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쓰쓰이 야스타카와 미스터리소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와 같은 조합이 드디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 등 기발한 상상력을 앞세운 쓰쓰이 야스타카와 그의 특별한 이야기들, 일본 3대 SF 작가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새롭게 독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 천재 작가가 창조해낸 미스터리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의 이름을 아는 독자들이라면 쓰쓰이 야스타카와 미스터리라는 조합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일지 상상할 수 있을것이다. 이제 그 봉인을 풀려고 한다. 그리 무겁지 않는 이 한 권의 작은 책으로 말이다.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이 바로 그 특별한 소설이다. 제목에서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겠지만 저택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려내는 작품으로 공간적인 한계를 배경에 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미스터리이다. 천재 작가답게 그의 미스터리에 대한 도전은 자신감으로 넘쳐있는듯 보인다.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성분 함량표라는 것이 표지를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데, 작품의 전반에 걸친 미스터리적 요소들의 구성을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표시하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두 가지 정도... 대반전과 선정성이랄까? 5점 만점을 넘어서는 반전에 대한 작자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선정성이란 부분에 왠지 시선이 머문다. ^^

 

주인공인 '시게키'와 비슷한 입장을 가진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라는 화가의 생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작품 곳곳에 숨어있는 로트레크의 그림들을 보는 듣는 재미는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나'라는 화자의 시점이 등장인물들을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는 이 작품은 화가 로트레크와 같이 사고로 척추를 다쳐 난장이?가 되어버린 시게키와 그의 곁을 지키는 구도 다다아키, 별장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기우치씨 가족과 그의 딸 기우치 노리코, 노리코의 친구인 마키노 히로코, 다치하라 에리 그리고 불청객 시코로 등 비교적 한정된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인물들로 채워진다.

 

사건이 시작되기 전까지 작가는 꽤나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게키가 열여섯살 여름에 발견한 모제르 32구경 자동권총, 여섯발의 총알이 들어 있는 이 권총은 시게키만이 알고 있는 비밀장소에 숨겨져 있다. 유망한 화가 시게키와 그 옆의 세 명의 여성들, 그리고 시게키만이 알고 있는 장소에 보관된 권총으로 살해된 한 여인! 한적한 저택에서 울려퍼진 두 발의 총성, 이어지는 광기의 살인! 천재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가 그려내는 특별한 미스터리가 드디어 그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작품의 초반부터 쓰쓰이 야스타카가 자신감있게 내어놓은 대반전이란 성분 함량표는 어느정도 그 함량에 다다라 보인다. 작가의 당당함을 이겨보겠다고 덤벼든 독자들중 많은 이는 아마도 이 천재작가의 서술트릭을 통해 두손 두발을 다 들었을 것이다. 그가 쳐놓은 트릭은 단단하고 견고하게 책속을 가로지르고 있다. 작품 해설속에서 말하는 '아, 속았구나'라는 반전이 주는 쾌감보다는 책을 읽는 내내 뭔가 찜찜하고 '이상하다~'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되뇌이게 된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한정된 공간, 한정된 등장인물들,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어렵지 않아 보이는 어쩌면 단순한 구조속에서 작가가 그려놓은 서술트릭의 높은 벽을 독자들이 넘기란 쉽지 않다. 천재작가의 미스터리 도전이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둔듯 보여진다. 작가가 말했듯 추리소설을 어떻게 써야할지 대강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처럼... 이 작품 속에서도 미스터리에 대한 그의 도전이 기존에 그가 창조하던 SF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것을 독자들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 길지 않으면서 쉽게 읽히고, 그리 가볍지도 않으면서도 또 그리 무겁지도 않은... 하지만 뭔가 조금은 부족한듯 채워지지 않는, 아니 약간 어색한듯한 이 느낌을 몇개의 단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반면 본격 미스터리의 서술트릭을 사용하면서도 기존의 작품들과는 조금 차별화된 장치들을 이용한 작가의 천재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반전이 주는 기대치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가의 치밀함이 더 마음을 끌리게 만든다. 블랙 유머로 비뚤어진 사회의식을 지적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트릭으로 독자들을 기만하는... 역시 천재작가 쓰쓰이 야스타카!라는 말이 감탄사가 되어 쏟아진다.

