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추정 시각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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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국내 정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수선' 이란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정재계의 비자금과 각종 비리사건, 대포폰으로 대변되는 민간인 사찰 사건, 대통령 영부인이 모 기업 사장 연입로비의 몸통이라는 둥, 또 G20 서울 정상회의와 관련한 낙서 사건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과 새로운 사건들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의 정권 감싸기와 야당 죽이기, 정치권의 끈이지 않는 사건 사고들. 배춧값에 신음하던 서민들의 한숨 소리만 더욱 커져간다. 싸늘한 날씨보다 더 냉냉한 11월의 한파가 지금 한반도에 휘몰아치고 있다.

 

<망 추정 시각>을 시작하면서 이런 국내 정세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아마도 이 소설의 내용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과 그림자에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법을 지켜라' 하고 외치면서도 정작 입법하시는 국회의원님들은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고, 휘황찬란한 금배지와 정권창출?에 여념이 없으시다. 법을 집행하시는 검찰, 경찰 여러분들은 참 열심히 하시기는 하지만 뭔가 짜맞춘 듯한 느낌으로 언제나 국민들에게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긴다. 법 위에 군림하시는 대통령님은 힘겨운 서민의 낙서 그림 한장에 노발대발 하시며 구속하라고 호통을 치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도대체 어느나라의 법이란 말인가?

 

타나베 쓰네조. 어느날 주식회사 와타나베 토건의 사장인 그의 외동딸 미카가 유괴를 당한다. 범인은 몸값으로 1억엔을 요구한다. 지역 유력인사인 쓰네조 집안의 사건인만큼 경찰은 즉각 현경본부와 사건 발생 지역인 후지요시다 경찰서에 합동 조사 본부를 설치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세가지 사실, 하나는 쓰네조가 범인의 목소리를 알지도 모른다는 사실, 두번째는 범인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점,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는 '경찰서에 신고하면 딸의 목숨을 없다'라는 흔한 대사가 빠졌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쓰네조는 돈을 준비하지만 경찰의 과실로 몸값을 건네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미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바야시 쇼지. 26살의 백수, 절도 3범의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으로 체포된다. 죽은 미카의 가방에서 발견된 그의 지문이 그를 범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쇼지는 범인이 아니다. 작가는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이 아님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단순히 산에서 미카의 가방을 발견하고 돈만 꺼내어 갔을 뿐이다. 미카의 아버지 와타나베 쓰네조는 외동딸의 '사망 추정 시각'에 촛점을 맞추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조작을 서슴지 않고, 쇼지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취조를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경찰과 검사, 변호사를 비롯해 이 사건에 관계된 모든 관리들은 쇼지를 범인으로 만들어버리고 1심에서 사형을 언도하기에 이른다. 

 

와이 도모아키. 국선 변호사인 그가 고바야시 쇼지의 항소심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쇼지에 대한 취조과정과 재판에서의 의문점들을 발견한 도모야키는 쇼지가 누명을 쓰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다. 물증을 찾아내기 위해 도모아키는 사망 추정 시각이 조작 되었음을 밝혀내게 되지만 그의 노력처럼 무고한 청년 쇼지의 결백을 밝혀내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쇼지와 도모아키, 권력과 거대 조직 간의 치열한 사투가 그렇게 계속된다.

 



 

유괴와 살인,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작가는 억울한 누명에 촛점을 맞춘다. 전과 3범, 피해자의 가방에서 찾아낸 지문,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으로 확정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범인이 아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그 무자비한 잔인성을 작가는 낱낱히 고발한다.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그렇다!로 단정짓는 우리 사회, 법치 국가가 가진 허울과 무자비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쿠 다쓰키. <사망 추정 시각>은 현직 변호사인 사쿠 다쓰키의 작품이다. 그는 소설가 지망생이었지만 소설 집필을 위해 읽던 '형사 소송법'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현직 변호사라는 장점은 이 작품속에서 드러나듯 사건의 수사, 취조, 재판 등에서 실감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 작가든 작품을 쓰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조사하고 공부하지만 현직 변호사만큼의 사실성과 전문성을 소설속에 담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품을 '픽션'이라 부를 것인가? 나로서는 '다큐멘터리' 혹은 '리포트'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픽션'보다는 '다큐멘터리', '리포트'라고 부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픽션'이 더 어울릴듯 싶다. 아니 어쩌면 '논픽션' 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비춰지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의 존재를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 사건의 보다 깊숙한 모습과 억울한 누명의 과정을 듣게 된다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끊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논픽션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과 치밀함을 보여준 이 작품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라며 이 작품이 '픽션'으로 남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인생은 화와 복, 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두 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는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뿐만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위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얽히고 설켜, 그것이 어떨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 P. 523 -

