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남친
아리카와 히로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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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주칠 인연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당신 옆에 나를 위한 자리가 비어 있나요?'

2009년 마지막 즈음에 만난 '사랑, 전철' 이란 작품이 떠오른다. 일본 오사카 지역의 사설 철도인 한큐전철, 이마지 선을 배경으로 그려진 이 따스하고 사랑스런 이야기들이 그 제목과 어울려 오래도록 마음에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아리카와 히로' 라는 작가의 이름은 스치듯 지나쳐 언듯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지난 가을에 만났던 '백수알바 내집장만기'도 그녀의 작품이었지! 그리고 오래지나지 않아 그 이름을 다시 한번 마주치게 된다. <고래 남친>이라는 또 다른 애틋하고 잔잔한, 봄을 닮아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길고 차갑던 겨울이 드디어 봄의 따스함에 두 손을 들어버렸다. 눈이 온 세상을 뒤덥던 것이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하얀색 눈은 이미 투명한 물방울이 되어 봄을 알린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에 세상은 온통 푸르른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한가지 안타까운것은 일본 원전 사고 때문에 방사능이 섞여버린 무서운 비, 안타까운 비라는 사실이다. 이 비와 함께 '봄이구나!' 라는 느낌을 한껏 느껴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움추리게 만든다. 그래도 봄비 내리는 4월, 한 편의 연애소설을 손에 들고 그 따스함 속에 빠져보려는 욕망은 그 누구도 막지는 못 할 것같다.

 

아리카와 히로의 <고래 남친>은 모두 여섯쌍 남녀들 사이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한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모두 일본의 군대?(일본 헌법상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지만...)인 '자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대라고 하면 우리에게도 떠오르는 몇가지 단어들이 있다. 축구, 곰신(요즘은 군화?), 면회, 외박, 휴가...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 커다란 간격을 만들기도 하고 더욱 애틋한 사랑을 꽃 피우기도 하는 그 짧지만 길기만한 시간, 우리에게 익숙한 이런 이미지와 이야기가 일본이란 나라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전해지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일본은 직업군인제인 모병제 국가다. 우리는 징병제로 국민의 의무인 반면 자신들의 선택에 따른 군대라는... 이런 이유들로 해서 약간은 우리와 놓여진 상황이 다르긴해도... 군대라는 한정된 공간, 자유롭지 못하고 제약된 활동들 때문에 우리 군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랑 이야기들이 담겨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면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본다.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남자 친구를 무작정 기다리는 한 여자의 애틋함, 항공 자위대원과 항공기를 제작하는 여자의 로맨스, 군대 동기인 남녀 군인들간의 사랑, 탈영한 자위대원의 이야기, 여성 파일럿의 가정과 사랑... 짧지만 잔잔하고 애절한 그들의 유쾌한 로맨스는 군대라는 특정 공간의 깊이와 사랑이라는 일반론을 연결지으며 독자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나잇살 먹은 어른은 활자로 된 달착지근 러브로맨스를 좋아하면 뭐 안 되나!'

'활자로 된 달작지근 러브로맨스' 를 쓰고 싶다는 그녀, 아리카와 히로는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소리쳐본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어른들을 위한 라이트노벨'이라 부르고 스스로를 '라이트노벨 작가'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라이트노벨은 소재가 굉장히 가볍고 흥미위주로 쓰여진, 젊은층을 노린 소설 장르를 말한다. 하지만 10대나 20대 연령 독자들을 대상으로 작은 문고판이나 만화풍 일러스트를 곁들여 흥미를 유발 시키는 라이트노벨과 그녀의 작품은 차별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라이트노벨이라는 틀에 가두려는 그녀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굳이 문학이라는 틀안에 자신을 가두어 권위적이고 가식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 자신의 의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독자들과 보다 친근하고 자신만의 따스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창조해내고 싶은 진정한 '작가'로서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닐까싶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 <고래 남친>을 통해서도 보여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애 소설이라는 가벼움 속에서도 서로를 깊은 시선속에 가두고, 그렇게 가벼움으로만 내려놓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를 한 작품, 한 작품 읽어 내려가다보면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4월의 봄! 겨우내 입고 있던 무거운 옷을 벗어내듯, 머릿속 내려 앉은 먼지를 떨어버리듯,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유쾌한 작품을 만나보는 일이 봄맞이 대청소처럼 이 봄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닐까싶다. 오늘처럼 비빗울이 흩뿌리는 날, 작은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에 만나는 로맨스 소설 한 권이 '아~ 봄이구나!'라는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너무 흔하지만 너무 익숙하고 너무 소중한 '사랑'이란 말!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입니까? 누군가 그렇게 뭍는다면 당신의 대답은???