 

쓰쓰이 야스타카의 미스터리! 이 단어 조합 만으로도 관심을 가졌던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만난 독자들이라면 다시 한번의 감탄, 혹은 실망?이 교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하지만 천재작가의 끝없는 열정이 쏟아낸 도전의 산물이 그 어떤 평가에 흔들릴 수 있을까? 기존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니만큼 독자들에게도 꽤나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싶다. 더불어 최근 국내에 출간된 또 다른 쓰쓰이 야스타카의 미스터리 '부호형사'가 궁금해진다. 다시한번 쓰쓰이 야스타카와 미스터리! 라는 조합이 궁금증을 넘어 최고의 만족과 기쁨으로 다가와 줄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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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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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그나마 영화라는 장르로 만난 가장 최근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요즘은 통 영화 볼 시간이 나지 않는다. ㅠ.ㅠ)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는 먼 미래 침팬지가 지배하는 혹성에 남겨진 남자의 모험, 그리고 그곳이 지구였다는 마지막 반전이 압권이었던 '혹성탈출'의 전편이라 볼 수 있다. 1968년의 '혹성탈출'이 인상적인 침팬지분장과 획기적인 상상력이 주목 받았다면, 기술력으로 훨씬 진화된 이번의 '혹성탈출'은 오히려 작가가 들려주는 메세지에 더욱 주목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오만과 몰락이 바로 그것이다.

 

획기적인 것! ET가 그랬고, 스타워즈나 아바타가 그랬다.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이런 기발한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기술의 획기적 진보와 미래에 대한 기대, 혹은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비틀고 잘못된 발전 방향에 대해 올바른 손짓을 해주는 역할을 해온것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항상 놀라움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이런 거대하고 위험한 상상들, 독자와 관객들에게 그것은 미래를 꿈꾸는 또 다른 현재를 살게 만드는 즐거움이 된다. 

 

다나카 요시키!와 '은하영웅전설'이란 이름은 항상 함께한다. 부끄럽지만 일본 문학에 대한 깊지 못한 나에게 이 이름은 아직 낯설다. 1982년 발표하시 시작했다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 무려 1500만부 이상을 판매하며 꾸준한 인기와 함께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폐허가 된 지구, 그곳을 떠나 은하계에 살고 있는 인간들, 전제주의 은하제국과 자유민주주의 행성동맹간의 오랜 전쟁, 그리고 그 사이에 나타난 두 명의 영웅들... SF판 삼국지라는 소리를 들을만한 우주전쟁을 다룬 거대한 이 작품은 최근 국내에서 15권으로 재출간 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꼭 만나보고 소장하고 싶어진다.

 

어찌되었건 앞서 열거했던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던져주었던 시대를 넘어서는 상상력처럼, 벌써 25년이란 기나긴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다나카 요시키와 그의 작품들이 남겨준 그 특별한 상상은 독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지금 만나볼 <일곱 도시 이야기>를 통해서도 결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다나카 요시키라는 이름을 다시금 감탄사처럼 입밖으로 내어놓게 된다. <일곱 도시 이야기>는 '은하영웅전설'은 집필 말기 정도인 1986년에서 약4년여 동안 쓰여진 연작단편들의 모음집이다.

 

부에노스 존데, 뉴 카멜롯, 아퀼로니아, 쿤론, 산다라, 타데메카, 프린스 헤럴드! 서기 2088년 지구는 3년간 지속된 대전도(Big Falldown), 지축이 90도 틀어지는 현상으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혜택을 입은 소수만이 달의 월면도시에 정착하고 그들은 백억명의 죽음을 멀리서 구경하게 된다. 2091년 월면도시의 생존자들은 다시 지구에 발을 딛게 되고, 재앙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재조직하며 문명 재건을 위해 일곱개의 도시를 건설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인과 지구에 새롭게 정착한 그들에게는 일정한 제약이 주어졌다. 항공, 항주 기술을 월면도시 거주자들에게 빼앗겨버린 것이다. '올림포스 시스템'이란 것을 통해 물체가 지상 500미터 높이에 이르면 파괴하는 시스템을 통해 달이 지구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월면도시의 영화는 2136년 달에 떨어진 운석에서 검출된 미지의 바이러스로 모든 주민이 치사성 열병으로 전멸하고 만다. 하지만 지구를 지배하던 올림포스 시스템은 여전히 지구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아마도 200년 이상은 쉬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대전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월면도시에서 이주한 사람들 사이의 적대감, 하늘을 잃은 사람들 사이의 경쟁과 반목은 결국 피를 뿌리는 전쟁으로 치닫고만다. 서기 2190년, 하늘을 잃어버린 일곱도시의 전쟁이 시작된다.

