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발레리 통 쿠옹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눈을 떠 바라보아요 그댄 정말 가셨나요. 단 한번 보내준 그대 눈빛은 날 사랑했나요. 또 다른 사랑이 와도 이젠 쉽게 허락되진 않아. 견디기 힘들어 운명같은 우연을 기다려요' 글 속에 멜로디를 넣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마에서 사랑을 받기도 했던 이승철의 '인연'의 가삿말이다. '운명같은 우연'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은 운명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 생각지도 못했던 짧은 순간이 가져오는 삶의 변화, 오늘도 우리는 그런 우연과 운명속을 거닌다.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아마도 그 순간은 기회, 혹은 좌절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그런 의사결정의 순간을 벗어난 시간과 종종 맞닥드리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운명, 혹은 인연이라 부른다. 사랑이 내재된 운명이라면 인연일 것이고,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운명일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통해 <운명>이란 이름과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그들의 모습속에서, 책은 내려놓으며 당신은 그 '운명'의 어떤 측면을 바라보게 될까?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인연의 끈, 그들의 운명을 어떤 모습일까?

 

'행복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는 사랑을 했고, 사랑을 받았다. 소박하고 수수하고 아름다운 삶이었다.' - P. 98 -

 

<운명>은 다양한 계층의 남녀 네명을 주인공으로 한다. 아들 폴로를 키우는 싱글맘 마릴루, 성공한 건축가 알베르 푄, 유능한 여성 변호사 프뤼당스, 존경받는 교수 톰 조드.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중요한 서류를 상사에게 전해야하지만 교통정체와 지하철 인사사고로 인해 늦어져 조급해하는 마릴루, 일흔일곱의 알베르 푄은 암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고, 프뤼당스는 흑인이라는 점때문에 과거에도 현재에도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톰은 연인 리비에게 청혼을 하려하지만 자전거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늦게 도착한 마릴루는 운명처럼 회사에서 발생한 폭파사건에서 유일하게 생존자가 되고, 알베르 푄은 마지막 발걸음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된다. 프뤼당스는 클라라의 애완견을 산책 시키다 톰과 부딛치고 현재 자신이 맡은 의뢰인에게 상처를 받게 된다. 톰은 자전거 사고로 인해 연인인 리비의 실체를 보게되고 병원을 찾았다가 또 다른 운명의 장난과 마주하게 된다. 현실속 네 남녀, 그들의 가슴속에 숨겨져 있던 상처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든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그들은 마주치고 운명의 굴레속에서 또 다른 희망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도미노처럼 이어진 그들의 인연은 운명이란 이름으로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간다.

 



 

최인호 작가의 '인연'이란 작품속에서 작가는 인연을 이렇게 말한다. '인연은 생의 강을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라고...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건 우리가 지금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의 어깨에 지고 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닐까.' 라고 말한다. 마릴루의 어깨위 무게는 아마도 폴로와 그녀를 떠나간 폴로의 아빠일 것이다. 아빠의 죽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렇게 흘러온 사이 폴로는 어느새 자신의 상처를 감싸줄 정도로 성장했음을 느끼는 마릴루. 알베르 푄에게 어깨의 짐은 바로 그의 가족들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상처로 가득한 그의 성장 과정, 하지만 모든걸 내려놓고 용서하려 하지만 또 다른 진실을 알고 더 의미있는 일을 찾다가 또다른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톰과 프뤼당스 또한 이런 자신들이 짊어진 어깨의 짐, 그 무게를 내려놓거나 인식하면서 특별한 인연과 운명을 맞닥드리게 된다. 단순한 작은 일들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다. 작은 사고로, 교통정체로 늦어서, 두드러기가 난 친구 때문에... 병원을 찾은 이들은 그 속에서 인연처럼 또 다른 운명과 마주한다. 그들 네 사람의 운명을 뒤바꾼 또 한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가 이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마릴루는 그들사이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 운명의 일들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도 가끔 딸꾹질을 하는게 아닐까요? 어떤 식으로 흘러갈거라 정해져 있는데,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최후의 순간에 계획을 바꾸기로 결심한 거죠.' - P. 244 -

 

'우리는 상처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우리의 상처와 고통이 성숙하도록 해야 한다. 상처와 고통이 우리를 완성된 존재로, 혹은 완성될 준비가 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통은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에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저자인 발레리 통 쿠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신이 가져온 상처와 고통으로 인해서 좌절하지 말라고, 좌절이 아닌 기회와 또다른 운명이란 행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인연, 운명, 행운, 이 말들은 모두 닮아있는듯 느껴진다. 쉽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끈을 놓아 버리지 않는다면 분명 언젠가 이런 기분 좋은 말들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것임을 믿는다.

 

<운명>은 현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너무 기대가 된다. 어느때보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계절에 더욱 어울릴 듯한 작품이다. 퍼즐을 끼어맞추듯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맞물리지만 어색함보다는 경쾌함과 산뜻한 느낌을 전해준다. 운명같은 우연, 그것은 아마도 땀흘리고, 상처를 이겨내는 이들에게 기회처럼 다가올 것이다. 잠시 자신을 둘러보자. 지금 자신이 어깨에 지고 무거움이 무엇인지 바라보자. 너무 아파 무겁고 힘겹더라도 운명같은 우연을 믿고 기대하며, 살아갈 힘을 이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운명같은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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