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해피엔딩
쇼지 유키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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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너에게 달려갈께 ... 문득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떠오른건 비단 나 하나 뿐일까? 노오란 표지 위, 흐느적거리는 시계, 시간 위를 살포시 내달리는 긴 머리 소녀의 모습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속 소녀 마코토를 떠올리게 만든다. 순수라는 이름속에 청춘의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던 그 소녀의 모습, 이야기와는 조금은 다른 또 다른 시간속 여행이 <너를 위한 해피엔딩>속에서 시작된다. 추억을 먹는 '바쿠'와 그, 그녀들의 시간여행이 그렇게 다가온다.

 

'저는 추억을 먹습니다. 선한 사람의 추억을 갖는 대신에 다른 인생을 만듭니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때, 행복한 꿈을 꾸게 됩니다. 무엇을 바랄지는 자유입니다. 어떤 것이든지. 당신이 그걸 바란다면...'

 

죽음을 앞둔 당신! 당신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그리고 조용하게 묻는다. '혹시 되찾고 싶은게 있습니까?' 라고... 죽음 이전의 삶 속에서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을 수 있는 순간을 되돌려 준다고 속삭인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죽음의 사신처럼 다가와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삶속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게 해준다는 속삭임이 들린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일지 그 누구도 모른다.

 

곱명의 남녀,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란 이름으로 메아리친다. 죽음, 그리고 다시 사는 삶! 어쩌면 이런 소재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수없이 많이 소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조금 색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이야기의 구성도 조금은 독특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 앞에 나타난 '바쿠'는 추억을 가져가는 대신, 죽음을 앞둔 이가 자신의 삶에서 되찾고 싶은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려준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살아온 시간과는 다른 삶을 만들어가게 된다.

 

하숙집을 운영하던 어머니와 두 명의 하숙생 그리고 데루코의 사랑과 선택, 동성친구의 사랑을 지키기위해 친구이자 엄마 그리고 가족으로 평생을 함께 살고 싶어했던 고토미, 친구와 그의 연인을 사랑한 겐지, 존 레논을 사랑했던 여자선배와 연인이 된 유이치! ...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일곱 남녀, 그들과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특한 구성으로 펼쳐진다. 죽음을 앞둔 그들은 바쿠를 만나고, 인생의 이정표가 될 시간으로 되돌아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다, 다시 바쿠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그, 그녀들의 이야기 이후, 마지막 바쿠와의 짧은 대화를 듣다 보면 '아~ 이거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죽음을 앞둔 그,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순간이, 되찾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정말이지 독특한 소재와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그 깊이는 그리 낮지 않은, 적당한 길이와 깊이를 보여주는 색다름이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대화체로 구성되어 전개가 빠르면서도 각각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재미와 깊이를 더한다.

 

바쿠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읽다보면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 주인공의 바뀌어진 삶과 마지막 대화가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책속에서 굵은 글씨로 쓰여진 대화는 이야기속 또 다른 등장인물의 마지막 대화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은 것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가 되지만 조금은 알쏭 달쏭한 것도 사실이다. 몇번은 더 책장을 넘겨보아야 이해 할 수 있을런지... 마지막 대화속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도 숨어있다. 진정 자신이 되돌리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듣는 순간, 뒤바뀐 삶이 아닌 이전 삶의 모습들을 보게 된 순간, 독자들은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원하면, 모든 게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바라면, 이 세상은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는 시간을 먹는 바쿠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삶을 꿈꾼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나,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없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기 때문은 아닐까? 삶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으로 떠나는 여행! 이것이 바로 추억을 먹는 사신 바쿠가 전해주는 순간의 여행인 것이다. 이 작품이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는 이유는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에 의해 잃어버린 타인의 행복과 사랑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은 누군가에겐 불행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행복이 나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우리 삶의 모습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든다.

 

생은 아름답다! 기나긴 솔로의 시간을 끝내고 예쁜 딸아이를 낳고 보니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가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런 기분이 언제까지, 오래도록 지속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후회의 연속일 수 있다. 삶은 그리고 쉴 새 없이 결정을 내어 놓으라 말한다. 잘못된 결정을 했더라도 그것을 되돌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우리 삶이다. <너를 위한 해피엔딩>은 이런 우리 삶의 수많은 결정의 순간, 보다 깊은 고민과 깊이 있는 사색을 갖으라고 말한다. 이기적인 나를 버리고 한번쯤 너를 생각할 줄 아는 배려를 갖으라고 한다. 굳이 죽음을 앞두고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죽음 앞에서듯 아름다운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당신을 위한 해피엔딩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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