잣대의 산물이 바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슈퍼스타 K 2' 와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의 경우 서바이벌이란 개념이 더해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공중파에서 인기를 끄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 또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삼켜버린 듯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홍수속에서 또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책 속에서 만난다. 죽음의 섬에 갖혀버린 12명의 도전자들, 그리고 그들을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보지만 살인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시청자들... 책속으로 이어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광풍!, 그 짜릿한 즐거움에 빠져보자.

 

<24시간 7일>은 어찌보면 단순한 구성을 띄고 있다. 근육퇴행위축증이란 병을 앓고 있는 딸의 병을 고치기위해 참가한 싱글망 다나 커스틴을 비롯해서 사진기자, 용접공, 교사, 의사, 어부, 조종사 등등 다양한 직업과 자기 나름의 참가 이유를 가진 12명의 참가자들이 밀폐된 공간, 외딴섬에서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배경이 된 바사섬의 원주민들은 바이러스에 의해 모두 죽었고, 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이다. 바사섬에는 600여대가 넘는 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진다.

 

고립된 섬에 갇혀 버린 참가자들, 우승자에게는 2백만불이라는 거액과 더불어 평생동안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달콤한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 시청자들의 투표에 의해 탈락자가 결정되고 바이러스에 걸린 참가자들은 탈락자를 제외하고 하루 분량의 치료제가 건네어진다. 결국 탈락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서바이벌 게임이 그렇게 시작된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게임속에 참가해 죽음을 결정짓는 살인자라는 위치에 서게되는 것이다. 진정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렇게 광기속에 펼쳐진다.

 



 

이 작품 <24시간 7일>은 TV리포터와 뉴스 진행자였던 방송경력 20년의 베테랑, '짐 브라운'의 데뷔작이다. 방송국에서 닥아온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리얼리티 프로그램 마니아였던 그는 속도감있는 전개과 색다른 구성으로 독자들을 책속 리얼리티 프로그램속에 매혹되도록 이끈다. 사실 이런 컨셉의 작품은 책과 영화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기도 했다. 국내 영화 [10억] 속에서도,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의 작품 [크림슨의 미궁]을 통해서도 말이다. 고립된 공간, 생존을 건 서바이벌게임, 하지만 그 속에서는 서바이벌도 중요했지만 함께 '왜?'라는 의문이 가득 했다면 이 작품의 경우, '왜?' 보다는 참가자들의 생존 게임이 더욱 중요한 구성을 띄고 있다.

 

'12명의 참가자'들 중에서 중요한 인물이구나라고 초반에 생각했던 인물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이어진다. 오로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광기에 휩싸인 시청자들 뿐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함께 참가자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고립된 섬과 죽음의 바이러스, 살아남기 위해 죽음의 퍼즐을 풀어가는 참가자들, 죽음을 결정짓는 광기어린 시청자들의 클릭! 짐 브라운은 이 서바이벌 생존게임의 안과 밖에 존재하는 폭력성과 관음증에 대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닌 다양한 위험성에 대해서 재미속에 깊이있는 여운을 담아내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것이 바로 지나친 선정주의, 개인의 사생활 침해, 그리고 폭력성이다. 짝짓기 프로그램 등에서나 외국 서바이벌 게임속에서 여성들의 신체노출이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모습들이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폭력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그려지기도 한다. 더불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공개때문에 침해 논란도 끈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내부적 폭력과 함께 네티즌들의 참여에 의한 외부적 폭력이 더욱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것이 관심만 끌고 시청률만을 높이기 위한 상업주의의 폐해라는 점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

 

과거 어느 작품과 그 구성이 닮아있는 듯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마니아적 취향에서 우러난 작가 나름의 독특한 전개와 구성이 돋보이는 리얼리티 스릴러가 바로 <24시간 7일>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닌 위험성에 촛점을 맞춘다. 살인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시청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작가는 지적하고 있다. 고립된 공간속에서 인간이 드러내는 추악한 본성, 하지만 그 속에서 찾아내는 따스한 모습에 작은 감동을 얻기도 한다. 다양한 메세지를 전하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역시 색다른 스릴러가 전해주는 속도감 넘치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짐 브라운의 리얼리티 스릴러에 빠져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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