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 한 권으로 보는 그림 백과
신현종.최선웅 지음, 김재일.홍성지 그림, 권동희 감수 / 진선아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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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타르'... 페르시아 만으로 뻗어 나온 반도국,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 수도는 도하, 아랍어와 영어를 쓰고 이슬람교를 주로 믿는 나라! '카타르'라는 이름으로 이 책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를 시작하고 싶다. 가까운 아시아 국가이지만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자원부국이라는 점 이외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한가지, 2011년 아시안컵 개최 국가이자,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하기도 했던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된 나라가 바로 카타르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중동 국가들이라고 하면 이렇듯 축구 이외에는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하는것이 사실이다.

 

학창시절 사회, 세계사 시간에 배운 것들을 제외하고는, 시사 뉴스에서 바라보는 세계 여러 나라들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편협하다. 익숙한 몇몇 나라들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가끔씩 처음 듣는 나라들, 심지어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낯선 나라들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세계 지리 공부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우리가 해왔던 공부의 방법이 잘못되어서일까? 어찌되었건 이런 아쉬움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세계사 여행에 적당한 책 한권이 그런 이들에게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한 권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은, 세계 종합 백과 사전! 그 이름이 바로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이다.

 



 

주말 내내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고 선원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한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그렇다면 '소말리아'는 어느 대륙에 있는 나라일까?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익숙한 이름이지만 잠시 고민하게 만든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린다는 소말리아는 아프리카 최빈곤국중 하나라고 한다. 1990년대부터 등장한 소말리아 해적들은 아덴만을 지나는 외국선박을 위협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빈곤국, 우리나라도 UN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공병대를 파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고 익숙한 나라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낯선 나라들, 그들에 대한 즐거운 여행을 이 책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를 통해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책의 앞부분에 있는 '한눈에 살펴보는 세계지리'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형태, 위도 경도 등 위치와 표준시, 여러가지 지형과 민족, 언어에 대해 개괄적으로 배워보는 시간을 갖는다.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포함된 아시아를 시작으로 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 북중아메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남극 북극에 이르는 세계 194개 나라들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 페이지 정도가 소요되는 각 국에 대한 소개는 문화 역사, 지형, 민족, 언어 등 다양한 내용들을 간결하면서도 꼼꼼하게 다루어낸다.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는 각 나라들의 지도로 시작해서 짧지만 재밌는 일러스트로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각국의 특색을 담은 상징물과 동물들이 예쁘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아이들과 함께 세계 지리공부를 하는 방법중 한가지는 서두에도 잠시 언급했듯 먼저 뉴스속에서 이슈가 되는 그런 나라들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다음 월드컵 개최지는 어디일까? 작은 힌트를 준다면 이 책 198 페이지를 펼쳐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과연 그 나라는 어디일까? ^^

 

책의 말미에 있는 '세계 지리 정보'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깊이 있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준다. 세계 지도와 관련해서 다양한 도법과 고지도에 관한 이야기들, 환경문제와 분쟁, 협력 관계들, 세계 각국의 스포츠와 축제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져 있다. 익숙한 나라들에 조금더 깊이 있고 세부적인 공부를, 낯선 나라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배워가는 시간을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를 통해 얻을 수 있을것 같다.

 



 

'한 권으로 보는 그림 000' 시리즈는 세계사, 한국지리, 직업, 명화, 문화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아이들이 보다 재미있게 배우고 알아가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이 책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는 만화책을 읽듯 정말 즐겁게 세계 각국의 지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책이다. 낯선 나라들로 떠나는 즐거운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즐거움이 있다. 바로 그런 설렘과 즐거움, 아이들이 이 책을 집어 들었을때 느끼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기대해본다.