 

사랑에 대해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 놓으면 마음이 아픈 것이 사랑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들고 있을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지만 이 작품 <고래 남친>에 담긴 이야기들속 그와 그녀들은 여전히 사랑을 들고 서있다. 팔이 아프지만 유쾌하게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따스한 행복을 만끽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싶다. 깜빡깜빡 아리카와 히로라는 이름을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이제는 더이상 잊혀지지 않는 따스하고 유쾌한 작가, 아리카와 히로를 기억하려 한다. 그리고 그녀의 '활자로 된 달작지근 러브로맨스'를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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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지옥 이타카
유메노 큐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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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夢想)'은 모든 상상력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Fantasy 혹은 Dream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몽상'이라는 말, 사람들은 일생 동안 30%정도의 시간을 몽상을 하는데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몽상이란 단어는 철저하게 외면되고 배제된 것으로 억압 받고 있다. 현실을 벗어난 이야기들, 삶에 가치를 두지 않는 문학적 토대.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는 훌륭한? 몽상가를 더이상 원하고 있지 않은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을 즐겨하는 이유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그들속에서 '몽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행복한 '몽상가'와 만남을 갖게 된다.

 

'메노 큐사쿠!'. 스기야마 다이도라는 본명보다는 유메노 큐사쿠라는 필명을 주로 사용했던 이 작가는 사실 조금은 낯선 이름이다. 후쿠야마 방언으로 유메노 큐사쿠는 '몽상가' 라는 뜻이라고 한다. 너무나 익숙한 에도가와 란포, 오구리 무시타로와 더불어 1920~30년대를 대표하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라는 그 이름이 왜 이렇게 낯선 것일까? 그의 작품의 특징을 몇 가지 단어로 나열해보자면 '기괴함', '환상', '호러'와 '서간체 형식'에 능숙한 작가라고 말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된 독자로서는, 첫만남인 이 작품 <소녀지옥>을 통해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것 같다. 1936년 갑작스런 뇌출현로 사망했다는 몇 안되는 그의 작품들 또한 너무나 궁금하다.

 

일본 최고의 몽상가, 유메노 큐사쿠의 <소녀지옥>은 그 이름과 표지가 역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강렬한 색감을 담은, 기모노를 차려입은 한 소녀와 '소녀지옥'이라는 몽환적 분위기가 책의 전반을 압도한다. '우스키 도시하라' 라는 이비인후과 원장이 시라타카 히데마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소녀지옥>의 첫번째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이 시작된다. 자신을 찾아온 한 신사의 손에서 건네진 한 통의 편지속에는 '히메구사 유리코'가 자살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병원에서 자살을 하고 산부인과인 병원장에게 심장마비고 사망한것처럼 처리해달라고 했다는 히메구사 유리코. 그녀와 우스키, 시라타카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것일까?

