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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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人權, human rights)은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간의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및 지위와 자격을 총칭하는 개념'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국가에 의해 법률적, 제도적인 보호를 받으며 많은 부분 개선과 향상이란 말로 발전해 왔다지만 실상을 드려다보면 아직도 상당수 보편적인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문 날인, 공항 알몸 검색,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보이지 않는 눈인 CCTV의 현격한 증가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범죄 예방과 감소, 해결이라는 명분으로 수없이 생겨난 CCTV의 경우, 사생활 침해라는, 그 장점에 반하는 양면성 때문에 인권의 적이라 표현되기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생겨난 이런 디지털 기기들이 범죄에 이용되거나 국가 권력에 의해 잘못된 의도로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범죄 예방과 같은 공공복리 측면과 사생활 침해와 같은 인권의 문제가 충돌한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고민케 만드는 한 작품이 있다.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 히가시노게이고의 손끝에서 탄생한 색다른 미스터리 <플래티나 데이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시노 게이고가 삼년반이란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아낸 <플래티나 데이터>는 DNA와 같은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한 수사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물론 DNA를 이용해 범죄자와 유사 범죄를 연관짓는 시스템은 현재에도 많은 부분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시스템은 한 단계 더 진보한 것이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와 같은 작은 것에서 추출한 DNA를 통해서 성별이나 나이, 혈액형, 신장 등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타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체질이나 인종적 특성, 구체적 신체 특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도출해내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를 통해 DNA 몽타주를 얻어내는데 그 정확도가 놀랄만한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시부야 변두리 러브호텔 방에서 전기 환각기를 사용한 20대 초반 여성의 사체가 발견된다. 환각 상태에서 섹스를 즐기던 여성,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를 어딘가로 배달하게 된 아사마 레이지 반장은 경찰청 특수해석 연구소로 가게되는데 그곳에서 앞서 언급했던 DNA 수사 시스템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음모에서 추출한 DNA는 범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게 되는데...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가구라 주임'이 이 DNA 시스템을 담당한다. 그는 이 시스템의 폭넓은 활용을 위한 개인 정보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면 범죄 예방 및 해결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거라는 말을 한다.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고요? 이보세요, 아사마 반장님. 국민이 뭘 어쩔 수 있다는 겁니까? 데모를 하건 연설을 하건 정치가들은 자기들이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을 척척 통과시키는데요. 지금까지 줄 곧 그렇게 해오지 않았습니까? 국민의 반대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국민들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법안을 통과시키다니 용서할 수 없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초기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상황에 익숙해지지요...' - P. 41 -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관리하는 걸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아사마 반장의 말에 가구라는 위와 같은 말로 단정한다. 국가 권력이 공익을 위해 국민의 정보를 관리한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릴거라 생각이 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사생활 침해와 불법 유출이란 우려와 공공의 안녕을 위해 그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 하지만 문제는 공권력, 혹은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의 무차별적인 법안 의결로 인해 공익보다는 사생활 침해때문에 반대입장을 보인 이들의 의견조차 무시된다는 사실이다. 가구라 주임의 말에서보듯 너무도 당연하게, 공공연히 드러나는 이런 잘못된 행태를 <플래티나 데이터>는 꼬집고 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그 획기적인 시스템 덕분에 여러가지 사건들을 해결하게 되지만 머지않아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센쥬 신바시 옆 제방에서 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젊은 여성의 이 사체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체내에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이 남아있었다. 이 사건은 하치오지 사건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연쇄살인으로 추정되어 DNA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범행 대상을 찾을 수 없다는 'NOT FOUND (NF)'라는 결과를 내어놓게 된다. 이 사건을 포함해 벌써 13번째 NF 사건인 것이다.

 

DNA 시스템을 만든 다테시나 남매, 중증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그들을 치료하는 미나카미 교수, 시스템을 관리하는 가구라 주임,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류'.... 연쇄 살인 사건속에 숨겨진 비밀과 개인 정보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모종의 음모, 다양한 인물들 속에 감추어진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일본 미스터리 제왕의 손끝에서 능수능란하게 휘몰아친다. <플래티나 데이터>의 한 등장인물에게서 보여지는 인간이 가진 양면성, 사회나 국가 권력이 가지는 선과 악의 양면성이 섬뜩하리만큼 재미있고 실감나게 그려진다. 가까운 미래, 우리의 모습이 아마도 이럴까?

