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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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작가가 있다. 우리의 바램은 고은 선생이었고 아마도 그네들의 바램은 무라카미 하루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한중일 삼국지에서 올해는 중국의 손이 번쩍 치켜져 올라갔다. 또 다시 고배. ...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를 말하라면 무라카미 하루키, 단연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자리할 것이다. 네임밸류 면에서 가장 우월하면서도, 그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작품 측면에서도 그리 많은 작품들을 만난 것 같지도 않다. '상실의 시대'로 알고 있는 '노르웨이의 숲'과 아직 내 책장에서 손길을 기다리는 '1Q84'정도가 다랄까!

 


익숙한 이름, 하지만 낯선 작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조금 가까이 알고 그의 문학에 다가가는 기회를 얻게 해주는 책 한 권과 만난다. 바로 <하루키, 하루키>가 그 주인공이다. 히라노 요시노부의 이 작품은 히라노 요시노부라는 교수에 의해 쓰여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평전이다. 일본 중견 출판사의 '일본의 작가 100인' 시리즈의 한 권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을 다룬 부분과 그의 문학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키의 삶과 문학,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된다.

 


하루키의 삶과 인생은 그의 부모님과 유년시절로 시작된다. 죽음의 공포로 각인된 최초의 기억과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로 재탄생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숲'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와세다 대학의 진학과 서쪽 기숙사, 그의 아내 요코와의 사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문예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고 '노르웨이 숲'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 시기별로 흥미 있게 그려진다. 전세계 33개 언어로 번역 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르웨이 숲'에 대한 이야기들과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다른 작품들과 작품세계에 관한 이야기들이 깊은 눈으로 하루키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노벨상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아무 달도 듣지 못했고, 실제로 저는 어떤 상에도 흥미가 없습니다. 저에게는 독자가 상입니다. 카프카를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상을 받으러 왔지, 특별히 노벨상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 P. 148 , 2006년 프란츠 카프카 상 수상식 기자 회견에서 -

 


<하루키, 하루키>의 저자인 히라노 요시노부는 서문에서 이 책의 가장 큰 성과가 일본 신인 작가의 등용문인 아쿠타가와 상에 두 번이나 떨어진 것이 하루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노벨상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 선 하루키. 하지만 과거의 상에 대한 트라우마는 현재 진행형인 것일까? 벌써 몇번이나 노벨상에 고배를 마신 그이기에 왠지 걱정이 되기도... 정말 2006년에 했던 말처럼 그는 상에 연연하지 않을까? 잠시나마 그런 고민 아닌 고민들에 미소가 지어진다. 하루키?~ 하루키!! ^^

 

 

 

 

그의 삶, 인생을 들여다 보는 일도 재밌었지만 2부에서 하루키의 문학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낯선 작품들이 그의 이름과 함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진정한 의미의 첫 장편소설인 '양을 둘러싼 모험', 익숙한 이름 '노르웨이 숲'과 '1Q84'. 작품들의 줄거리와 감상 포인트가 친절하게 담겨져 있다. 이 한 권으로 하루키의 문학 전부를 아우를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으로 기록된것 같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승패는 없다. ... 쓴 것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지 아닌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그것은 간단하게는 변명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뭐라고든 적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 P. 172 -

 


하루키에게는 고독과 그리움이 있다. 많지는 않지만 만나본 그의 작품들이 그랬고, <하루키, 하루키>속에서 들여다본 그의 삶이 왠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알게 한 작품 '노르웨이 숲'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상실의 시대'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름을 안고 등장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하루키가 가진, 그의 작품속에 담겨진 상실, 고독,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람에 대한, 시간에 대한 그리움!! '1Q84'를 통해 하루키는 아직도 그런 깊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무라카미 하루키! 하지만 그의 삶도 그의 문학도 그리 익숙치만은 않았다. 오히려 낯설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낯섬을 통해 새롭게 그의 인생에 같이 발걸음도 건네보고 그가 하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게 된다. <하루키, 하루키>는 바로 하루키에게 다가가는 작은 발걸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와 함께 걸으며 삶을 이야기하며, 그의 문학에 대해 말을 건네는 편안하고 흥미로운 시간이된다.