 

'그녀는 실로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고통받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인해 죽어갔습니다. 공상이 그녀를 살아 움직이게 했습니다. 공상이 그녀를 죽였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 P. 115 -

 

우스키 이비인후과 개업 전날 자신들을 찾아온 히메구사 유리코는 자신을 간호사로 써달라고 요청하고 우스키의 가족 모두 그녀의 묘한 매력에 채용을 결정한다. 간호사로서 천재적인 실력과 천부적인 매력을 갖춘 유리코는 모든 환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녀로 인해 병원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던 상황, 하지만 어느사이 유리코 자신을 '수수께끼 여자'로 만들어 버리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천부적인 거짓말쟁이, 시라타카 선생과 우스키 가정 모두를 끔찍한 악몽에 빠뜨리고만 수수께끼 여자, 히메구사 유리코는 우스키에게 쫓겨나게되고 결국 자살한다는 유서를 남기게 된 것이다.

 



 

<소녀지옥>은 표제작인 '소녀지옥'이란 내용과 연관된 세편의 중단편과 또 다른 세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친구에 대한 복수로 연쇄살인마를 살해 하는 버스 여차장, 표면적으로 고매한 성품을 가진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횡령에 성폭행을 일삼는 교장의 전횡을 죽음으로써 폭로하는 육상 선수... <소녀지옥>이라는 제목답게 모두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920~30년대 횡횡했던 여성에 대한 상대적 편견과 억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 담아낸 조금은 기괴하면서도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외침과 비참함이 담겨져 사회파 소설에서 보여지는 여러 요소들을 그려낸다.

 

'그 깊숙한 곳에 숨은 양심과 순정을 밑바닥까지 전율시키고, 경악시켜, 실신시키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예술을 탐정소설이라 이름 붙이게 된 것이다.' - P. 325 -

 

역시 가장 재미있게 만난 작품은 '아무것도 아닌'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와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관된, 연관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녀, 혹은 여성 주인공들과 그들의 자살과 분신 등 죽음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내어 보일 수 밖에 없는 시대 상황적 특성이 인상적인다. 앞서 유메노 큐사쿠라는 작가에 대해 열거했던 '기괴함', '환상', '호러'와 '서간체' 형식이라는 특징들을 이 작품 한 권 속에 모두 찾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편지글로 써내려간 이야기들속에서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가진 복선과 트릭를 스며놓고 기괴함과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마지막을 이끌어낸다.

 

사실 이 작품속에서 조금은 실망한 부분이 특별한 반전이랄 것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넘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짜임새나 구성이 너무 재미있어 책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지만 미스터리가 갖추어야 할 반전의 미학 측면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소녀를 위한 변명'이라는 역자 후기를 읽고는 오싹함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자살'이라는 사실로 연관된 이야기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던 우매함이 반전이란 묘미를 놓치고 말았다는 사실말이다. 작가의 치밀함이 여기에서 더욱 돋보이는것 같다.

 

전율시키고, 경악시켜 실신시켜야 만족되는 예술! 유메노 큐사쿠가 말한 탐정 소설과 작가의 사명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몽상가 유메노 큐사쿠! 그와의 첫번째 만남은 이렇듯 독특한 분위기와 작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일본 미스터리 3대 기서(奇書)라 불린다는 '도구마 마구라' 를 비롯한 다른 이야기들도 꼭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은, 그 시대를 이해하고, 그 시간속 미스터리를 만나는 즐거움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몽상! 이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보게 된다. 유메노 큐사쿠라는 이름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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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름 모중석 스릴러 클럽 27
루스 뉴먼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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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 몰라 몰라' 영국의 여성 작가 루스 뉴먼의 <일곱 번째 이름>을 펼치면서 문득 이런 동요가 떠오른다. 이 작품의 이름이 가진 내용과 이어질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문득... 기분 좋은 동요 한자락이 떠오르고, 표지가 전해주는 따뜻하고 독특한 제목도 시선을 사로잡고... '마지막 50페이지가 이토록 숨 가쁘게 넘어간 책은 없었다'는 스타 매거진 UK의 평가도 그렇고... 궁금함과 기대감으로 첫 페이지를 열어본다.