 





 

<일곱 도시 이야기>에서 역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전쟁 대서사시였던 '은하영웅전설'속 영웅들이 그랬던 것처럼, 과거 삼국지의 전쟁 영웅들을 만나듯 하나하나 그 존재를 알리는 영웅들의 등장이 독자들의 가슴을 일렁이게 만든다. 특히 두 영웅, 뉴 카멜롯의 케네스 길포드와 아퀼로니아의 알마릭 아스발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치열하게 전쟁을 지휘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매혹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부에노스 존데의 귄터 노르트나 아퀼로니아의 참모 류 웨이, 뉴 카멜롯을 등에 업은 모블리지 주니어 등 지략가와 명장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일곱개의 도시라는 한정된 공간, 하늘에서의 전투를 배제한 도시간의 전쟁을 통해 작가는 과거의 시간속을 떠올리게 만드는 미래속 상상의 나래를 펼쳐낸다. 미래라고는 하지만 전쟁의 수준은 1차 세계대전이전의 시간속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잘 짜여진 시공간적 배경은 독자들을 이 색다른 미래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한정된 공간과 그 속에서의 전쟁은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묘사를 통해 그 빛을 더해나간다. SF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던지는 깊이 있는 메세지들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만든다.

 

'소문이라고 하시니 한 말씀 올리겠는데, 최근 들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군대나 경찰 고관이 일당 일파에 치우친 정치적 활동을 하고, 뇌물을 받으며, 장래의 지위와 이권을 약속받는다던가요.' - P. 24 -

 

케네스 길포드 준장의 이 말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이 시대에 대한 메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 다나카 요시키는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는 작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작품도 그와 다르지 않아, 간혹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묘사 등을 통해 날카로운 비판을 내어놓고 있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우리 현실에서도 그려지는 이런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다툼,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 치졸함과 썩은 냄새로 진동하는 정치의 한 단면 등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 엿보인다.

 

'지면 도망칠 필요는 없어. 죽을 뿐이지. 하지만 이기면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될 거다. 원수는 지금 나를 의지하고 은혜를 느끼고 있지만, 일단 이기고 나면 공적을 독점하고 싶어질 테고, 내 존재가 거북해질 거야. 그는 결코 악인이 아니지만, 찬한 사람의 질투심은 악당의 야심보다 다루기 어려워...' - P. 47 -

 

류 웨이가 조카 마린에게 건네던 이 말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의 쓸쓸한 모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기나긴 전쟁의 끝을 달리던, 노량해전을 앞둔 충무공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생각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죽음을 가장하고 권력과 정치의 그늘을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 역시, 다나카 요시키가 창조한 전쟁의 역사적 굴레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킨 원동력은 아마도 창조적 '상상력'이란 녀석에게서 비롯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요즘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태블릿PC 원조 논쟁에서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언급되기도 했던 것처럼, 상상력은 곧 우리의 미래로 연결될 수 있다. 기발한 상상이 가져올 우리의 미래, 다나카 요시키의 이 한 권으로 다시금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된다. 아직 만나지 못한 '은하영웅전설'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미래의 시간, 아니 현재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즐거운 상상, 특별한 경험, 깊이 있는 메세지! 다시한번 그 이름이 감탄사가 되어 되뇌어진다. 다나카 요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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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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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마스크! 가장 먼저 배우 송강호가 연기했던 영화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호기심 천국이란 프로그램에서 복면을 한 남자가 마술의 비밀을 털어놓는 그 모습! 놀라운 마술의 신비를 하나둘씩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면서 밥줄을 위협받는 수많은 마술사들에게 지탄받기도 했던 그의 모습, 타이거 마스크가 떠오른다. 신비로움에서 트릭과 단순한 눈속임 정도에 지나지 않은 평범함으로 마술을 떨어뜨려 놓았던 타이거 마스크! 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일정한 틀 속에서 안주하던 마술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그들이 새롭게 더 특별한 마술을 창조해내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준것은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이 그랬던 것처럼...