 

1, 2부로 나누어 짧은 단락으로 구성된 <사망 추정 시각>은 참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현직 변호사인 작가의 이력이 고스란히 작품속에 녹아있어 전문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매력적이다. 우리 사회가 저지르고 있는, 권력과 조직의 공공연한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는 이들은 없는지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주변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렇게 '꼬인 새끼줄'이 한올 한올 풀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희망해본다. 원죄도 없고 거대 권력의 횡포로 무고한 이들이 아픔을 겪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본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한민국이 민주 공화국이며 법치국가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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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천사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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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가'!  

몇년전 만났던 소설집 '슈샨보이'를 통해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 아사다 지로를 처음 만났다. 영화로 사랑을 받기도 했던 그의 작품들이 많지만 지면으로 만난건 그 작품이 처음이었다. 그 당시 그 작품을 읽은 후 든 느낌을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빛이 바래기 시작한 '베이지색'톤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는 아마도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추억, 향수, 해후를 그린 작품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시간속에서 언뜻 언뜻 스쳐지나가는 과거의 회상과 추억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아픔 상처와 영혼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작가, 아사다 지로! 그가 그려내는 '또 하나의 色'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자극적인 소재, 강한 인상을 주는 제목과 표지, 반전과 트릭이 난무하는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작가는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즐기고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저녁놀천사>는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들이, 아니 어떤 아픈 사연과 쓰라린 상처를 토닥여줄 지 아사다 지로의 따스한 손끝에 눈을 귀울이게 된다. 표지속에 그려진 저녁놀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뭔가 따스한 추억의 향기가 배어나올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한 맘으로 그가 전하는 따스한 풍경속 추억과 향수를 느껴보고 싶다.

 

쉰살의 이치로와 귀가 어두운 아버지가 운영하는 열평 남짓의 작은 가게 쇼와 식당에 찾아온 한 여인. 카바레엣 일하던 여자와 결혼후 일주일만에 도망친 그녀에게 돈까지 빼앗겨 버린 이치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홀로 된 아버지와 가게를 운영하던 그들 부자에게 묘령의 한 여인이 찾아온다. 쇼와 식당의 일을 도우며 가게에서 생활하던 준코, 6개월 정도 정이 들무렵 홀연히 떠나버린 그녀, 그리고 일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그러던 어느날 자살한 여인의 신원을 확인해달라는 경찰서의 전화 한통, 그녀가 가지고 있던 것은 식당의 성냥갑이었다. 준코를 '스미다 강에 터지는 불꽃'같다던 아버지, 어느새 사그러든 불꽃은 [저녁놀 천사]처럼 겨울 하늘에 남아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다. 한 여인이 찾아오고 함께 생활하고 순수한 맘이 오가지만 사건이랄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작스런 실종과 죽음, 그리고 회상과 오래도록 남는 여운. 아사다 지로는 이렇듯 색다르진 않지만 평범함 속에서 잠시 현재의 시간을 내려놓고 자신을 둘러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두번째 단편 [차표]에서는 이혼한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아이 히로시의 이야기를 그린다. 2층에 사는 야치요 아줌마와 목욕탕에 간 일, 과거 엄마가 떠나면서 차표에 립스틱으로 전화번호를 적어준 일, 전쟁에 대해 참회하고 아직도 전쟁?중인 할아버지, 그리고 단짝 친구 치카코. 현재의 시간속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또 다른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따스한 위로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특별한 하루]와 [호박]은 정년 퇴임을 앞둔 중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정년을 3개월 앞둔 어느날 정년퇴임의 시간을 준비하고 체험하는 다카하시 부장의 이야기 [특별한 하루]. 커피숍을 운영하는 아라이와 정년 퇴임을 앞둔 형사 요네다의 이야기 [호박]은 중년과 노년의 시간속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추억과 향수에 사로잡힌다. [언덕 위의 하얀 집]과 [나무 바다의 사람]은 청년들이 주인공이다. 사랑과 우정이란 소재가 또 다른 아련한 향수와 추억을 선물하는 작품들이다.

 

<저녁놀 천사>는 이처럼 소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교감하고 소통하고 추억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아사다 지로식으로 써내려간다. 그의 작품은 참 따스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특별하다. '재미'만을 추구하는 젊은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맛없고 색깔 없는 작품들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재미가 아닌 독특한 색깔과 깊이 있는 여운으로 색다른 즐거움과 멋을 전해준다.

