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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ㅣ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매혹'적인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바르가스 요사는 이 작품을 '불멸'이란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밀레니엄> 시리즈와의 오랫만의 재회가 더욱 즐겁다. 2008년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낯선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손에 들고는 처음 느꼈던 느낌과는 조금은 다른 색다름이 느껴진다. 단 한편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남기고 생을 마감한 한 작가,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진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으로 다가올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하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그 어떤 작품보다 짜임새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은 <밀레니엄>을 불멸의 문학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새로 옷을 갈아입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단 그립던 오랜 친구를 재회하는 특별한 느낌! 그것이 이번 <밀레니엄>을 만난 첫 느낌이다.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이전 표지에는 영화 '아담스 패밀리'의 웬즈 데이를 꼭 빼어닮은 소녀가 표지를 장식했었다.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표지의 중요성을 개인적으로도 몇번이나 언급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전 표지는 작품의 수준과 평가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 옷을 갈아입은 <밀레니엄>은 조금은 더 인상적이고 더 많은 상상과 스웨덴식 미스터리의 맛을 인상 짓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을 만든다.

이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시리즈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허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을 앞두고 있는 <밀레니엄>은 약간 국지적 느낌이 들게 했던 '밀레니엄 신드롬'이 머지않아 전세계를 강타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유럽에서도 영화로 제작되었지만 허리우드 키드들의 편협하고 길들여진 시선 때문인지, 조금은 낯선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허리우드로 발길을 옮긴 <밀레니엄> 시리즈, 또 다른 기대와 떨림이란 기다림의 시간을 선물하는 듯하다. 이제 새 옷으로 갈아입은 불멸의 문학! <밀레니엄>의 신화,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잡지사 '밀레니엄'의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경호회사 밀턴 세큐리티에서 일하는 미스터리한 캐릭터 '리스베트 살란데르'! 매력적인 그, 그녀의 기나길고 험난한, 특별한고 매혹적인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스웨덴의 대기업의 총수였던 헨리크 반예르는 미카엘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가문 연대기 집필 의뢰이고 다른 하나는 40년전 갑자기 사라진 하리에트 반예르 실종 사건을 은밀히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이 사건을 해결할 경우, 금전적 사례와 함께 베네르스트룀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미카엘에게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밀레니엄>의 또 다른 한편에는 리스베트 살란데르, 그녀가 서있다. 불우하고 잔혹한 어린시절을 보낸 미스터리한 천재 해커인 그녀는 미카엘이란 인물과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조사 의뢰를 받게 된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시작을 담은 1부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이 시리즈를 이끌어갈 매력적인 두 캐릭터의 등장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듯 보인다. 반예르가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기자로서의 전문적인 지식, 흩어져 있는 퍼즐을 맞추어가는 추리 문학의 진수를 독자들을 숨가쁘게 마주하게 된다. 촘촘하게 쓰여진 이야기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비춰진다.

조금은 복잡하고 난해한 여성 편력, 기자라는 신분으로 대기업 가문의 연대기를 쓰기도 하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기자로서 신념을 가졌지만 이런 그의 모습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주인공으로 적합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진 독자들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책을 펼쳐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그의 내면 깊숙히 자리한 특별한 매력에 좀처럼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리스베트 살란데르, 그녀 역시 불우한 가정사를 뛰어 넘는, 천재적인 두뇌와 사건을 풀어가는 멋진 활약을 통해 독자들을 <밀레니엄>의 불꽃속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야기가 깊어 갈수록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밀레니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그녀를 위한, 그녀를 향한 이야기가 바로 이 <밀레니엄> 시리즈가 아닐까싶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속에 담긴 다섯개의 밀레니엄 코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출판사 카페의 <밀레니엄> 미리보기를 먼저 만나본다면 더 즐겁고 특별한 밀레니엄 여행을 할 수 있을거라 말해주고 싶다. http://cafe.naver.com/wjbookingclub/11883
2011년 2월과 3월 연속적으로 시리즈 2, 3부가 새로운 옷을 입고 등장한다고 한다. 1부의 경우 부제가 이전 출간 때와 같았지만 2부는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로, 3부는 '벌집을 발로 찬 소녀'라는 새로운 부제를 달고 재출간 된다고 한다. '매혹'이란 말로 등장했던 1부의 이야기들이 시리즈를 더 할수록 독자들에게 어떤 매혹적인 수식을 선물할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바르가스 요사의 '불멸(不滅)'이란 말로는 <밀레니엄>을 표현하기에 약간의 부족함이 있어보인다. 단순히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불멸을 넘어, 잦아들지 않고 더욱 피어오르는 불꽃이 그 이름 속에 있다. 그 제목처럼 '천년'을 뛰어 넘을 특별함, 전세계를 열광시킬 '밀레니엄 신드롬'을 기대하게 된다. 영원히 남을 이름 하나를 남긴, 스티그 라르손! 영원히 불꽃으로 남을 밀레니엄! 문학이 가진 힘과 사회성 짙은 이야기, 추리 문학의 재미와 매력적 캐릭터들과의 만남. 다시 되살아난 매혹의 불꽃, 밀레니엄! 그 영원한 신화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