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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 꿈이 끝나는 거리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6
트리베니언 지음,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국내 최고 최초를 자랑하는 스릴러 브랜드인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화끈한 액션,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긴박감, 충격적인 반전!'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작품들에 대한 이런 수식은 이 시리즈들이 가진 하나의 공통점이자, 시리즈가 가진 매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 스릴러 소설을 추천, 번역, 출판하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그렇다면 과연 '모중석'이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아직까지 이름만 알려졌을뿐 얼굴도 구체적인 모습도 알려지지 않은 얼굴없는 기획자가 바로 그의 이름이다.
"스릴러는 어디까지나 즐기는 문학이다. 영화로 치면 할리우드 오락영화쯤 될까. 레이먼드 챈들러는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총잡이를 등장시켜라. 독자들로 하여금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만들려면 우선 첫 페이지부터 화끈하게 시작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릴러는 그런 문학이다. 시작은 액션으로, 설명은 나중에. 생사가 오가는 위기의 순간에도 주인공에게 쉬운 해결책이란 없다. 팽팽한 긴장감과 액션, 충격적 반전. 뭘 더 바라겠는가."
2006년 모중석과의 동아일보 e메일 인터뷰에서 소개된 내용중 스릴러 소설을 왜 보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여기에 있다.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할리우드 오락 영화와 비슷하다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끈한 시작과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액션, 충격적인 반전! 그가 말한 이런 것들이 바로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들의 공통된 매력이 아닐까 싶다. 2010년 마지막을 장식한 스물 여섯번째 시리즈 트리베니언의 <메인, The Main>을 통해 그가 말한 시리즈의 매력속에 다시 한번 빠져본다.
캐나다, 몬트리올, 프랑스계와 영국계 지역의 경계선, 생 로랑 거리... 그곳이 바로 이 작품의 배경인 '메인'이다. 작은 가게들, 싸구려 아파트가 몰려있고, 가난하고 떠들썩한 이 거리는 캐나다로 몰려든 이민자들의 천국, 아니 지옥이다. 욕질하는 소리, 비명 소리, 혼잡과 추잡한 몸짓이 난무한 거리. 성공한 이주자나 이민 2세는 대부분 떠나 버린, 패배하고 신세를 망친자들이나 노인들만 남은 삭막한 패배자들의 거리,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도시, 그 거리 메인을 지키는 한 남자가 있다. 낡고 허름한 외투를 입고 옷깃을 세우며 38구경을 손에 쥔 메인의 수호자!
클로드 라프왕트! 이주자들의 경찰이자, 32년이란 긴 시간동안 이 거리와 함께해 온 이주자들의 경찰이 바로 그였다. 목적지가 없는 사람들, 그들을 다스리고 그들의 잘못을 단죄하는 집행자. 하지만 그 역시도 이 낡아빠진 거리의 모습을 닮아있다. 경관들과 범죄자들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그 자신조차 삶에 상처받고 늙고 병든 한 인간에 다름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패배자들의 거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 바로 라프왕트, 그가 아닐까 생각된다.

마약과 매춘의 도시, 꿈을 잃어버린 이들의 도시 메인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칼에 찔려 죽은 이탈리아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고 메인을 지키는 정의의 수호자 라프왕트는 이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현장에서는 결국 신참에 불과한 거트먼과 콤비를 이룬 라프왕트, 거리를 누비며 사건의 단서를 찾아 나서는 거트먼과 라프왕트! 꿈이 끝나는 거리에서 이들 콤비는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원칙과 소신을 가진 신참 형사와 자신이 법이고 이론보다는 가슴으로 승부하는 베테랑 형사! 뭔가 비딱한 듯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시선속에 꿈이 끝나는 거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위로라는 것은 간단하고 쉬워. 하지만 그게 가장 그를 생각하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어. ... 인간은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이 잃은 것만 생각해서 한탄하고 슬퍼하는 것이지. 우리가 그를 위로하려는 이유도 그가 슬퍼하는 걸 보면 우리들이 민망한 느낌은 받기 때문이네.' - P. 41 -
<메인, The Main>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어둡다. 매춘부와 좀도둑, 포주와 마약상이 난무하는 이 거리는 이 작품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주류는 떠나버리고, 찌꺼기들만 남아버린 빈껍데기 도시, 아픔을 간직한 주인공과 비참한 현실의 상처를 간직한 거리의 사람들... 작가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작품의 배경이 된 도시의 그림자를 대비시켜 좀 더 깊은 인상을 전해준다. 더불어 거칠고 화려한 액션과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사건 해결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삶의 끝자락에 서있는 주인공을 통해, 그의 시선속에 사람들과 삶의 깊은 내면을 담아내려고 한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모중석'을 거론했던 이유는 이 작품 <메인, The Main>의 작가 '트리베니언'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는 느낌에서 였다. 최근에서야 트리베니언의 존재가 바로 로드니 윌리엄 휘태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하는데... 트리베니언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에도 수많은 의문과 가설들이 난무했지만 2005년 그가 사망한 후에도 로드니 휘태커가 사실은 작가의 대리인일 뿐이며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베일에 싸여져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가면속 트리베니언, 그리고 얼굴없는 기획자 모중석! 이것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이 왜 <메인, The Main>을 선택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하다.
이 작품은 1988년 일본에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하드보일드 스릴러, 혹은 느와르 정도로 이 작품의 장르를 표현 한다면 미스터리와는 조금은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장르적 특성을 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단단한 매력이 이 작품에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메인, The Main>! 생의 끝자락에 선 우호적인 독재자, 그의 시선속에 담긴 비참한 현실을 빠르고 강한 액션이 아닌 조금은 여유있고 독특한 감성과 색다른 구성으로 담아낸 특별한 작품이다. 지금도 낡고 허름한 외투에 옷깃을 세운 한 남자의 그림자가 꿈이 끝나는 거리를 쓸쓸히 거닐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