 

처음 아사다 지로의 작품을 접했을때 그의 작품을 표현한 말이있다. 그건 바로 '빨간 약'이었다. 어린시절 이 약 하나만 있으면 모든 병을 고칠듯 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깨지고 다쳤을때면 어김없이 바르고, 엄마가 아이 젖을 뗄 때도 사용했고, 거의 모든 상처를 치유해주던 그 '빨간 약'.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바로 이 '빨간 약'을 닮았다. 과거가 없이 만들어진 현재와 미래가 없듯 과거는 추억이 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어갈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만약 그 과거의 시간에 만들어진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시간은 올바르게 서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 아픈 상처와 고통을 감싸 안아주는 빨간 약 그것이 바로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 아닐까.

 

오랫만에 만난 아사다 지로와의 시간이 즐겁다. 그저 편안하고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기게 된다. 조급해 할 것도 없고 작가와 지리한 두뇌싸움도 필요없다. 무엇이 어떻고 어떤 것이 또 이렇고 ...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좋다. 그저 그의 시간을 함께하며 우리의 시간을 추억하고 새롭게하는 그 무엇을 느끼면 그만이다. 아니 굳이 느끼지 않아도 좋다. 추억의 빨간 약처럼 그의 따스한 손끝에서 어느새 우리의 아픈 상처와 고통은 사라져 버릴것이다. 오랫만에 영화 '철도원'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울고 웃고 감동받는 사이 어느새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던 아픔과 시간이 남겨둔 앙금 마져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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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슬립
폴 트렘블레이 지음, 이소은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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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리 추리소설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을 꼽으라면 아마 '경찰과 탐정'이 아닐까싶다. 탐정을 돋보이게 하려고 어수룩한 경찰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경찰이 사건 전반을 풀어가기도 한다. 물론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더라도 '명탐정 홈즈걸'처럼 일반인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즐겨 만나는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 혹은 다른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탐정과 경찰들... 가가형사도 그렇고 갈릴레오도 그렇다. 미스 마플도 긴다이치 고스케도, 고마지 형사반장도 뛰어난 추리로 사건을 술술 풀어나간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만나는 재미중 하나는 이처럼 독특하고 매력적인 탐정 혹은 경찰 캐릭터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탐정 필립 말로! 183센티미터의 큰키, 85킬로그램의 건장한 체격, 준수한 외모에 냉철한 성격,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눌러쓰고 담배를 물고 있는 멋들어진 모습. 탐정이 갖추어야 할 매력을 모두 갖춘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탐정중 하나로 꼽히는 필립 말로! 그에 비견되는 또 다른 탐정이 여기 있다. 필립 말로처럼 중절모를 눌러쓰고, 트렌치코트로 몸을 감싸고 담배를 물고 있는... 하지만 조금 다른건 사고로 얼굴을 다쳐 항상 윙크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과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이유가 보기 흉한 얼굴을 가리려는 용도라는 것이다. 서른 살이 넘었어도 어머니의 신세를 지고 있기도 한...

 

'8년전 나는 면허를 취득했다. 매사추세츠 주 법에 따라 주에서 요구하는 서류와 수수료 50달러를 내고 사립 탐정, 마크 제네비치가 되었다.' - P. 32 -

 

그리고... 사립 탐정이란 직업에 가장 치명적인 결점이랄까? 그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기면증은 잠이 들 때(입면)나 깰 때(각성) 나타나는 환각, 수면 마비, 수면 발작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신경정신과 질환이라고 한다. 조금은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안쓰럽기도 한 사립 탐정, 그의 이름은 바로 크 제네비치!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필립 말로에 뒤지지 않을 정의감과 열정이 있기에 독자들은 온전히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탐정 마크 제네비치의 <리틀 스립>이 그 막을 올린다.

