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프랑스 작가 발레리 통 쿠옹의 '운명'은 만났다. '행복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는 사랑을 했고, 사랑을 받았다. 소박하고 수수하고 아름다운 삶이었다.' 도미노처럼 이어진 운명의 굴레에 놓인 네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에 어울릴 희망과 사랑의 메세지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운명' 이었다. 그리고 해를 바꿔 다섯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운명'적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꿈의 도시> '유메노' 시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이들의 운명을 거스르는 '인생 탈출'! 그 진지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들어보자.

 

쿠다 히데오! 이 이름을 떠올리자마자 그의 수많은 작품들의 제목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것이다. 그만큼 관심받고 사랑받는 작가중 한 명인 그가 오랫만에 오쿠다 월드로 우리를 초대한다. '닥터 이라부' 라는 이름만으로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 가장 최근 만난 '올림픽의 몸값'에서 보여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진지하고 섬세한 묘사, 오쿠다 히데오식 가벼움과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이들 작품과 닮은듯 또 다른 색깔이 꿈의 도시를 물들인다. <꿈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꿈을 향한 일탈,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이들의 모습속에서 독자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아니면 현실속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들, 그리고 다섯가지 이야기!

'꿈의 도시, 유메노' 세 개의 읍이 합병 탄생한 유메노시에 놓여진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혼한 30대 남성 '아이하라 도모노리'는 유메노시 시청 생활보호과에 근무한다. 그의 주된 임무는 생활보호 대상자들, 특히 마크리스트에게서 사퇴 신고서를 받아내는 것이다. 한명이라도 생활보호 수급자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하는 '케이스 워커', 그것이 바로 도모노리이다. 도쿄 여행을 통해 상류사회의 향기를 맡고 그곳을 열망하는 소녀 '구보 후미에'. 죽어도 도쿄 4년제 대학을 목표로 하는 이 소녀의 목표는 바로 이 촌스러운 꿈의 도시 유메노를 탈출하는 것이다.

 

'가토 유야'는 스물네살의 무코다 전기 보안센터 세일즈맨이다. 말이 세일즈맨이지 사실 폭주족 출신이며, 노인들만 거주하는 집을 노려 사기로 물건을 팔아먹는 일을 하고 있다. 마흔 여덟살의 이혼녀인 '호리베 다에코'는 드림타운 지하 슈퍼에서 파견 근무중인 보안요원이다. 슈퍼에서 소위 '캥거루'들을 잡아내는 일을 맡는다. 그리고 마지막 '야마모토 준이치'는 군의원이던 아버지의 텃밭을 물려밭아 벌써 두번째 시의원을 지내고 있다. 본업인 토지개발 회사에 더 열정?적으로 일하는 시의원이 바로 준이치의 본모습이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또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 주인공들의 모습들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들의 목표, 삶의 방식에 충실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예기치 못한 일들이 꿈의 도시에서 그들의 꿈을 가로막는다. 생활보호 대상자 선별에서 떨어뜨린 할머니의 죽음, 또 다른 꿈의 도시로 진학을 꿈꾼 소녀는 괴한에게 납치되고, 이혼한 전처가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누락되면서 아이를 떠맡게 되는 남자가 있다. 사이비 종교와 야쿠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과 맞부딪치며 자꾸 꼬이고 점점 뒤엉켜가는 꿈의 도시 사람들의 모습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책속에서 쉴 새 없이 독자들을 공격한다. 납치와 감금, 탁상행정이 빚은 참혹한 현실, 원조교제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정경유착의 고리와 야쿠자의 폭력, 사이비 종교에 휘둘린 삶... 오쿠다 히데오의 날카로운 시선은 책속에 이 많은 사회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스란히 담아낸다. 물론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유머를 섞어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결코 지루할 틈도 없이 이야기속으로 독자들을 밀어 넣는다. 평범한 인물들의 소소한 삶에서 시작해, 색다른 색깔과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고, 캐릭터 각자의 매력을 뽑아내는 오쿠다 히데오의 펜끝에 독자들은 다시금 주목하게 된다.

 

'꿈'이란 말은 크게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하나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일장춘몽의 그 '꿈(夢)'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허울뿐인 꿈의 도시에서 진정한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이지만 그들이 꿈꾸던 꿈, 꿈의 도시에서의 탈출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다. 막혀버린 탈출의 통로, 그 곳에 우두커니 서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꿈을 향해 서있는 것도 당신의 모습이다. 꿈의 도시, 꿈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꿈(夢)!!

 

진지함보다 진한 날카로운 웃음을 통해 이 시대의 부조리를 들추어내고, 퍼즐을 맞추듯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 또한 작가는 빼놓지 않는다. 2011년 만난 첫 작품, <꿈의 도시>! 냉혹하고 차갑기만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현실을 꿈꾸는 가치와 즐거움을 함께 하게 된다. 오쿠다 월드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오늘도 그는 그렇게 우리에게 반가운 손길을 내민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손은 잡으려 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