 

조금 쌩뚱맞은 마술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스릴러 혹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이다. 이들 장르속에는 언제나처럼 등장하는 소재, 캐릭터, 스토리가 어쩌면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때는 너무 뻔하기도 하고, 그 다음을 예상할 정도의 경지에까지 이른 독자들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독자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장르가 아닐수 없다. '존 버든' 이란 조금은 낯선 이름의 미국 작가가 들려주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뻔한 이야기라는 불신을 단숨에 날려줄 그 색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존 버든! 순간, 그의 낯선 이름 탓인지 존 듀어든이란 영국 출신의 축구 칼럼니스트의 이름이 떠올랐다. 광고계의 큰손에서 자신만의 진짜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으로 작가가 되었다는 존 버든, 그의 작가로서 첫번째 소설이 바로 <658, 우연히> 이다. '연쇄살인범 스릴러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나? 존 버든 그가 나타나 모든것을 회생시켰다' 라는 이 작품에 대한 찬사는, 앞서 말했던 익숙함과 평범함을 넘어서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탄생을 다시금 우리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이 작품 <658, 우연히> 그렇게 시선이 머문다.

 

데이브 거니! 앞으로 이 매력적인 캐릭터의 이름은 독자들의 입에 꽤나 오랫동안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기억해두자. 데이브 거니! 은퇴한 뉴욕 경찰의 1급 수사관! 전직 경찰 출신의 데이브 거니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그에게 오랫만에 나타난 대학 동창, 도움을 요청하는 마크가 받은 편지에는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숫자 게임을 제안한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의 생각속 숫자를 맞추게 된다. 죽음과 복수에 대한 암시, 그리고 숫자들... 가족을 위해 거절을 생각하지만 왠지 마음이 끌리는 거니. 얼마후 마크는 처참하게 살해된체 발견된다. 범인에 대한 단서도 없고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싸이코패스! 그리고 연쇄살인. 너무나 익숙한 소재이면서도 추리 스릴러 장르에 빠져서는 안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마술과도 같이 피해자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658, 우연히>속 연쇄 살인범의 존재는 이전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또 다른 색다름이 있다. 모든 것을 알고있다! 는 말과 함께 단순한 숫자 게임과도 같지만 치밀하게 짜여진 심리 게임이 독자들을 연신 빠져들게 만드는 즐거움을 전해준다. 그 어떤 단서도 증거도 없이 범인을 밝혀내려는 주인공 데이브 거니와 천재적인 싸이코패스와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이 독자들을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과학수사대?! 미드 열풍속에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는 소재는 바로 작은 단서와 증거속에 숨겨진 비밀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X 파일'과 같은 자연적이고 미스터리한 현상을 다룬 장르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최근의 추세는 바로 이런 '과학'의 힘을 신봉?한다는 특징이 엿보인다. 하지만 <658, 우연히>는 과학보다는 심리 추리 스릴러의 특색을 가진다. 천재적인 연쇄살인범은 절대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사건과 사건 사이에 놓여진 숫자와 편지들을 통해서 거니는 범인의 심리를 추리하고 조금씩 조금씩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듯 지적 논리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추리소설! 천재적이고 우월한 연쇄살인범이 준비해놓은 트릭들, 살인 사건 현장에 그려지는 공포, 거니와 연쇄살인범이 펼치는 스릴과 박진감 넘치는 대결, 페이지 페이지에 존재하는 긴장과 스릴, 곳곳에 존재하는 미스터리적 요소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 지적 대결과 명쾌한 논리, 반전이 전해주는 통쾌함! <658, 우연히>는 어느것하나 빠지지도 않고, 부족함 없이 지적 추리 미스터리의 매력을 만끽 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되어주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문제는 자기가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는 그 사람들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진리이고,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편견으로 왜곡된 거고... 인간의 마음은 그야말로 모순과 갈등의 집합체라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를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해. 친밀감을 얻기 위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행복을 쫓아버리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잘못을 저질렀을때는 우리가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죽어라 싸우지.'