 

'누가 내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줘요'라며 5만달러는 사례금으로 주겠다는 한 소녀가 마크 제네비치를 찾아온다. 이 일에 시도만해도 1만달러는 내놓게다며 그녀는 장갑을 벗어 붕대에 쌓인 손가락을 보여준다. 그녀가 남겨놓은 서류봉투에는 흑백사진 두 장과 네거티브 필름이 담겨져 있다. 사진속 그녀는 상의를 벗고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 것일까? 제니퍼 타임즈, '아메리칸 스타'의 결선 진출자이자, 서퍽 카운티 지방 검사의 딸인 그녀가 바로 이 사건의 의뢰인이다. 눈 깜짝할 사이 제니퍼 타임스는 사라졌고, 마크 제네비치는 깨어나보니 현실이었는지 망상이었는지 알 수 없을 암흑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사건을 맡게 된 마크 제네비치는 제니퍼 타임즈의 사인회를 찾아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갖지만 그녀는 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과거 자신의 아버지와 제니퍼 타임즈의 아버지인 지방검사가 단짝이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검사를 찾아가고 그의 딸이 남겨둔 사진을 보여 주지만 검사는 그 사진속 주인공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마크 제네비치를 찾아온 여인은 누구였고, 또 사진속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기면증 때문에 일어나는 환각을 본것인지, 현실과 환상속을 걷는 그에게 이건 또 하나의 꿈이란 말인가? 진실을 향한 사립 탐정 마크 제네비치의 치열하지만 유머러스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항상 최악의 순간은 정신이 들고 난 바로 다음이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따위의 질문을 비웃고는 싶은데, 나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인 꿈인지 모른다.' - P. 15 -

 

<리틀 슬립>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고전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빅 슬립]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그의 작품속 주인공의 포스는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통해 익히 들어오기도 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선, 전혀 탐정이라는 직업과 어울릴 수 없을 것같은 '기면증'이란 단어가 역설적으로 기존의 미스터리가 가진 정형화되고 딱딱한 느낌에서 조금은 가볍게 다가가는 재미를 전해주는 듯하다.

 

'소파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 녀석은 담배를 죽어도 못 끊는다. 보건복지부의 경고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금연 패치를 붙여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마크 제네비치의 말을 보더라도 그의 일상 하나하나에서 그가 얼마나 현실과 꿈 속을 오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의뢰된 사건, 아니 의뢰 되었던 것인지 조차 의문스런 이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을까? 기존의 정형화된 탐정과는 조금은 차별화된 캐릭터, 마크 제네비치의 말과 행동들을 따가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쏟아져나오는 웃음과 유쾌하고 색다른 탐정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폴 트렘블레이가 창조해낸 새로운 탐정 캐릭터, 마크 제네비치! 조금은 모자란듯, 탐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기면증이라는 특이한 병을 가진 그이지만, 그만이 뿜어낼 수 있는 특유의 농담속에서 세상에 대한 또 다른 시선과 방식을 배워간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모르겠다는 마크 제네비치의 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시대을 살아가는 당신들은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있는가?'그런 질문을 우리앞에 내어 놓고 있는듯하다. 범죄보다는 사람과 그 이야기들을 담아낸 색다른 미스터리, <리틀 슬립>과의 만남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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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9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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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삼켜버린 특별한 미스터리, 그 마지막 이야기!
고양이의 배부름, 고양이의 평안, 고양이의 휴식, 고양이의 단잠, 캐츠 앤드 북스와 모카 고양이 카페, 서양식 민박 네코지마 하우스, 전설의 고양이 후지마루를 기리는 네코지마 신사... 모든 것이 고양이와 연관된 작은 섬마을이 있다. 하자키 반도 서쪽에 위치한 웅크린 고양이를 닮았다는 섬, 네코지마! 이번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의 마지막은 이 섬 네코지마에서 일어난다. 서른명 남짓의 주민과 주민들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고양이가 사는 섬, '고양이 천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간에 소개되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섬, 네코지마에서 조금은 기괴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등장인물의 소개속에서도 주요 인물들과 함께 고양이들이 소개된다. 그만큼 고양이와 친근하고 고양이가 이 작품속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것이다. 고양이의 낙원 네코지마, 모두가 한번쯤 가고 싶어한다는 그 섬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제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본다. 여름 휴가 시즌이 시작된 네코지마 섬에서 여자들 구경에 여념이 없는 스가노 고테쓰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문을 연다. 네코지마 해안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사실 시체라기는 조금 뭐하지만 고양이 박제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건 그 박제가 칼에 찔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별일 아닌듯도 싶지만 고양이 천국 네코지마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네코지마는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그가 나선다! 정의의 용사? 고마지!!! 휴일이라 네코지마에 아내와 함께 놀러온 고마지 도키히사 형사반장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네코지마 임시 파출소에 근무하는 나나세 순경과 고마지 반장이 네코지마의 소동을 해결한다. 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고마지 반장, 조금은 가볍고 우스꽝스럽기도한 나나세 순경, 이들이 고양이 섬의 미스터리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이 풀어갈 미스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후 섬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마린 바이크를 타고 달리던 폭주족이 벼랑에서 떨어진 사람과 부딪혀 두 사람 모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연 치고는 너무도 기가막힌 타이밍! 벼랑에서 떨어진 사람은 전직 마약 거래상으로 출소한지 얼마 되지않은 구와하라 모헤이다. 마약 거래상이 이 작은 섬마을엔 무슨 일이고 황당한 죽음은 또 무엇인가? 고마지 반장의 레이더는 이 작은 사건으로 시작해서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18년전 3억엔 강탈 사건과도 연결된 흔적을 찾아낸다. 고양이 섬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는 사이 초대형 태풍이 네코지마에 상륙하게 되는데....