 

이런 국가 권력의 횡포를 현실 속에서도 여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한창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즈음, 서민들의 황폐해진 가계와는 반대로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그들 위주의 삐뚤어진 감세 정책들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그뿐인가? 뛰는 물가에 너두나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실속에서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의 연금지급과 관련한 법률을 몰래 처리했다가 언론에 알려지자 폐기했던 사건도 불과 몇달전의 일이다.

 

더이상 정부를, 공권력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믿을 수 없는 불신을 심어준 것이 바로 그들 자신임을 아직도 그들은 모른다. 아니 앞서 가구라 주임이 했던 말처럼 국민들은 조금만 지나면 잊어버리고 그들을 따라 올 수밖에 없다고 믿는 것인지도 모를일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더이상 그들이 추진하는 일들을, 법안을, 계획들을 쉽게 믿을수도 맡길 수도 없을 거라는 불신이 온 사회에 팽배해진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부당거래'라는 영화가 지난 겨울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정치인, 경찰, 검찰과 기업인들 사이의 부당거래... 이것이 바로 소설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다.

 

'어는 세상이건 신분은 존재해. 인간이 평등한 사회는 있을 수 없어!' - P. 493 -

 

'평등한 사회는 있을 수 없어!' 라는 이 단정적인 말이 가슴을 아프게한다. 언제부터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이토록 많은 생각을 갖게 된 것일까? 자신에게 묻게된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미스터리의 재미속에서도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한편으로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장르를 초월하는 작가의 열정을 담은 특별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조금은 밋밋한 반전과 작가와의 두뇌 싸움에서 이긴 것같은 우월감에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 작품이지만, SF적 소재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색다름이 마음을 움직인다.

 

기술의 발달이나 국민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법안이 더이상 일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특정 계층, 계급을 위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몇번이고 현실속에서 엿보이기에 더욱 짙어진다.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소설의 형태로 갖출 수 있게 되어 안심이다' 라는 작가의 말속에 보이지 않는 악(惡), 보이지 않는 악인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듯해 우울함이 느껴진다. 흥미진진한 재미를 넘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깊이 사색하게 하는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플래티나 데이터> 그렇게 도발적인 미스터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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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x 2012-01-1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
쇼지 유키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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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너에게 달려갈께 ... 문득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떠오른건 비단 나 하나 뿐일까? 노오란 표지 위, 흐느적거리는 시계, 시간 위를 살포시 내달리는 긴 머리 소녀의 모습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속 소녀 마코토를 떠올리게 만든다. 순수라는 이름속에 청춘의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던 그 소녀의 모습, 이야기와는 조금은 다른 또 다른 시간속 여행이 <너를 위한 해피엔딩>속에서 시작된다. 추억을 먹는 '바쿠'와 그, 그녀들의 시간여행이 그렇게 다가온다.

 

'저는 추억을 먹습니다. 선한 사람의 추억을 갖는 대신에 다른 인생을 만듭니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때, 행복한 꿈을 꾸게 됩니다. 무엇을 바랄지는 자유입니다. 어떤 것이든지. 당신이 그걸 바란다면...'

 

죽음을 앞둔 당신! 당신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그리고 조용하게 묻는다. '혹시 되찾고 싶은게 있습니까?' 라고... 죽음 이전의 삶 속에서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을 수 있는 순간을 되돌려 준다고 속삭인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죽음의 사신처럼 다가와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삶속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게 해준다는 속삭임이 들린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일지 그 누구도 모른다.

 

곱명의 남녀,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란 이름으로 메아리친다. 죽음, 그리고 다시 사는 삶! 어쩌면 이런 소재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수없이 많이 소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조금 색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이야기의 구성도 조금은 독특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 앞에 나타난 '바쿠'는 추억을 가져가는 대신, 죽음을 앞둔 이가 자신의 삶에서 되찾고 싶은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려준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살아온 시간과는 다른 삶을 만들어가게 된다.

 

하숙집을 운영하던 어머니와 두 명의 하숙생 그리고 데루코의 사랑과 선택, 동성친구의 사랑을 지키기위해 친구이자 엄마 그리고 가족으로 평생을 함께 살고 싶어했던 고토미, 친구와 그의 연인을 사랑한 겐지, 존 레논을 사랑했던 여자선배와 연인이 된 유이치! ...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일곱 남녀, 그들과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특한 구성으로 펼쳐진다. 죽음을 앞둔 그들은 바쿠를 만나고, 인생의 이정표가 될 시간으로 되돌아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다, 다시 바쿠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그, 그녀들의 이야기 이후, 마지막 바쿠와의 짧은 대화를 듣다 보면 '아~ 이거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죽음을 앞둔 그,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순간이, 되찾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정말이지 독특한 소재와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그 깊이는 그리 낮지 않은, 적당한 길이와 깊이를 보여주는 색다름이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대화체로 구성되어 전개가 빠르면서도 각각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재미와 깊이를 더한다.