 

게임에 빠져 시간을 허무하게 내동댕이 쳐버리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게 해주고 보다 큰 꿈을, 마음을, 시각을 키워주는 멋진 작품이다. 이제 방학도 종반으로 달려가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 책속 즐거운 세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즐겁고 유익한 세계 지리 백과! 책 한권으로 떠나는 아이들과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에게 맡겨보는건 어떨까? 방학과 어울리는 책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세계지리 백과>의 세계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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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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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그런 경험 없어요? 무슨 문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을때, 아무 책이나 손닿는 대로 펼쳐 들었는데, 거기에 바로 나를 위한 글이 딱 적혀 있는 경험 말이에요. 예?' - P. 79 -  ....  그런 경험이 있다. 연인과 이별한 후 들려오는 노래의 노랫말은 꼭 나의 이야기를 담아낸듯 하고.... 직장, 가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혀 삶에 지치고 힘겨워할 때 무심코 손에 쥔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의 문제를 풀어갈 중요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경험 말이다. 한두 번쯤은 그랬음직한 경험이 있을 당신에게 또 한번의 기적같은 경험을 가능하게 할 책 한 권이 여기 있다. 그저 평범해보이는 제목이지만 너무나 예쁜 얼굴을 가진 책 한 권이...

 

<기계공 시모다>'마법의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 평범한 기계공 시모다의 이야기이다. 아니... 우리 자신,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 주인공이다. 이 마을 저마을 떠돌며 10분에 3달러씩 돈을 받고 복엽비행기에 사람을 태워주는 일을 하던 '리처드'는 어느날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도널드 시모다'를 만나게 된다. 하느님의 화신, 기계공 메시아라 불리는 사나이 시모다! 하지만 그는 메시아 역할에 신물이 나서 메시아를 그만두고? 순회비행사 일을 하게 된지 5주가 되었다고 한다. 메시아를 만난 리처드, 리처드를 마주한 기계공 메시아,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이 세상은 당신의 연습장이며, 당신이 계산을 수행하는 페이지들이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물론 원한다면 당신은 거기에 현실을 표현 할 수 있지만 말이다. 당신은 또한 거기에 헛소리나 거짓말을 쓸 수도 있고, 심지어 그 페이지를 찢어버릴 수도 있다.' - P. 159 , 메시아 핸드북 중에서 -

 

만남의 순간부터 조금은 특별해보이는 시모다에게 리처드는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기계공 메시아 시모다의 특별한 능력을 하나둘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리처드, 시모다에게서 [메시아 핸드북]을 받게 되면서 리처드와 시모다의 특별한 수업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모다와 [메시아 핸드북]을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삶에 대한 수많은 물음표에 대한 느낌표를 만들어 간다는 내용이 이 예쁜 얼굴을 한 책에 담겨져있다.

 

세상은 환상이며,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당신에게 줄 선물을 양손에 들고 있게 마련이다 ... 수없이 많은 감동과 진실을 담은 말들이 책속에 넘쳐난다.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물음들을 끄집어 내게 만든다. 그것이 무엇일까? 리처드와 시모나의 특별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손안에 움켜잡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성공과 처세에 관한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즐겨 만나는 편은 아니다. 몇년전 폭풍같은 기세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시크릿'이란 작품이 있었다. 성공의 비밀을 담았다는 이 책은 그 커다란 관심과 사랑 이면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책이란 혹평이 쫓아 다니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그 당시 우리 삶이 그토록 힘들고 지쳐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돈과 성공이란 이름이 어느새 같은말처럼 인식되고, 모두가 그 성공을 위해 달려들던 시기와 책에 담겨져있다던 성공의 비밀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이유는 아니였을까. 하지만 성공을 손에 붙잡고 싶던 이들에게 그것은 잡을 수 없는 작은 깃털에 불과했기 때문에, 실망 또한 커진 것은 아닐까.