 



 

올 여름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와 함께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싶다. 우연히 만나게 된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그리고 곧이어 만나게 된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사실 이 시리즈를 통해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이름과 일상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작가와 지독하게 싸우며 문제를 풀어가지만 결국 뒤통수를 심하게 얻어맞고마는 미스터리들과는 다르게, 우리 일상속 어디에서나 일어날만한 이야기와 사건들을 그리 무겁지 않게, 하지만 또 그리 가볍지만은 않게 다루어가는 능수능란함이 매력적인 일상 미스터리의 재미를 이 작품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다.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에서 굳이 한명의 주인공을 꼽아보라면 단연 나나세 순경을 꼽을 것 같다. 경찰이 된 동기도 좀 그렇고 조금은 어수룩하고 어눌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나나세 순경의 캐릭터는 왠지 정겨운 매력을 전해준다. 하지만 역시 우리의 히어로 고마지 반장도 빼놓을 수 없다. 고양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지만 고양이를 피해가며 사건을 풀어가는 그의 추리는 나나세의 엉뚱함과 더불어 빛을 발한다. 이제 더이상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를 만날 수 없다니, 아니 고마지 반장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게 묻어난다.

 

'문제는 인간이란 생물이 너무 멍청해서 고양이의 말을 알아들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 P. 427 -

 

네코지마 임시 파출소에 근무하는 폴리스 고양이 DC를 비롯해 바닐라, 메르, 매그위치 등 다양한 고양이들이 네코지마 하우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들의 역할 또한 작품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DC의 활약은 마지막 그의 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작품속에서 커다란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네코지마 하우스를 다시 세우려는 교코, 시게코와 아카네, 미사와 쓰루코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활력과 재미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전작들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을 만나는 특별함, 주인공들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로 네코지마 섬에서의 일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일상 미스터리가 전해주는 독특한 즐거움에 빠져든다. 특유의 유쾌함으로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가는 맛깔스러운 이야기들의 매력속에 빠져든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 그녀의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 될 것이다. 아쉬움 속에서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의 마지막 이야기를 내려놓는다. 평범한 일상, 기묘한 이야기, 특별한 미스터리. 평범함을 삼켜버린 이 특별한 미스터리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것 같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또 다른 작품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라는 또 다른 일상 미스터리를 만나보려한다. 아쉽지만 이젠 안녕! 후유도 쇼코도 마코토도 고마지 반장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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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나 좀 더 다른 유형의 의외성을 창조하고 싶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정의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 말이 너무 인상적이다. 올 여름에 만났던 [명탐정의 규칙]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이름과 항상 함께 한다. '본격추리소설의 제왕'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자체에 본질을 둔 그만의 작품 세계가, 그를 일본 미스터리 추리 소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으로 독자들의 뇌리속에 각인시킨다. 그의 작품을 만날때면 그가 이미 독자들에게 제시한 뻔한 '명탐정의 규칙'과는 어떻게 다를지 비교하고 느끼는 시간을 갖게 된다.

 

탐정의 규칙을 깬, 전혀 새로운 탐정 소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는 탐정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기존의 그의 작품속에서 선보였던 탐정과는 조금은 다르다. 다양한 분야의 VIP 들만을 고객으로 하는 회원제 조사기관 '탐정 클럽',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탐정과 미모의 여조수 한 명이 고객들이 의뢰한 사건을 비밀리에 조사하고 해결한다. 고객들의 비밀은 철저히 보장하면서도 정확하고 신속, 명쾌한 사건 해결을 약속하는 탐정클럽! 비밀에 쌓인 그들의 발걸음에 괜시리 마음이 설레인다.