 

바쿠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읽다보면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 주인공의 바뀌어진 삶과 마지막 대화가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책속에서 굵은 글씨로 쓰여진 대화는 이야기속 또 다른 등장인물의 마지막 대화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은 것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가 되지만 조금은 알쏭 달쏭한 것도 사실이다. 몇번은 더 책장을 넘겨보아야 이해 할 수 있을런지... 마지막 대화속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도 숨어있다. 진정 자신이 되돌리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듣는 순간, 뒤바뀐 삶이 아닌 이전 삶의 모습들을 보게 된 순간, 독자들은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원하면, 모든 게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바라면, 이 세상은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는 시간을 먹는 바쿠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삶을 꿈꾼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나,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없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기 때문은 아닐까? 삶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으로 떠나는 여행! 이것이 바로 추억을 먹는 사신 바쿠가 전해주는 순간의 여행인 것이다. 이 작품이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는 이유는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에 의해 잃어버린 타인의 행복과 사랑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은 누군가에겐 불행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행복이 나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우리 삶의 모습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든다.

 

생은 아름답다! 기나긴 솔로의 시간을 끝내고 예쁜 딸아이를 낳고 보니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가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런 기분이 언제까지, 오래도록 지속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후회의 연속일 수 있다. 삶은 그리고 쉴 새 없이 결정을 내어 놓으라 말한다. 잘못된 결정을 했더라도 그것을 되돌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우리 삶이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이런 우리 삶의 수많은 결정의 순간, 보다 깊은 고민과 깊이 있는 사색을 갖으라고 말한다. 이기적인 나를 버리고 한번쯤 너를 생각할 줄 아는 배려를 갖으라고 한다. 굳이 죽음을 앞두고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죽음 앞에서듯 아름다운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당신을 위한 해피엔딩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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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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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에서 최근 가장 마음을 사로 잡는 두 이름이 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의 미치오 슈스케와 '고백'의 미나토 가나에 가 바로 그들이다. 모두 2010년 첫 만남을 갖게 되었고, 만나자마자 마음을 온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작년 마지막 즈음에 읽은 작품도 미치오 슈스케의 '솔로몬의 개' 였다. 미치오 슈스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의 최근 작품들에 대해 '십이지 시리즈'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그는 개, 고양이, 원숭이, 뱀, 용 등 다양한 동물들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동물 미스터리와 만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마도 그 작가의 이름을 듣고서일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 미미 여사,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계의 대모인 그녀가 오랫만에? 들고 돌아온 작품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마사'라는 경호견이다. 수많은 폐인들을 거느린 미미 여사, 이름만으로도 그녀의 책을 선뜻 집어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그녀의 이번 작품 역시 너무나 커다란 기대를 갖고 맞이하게 된다. 사회파 미스터리, 판타지와 다양한 시나리오에 프로듀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이지만 역시 그녀의 이름과 어울리는 장르는 미스터리라는 생각이든다.

 

'내 이름은 마사. 전직 경찰견. 지금은 은퇴하여 하스미 탐정사무소라는 곳에서 경호견을 하고 있다. ... 나와 콤비를 이루고 있는 사람은 하스미 가요코 양. 소장 하스미 고이치로의 자랑스러운 딸이기도 하며 사무소에서는 가장 젊은 조사원이다.' - P. 139 -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 작품은 개라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인간들과도 가장 친근한 동물의 시선속에 담은 미스터리한 사건과 그 해결 과정들을 그린다. 저먼셰퍼드종인 마사는 경찰견이었다가 은퇴한지 5년이 된 개다. 검시의 선생의 집에서 지내다가 하스미 고이치로를 따라 하스미 탐정사무소로 와서 경호견이 된 마사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가요코와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은 모두 다섯개의 단편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 독립적이고 마사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이야기를 담아낸다.

