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오기와라 히로시의 '타임슬립',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여행자의 아내' ... 타임슬립이나 시간여행을 소재로한 작품들은 어렵지않게 종종 색다른 상상과 경험을 선사해준다. 특히 타임슬립은 초자연적인 수단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이상 현상으로, 의도에 따른 시간여행보다 조금은 더 특별한 상황을 연출해주기에 소설과 영화와 같은 장르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영화인 '천군'에서는 28살 한참 삐딱한 이순신 장군과 만난 현대의 남북한 군인들의 모습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처럼 타임슬립은 역사적 시간, 사건이 어울려 좀더 색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촌마게 푸딩> 이라는 알쏭달쏭한 제목때문에 시선이 간다. '촌마게'는 에도시대 남자의 머리 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 올린 것을 말한다.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이런 촌마게와 달콤한 푸딩? 바로 타임슬립이 이 작품의 소재라니 색다른 재미와 웃음을 있을 것 같다. 사무라이 복장에 옆구리에 긴 칼을 두 자루나 찬 촌마게 복장의 사무라이가 현대의 시간속에 떨어진다. 시스템 개발 하청회사의 시스템 엔지니어인 '유사 히로코'와 그의 아들 '도모야'는 '기지마 야스베'라는 이 사무라이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남편과 이혼하고 도모야를 혼자 키우는 히로코, 하지만 그녀는 일과 아이의 육아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그런 그녀와 아들 사이에 나타난 기묘한 복장의 사무라이. 지금으로부터 180년전인 1826년, 집에 돌아가는 도중 작은 우물같은 곳에 빠져 소용돌이에 휩쓸려 현대로 떨어져 버렸다는 기지마 야스베와 히로코 가족은 그렇게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과거에서 날아온 기지마 야스베에게 현대의 시간은 온통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주상복합건물을 보고는 하늘을 찌를듯한 성이라고 하고, 티비와 노트북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다녀왔어요,란 인사를 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퇴근해 왔을때, 집안에서 누군가 불을 켜두고 기다려 준적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다.' - P. 66 -

 

변기속 비데를 보고는 요괴가 숨어있는 것 같다고 하고, 장을 보러 가서는 계산대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하다 할복하겠다는 소동에 빵터지고 만다. 예전에 '기묘한 이야기-사무라이와 핸드폰' 이란 작품을 통해서 사무라이와 현대 문명의 만남을 살짝 맛보았다면 이 작품 <촌마게 푸딩>은 아마도 그 확장판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히로코 가족과 기지마 야스베의 기막힌 동거속에서 야스베는 은혜를 갚는다며 집안 청소와 가사 일들을 돕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그들은 하나의 '가족'이란 이름으로 어울려간다. 한편으로는 기지마 야스베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다른 한편으로 조금씩 가족이란 이름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지금까지 잊고 있던 행복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전업 주부처럼 변해가는 사무라이는 아빠라는 존재를 그리워하던 도모야에게 친구이자 아빠의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히로코에게는 잊고 있던 가족의 행복을 일깨우게 만든다. 그렇게 한 가족처럼 평안한 생활을 하던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건 바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아빠가 만든 케이크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게 된 기지마 야스베는 책을 내고 TV도 출연하며 히로코 가족과 떨어져 바쁜 생활을 하게 되는데...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다녀왔습니다."하면 인사를 받아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전에 느끼지 못했던 온기였지만, 곧장 식탁으로 직행해 김이 오르는 받을 앞에 두고 "잘 먹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 P. 114 -

 

현대로 떨어져버린 사무라이! 타임슬립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작품들의 재탕이 아닐까 우려를 갖게 했지만 소재가 지닌 특수성에서 나오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와 그 웃음속에서 작가가 담으려했던 가족과 사랑, 행복이라는 주제속에 잘 녹아들어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해보였다. 마지막 반전에 이어지기까지 속도감 있는 이야기전개와 '따스하다!'라는 느낌 그대로를 마음속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기분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촌마게 푸딩>은 2010년 7월 영화로도 만들어져, 원작의 스토리와 주제를 충실히 그려 내며 일본에서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날 쉴 새 없이 바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 가족과 수많은 인간관계속에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것이 무엇인지를 과거에서 날아온 사무라이를 통해 깨닫게 된다. 싱글맘인 히로코, 아빠가 없는 도모야,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시간속에서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기지마 야스베! <촌마게 푸딩>은 그 독특한 제목 만큼이나 톡톡튀는 재미와 감동으로 한번 집어든 책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든다.

 

조금은 흔한 소재이지만 빠른 전개를 통해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 작품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꼭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작가는 이미 <촌마게 푸딩> 그 두 번째 이야기도 출간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촌마게 사무라이가 던져준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며 달콤한 푸딩 한스푼과 어울릴 작고 부드러운 이 책을 내려놓는다. 평범하게 생각했던 '다녀왔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란 말이 지닌 행복을 많은 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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