 

'토하면 어쩌지.' 산뜻한 표지와는 사뭇 다르게, 초반부터 강한 인상이 전해지는 살인 사건 현장이 그려진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명문 대학 케임브리지를 배경으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케임브리지의 여신이라 불리는 아만다, 그리고 일라이저와 준까지... 대학 캠퍼스 내에서 벌어진 이 참혹하고 잔인한 여대생 연쇄 살인 사건은 피해자 신체의 일부분을 가져가거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등 잔혹함으로 언론과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세번째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두명의 학생이 있다. 올리비아 코스캐던과 닉 하드캐슬, 올리비아는 피 범벅이 되어 현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닉은 시체에서 흘러나온 창자를 되담고 있었다.

 

'메리, 헬렌, 반나, 주드, 켈리, 크리스티, 그리고 올리비아... 그중 어떤 것도 내 진짜 이름은 아니에요!'

스티븐 경감의 지휘아래 이 연쇄 살인사건 수사가 진행되는데... 사건현장에 있던 닉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사건 해결의 유일한 희망이자 단서인 쓰러져 있던 올리비아, 하지만 그녀는 그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스티븐 경감의 친구인 법의학자 매튜가 올리비아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치료를 맡게 된다. 올리비아는 가끔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그녀가 떠올린 기억들은 그녀 주변의 친구들의 진술과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올리비아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다양한 모습의 그녀!를 발견하게 되는 매튜 박사!

 

<일곱 번째 이름>은 '모중석 스릴러 클럽' 의 스물일곱번째 '이름'이다. 할런 코벤이나 딘 쿤츠, 제프리 디버 등 다양한 나라의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소개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인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선택을 받은 루스 뉴먼의 이번 작품은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이다. 다중인격장애라는 소재는 많은 작품들을 통해 소개되어 독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하다. 고전이 되어버린 '지킬 앤 하이드'도 그렇고, 국내 영화 '장화, 홍련'이란 작품속에서도 그렇다. '검은집'으로도 유명한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의 심리 스릴러 '13번째 인격'도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조금은 익숙한 소재속에 루스 뉴먼은 어떤 특별함을 녹여 놓았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비틀린 날개'는 기생 곤충이다. 다른 곤충의 몸에 침입하여 숙주의 몸을 매우 능숙하게 의태한다. 숙주 곤충은 자신이 내부에서 점차 먹히고 있는 줄 깨닫지 못하고, 결국 외피밖에 남지 않게 된다. 다른 곤충들은 '비틀린 날개'가 안에 있음을 모르고 그 외피로만 상호작용한다.' - P. 192 -

 

