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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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영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왠지 그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이상 우리의 현실속에서는 찾을 수 없기에 더욱 마음을 사로잡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을 비롯해 세상의 중심에 자리잡았던 소중한 가치들이 더이상 그 중심에 서지 못한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오로지 '돈'과 '자본', '권력'이 바통을 이어받아 그 중심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버린 우리의 현실! 세상에 중심에서 '돈'을 외치다!, 왠지 가슴이 아린듯 쓰라림이 스쳐지난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변치 않는 진리이자 현실의 모습일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다보면 인면수심의 범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이 허다하다. 돈 때문에 아버지를, 가족들을 죽이고, 돈 때문에 벌어지는 상상치도 못할 죽음과 고통들이 넘쳐난다. 얼마전에는 소위 '비즈니스?'하는 여성들의 수가 15만명이라던가 그 이상이라던가 하는 뉴스가 충격을 전해주기도 했다. 알려진 인원이 그 정도니 숨겨져 있는 수를 포함한다면... 정말 경악스럽기까지하다. 돈이 삼켜버린 세상,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대한민국. 그래서인지 이 나라의 치부를 서슴없이 보여주는 작품, 박범신의 <비즈니스>에 더욱 시선이 머무른다.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 P. 53 -

 

조금은 자극적인 표지가 시선을 잡아 당기는 <비즈니스>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ㅁ시'를 배경으로 한다. '21세기형 새로운 꿈의 도시 ㅁ시'라는 돋보이는 캐츠프레이즈, 비즈니스맨으로 통하는 시장에 의해 조성된 화려한 신시가지와 아직도 6,70년대를 연상시키는 구시가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말그대로 비즈니스를 담아낸다. ㅁ시는 '황강'을 기준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뉜다. 서해안 어느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서울의 한강과 강남 강북을 연상시킨다. 성공한자는 떠나고 실패자는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시가지, 모두가 꿈꾸는 욕망의 도시 신시가지... 자본과 욕망으로 꿈틀 거리는 한 도시의 두가지 삶이 색다르게 그려진다.

 

아들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춘을 하는 주부, 신시가지의 고급 빌라와 부잣집을 터는 '타잔'이라 불리는 도둑! 이 두 사람의 운명처럼 얽힌 실타래가 욕망과 자본이 꿈틀대는 'ㅁ시'에서 벌어진다. 소설은 시대를 읽는 눈이 아닐까 싶다. <비즈니스>의 단순한 소재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우리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노래방을 전전하며 과외비를 번다는 주부들의 이야기는 더이상 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타잔'이란 도둑의 모델 또한 여러번 들어본 현실의 그림자임에 다르지 않다. 현실의 욕망과 상처, 그들이 그려가는 자본주의의 슬픔이 <비즈니스> 깊숙히 묻어난다.

 



 

2010년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이란 작품이 공교롭게도 모 기업 비자금 사건과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고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았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오랫만에 돌아온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의 <비즈니스> 역시 앞서 언급했던 '여성경제활동인구 60명중 1명이 호스티스'라는 뉴스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훈, 박범신 작가 등 이들 별들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는 이렇듯 우리 문학에서 놓치고 넘어갔던 '현실 비판적' 문학 작품들의 귀환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가져야 할 문학적 책임, 그동안 잊고 있던 문학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비즈니스>를 읽다보면 얼마전 만났던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가 떠오른다. '희망'이란 꿈과 허황된 '꿈(夢)' 두가지 의미를 그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가진 현실의 벽, 사회적인 문제들을 작가 특유의 유머, 빠르고 색다른 전개와 시각을 통해 그려내고 있었다. <비즈니스> 역시 모두가 꿈꾸는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욕망으로 꿈틀대는, 모두가 꿈꾸는 도시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가 가진 보이지않는 계급화의 문제점을, 우리 사회가 놓쳐서는 안 될, 그러면서도 잊고 살아가야만 하는 비참한 현실의 모습을 여과없이 그려낸다.

 

'자식을 먹이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은 어디에든 있을지 모르지만,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왠지모르게 가슴이 아려온다. 돈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문제점들, 오로지 돈과 권력만이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버렸고, 권력 또한 돈의 손아귀 안에 존재한다. 냉정한 현실과 사회의 치부를 그리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 우리가 잊지 않고 꼭 부여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한 메세지를 전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대한민국! 이제 더이상 이런 말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돈이면, 권력이면 다 된다는 인식 이전에 도덕성이 가장 우선되고, 기본과 원칙에 의해 운영되고 상식이 통용될 수 있는, 따스한 관심과 희망으로 미래를 꿈꾸어 갈 수 있는 그런 평범하지만 우리 만의 색깔을 가진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지만 아이들이 또 다른 꿈을 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적 폭력성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장편을 준비한다는 작가 박범신! 소설의 자궁속으로 들어가 순직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작가, 그의 펜끝에서 올바르고 멋진 우리나라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모두가 꿈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멋진 시간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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