 



 

'우리 각자의 내부에는 건강과 질병, 부와 가난, 자유와 복종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들어 있습니다. 결국 이를 다스리는 사람도 우리 자신이요, 다른 누군가가 아닙니다.' - 리처드의 일기장 에서 -

 

하지만 <기계공 시모다>는 조금 다르다. '갈매기의 꿈'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리처드 바크'의 이 작품은 단순히 성공과 부를 쫓는 책이 아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어린왕자'와 '연금술사' 라는 두 작품이다. 주인공이 비행사라는 면에서, 아니면 진정한 연금술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과 닮아 있는 리처드의 특별한 수업이 그래서인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겠지만 어딘지 닮아 있는 듯한 느낌을 같게 된다. 아니 이 두 작품을 뛰어넘는 특별함이 <기계공 시모다>에서 엿보인다. 허황된 성공과 부가 아닌 우리 삶속에서 진정 깨달아야 할 삶의 질문과 의미에 대한 성찰이 그보다 더 깊이를 가진다.

 

'지구 상에서 당신의 사명이 끝났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시험이 하나 있다.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 P. 200, 메시아 핸드북 중에서 -  

 

단순히 생각의 깊이에만 이 책을 국한 시키고 싶지는 않다. <기계공 시모다>는 보다 '구체적' 이기도 하다. '당신이 살아있다면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아 핸드북에 담긴 말은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생(生) 자체를 낯추고 경시하는 이들에 대한 작은 경고가 아닐까? 리처드가 자신의 일기장에 적은 '우리는 다만 붙잡은 것을 놓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의 진정한 과업은 바로 이 여행이요, 이 모험입니다.'라고 말한 수초와 바위에 매달려 사는 생물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처럼 우리 삶의 모습이 어떤 모습이여야 할 지 작가는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자신이 깨닫게 만든다.

 

'마법의 책'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진정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수많은 질문을 이끌고 그 질문에 보이지 않게 대답을 내려놓는다. '어린왕자'의 따스함과 '연금술사'의 깊이까지... 시모다와 메시아 핸드북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고 우리 자신이 삶의 중심이며 우리의 행복과 자유를 위한 꿈을 꾸라고 소리친다. 이렇게 이렇게 해! 라며 단순히 길을 열어두고 알려주는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내면 깊숙히 숨겨둔 진실을 찾는 질문과 어쩌면 단순해보이기까지한 명료한 대답을 시모다는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그래요 나는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나는 구세주입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는 일들을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가 있습니다!' - P. 62 -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것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우리 자신만이 우리의 삶의 주인이고 그것을 이끌어가고 만들어 갈 주체라는 것! 이 쉽고도 거룩한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일깨우게 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속 시모다와 리처드! 죽음으로 이 책이 마무리 되지만 그 속에는 영원한 삶이 그려진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은 틀릴 수도 있다'는 진리 또한 이 책이 주는 신뢰요 확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상의 세계,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기계공 시모다>는 짙고 깊은 느낌표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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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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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오랫만에 들고나온 소설 '1Q84'를 통해 자국에서 뿐만아니라 국내에서도 광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은 한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 작품을 통해 문득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다. 바로 '조지 오웰' 이라는 이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을 통해 다시한번 새롭게 주목받는 작가가 바로 조지 오웰일것 같다. 하루키의 작품이 조지 오웰의 작품인 '1984' 를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아직 하루키의 작품도 내려놓지 못했고, 하물며 조지 오웰의 '1984'는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차츰 그 이름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2011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동무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답이 있습니다. 그 답은 단 한마디로 인간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진짜 적입니다. 인간을 이 농장에서 몰아냅시다. 그러면 굶주림과 과로의 근본적인 원인이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오.' - P. 15 , 메이저 영감의 연설 中 -

 

조지 오웰을 '20세기 최고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들었다는 '1984', 이 작품도 그렇지만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를 훌쩍 넘어선, 조지 오웰이란 이름과 뗄레야 뗄 수 조차 없는 또 다른 한 작품을 먼저 만나보기로 한다. 그 이름은 바로 <동물농장>이다. 존스 씨가 경영하는 장원농장, 늙은 돼지인 메이저 영감의 꿈 이야기와 연설로 시작된 '동물들의 대반란'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을 통해 조지 오웰의 그림자를 뒤따라가 보려한다. 존스 영감과 인간들을 몰아낸 동물들, 메이저 영감은 죽고 돼지 나폴레온과 스노볼이 중심이되어 농장을 운영해 나가게 된다. 동물들만의 사상체계를 다듬어 '동물주의'를 만들고, 장원농장이란 간판을 지우고 '동물농장'이라 써넣는 반란군들...