 

내면분열! 마크가 말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들여다본다. 예전에 그런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내 탓이오!'하는... 하지만 요즘 그 말을 들어보기란 쉽지가 않다. 국민들이 전기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정전이 된 것이고, 나쁜 음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판 자신은 잘못이 없고, 성추행으로 제명위기에 있던 국회위원을 옹호하는 '죄 없는자 그에게 돌을 던지라'는 전 국회의장님?의 말씀이 이 시대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깊은 이해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가진 내면 분열의 한 단면들이 씁쓸하게도 떠오른다.

 

가족! 마지막으로 이 작품속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있다. 형사라는 직업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니.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가족들을 위해 삶을 살겠다는, 가족들과의 소통과 따스한 마음을 나누겠다는 그의 의지가 책 곳곳에 따스함으로 그려진다. 냉철한 형사보다는 조금은 인간적이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 그러면서도 사건을 앞에두고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다가서는 거니의 캐릭터는 독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든다.

 

<658, 우연히>는 처음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작품이다. 추리 스릴러의 또다른 시작이라는 찬사도 그렇고, 존 버든의 첫번째 소설이자, 그가 계획중인 데이브 거니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도 그렇다. '침착함, 스타일, 지성, 원숙한 인물들, 매혹적인 퍼즐들, 엄청난 긴장감... 내가 생각하고 있는 숫자는 바로 1'이라는 어떤 작가의 찬사속에서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무거운 책이었지만 가장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첫번째 책' 이라는 말로 <658, 우연히>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 '눈을 뜨지마'라는 작품을 통해 내년에 우리를 찾아온다는 존 버든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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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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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보다 그 이외의 활동들로 더 주목받는 작가들이 있다. 보수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현혹시키는, 정말 열불나게 만드는 작가가 있다. 어렵게 돈주고 산 그의 삼국지 세트를 버리긴 아깝고 해서 상자에 쳐박아둔지 벌써 몇년째다. 또 어떤 작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과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감성마을에 사는 작가도 있다. 황구라?라는 작가는 이모 대통령과 한 비행기를 탔다?가 괜한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작가는 존경해마지 않는다. 어쨌든 이렇게 세상과 소통하고 작품활동과 더불어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작품으로 세상을 말하는 작가'도 있다.

 

그 대표적인 이름이 바로 '조정래' 일 것이다. 20세기 현대사를 관통하는 그의 작품들은 이제 청소년이나 성인을 막론하고 이미 필독서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너무도 유명한 '태백산맥'으로 분단의 아픔과 그 전후의 시대상을 담아낸 작가는 '아리랑'을 통해 1900년대 초부터 해방에 이르는 시기 민초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한강'이란 작품을 통해 6, 70년대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그려내게 된다.

 

가장 최근에 만난 작품은 '허수아비춤'이란 작품을 통해서였다. 비자금 조성, 정경유착, 언론통제 등 최근 불거져나온 대기업관련 사건들과 맞물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관심과 사랑을 받기도 했다. 우리의 올바른 선택 하나가 바꾸어갈 인간다운 세상을 부르짖는 조정래 작가의 날카롭고 날선 비판이 가슴을 먹먹하게도 시원하게도 만드는 작품이었다. 일년이란 시간을 넘어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 작가의 책 한 권! 이 책은 <비탈진 음지>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이 작품은 공교롭게도 나와 출생년도가 같다. 작가가 30세 초반에 집필했던, 벌써 40여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서 작가가 이 작품을 다시금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중편이었던 작품을 작가가 새롭게 집필하고 다듬어 장편으로 재탄생시킨 <비탈진 음지>! 그렇게까지 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잠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다. 1970년대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산업화가 대세를 이루던 그 시간, 작가의 시선은 이미 그 시기 소외된 자들에게로 다가서있었다.

