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에서 최근 가장 마음을 사로 잡는 두 이름이 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의 미치오 슈스케와 '고백'의 미나토 가나에 가 바로 그들이다. 모두 2010년 첫 만남을 갖게 되었고, 만나자마자 마음을 온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작년 마지막 즈음에 읽은 작품도 미치오 슈스케의 '솔로몬의 개' 였다. 미치오 슈스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의 최근 작품들에 대해 '십이지 시리즈'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그는 개, 고양이, 원숭이, 뱀, 용 등 다양한 동물들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동물 미스터리와 만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마도 그 작가의 이름을 듣고서일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 미미 여사,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계의 대모인 그녀가 오랫만에? 들고 돌아온 작품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마사'라는 경호견이다. 수많은 폐인들을 거느린 미미 여사, 이름만으로도 그녀의 책을 선뜻 집어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그녀의 이번 작품 역시 너무나 커다란 기대를 갖고 맞이하게 된다. 사회파 미스터리, 판타지와 다양한 시나리오에 프로듀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이지만 역시 그녀의 이름과 어울리는 장르는 미스터리라는 생각이든다.

 

'내 이름은 마사. 전직 경찰견. 지금은 은퇴하여 하스미 탐정사무소라는 곳에서 경호견을 하고 있다. ... 나와 콤비를 이루고 있는 사람은 하스미 가요코 양. 소장 하스미 고이치로의 자랑스러운 딸이기도 하며 사무소에서는 가장 젊은 조사원이다.' - P. 139 -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 작품은 개라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인간들과도 가장 친근한 동물의 시선속에 담은 미스터리한 사건과 그 해결 과정들을 그린다. 저먼셰퍼드종인 마사는 경찰견이었다가 은퇴한지 5년이 된 개다. 검시의 선생의 집에서 지내다가 하스미 고이치로를 따라 하스미 탐정사무소로 와서 경호견이 된 마사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가요코와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은 모두 다섯개의 단편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 독립적이고 마사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이야기를 담아낸다.

 

가요코의 동생인 이토코를 모로오카 신야가 데릴러 갔다가 텔레비젼 드라마 한 장면 같은 소녀 유괴사건과 맞닥드리게 된 미스터리를 시작으로 마사와 산책을 나간 가요코가 손바닥 숲에서 발견한 마약 밀래상인 야쿠자의 시체, 탐정 사무소에 의뢰를 위해 찾아온 한 여인과 그녀의 백기사, 하스미 탐정 사무소 가족들의 여행 기간 동안 벌어진 마사의 빈집 모험,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미미 여사의 의뢰를 받은 마사와 하스미 탐정 사무소 이야기이다. 마사와 대화를 나누는 동물들, 인간과 말이 통하지 않기에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 등 조금은 판타스틱한 구성을 담아내며 이야기는 시종일관 경쾌하게 이어진다.

 

미야베 미유키식 일상 미스터리!

일상 미스터리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개가 주인공이고 탐정 사무소가 등장한다는 설정을 뺀다면 일상 미스터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작품이다. 산책을 하다가, 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여행을 떠난 빈 집에서...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마주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경찰견이었던 마사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탐정의 피를 가진, 예리한 '여자의 감'을 가진 가요코의 추리로 풀어나간다. 유괴, 살인, 동물학대 등 무거운 소재들이 다루어지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그다지 어둡지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조금은 가볍고 경쾌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을 만나보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가장 먼저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모방범', '이유', '크로스파이어', '이름없는 독' 등 진정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 미스터리 최고의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보지 않고서 이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혹시라도 그녀의 이름을 왜곡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 냉철하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날카롭게 써내가는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는 차별화 된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는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을 확실히 인지한 후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만나보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 작가가 수상하다!' 

우연히 모 신문에 그녀와 그녀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유심히 읽게 된다. '사회의 어둠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바라보는 미야베지만 그 시선 안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작품을 만나보기 전, 혹은 아직도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조금 더 그녀를 알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가가 수상하다!'라는 이 기사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7141729175&code=900315 더불어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리쿠,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넬리, 레이먼드 챈들러 등 다양한 장르의 관심있는 작가들을 만나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t128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는 살림출판사에서 출간한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인 '레드문클럽'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작품중 개인적으로도 몇 편을 만나보기도 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의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 엔도 다케후미의 '프리즌 트릭'이 바로 그것이다. 이외에도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등 다양한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들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흘러가는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까지 줄곧 낮이 주역이고 밤은 낮이 자고 있는 동안에만 낮의 눈을 훔치듯이 찾아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닌 게 아닐까. 주역은 밤이고 캄캄한 것이 진짜고, 낮의 빛이 오히려 밤을 꺼려하면서 어쩌다 우연히 우리를 비춰 주고 있는게 아닐까.' - P. 336 -

 

우에쿠사 씨가 선물한 목줄에 쓰인것처럼 마사는 인간들에게 '가장 용감하고 충실한 친구'이다. 비뚤어진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나이든 전직 경찰견의 시선은 미스터리속에서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제나 날카롭고 냉철하게 사회의 단면들을 그리는 작가이지만 그 시선이 단지 차가운 것만은 아니다. 현실을 바라보게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부정적인 모습속에서 따스하고 인간적인 미래를 꿈꾸게 한다. 이것이 미야베 미유키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특별함인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속에는 교묘한 트릭이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두뇌싸움도 그리 치열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 속에서 그녀의 작품들이 독자들로 부터 사랑 받는 특별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그녀의 사회성 짙은 이야기들, 뭐라 단정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책을 내려 놓은 후 긷드는 여운 같은 독특한 느낌이 바로 그녀를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칭송 받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는 조금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한 셈이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 가벼운 듯 무거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바로 이 책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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