 

낡은 초록색 식탁보 위에 말발굽과 뿔을 흰페인트로 그려넣고 자신들의 깃발을 만든 동물들은 더불어 자신들만의 일곱계명을 만든다. 그들의 일곱계명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빠!'라는 말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모든 동물이 평등하다는 사상을 만들어낸 동물농장, 하지만 동물들의 지도자인 나폴레온은 스노볼을 변절자로 낙인찍고 내쫓아 버린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폴레온은 불만을 품은 동물들을 처형하기도 하고 반란의 순수성은 점점 그 빛을 잃어간다. 시간이 흘러 반란에 참여했던 동물들을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나폴레온의 욕심과 광기로 다시 과거 장원농장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동물농장과 동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부끄럽게도 이것이 <동물농장>과의 첫 만남이다. 마크 트웨인은 "누구나 읽었더라면, 하고 원하면서도 실은 누구나 읽기를 싫어하는 책, 그것이 고전이다" 라고 정의했다.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지만 지금까지도 쉽게 손에 집어들 수 없었던 변명을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어 해야만 할 것 같다. 이 작품에 대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온터라 책을 집어 들면서도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과 거기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담긴 함축적이고 비유적인 의미를 찾고 이해하는 것이 그리 말처럼 쉽지 않을 거라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바는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을 살짝 맛본 독자들에게 이렇듯 구체적인 몇 단어로 이 작품을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이 작품에 대한 너무나도 친절한 해설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우화 소설로만 읽을 수도 있고, 별것 아닌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그냥 넘겨버릴 수도, 아니면 어떤 비유가 들어있는 것 같긴한데... 하면서 결국에는 어렵사리 해설들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작품과 등장인물, 배경과 작가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동물농장>을 조금은 친근하고 쉬운 친구로 만들어준다.

 



 

<동물농장>속 이야기들은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스탈린이 주도한 소비에트 연방의 수립 과정을 비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예를들어 존스씨의 '장원농장'은 제정 러시아를, 돼지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와 레닌을 합해 놓은 인물이고, 책 속 돼지들은 볼셰비키를 상징한다. '인간'은 자본주의자들을, 동물들의 '반란'은 러시아 혁명을 상징한다. 이처럼 이 작품속 등장인물들과 사건속에는 작가가 숨겨놓은 비유적인 의미와 사건들이 숨겨져 있다. 그 자세한 내용들을 먼저 알고자 한다면 'P. 232' 에 담겨진 도표를 확인해도 좋을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 학대를 보고 마음 아파했다는 조지 오웰은 인간에게 채찍으로 얻어 맞는 동물들을 보면서 인간이 인간에 대해 가하는 착취와 학대의 잔혹성을 발견한다. 그런 그의 경험이 이 작품 <동물농장>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이 작품은 볼셰비키 혁명과 연방의 수립과정속에서 드러난 그들 정치체제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사회주의자였던 조지 오웰은 결코 맹목적으로 그들의 대의에 동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사회주의의 맹점을 비판하고 다양한 관점을 견지하는 폭넓은 사고방식을 가진 조지 오웰이었기에 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열두 목소리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비슷했다. ... 바깥에 있는 동물들은 돼지를 쳐다보다가 인간을 쳐다보았고, 다시 인간을 쳐다보다가 돼지에게로 눈길을 옮겼다. 그러나 이미 어느 것이 돼지의 얼굴이고 어느 것이 인간의 얼굴인지 도저히 구별할 수가 없었다.' - P. 188 -