 

2010년 기준 서울시의 인구는 천만명이 조금 넘게 집계된다. 전체 인구의 1/5이 그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뒤엉키고 밟고 밟히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시장도 교육감도 욕심내는 이가 많아 그리 어수선한 것인지... 어찌됐건 '눈깜짝할 사이 코 베어간다'고 했던 서울, 그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바로 <비탈진 음지>를 그려내고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복천, 남의 소를 팔아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복천의 꿈과 희망이 아닌, 소외되고 추락하는 도시속 빈민의 삶, 그늘진 음지를 작가는 그려낸다.

 





 

태양이 뜨겁고 강렬할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우리가 처음 올림픽을 개최하던 80년대 고속도로 근처에 있던 하우스촌 빈민들을 갈곳 없이 거리로 내몰리고, 도심의 판자촌 사람들도 재개발의 역풍속에 오갈데 없이 쫓겨났다는 사실을 이제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 밖에 없는 도시 빈민들의 하루살이 인생에 다르지 않았다. 그 그늘진 그림자는 복천영감이 살던 70년대나 올림픽만 끝나면 선진국이 된다던 90년대, 국격을 그렇게 강조하시는 대통령과 함께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별반 다르지 않아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편으로 새롭게 선보인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 대답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국민소득 150불 시대의 도시 빈민들이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그 심각한 사실이 우리의 현실이며, 중편 <비탈진 음지>를 장편 '비탈진 음지'로 개작해야 하는 이유였다' 고 말이다. 또한 이 작품을 앞에 놓고 작가는 '굶주리는 사람이 단 하나만 있어도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는 릴케의 말을 인용했다고 한다. 무상급식이란 단어가 세간의 화두로 떠오른 요즘 조정래 작가의 이런 말과 의지가 다시금 우리사회를 뒤돌아 보게 만든다.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의 작품 <후불제 민주주의>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이 말에 동감할 수 있겠는가? 생존을 걸고 크레인위에 오르는 위험한 상황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평화적인 시위에 ㅇㅇ산성을 쌓고 물대포로 맞서는 경찰, 대화와 소통보다는 공권력을 앞세워 그들을 비극적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 이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렇게 비탈진 음지를 비지땀을 흘리며 기어오르는 복천영감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것이다.

 

마음둘곳 없는 요즘 사회에 조정래라는 작가가 있어 든든하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4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전혀 어색함 없이 그 시대 순수한 우리의 모습들을 되짚어 볼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겪었을 시대적 아픔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어서 가슴 한켠이 찡하게 저려온다. 그이기에 가능한, 작가 조정래 이기에 이토록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그 시대를 그려내어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뜨겁게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강렬하게 되먹지 못한 우리 사회에 쓴 소리를 던지는 작가 조정래! 그가 있어 행복하다.

 

'중국의 경제대국화와 영토 팽창주의는 한국에도 큰 위기로 다가올 겁니다. <태백산맥> 등이 과거를, <허수아비춤>이 현재를 다뤘다면 새로 선보이는 소설은 우리 미래를 그리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독자들을 설레이고 궁금하게 만든다. 그 어떤 청춘보다 뜨거운 가슴과 정열을 품에 않은 작가 조정래! 우습지만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영화 시실리 2Km에 나오던 스미골을 닮은 우현 이란 배우가 떠오른다. 제발 나만 그렇기를... ^^ 어쨌든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는 그의 특별한 작품들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병든 곳들을 가차없이 꼬집어 주기를 희망해본다. 시대의 비극과 아픔이 없어 조정래 작가가 더이상 작품의 소재를 찾지 못 할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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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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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중심으로 두사람이 앉아 있다. 그리고 맞은편, 또 다른 셋이 앉아 있다. 역시 눈에 띄는 한 명이 시선속에 들어온다. 오늘 내가 맡은 임무를 위해 그 사람에게 눈을 고정한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그 사람의 스타일을 파악하려 애쓴다. 이제 서서히 내가 나서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오늘 나의 임무는 바로 '폭발물 처리반'이다. 대학 시절 미팅 자리에서 한번쯤 이런 막중한 임무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친구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오늘은 내가 이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는 희생자적 자세와 용기로... 오늘은 내가 폭발물 처리반!!!!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덤비는 분이 없길 바라며... 잠시 웃음으로 시작했지만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책 한 권과 마주한다. 추억속 '폭발물 처리반'이 아닌 'LA 경찰 폭발물 처리반'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데몰리션 엔젤>은 이런 폭발물 처리반과 폭파범 간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캐롤 스타키, 형사 2급인 그녀는 요즘 술과 담배에 찌들어 시름시름 살아간다. 아무래도 주인공한 상처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당근... 그녀의 마음속 상처를 잠시 들여다보자.