 

가요코의 동생인 이토코를 모로오카 신야가 데릴러 갔다가 텔레비젼 드라마 한 장면 같은 소녀 유괴사건과 맞닥드리게 된 미스터리를 시작으로 마사와 산책을 나간 가요코가 손바닥 숲에서 발견한 마약 밀래상인 야쿠자의 시체, 탐정 사무소에 의뢰를 위해 찾아온 한 여인과 그녀의 백기사, 하스미 탐정 사무소 가족들의 여행 기간 동안 벌어진 마사의 빈집 모험,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미미 여사의 의뢰를 받은 마사와 하스미 탐정 사무소 이야기이다. 마사와 대화를 나누는 동물들, 인간과 말이 통하지 않기에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 등 조금은 판타스틱한 구성을 담아내며 이야기는 시종일관 경쾌하게 이어진다.

 

미야베 미유키식 일상 미스터리!

일상 미스터리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개가 주인공이고 탐정 사무소가 등장한다는 설정을 뺀다면 일상 미스터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작품이다. 산책을 하다가, 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여행을 떠난 빈 집에서...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마주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경찰견이었던 마사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탐정의 피를 가진, 예리한 '여자의 감'을 가진 가요코의 추리로 풀어나간다. 유괴, 살인, 동물학대 등 무거운 소재들이 다루어지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그다지 어둡지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조금은 가볍고 경쾌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을 만나보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가장 먼저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모방범', '이유', '크로스파이어', '이름없는 독' 등 진정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 미스터리 최고의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보지 않고서 이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혹시라도 그녀의 이름을 왜곡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 냉철하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날카롭게 써내가는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는 차별화 된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는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을 확실히 인지한 후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만나보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 작가가 수상하다!' 

우연히 모 신문에 그녀와 그녀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유심히 읽게 된다. '사회의 어둠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바라보는 미야베지만 그 시선 안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작품을 만나보기 전, 혹은 아직도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조금 더 그녀를 알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가가 수상하다!'라는 이 기사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7141729175&code=900315 더불어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리쿠,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넬리, 레이먼드 챈들러 등 다양한 장르의 관심있는 작가들을 만나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t128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는 살림출판사에서 출간한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인 '레드문클럽'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작품중 개인적으로도 몇 편을 만나보기도 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의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 엔도 다케후미의 '프리즌 트릭'이 바로 그것이다. 이외에도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등 다양한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들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흘러가는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까지 줄곧 낮이 주역이고 밤은 낮이 자고 있는 동안에만 낮의 눈을 훔치듯이 찾아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닌 게 아닐까. 주역은 밤이고 캄캄한 것이 진짜고, 낮의 빛이 오히려 밤을 꺼려하면서 어쩌다 우연히 우리를 비춰 주고 있는게 아닐까.' - P. 336 -

 

우에쿠사 씨가 선물한 목줄에 쓰인것처럼 마사는 인간들에게 '가장 용감하고 충실한 친구'이다. 비뚤어진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나이든 전직 경찰견의 시선은 미스터리속에서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제나 날카롭고 냉철하게 사회의 단면들을 그리는 작가이지만 그 시선이 단지 차가운 것만은 아니다. 현실을 바라보게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부정적인 모습속에서 따스하고 인간적인 미래를 꿈꾸게 한다. 이것이 미야베 미유키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특별함인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속에는 교묘한 트릭이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두뇌싸움도 그리 치열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 속에서 그녀의 작품들이 독자들로 부터 사랑 받는 특별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그녀의 사회성 짙은 이야기들, 뭐라 단정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책을 내려 놓은 후 긷드는 여운 같은 독특한 느낌이 바로 그녀를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칭송 받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는 조금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한 셈이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 가벼운 듯 무거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바로 이 책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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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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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바르가스 요사는 이 작품을 '불멸'이란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밀레니엄> 시리즈와의 오랫만의 재회가 더욱 즐겁다. 2008년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낯선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손에 들고는 처음 느꼈던 느낌과는 조금은 다른 색다름이 느껴진다. 단 한편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남기고 생을 마감한 한 작가,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진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으로 다가올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하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그 어떤 작품보다 짜임새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은 <밀레니엄>을 불멸의 문학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새로 옷을 갈아입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단 그립던 오랜 친구를 재회하는 특별한 느낌! 그것이 이번 <밀레니엄>을 만난 첫 느낌이다.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이전 표지에는 영화 '아담스 패밀리'의 웬즈 데이를 꼭 빼어닮은 소녀가 표지를 장식했었다.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표지의 중요성을 개인적으로도 몇번이나 언급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전 표지는 작품의 수준과 평가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 옷을 갈아입은 <밀레니엄>은 조금은 더 인상적이고 더 많은 상상과 스웨덴식 미스터리의 맛을 인상 짓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을 만든다.