 

볼셰비키 혁명과 소비에트 연방수립... 하지만 이런 복잡한 구조와 역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쉽게 이 작품에 다가갈 수도 있을 것같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빠!'라는 반란군의 일곱계명이 어느 순간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아!' 로 변해버린 동물농장의 현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P. 179) 라는 모순에 다다른 반란군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우리의 현실 세계를 비춰보게 된다. 메이저 영감이 '인간이야 말로 진짜 우리의 적' 이라고 했던 말처럼 우리 인간들이 동물이나 사회, 이 지구에 비쳐지는 모습에 또한 반성하게 된다. 구체적인 역사와 비유적 내용들을 잘 모르더라도 독자들은 어느새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번에 출간된 비채의 <동물농장>은 서강대 명예교수인 김욱동 교수가 번역을 맡은 작품이다. 김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된 이 작품들의 수많은 오역을 하나하나 바로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듯 너무나도 친절한 주석과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100페이지에 가까운 작품 해설을 통해 작가인 조지 오웰에 대해, 작품의 배경과 이 작품의 장르적 특성,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 등 다양한 각도로 <동물농장>을 조명하고 풀어놓고 있다. 친절한 김교수의 짜릿한 해설은 비채 <동물농장> 만의 독특한 색깔이 된다.

 

읽으면 읽을 수록, 그 상황에 따라, 혹은 시간에 따라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다.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우화소설이지만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이 이 작품을 단순한 우화소설,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넘어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고전이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 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만든다. 고전만이 갖고 있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반세기 전에 탄생한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과 모습을 그속에서 찾을 수 있어 다시금 놀라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는 진정한 작가 '조지 오웰'과 떠나는 고전 여행 두번째 이야기(1984)가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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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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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오기와라 히로시의 '타임슬립',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여행자의 아내' ... 타임슬립이나 시간여행을 소재로한 작품들은 어렵지않게 종종 색다른 상상과 경험을 선사해준다. 특히 타임슬립은 초자연적인 수단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이상 현상으로, 의도에 따른 시간여행보다 조금은 더 특별한 상황을 연출해주기에 소설과 영화와 같은 장르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영화인 '천군'에서는 28살 한참 삐딱한 이순신 장군과 만난 현대의 남북한 군인들의 모습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처럼 타임슬립은 역사적 시간, 사건이 어울려 좀더 색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촌마게 푸딩> 이라는 알쏭달쏭한 제목때문에 시선이 간다. '촌마게'는 에도시대 남자의 머리 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 올린 것을 말한다.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이런 촌마게와 달콤한 푸딩? 바로 타임슬립이 이 작품의 소재라니 색다른 재미와 웃음을 있을 것 같다. 사무라이 복장에 옆구리에 긴 칼을 두 자루나 찬 촌마게 복장의 사무라이가 현대의 시간속에 떨어진다. 시스템 개발 하청회사의 시스템 엔지니어인 '유사 히로코'와 그의 아들 '도모야'는 '기지마 야스베'라는 이 사무라이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남편과 이혼하고 도모야를 혼자 키우는 히로코, 하지만 그녀는 일과 아이의 육아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그런 그녀와 아들 사이에 나타난 기묘한 복장의 사무라이. 지금으로부터 180년전인 1826년, 집에 돌아가는 도중 작은 우물같은 곳에 빠져 소용돌이에 휩쓸려 현대로 떨어져 버렸다는 기지마 야스베와 히로코 가족은 그렇게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과거에서 날아온 기지마 야스베에게 현대의 시간은 온통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주상복합건물을 보고는 하늘을 찌를듯한 성이라고 하고, 티비와 노트북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다녀왔어요,란 인사를 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퇴근해 왔을때, 집안에서 누군가 불을 켜두고 기다려 준적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다.' - P. 66 -

 