국내에서는 <일곱 번째 이름>이란 이름으로 다가온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원제는 '트위스트 윙(Twisted Wing)'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비틀린 날개'정도로 해석되는 이 이름은 책의 중간에도 언급되듯 한 사람의 몸속에 가지고 있는 다중인격이 그 사람을 어떻게 지배하고 그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비틀린 날개라는 기생 곤충을 빗대어 쉽게 인식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듯 자신의 몸속에 기생하는 곤충이 만들어진 이유와 배경을 통해 서글픈 우리 사회의 현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다중인격이란 이름이 단순히 정신병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것만이 아닌 현대 사회를 걸어가는 우리의 자화상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로 확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작품의 배경이기도 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범죄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그녀는 사건과 그 해결사이에 전문적인 지식을 쏟아 놓는다. 치밀하고 섬세한 트릭과 복선,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독자들을 심리적 함정에 빠뜨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어김없이 뒤통수를 후려 갈긴다.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 놓으면 마음이 아픈' 사랑이란 이름처럼 이 책도 한번 들게 되면 망설임없이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한없이 잔인하고 한없이 서글픈 이 시대의 모습을 바라보는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으며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리학 전공자답게 미묘한 감정들, 갈등과 긴장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그녀만의 특별함은 익숙한 소재를 그 익숙함속에 내려놓지 않고 차별화된 재미와 긴장감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작가는 심리적 트릭과 치밀한 구성으로 쉴 새 없이 독자들을 밀고 잡아 당긴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독자들은 익숙함을 가지고 색다르게 느껴 갈 수 밖에 없는 것조차 그녀의 치밀한 계산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구성의 특성상 자연히 대화문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인물들의 성격과 특성을 고려하여 말투나 화법에 한국어에서만 가능한 맥락을 부여하는 데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는 옮긴이의 열정 또한 책속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육아기생의 달인 뻐꾸기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는... 뻐꾸기는 다른 새들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고 부화기생을 시킨다. 현실속에서 자신의 모습과 양심을 버리고 양면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이런 뻐꾸기와 닮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뻐꾸기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곱개의 이름을 만들어 낸 것도 우리이고, 그 이름때문에 한없는 나락에 빠지게 된 것도 우리 자신이다. <일곱번째 이름>은 섬세하고 섬뜩한 심리 잔혹 스릴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없이 잔혹하고 한없이 서글픈, 익숙한 소재속에 빛나는 특별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녀의 잔혹한 고백에 그렇게 할 말을 잃고 그렇게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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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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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가 한 두명쯤은 꼭 가슴에 새겨둘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치오 슈스케와 미나토 가나에, 이 두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최근 들어 가장 선호하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를 굳이 구분하자면 본격, 사회파, 신본격이라는 일종의 흐름처럼 나누기도 하는데... 이 두 작가의 경우는 아마도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말 그대로 미스터리속에 사회문제를 내어놓는 장르라고 말 할 수 있다. 본격 미스터리는 영미 추리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식이고, 신본격 미스터리는 본격 미스터리의 장르, 고전 추리소설로의 회귀를 원하는 작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신본격 미스터리의 창시자라 말할 수 있는 이름이 바로 '시마다 소지'이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사람들은 흔히 신본격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 작품을 만난 독자들의 평을 들어보자면 소위 '환상적'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을 것같다. 빠른 시일내에 이 작품을 만나 볼 것을 다짐하며, 시마다 소지의 또 다른, 환상적인 작품을 만나보려 한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라는 제목의 이 작품 또한 독자들의 평가는 환상적이다. 물론 일본 미스터리 소설사에 한 획을 그은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좀 우습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서야 펼쳐보는 시마다 소지와의 첫 만남, 설레임과 기대속에 책장을 열어본다.

 

쇼와 32년 홋카이도의 한 야행열차에서 수수께끼 같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열차 안에서 삐에로가 죽고 그 시체가 눈깜짝 할 사이에 사라진 기괴한 사건이 발생한다. 밀실 살인이라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시마다 소지는 초반부터 독자들의 시선을 꼼짝 할 수 없게 사로잡는다. 그리고 현재로 되돌아온 이야기는 도쿄 상점가에서 단돈 12엔 때문에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시선을 옮긴다. 부랑자처럼 보이는 노인이 상점 여주인을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형사 요시키 시리즈중 한 작품인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그렇게 26년 동안 유아유괴 살인사건으로 교도소에 복역한 노인과 이 노인의 정체속에 숨겨진 잔혹한 역사의 그늘을 그려낸다.

 

요시키 형사는 이 단순하고 명확해 보이는 사건에 의문점을 품고, 노인이 복역했던 교도소를 찾아가 노인의 청체를 밝혀내려 한다. 요시키는 이 노인이 유아유괴 살인사건의 누명을 썼으며, 이 노인이 저지른 살인 사건과 과거 어떤 사건들과 연관이 있는지 과거속에 묻혀진 여러가지 수수께끼를 풀어내게 된다. 신본격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린 작가답게 시마다 소지는 환상적인 느낌으로 분위기 띄우면서도 다양한 트릭과 기막힌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의 혼을 빼어놓고도 남을 만큼의 재미를 선사한다. 단지 본격 미스터리가 지닌 재미에만 치우쳤다면 아마도 기존 시마다 소지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의 또 하나 특별함은 바로 '본격과 사회파의 융합'이라는 점이다. '기발한 발상'을 통해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녹여 놓았다면 과거 일본의 치부를 과감히 들추어내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조선과 조선인들의 상처를 사회에 제시함으로써 본격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특징을 멋지게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울부짖음에 귀기울이고 그것을 과감히 사회에 부르짖을 수 있는 용기가 그에게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12엔과 연관된, 단순해 보이기만 한 작은 사건을 통해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과감하게 꺼내어 놓는 작가로서의 양심을 가진 작가, 시마다 소지만의 특별함이 바로 이것이다.

