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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해외 문학 작품들의 대다수는 미국과 일본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름만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국, 일본의 유명 작가들과는 달리, 몇몇 낯익은 작가들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유럽이나 제3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뿐더러 아직 국내 독자들의 시선은 좁은 폭으로 한정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은 조금 다르다. 조금은 독특한 그의 이름 뿐만아니라, 그 제목만으로도 열광적인 사랑과 반응을 받고 있는 작품들이 즐비할 뿐더러, 얼마전부터는 국내 독자들을 찾는 횟수로 늘어 이제 '국민 작가'라는 평을 듣기도 하는 이름이 바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이기 때문이다.
2007년으로 기억되는데.... 그 해에도 베르나르는 우리나라를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인터넷 상으로 그와 주고받는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했던 작은 질문이 선정되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기도 했다. 그때 인상적인 또 다른 질문중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나는 다양한 것을 쓰고자 애씁니다. ... 나는 항상 변신을 시도하고 또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독자들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권태로워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나는 문학의 모든 표현기법들을 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그는 답한다. 작품의 다양성을, 독자들을 위한 재미를 위한 그의 노력, 3년이란 시간이 지난 오늘 그의 그런 신념과 노력의 결과물이 우리의 손에 놓여있다.
카산드라 카젠버그, 17세 소녀를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번에 그가 쏟아내는 미래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테러리스트! 라고 말해도 좋을까? 그의 작품이 가지는 매력을 손에 꼽으라면 가장 먼저 내어놓는 이야기가 바로 '상상, 그 이상의 가치'(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카산드라의 거울> 은 바로 그런 그의 상상이 결집 된, 기존 작품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이 작품은 천재작가라 불리는 그의 이름을 다시한번 각인 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카산드라! 넌 천재야, 아니면 괴물이야?'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 지금으로 부터 약 3천년전 이야기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니 사실 이야기는 카산드라의 오빠 다니엘과 그가 만든 '프로바빌리스'라는 손목시계를 첫 장면으로 연출된다. 하지만 카산드라가 가진 비밀을 풀어놓기 위해서는 이 고대 신화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아폴론 신의 사랑을 받게 되어 그로부터 미래를 보는 예지능력을 선물로 받게 된 카산드라! 하지만 성인이 된 카산드라는 아폴론 신의 구애를 거절하게 되고 아폴론 신은 그녀에게 두번째 선물을 주게 된다. 카산드라의 말을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저주를 말이다.
현재의 카산드라는 한 사내 앞에 서있다. 필리프 파파다키스 교장, 그는 그녀에게 과거 카산드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현재의 그녀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인식시키려고 한다. 그리고는 누군가에게서 온 소포 꾸러미 하나는 그녀에게 전한다. 검은 가죽띠가 달린 금빛의 손목시계, 5초후 사망확률이라 쓰여진 조금만 액정화면을 가진 손목시계가 바로 그것이다. 교장은 그녀를 겁탈하려하지만 그녀는 그의 귀를 깨물어버리고 그곳에서 도망친다. 이롱델 학교, 고아들을 위한 아동학교를 그렇게 도망친 카산드라는 경찰들을 피해가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속에 발길을 내딛게 된다.
'여기는 정글이야. 이 사람들은 현대의 야만인들이고. 하지만 이들과는 통할 수 있을 것 같아!'
파리에서 북쪽을 몇킬로 떨어진 미지의 정글과고 같은 곳에서 위험에 처했던 카산드라는 뚱뚱한 금발 거한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를 따라 도착한 그들의 터전, 시립 쓰레기 하치장(시쓰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를 구해준 금발거한은 오를랑도, 외인부대원이었던 그는 그들 무리에서 사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요리와 바느질을 맡고 있는 건 에로배우 출신 에스메랄다, 모든 분야의 전문 기술자인 동양인 김, 세네갈 사람인 페트나는 의사와 정신 분석가, 약초 전문가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들은 남작, 공작부인, 후작, 자작 등 자신들끼리 작위를 부여하고 살아간다. 소외되고, 쫓기고 도시에서 추방된 그들과 카산드라는 특별한 미래를 만들어가게 된다.
카산드라의 비밀!
카산드라 카젠버그, 그녀는 누구일까? 고대 신화속 아폴론의 저주처럼 그녀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꿈결처럼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예지력이 있는 그녀이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그녀는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것일까? 그녀는 또 누구인가? 테러로 인해 죽음을 당한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떤 분들이었으며, 그녀에게 프로바빌리스(5초후 생존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계)를 보낸 오빠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고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카산드라 그녀는 누구인가? 어떤 존재인가?

수많은 의문속에 카산드라가 가진 예지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어렵사리 '시쓰장'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 카산드라는 그들을 통해 자신이 바라본 미래의 테러를 막고 사람들을 구하게 된다. 더불어 동양인 김예빈과 함께 자신의 가족, 자신이 잊어버린 과거와 비밀을 하나하나 찾아 나서게 된다. 암울한 미래, 미래를 변화시켜보려는 한 소녀와 네명의 아나키스트들의 거침없는 발걸음! 누구도 예측 할 수 없었던 비밀과 미래의 모습에 독자들은 다시한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천재성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바로 '김예빈'이란 동양인의 등장일 것이다. 책의 소개를 통해 한국인이 베르나르의 작품속에 등장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인이 아닌 탈북자이면서 프랑스인의 모습이다. 한국을 자주 방문한 그이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쩌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인식된다. 탈북자인 그를 '성룡'으로 묘사하는 부분도 그렇고, 남자인 그를 여자 이름처럼 '예빈'이라고 했다는 점 등에서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그의 한국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즐겁기도 하지만 약간은 가벼워 보이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아쉽기도 하다.
'사랑, 그것은 항상 미래예요. ... 하지만 언제나 실망만을 맛볼 뿐이죠. 아니면 더 큰 비극을 맛보든가요. 하지만 설탕을 먹는건 달라요. 그건 완전한 현재죠. 나는 미래보다는 현재가 좋아요. 미래 ... 그것은 언제나 제멋대로니까' - 1권, P. 116 -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어쩌면 조금은 암울하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미래는 그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그려진다. 바로 희망과 의지가 그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대답을 '볼 수 없다'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걸 막을 사람을 없을거라고 덧붙여 말하는 그의 모습속에서 미래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느끼게 된다.
기존의 책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컬러풀한 책 디자인, 작품의 이해를 돕고 인상깊게 자리잡은 멋진 일러스트들, 무엇보다 작가의 독특한 상상속에 담아낸 작가의 철학이 읽는 이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미래, 누구나 꿈꾸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다른 이름이 '과거의 미래' 이듯이, 현재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철학과 상상, 그의 그릇 속에 담긴 소재가 어우러져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미래와 현재, 과거를 넘나드는 여행이 꿈과 상상, 그리고 작은 로맨스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