 

3년이라 시간을 거슬러... 사건 현장에서 폭발물을 처리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된 스타키. 폭파 현장에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상처는 아직까지도 그녀를 강하게 옥죄어 오고 있다. 네명의 정신과 의사를 거쳐 지금도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있는 스타키! 그 시각 찰리 리지오가 이끄는 폭발물 처리반은 대형 쓰레기 수거함 옆에 놓인 종이 상자의 폭발물을 처리하고 있다. 프로인 그들에게 처리하기 쉬워보이는듯 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폭탄이 아니었다.

 

TV나 영화속에서 폭발물 처리에 관한 장면들을 종종 보게된다. 빨간줄 혹은 녹색줄, 타이머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것을 잘라야 할지... 이건뭐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보다 더 짜릿짜릿하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낮익은 풍경을 넘어 <데몰리션 엔젤>에서는 조금더 세밀하고 긴박한 상황들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몸과 마음 모두 상처투성이인 스타키는 폭발로 죽은 동료의 죽음을 수사하게 되고 증거를 찾고 숨겨진 단서를 쫓기 시작한다. 한편 폭발물 처리반을 겨냥한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그녀의 곁에 서로 다른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하나는 동료인 잭 펠, 다른 하나는 폭파범 미스터 레드이다. 언제부터인가 잭 펠이란 사람이 스타키의 곁을 지키고 있다. 3년전 쓰라린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에도 스타키는 조금씩 그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반대편에선 또 한 사람 미스터 레드, 자신을 모방한 범인을 찾아 LA로 온 그는 폭발속 죽음에서 살아난 그녀, 스타키에게 매료되고 만다. 동료의 죽음과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 그리고 미스터 레드, 아니면 그의 모방범과의 대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매혹적인 그녀, 여형사 스타키의 활약이 펼쳐진다.

 

스릴러 브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스물여덟번째 작품이기도 한 <데몰리션 엔젤>은 미국 작가 로버트 크레이스의 작품이다. 스릴러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로버트 크레이스의 작품을 이미 2년전쯤 만난 적이 있다. '투 미닛 룰'이라는 작품이었는데 그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스피디한 전개와 짜릿한 긴장감이 압권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돈을 챙겼든 챙기지 않았든, 프로라면 2분 안에 무조건 튄다'는 프로들의 규칙, 전문 은행털이범 맥스의 긴박감 넘치는 활약?이 압권이었던 이 인상적인 작품을 통해 로버트 크레이스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연쇄 폭파범과 폭발물처리반 여형사의 숨막힐듯 긴장감 넘치는 대결로 독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상처를 안은 주인공 스타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동료 죽음의 범인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활약은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범인조차 매혹될 정도이니... ^^ 어쨌든 스타키를 비롯해 미스터 레드, 잭 펠, 딕 레이턴을 비롯한 동료들... 등장 인물 하나하나 나름의 개성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 폭발물 처리반이라는 조금은 독자들에게 노출된 조직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보니 작가가 나름 내세워야할 특별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현장감 넘치는, 여러 상황과 다양한 심리를 그려내는 로버트 크레이스의 전문적 지식과 섬세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옆에서 사건 현장을 바라보는듯 섬세하고 현장감 넘치는 상황 묘사가 압권인 <데몰리션 엔젤>.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과 마지막 결말 부분은 독자들에 따라서 상당 부분 엊갈린 평가가 내려질 듯 하다. 두번째 로버트 크레이스의 와의 만남, 이번에도 역시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스릴러계의 거장이라는 찬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긴장감 넘치고 다이나믹한 글자속 영상이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연쇄폭탄광과 매력적인 여형사 사이의 숨막히는 대결, 당신도 그들 사이에 놓인 작은 버튼을 눌러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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