 

'일단 유죄가 확정된 이상 많은 권위의 체면이 관련되고, 또 그것이야말로 질서 유지의 문제가 되니까 간단히 번복할 수 없습니다. 번복하려면 관계자의 죽음을 기다리든지 해서, 역시 질서 유지가 최우선으로 배려됩니다. 아니면 수인을 독방에 넣고 미치기를 기다립니다. 최대 다수의 이익을 위해 국가 권력이라는 폭력이 약자를 향해 행사되고 있습니다.' - P. 153 -

 

또 하나 빼어놓을 수 없는 매력 한가지! 이 작품의 주인공인 경시청 형사 요시키 다케시가 바로 그것이다. 잘생긴 외모에 정의로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형사 요시키가 있어 이 작품이 더욱 재미있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아픔이 있기에 다른이의 아픔에도 귀 기울일 수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이미 일본에서 출간된 열 한편의 형사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중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작품들중에서 왜 이 작품이 가장 먼저 우리 곁을 찾아왔는지 책을 내려놓을 때쯤이면 아마 고개가 끄덕여 질것이다. 매력적인 요시키 형사의 또 다른 활약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국내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을 꼭 만나봐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 미스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우리 조상들, 과거 조선인들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니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상처에 대해서 작가의 용기와 열정이 배어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제 징용문제, 정신대 문제 등 아직까지 치유되지 못한 상처와 아픔들이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서 되살아난다. 얼마전 가슴아프게도 홋카이도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어제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교과서에 실었다. 우리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려는 우리의 순수한 의도마저 왜곡하려 하고있다. 언제까지 철로위의 두 레일처럼 평행선을 그으며 달려가야 하는 것일까? 이 작품을 읽는 재미속에서 여러가지 물음표와 느낌표가 교차한다.

 

'나는 도쿄 변두리의 이런 지저분한 동네 한 모퉁이에서 점쟁이 간판을 걸고서 갖가지 슬픔의 목소리를 들어왔어. 그래서 나는 더러운 쓰레기더미처럼 보이는 이 도시가 실은 여러가지로 억압된 비명이 가득찬 소굴인 것을 알았지. 그래서 그때마다 항상 생각했어. 듣는 것은 이제 충분하다고. 그런 시대는 오늘로 단호히 끝내자. 이제 슬슬 누군가를 구해줘도 될 때야. - P. 518, 작품해설 中에서 -

 

슬픈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가 시마다 소지! 그가 작가로서 지켜온 기본적인 자세, 그가 했던 말처럼 시대의 아픔, 역사의 상처를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신본격의 창시자가 사회에 던지는 문제에 언제쯤 일본인들도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본격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독자들은 또 다른 행복에 빠져든다.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과 일본이란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표지, 재미와 의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낸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들이 기다려진다. 형사 요시키 다케시의 매력적인 활약이 빨리 국내에도 많이 소개 되기를 희망해 본다. 하지만 먼저 '점성술 살인사건'을 만나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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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가 너무나 예쁜 미스터리 한 권과 만난다. 언제부터인지 책과의 첫인상인, 표지가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은 꼭 만나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작품 <회귀천정사> 역시 표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작품이다. 요즘 한창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빠져있기도 하지만, 독특한 제목과 더불어 '일본 미스터리' 구나 라는 느낌이 진하게 풍기는, 단아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에 손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회귀천정사>라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하나하나 궁금하면서도 기존의 일본 미스터리와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하고 너무나 기대된다.