 



 

이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시리즈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허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을 앞두고 있는 <밀레니엄>은 약간 국지적 느낌이 들게 했던 '밀레니엄 신드롬'이 머지않아 전세계를 강타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유럽에서도 영화로 제작되었지만 허리우드 키드들의 편협하고 길들여진 시선 때문인지, 조금은 낯선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허리우드로 발길을 옮긴 <밀레니엄> 시리즈, 또 다른 기대와 떨림이란 기다림의 시간을 선물하는 듯하다. 이제 새 옷으로 갈아입은 불멸의 문학! <밀레니엄>의 신화,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잡지사 '밀레니엄'의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경호회사 밀턴 세큐리티에서 일하는 미스터리한 캐릭터 '리스베트 살란데르'! 매력적인 그, 그녀의 기나길고 험난한, 특별한고 매혹적인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스웨덴의 대기업의 총수였던 헨리크 반예르는 미카엘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가문 연대기 집필 의뢰이고 다른 하나는 40년전 갑자기 사라진 하리에트 반예르 실종 사건을 은밀히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이 사건을 해결할 경우, 금전적 사례와 함께 베네르스트룀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미카엘에게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밀레니엄>의 또 다른 한편에는 리스베트 살란데르, 그녀가 서있다. 불우하고 잔혹한 어린시절을 보낸 미스터리한 천재 해커인 그녀는 미카엘이란 인물과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조사 의뢰를 받게 된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시작을 담은 1부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이 시리즈를 이끌어갈 매력적인 두 캐릭터의 등장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듯 보인다. 반예르가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기자로서의 전문적인 지식, 흩어져 있는 퍼즐을 맞추어가는 추리 문학의 진수를 독자들을 숨가쁘게 마주하게 된다. 촘촘하게 쓰여진 이야기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비춰진다.

 



 

조금은 복잡하고 난해한 여성 편력, 기자라는 신분으로 대기업 가문의 연대기를 쓰기도 하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기자로서 신념을 가졌지만 이런 그의 모습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주인공으로 적합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진 독자들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책을 펼쳐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그의 내면 깊숙히 자리한 특별한 매력에 좀처럼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리스베트 살란데르, 그녀 역시 불우한 가정사를 뛰어 넘는, 천재적인 두뇌와 사건을 풀어가는 멋진 활약을 통해 독자들을 <밀레니엄>의 불꽃속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야기가 깊어 갈수록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밀레니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그녀를 위한, 그녀를 향한 이야기가 바로 이 <밀레니엄> 시리즈가 아닐까싶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속에 담긴 다섯개의 밀레니엄 코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출판사 카페의 <밀레니엄> 미리보기를 먼저 만나본다면 더 즐겁고 특별한 밀레니엄 여행을 할 수 있을거라 말해주고 싶다. http://cafe.naver.com/wjbookingclub/11883
2011년 2월과 3월 연속적으로 시리즈 2, 3부가 새로운 옷을 입고 등장한다고 한다. 1부의 경우 부제가 이전 출간 때와 같았지만 2부는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로, 3부는 '벌집을 발로 찬 소녀'라는 새로운 부제를 달고 재출간 된다고 한다. '매혹'이란 말로 등장했던 1부의 이야기들이 시리즈를 더 할수록 독자들에게 어떤 매혹적인 수식을 선물할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바르가스 요사의 '불멸(不滅)'이란 말로는 <밀레니엄>을 표현하기에 약간의 부족함이 있어보인다. 단순히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불멸을 넘어, 잦아들지 않고 더욱 피어오르는 불꽃이 그 이름 속에 있다. 그 제목처럼 '천년'을 뛰어 넘을 특별함, 전세계를 열광시킬 '밀레니엄 신드롬'을 기대하게 된다. 영원히 남을 이름 하나를 남긴, 스티그 라르손! 영원히 불꽃으로 남을 밀레니엄! 문학이 가진 힘과 사회성 짙은 이야기, 추리 문학의 재미와 매력적 캐릭터들과의 만남. 다시 되살아난 매혹의 불꽃, 밀레니엄! 그 영원한 신화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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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을 위한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1 - 초등 저학년이 꼭 읽어야 할 40권의 책으로 배우는 책 읽는 방법 아주 특별한 도서관
임성미 글, 이수영 그림 / 글담어린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 아이들은 방학때가 되면 무엇을 가장 많이 할까? 가족과의 여행? 아니면 도서관 미술관 등 교양을 위한 발걸음? 당신의 가족은 어떠한가? 사실 개인적으로 요즘 아이들에 대해서 불만이 아주 많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들에 대한 불만이 아니겠지만... 주말이면 놀러오는 조카들이 하는 일이라곤, '안녕하세요!' 이후 한구석에 틀여박혀 하는 게임이 전부다. 손바닥 만한 게임기를 들고는 오는 시간부터 갈 때까지 온종일 그것에만 매달린다. '얘들아 그만!'을 외치는 삼촌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일쑤다. 게임에 눈이 먼 아이들, 그것이 단순히 아이들만의 잘못일까? 숨가쁘게 바쁜 어른들이 만들어낸 어른들의 초상이 바로 그 아이들의 모습은 아닐지...