 

<탐정 클럽>에는 모두 다섯편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희수(喜壽)를 맞은 대기업 사장 도지로의 축하연에서 벌어진 자살사건 [위장의 밤], 조카 도시히코가 애인을 소개하는 날 죽음을 당한 야마가미 고조의 밀실살인 [덫의 내부], 학교에서 돌아온 딸 미유키의 눈에 비친 엄마 다에코의 살인사건 [의뢰인의 딸], 골프를 치러간 남편과 친구 남편의 죽음을 다룬 [탐정 활용법], 대학 교수의 딸 나오코의 의문스런 죽음의 진실을 찾는 [장미와 나이프], 겉으로는 단순하고 평범해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 탐정클럽이 나선다.

 

[위장의 밤]과 [덫의 내부]의 소재는 '밀실 살인'이라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명탐정의 규칙'을 이미 독자들에게 내어보인 작가가 이 익숙한 소재를 그리 쉽게 풀어놓고 마무리 할리는 없을 것이다. 바로 그렇다. 밀실 살인으로 시작된 자살 혹은 타살사건이 벌어지고 문제는 쉽게 풀리는 듯 하지만 작가는 단지 그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않는다. 일종의 서술 트릭을 곁들여 독자들이 먼저 일어난 사건을 풀어가려 골머리를 쓰고 있을때 답을 제시하고 또 다른 비밀과 숨겨진 진실로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말한 '좀 더 다른 유형의 의외성'이 바로 이 작품 <탐정 클럽>이 가진 매력이다.

 



 

그렇다면 다른 작품들은 어떨까? [탐정 활용법]과 [장미와 나이프]는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은 더 치밀하다. 간혹 신속 정확한 사건 해결을 장담하는 탐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트릭과 놀라운 반전이 돋보인다. [탐정 활용법]은 얼마전 만났던 오리하라 이치의 [실종자]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교환살인' 이 소재로 사용되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그 작품과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기도한 작품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눈물겨운 사랑을 느끼게 한 [의뢰인의 딸] 역시 조금은 색다른 결론으로 마무리되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건이 발생하고 탐정클럽의 그들은 늘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사건 전반을 장악?하지는 않는다.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이들은 따로있다. [위장의 밤]에서는 도지로의 비서 나리타가, [덫의 내부]에서는 죽은 고조의 부인 미치요가, [의뢰인의 딸]에서는 또 다른 의뢰인인 미치요가 이야기 전반을 주도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들을 내세워 사건에 임하는 독자들의 시선을 현혹시키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바라보고 사건의 틀안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다가 뒤통수를 얻어맞고 만다. 절대 쉽게 풀 수 없는 이삼중의 덫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세 사람이 모이면 부처님의 지혜가 나온다.' - P. 64, [덫의 내부] 중에서  -

깊이 있고 여운을 주는 이 말은 사실 범죄를 모의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탐정클럽의 멋들어진 문제해결에 독자들은 뒤통수를 얻어 맞았을지언정 그 어떤 쾌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작품속에 그려진 현실의 모습이 그리 즐겁고 유쾌함만을 전해주지는 않았을 줄 안다. 재산 상속과 관련한 다툼, 이혼과 불륜, 근친상간, 사체유기, 가족에 대한 뒷조사, 혼외 임신 등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소재들이 작품들 전반에 골고루? 자리하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의 모습이 투영된듯해서 조금은 씀씁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모습은 이렇게 변해버렸다. '가족'이라는 이름속에 작가는 죽음과 삶을 담아낸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위장한다. 식어버린 사랑은 '교환살인'이라는 입에 담기도 험한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든다. 너무 흔해서 별로 놀랄 것도 없는 불륜이란 단어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갈라 놓는다. 가족이란 이름속에 작가가 숨겨놓은 무시무시한 칼날 위를 독자들은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하지만 [의뢰인의 딸]속에서 그려진 가족이란 이름속에 담긴 마지막 사랑의 가느다란 끈은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란 이름을 잊지말라고 말하는듯 하다.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과 그에 대한묘사, 정교하게 끼워맞추어진 트릭, 이중 삼중으로 독자들을 농락하는 작가의 능수능란함에 또 한번 감탄사를 연발한다. <탐정클럽>은 명탐정의 규칙을 과감히 깨고 좀 더 다른 유형의 의외성으로 독자들을 감동시킨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정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냉혹한 현실속에서 더 냉혹하고 잔인한 진실을 찾아가는 탐정클럽의 활약은 히가시노 게이고만이 창조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뿜어낸다. 베일에 쌓여있는 매력적인 캐릭터, 탐정클럽의 탐정과 미모의 여조수, 그들을 조금더 알아갈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이 가을, 우리는 그렇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법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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