변기속 비데를 보고는 요괴가 숨어있는 것 같다고 하고, 장을 보러 가서는 계산대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하다 할복하겠다는 소동에 빵터지고 만다. 예전에 '기묘한 이야기-사무라이와 핸드폰' 이란 작품을 통해서 사무라이와 현대 문명의 만남을 살짝 맛보았다면 이 작품 <촌마게 푸딩>은 아마도 그 확장판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히로코 가족과 기지마 야스베의 기막힌 동거속에서 야스베는 은혜를 갚는다며 집안 청소와 가사 일들을 돕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그들은 하나의 '가족'이란 이름으로 어울려간다. 한편으로는 기지마 야스베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다른 한편으로 조금씩 가족이란 이름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지금까지 잊고 있던 행복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전업 주부처럼 변해가는 사무라이는 아빠라는 존재를 그리워하던 도모야에게 친구이자 아빠의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히로코에게는 잊고 있던 가족의 행복을 일깨우게 만든다. 그렇게 한 가족처럼 평안한 생활을 하던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건 바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아빠가 만든 케이크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게 된 기지마 야스베는 책을 내고 TV도 출연하며 히로코 가족과 떨어져 바쁜 생활을 하게 되는데...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다녀왔습니다."하면 인사를 받아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전에 느끼지 못했던 온기였지만, 곧장 식탁으로 직행해 김이 오르는 받을 앞에 두고 "잘 먹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 P. 114 -

 

현대로 떨어져버린 사무라이! 타임슬립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작품들의 재탕이 아닐까 우려를 갖게 했지만 소재가 지닌 특수성에서 나오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와 그 웃음속에서 작가가 담으려했던 가족과 사랑, 행복이라는 주제속에 잘 녹아들어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해보였다. 마지막 반전에 이어지기까지 속도감 있는 이야기전개와 '따스하다!'라는 느낌 그대로를 마음속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기분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촌마게 푸딩>은 2010년 7월 영화로도 만들어져, 원작의 스토리와 주제를 충실히 그려 내며 일본에서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날 쉴 새 없이 바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 가족과 수많은 인간관계속에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것이 무엇인지를 과거에서 날아온 사무라이를 통해 깨닫게 된다. 싱글맘인 히로코, 아빠가 없는 도모야,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시간속에서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기지마 야스베! <촌마게 푸딩>은 그 독특한 제목 만큼이나 톡톡튀는 재미와 감동으로 한번 집어든 책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든다.

 

조금은 흔한 소재이지만 빠른 전개를 통해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 작품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꼭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작가는 이미 <촌마게 푸딩> 그 두 번째 이야기도 출간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촌마게 사무라이가 던져준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며 달콤한 푸딩 한스푼과 어울릴 작고 부드러운 이 책을 내려놓는다. 평범하게 생각했던 '다녀왔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란 말이 지닌 행복을 많은 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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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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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영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왠지 그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이상 우리의 현실속에서는 찾을 수 없기에 더욱 마음을 사로잡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을 비롯해 세상의 중심에 자리잡았던 소중한 가치들이 더이상 그 중심에 서지 못한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오로지 '돈'과 '자본', '권력'이 바통을 이어받아 그 중심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버린 우리의 현실! 세상에 중심에서 '돈'을 외치다!, 왠지 가슴이 아린듯 쓰라림이 스쳐지난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변치 않는 진리이자 현실의 모습일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다보면 인면수심의 범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이 허다하다. 돈 때문에 아버지를, 가족들을 죽이고, 돈 때문에 벌어지는 상상치도 못할 죽음과 고통들이 넘쳐난다. 얼마전에는 소위 '비즈니스?'하는 여성들의 수가 15만명이라던가 그 이상이라던가 하는 뉴스가 충격을 전해주기도 했다. 알려진 인원이 그 정도니 숨겨져 있는 수를 포함한다면... 정말 경악스럽기까지하다. 돈이 삼켜버린 세상,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대한민국. 그래서인지 이 나라의 치부를 서슴없이 보여주는 작품, 박범신의 <비즈니스>에 더욱 시선이 머무른다.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 P. 53 -