 

아주 어릴적 동화책을 손에 들고 혼자서 구석에 앉아 읽던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더이상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전전하면서 주말이면 몇시간 게임을 하게 한다는 형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현대를 사는 아이들이 불쌍하고 서글퍼 지는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책과 함께 하며 꿈꾸고 상상하는, 미소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물론 이런 모습들이 모든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는건 아니겠지만 그다지 어긋난 모습도 아닐것임이 확연해 보인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불만스럽다.

 

그러던 중 최근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 한권을 만나게 되었다.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특별한 도서관>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얼마전에는 '초등 고학년'이 꼭 읽어야 할 40권의 책을 통해 책읽는 방법과 만났고, 이번에는 '초등 저학년'에게 도움이 되는 책들의 도서관을 만나게 되었다.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 그로 인해서 생각의 힘을 키우는 이 작품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선뜻 추천해줄 책때문에 고민하는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란 생각이든다.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재미는 게임이나 놀이를 할 때 느끼는 재마와 좀 다르단다.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잖아.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재미는 '생각하는 재미' 라고 할 수 있어.' - P. 17, 책벌레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에 中 에서 -

 

초등 고학년들에게 소개해주었던 40권의 책들과는 다르게 초등 저학년들에게 소개하는 40권의 책은 조금은 더 쉽고 재미있다는 말로 표현 할 수 있을것 같다. 아이들이 쉽게 책에 집중하고 빠져들 수 있게끔 고학년들을 위한 도서관보다 재미있는 그림이 많이 실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이 긴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방법, 재밌게 책을 읽는 방법, 책을 잘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 책을 통해 우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두 권으로 이루어진 <저학년을 위한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특별한 도서관>의 첫번째 이야기속에는 모두 20권의 책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그 전에 먼저 책은 왜 읽어야하고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 좋은점은 무엇이 있는지,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어야 할 지, 그렇게 선택된 40권의 책에 대해서 개괄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책 이야기, 도서관 이야기가 펼쳐진다. 1권에서는 모두 세 개의 책장속에 담긴 책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번째 책장에서는 '엄청 재미있어서 쉽게 읽히는 책'들이 있다. '마법사 똥맨', '방귀만세' 등 어른들에게 조차 낯선 작품들이 다수 등장한다.

 

두번째 책장에서는 재미를 넘어 '생각이 쑥쑥 자라게 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학교에 간 개돌이',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 등 모두 8권의 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마지막 세번째 책장엔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들로 채워진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너는 특별해', '내 짝꿍 최영대' 등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도 어른들의 가슴까지 편안하고 따스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감동을 전해준다.

 

책장속 책들의 이야기 마지막에는 '이렇게 해 보렴!'하고 책에서 배운 교훈과 감동을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행동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런 상상 어때?'를 통해 이야기의 뒷부분을 꾸며보는 시간을 갖게 만들어 즐거움이 이어지도록 만든다. 혹은 '함께 읽으면 좋아'를 통해서 비슷한 류의 작품이나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그런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주고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펼쳐놓고 책을 읽는 방법을, 책에 빠져들 수 있도록 대화하면서 진행해가는 책 이야기가 정말 즐겁고 재미있다. 아이들 스스로 책과 친해지고 책을 선택하며, 책의 진정한 재미와 감동을 이해하도록 길라잡이가 되어줄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특별한 도서관>은 정말 특별한 책이 될 것 같다. 만화나 짧은 동화책에 익숙해진 유아들에게 글이 많은 책과 조금더 쉽게 가까워지는 방법이 책속에 들어있다.

 

책과 함께 놀고 즐기는 아이들을 바라는 어른들에게도 매우 도움이되는 친절한 책, 그 책이 바로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특별한 도서관>이라 생각된다. 바르고 아름답게 성장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은 어른들, 모두에게 이 책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얼마남지 않은 방학, 아이들에게 선물해도 좋을 이 책이 있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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