 

작은 항구도시, 색바랜 느낌이 풍기는 홍등가를 사람들은 조야자카 고개라고 불렀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나'는 조야자카 고개 아래에 있던 연립주택에 '오누이'라는 여자는 첩으로 두고 산다. 오누이는 고향의 병든 남편의 약값을 벌기 위해 이 고개에서 일을 한다. 여인숙에서 손님들을 챙기는 점원으로 말이다. '나'의 아내가 죽고 오누이와 살림을 합친지 얼마되지 않아 이 조야카자 고개 주변에서 연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범인은 오누이를 비롯해 홍등가 주변 여성들 사이에서 대필가로 통하던 '이가와 규베이'라는 사내다. 하지만 유치장에 갇힌 날, 사내는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게 된다. 얼굴이 짓이겨져 형체를 알 수 없는 참혹한 시체들...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정말 '이가와 규베이'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건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일까?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꽃입니다!'

모두 다섯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 <회귀천정사>는 '화장(花葬)시리즈'라 불리는 연작중 몇편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바로 '꽃'과 연관된 이들 작품은 시리즈라고 하지만 각각 다른 등장인물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은 다섯 단편중 맨 처음 작품인 '등나무 향기'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다섯편 모두 '등나무 향기'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각각의 단편속에는 화자가 등장하고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과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앞서 언급했듯 작품속에 '꽃'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물론 전작품 모두에서는 아니지만...) 작가 렌조 미키히코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꽃'이라고 말한다. 왜??

 

이 작품의 제목에서 보여지는 '정사(情死)'라는 의미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동반 자살'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 죽음조차 초월한 안타까운 사랑, 죽음속에 감추어진 사랑의 이야기들이 투명한 꽃잎처럼 한들한들 거린다. '일본 미스터리사상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불리는 <회귀천정사>는 겹겹이 감싸안은 꽃잎처럼, 사랑을, 사람을, 가슴속에 더 큰 따스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바로 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꽃으로 이야기하고, 꽃의 향기처럼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이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특성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미스터리 장르와는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회귀천정사>속에 있다. 긴박하고 치밀한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밋밋하다는 느낌이 전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 밋밋함을 넘어서는 색다름이 그 속에 숨겨져 있다. 미스터리를 즐겨 만나는 독자들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정도는 쉽게 드러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속에 드리워진 작은 복선들로 인해 반전은 조금 작은 비트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미스터리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섬세하고 감각적인 작가의 펜끝이 독자들의 오감을 쉴 새 없이 자극하고 문학적 향기로 코 끝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두고 '렌조 미키히코의 마법'이라 부른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렌조 미키히코, 그가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 담아낸 인간의 내면과 사랑의 향기가 물씬 피어나는 이야기들은 꽃이라는 이름과 함께 또 다른 색과 향을 품고 독자들을 찾아온다. 이 작품은 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두고 '지금은 잊힌, 조금은 시대 착오적인...'이라고 표현하지만 오히려 그 시대를 담고 있어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맛이 배가되기도 하고, 꽃과 연결된 사랑이란 소재가 더욱 심미적으로 표현될 수 있어 멋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것도 사실이다.

 

아마존 재팬에서는 <회귀천정사>를 '수수께끼의 초점을 물리적인 것에서 인간의 마음으로 바꾸어 새로운 타입의 미스터리를 제시한 걸작 단편집'이라 평가한다. 전혀 새로운 타입의 미스터리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한 편의 서정적 소설을 만나는 듯한 착각을 갖게 만든다. 잠시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잊고 그와 그녀의 사랑, 인간의 내면이 품고 있는 그늘지고 서늘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꽃의 향기를 품은, 문학이 향기로 가득한, 무엇보다 첫인상이 너무 예쁜, 기존 미스터리를 떠나 조금은 독특하고 색깔있는 작품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 <회귀천정사>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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