 

조금은 자극적인 표지가 시선을 잡아 당기는 <비즈니스>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ㅁ시'를 배경으로 한다. '21세기형 새로운 꿈의 도시 ㅁ시'라는 돋보이는 캐츠프레이즈, 비즈니스맨으로 통하는 시장에 의해 조성된 화려한 신시가지와 아직도 6,70년대를 연상시키는 구시가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말그대로 비즈니스를 담아낸다. ㅁ시는 '황강'을 기준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뉜다. 서해안 어느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서울의 한강과 강남 강북을 연상시킨다. 성공한자는 떠나고 실패자는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시가지, 모두가 꿈꾸는 욕망의 도시 신시가지... 자본과 욕망으로 꿈틀 거리는 한 도시의 두가지 삶이 색다르게 그려진다.

 

아들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춘을 하는 주부, 신시가지의 고급 빌라와 부잣집을 터는 '타잔'이라 불리는 도둑! 이 두 사람의 운명처럼 얽힌 실타래가 욕망과 자본이 꿈틀대는 'ㅁ시'에서 벌어진다. 소설은 시대를 읽는 눈이 아닐까 싶다. <비즈니스>의 단순한 소재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우리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노래방을 전전하며 과외비를 번다는 주부들의 이야기는 더이상 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타잔'이란 도둑의 모델 또한 여러번 들어본 현실의 그림자임에 다르지 않다. 현실의 욕망과 상처, 그들이 그려가는 자본주의의 슬픔이 <비즈니스> 깊숙히 묻어난다.

 



 

2010년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이란 작품이 공교롭게도 모 기업 비자금 사건과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고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았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오랫만에 돌아온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의 <비즈니스> 역시 앞서 언급했던 '여성경제활동인구 60명중 1명이 호스티스'라는 뉴스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훈, 박범신 작가 등 이들 별들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는 이렇듯 우리 문학에서 놓치고 넘어갔던 '현실 비판적' 문학 작품들의 귀환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가져야 할 문학적 책임, 그동안 잊고 있던 문학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비즈니스>를 읽다보면 얼마전 만났던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가 떠오른다. '희망'이란 꿈과 허황된 '꿈(夢)' 두가지 의미를 그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가진 현실의 벽, 사회적인 문제들을 작가 특유의 유머, 빠르고 색다른 전개와 시각을 통해 그려내고 있었다. <비즈니스> 역시 모두가 꿈꾸는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욕망으로 꿈틀대는, 모두가 꿈꾸는 도시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가 가진 보이지않는 계급화의 문제점을, 우리 사회가 놓쳐서는 안 될, 그러면서도 잊고 살아가야만 하는 비참한 현실의 모습을 여과없이 그려낸다.

 

'자식을 먹이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은 어디에든 있을지 모르지만,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왠지모르게 가슴이 아려온다. 돈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문제점들, 오로지 돈과 권력만이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버렸고, 권력 또한 돈의 손아귀 안에 존재한다. 냉정한 현실과 사회의 치부를 그리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 우리가 잊지 않고 꼭 부여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한 메세지를 전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대한민국! 이제 더이상 이런 말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돈이면, 권력이면 다 된다는 인식 이전에 도덕성이 가장 우선되고, 기본과 원칙에 의해 운영되고 상식이 통용될 수 있는, 따스한 관심과 희망으로 미래를 꿈꾸어 갈 수 있는 그런 평범하지만 우리 만의 색깔을 가진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지만 아이들이 또 다른 꿈을 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적 폭력성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장편을 준비한다는 작가 박범신! 소설의 자궁속으로 들어가 순직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작가, 그의 펜끝에서 올바르고 멋진 우리나라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모두가 꿈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멋진 시간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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