 


'완벽한 문장 따위는 없어.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이렇게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사랑한다. 고인 물이 아닌 항상 분주히 발걸음을 내딛는 그의 끝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완벽한 문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끝없이 도전하는 것이 작가의, 문학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그래왔던 그의 문학 인생처럼 강렬한 붉은 표지를 가진 <하루키, 하루키>, 그를 알고 싶은 그의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 소식도 함께 들려 오기를... 그는 아니지만 우리가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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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 2012-11-2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잘보고갑니다^^
 
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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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바로 반전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작가가 의도한대로 독자들을 이런 대반전속에 빠뜨리는 몇 가지중 하나가 바로 소설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트릭이다. 주인공이나 독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고, 서술 트릭으로 독자를 혼란스럽게도 한다. 밀실이라는 공간을 통한 트릭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어쩌면 독자와의 대결장을 던지는 작가의 도발?이라 해도 좋을것 같다. 네 가지 색깔의 도발! 기시 유스케가 우리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이런 네가지...

 

기시 유스케하면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검은집'이나 '악의 교전' 등을 통해 호러와 사이코 패스 같은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모던 호러의 대표작가, 거장으로 불리는 기시 유스케. 하지만 그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신세계에서'와 같은 작품을 통해 일본 SF 대상을 수상하는 등 또 다른 분야를 개척하기에 이른다. '유리망치'는 그런 그가 선보인 본격 미스터리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만나볼 <자물쇠가 잠긴 방> 역시 다양성을 가진 작가 기시 유스케의 도발?을 그리고 있다. 우리를 밀실의 세계로...

 

<자물쇠가 잠긴 방>은 '에노모토 케이 & 아오토 준코'가 증장하는 단편 미스터리 시리즈이다. 변호사인 준코는 첫 단편 '서있는 남자'에 의하면 밀실 사건만 다루는 형사 변호사라고 한다. 에노모토 케이는 표제작이기도 한 두번째 단편 '자물쇠가 잠긴 방'에 미루어 볼 때 약간 의심스런 과거를 가진 인물이 아닐까 생각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준코가 약간은 허둥대고 조금은 부족한 탐정 역할이라면, 방범 전문가라는 케이가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그는 사건을 치밀하면서도 완벽한 추리로 풀어가는 해결사 역할을 도맡고 있다.

 

아니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밀실'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밀실을 통해 독자들과 한판 해보자는 기시 유스케의 도발?이다. 어쩌면 작가는 초반에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오로지 사건의 실체인 밀실의 비밀을 풀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이가 바로 그와 그녀 콤비, 준코와 케이다. 케이가 탐정역이라면 준코는 보통 탐정소설속 어리벙벙한 형사 역할이랄까? 엉뚱한 추리와 독자들의 생각을 혼란케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그 다음 에노모토 케이가 등장해... '짜잔!! 그건 그런게 아니고....' 이런 형식이랄까?

 

 


이런 유사한 구성을 하고 있으면서도, 범인을 밝혀 놓고 밀실 트릭만 파헤치면 되면서도 작가를 이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물론 이 작품을 만나기 바로 직전 우타노 쇼고의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를 만났기에 그속에 등장했던 유사한 트릭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도 했지만... 작가를 쉽사리 이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치밀하게 완벽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독자를 홀리는 준코의 활약에도,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대에도 왠지 조금은 부족한 감이 느껴진다. 기발함....???

 

밀실 트릭은 고전중의 고전이기도 하다. 보통 범인이 사건 장소인 밀실에 없었던 경우, 각종 기계장치들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하고, 원격조종을 통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범인이 사건 장소에 있었을 경우, 문의 잠금장치를 통한 트릭이나 사건 시간의 혼란을 통한 트릭을 사용하기도 한다. 혹은 자살이면서도 타살을 가장하거나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인한 죽음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특히 추리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트릭이 바로 밀실 트릭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작가와 독자의 두뇌 싸움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으로 볼 때 '밀실'은 앞으로도 미스터리를 먹여살릴 밥그릇이 아닐까 싶기도하다.

 

앞서 언급했던 밀실 트릭의 몇가지 예가 <자물쇠가 잠긴 방>에서도 등장한다. 익히 듣고 보고 알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두뇌싸움을 지속해야 한다.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그가 기시 유스케 이기에 마지막까지 즐거움속에 만날 수 있었다. 아쉬움이 뭍어나기도 하지만 준코와 케이 콤비의 매력적인 활약이 인상적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 콤비의 활약을 드라마로 선보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만나 볼 수 있었으면 좋을것 같기도 하다. 어떤 배우가 좋을까? ^^ 마지막 역자 후기에서도 언급되듯이 다행히도 준코와 케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얼굴을 가진 작가, 자신의 땀으로 전문성을 생생하게 작품속에 담아내는 작가 기시 유스케의 밀실 미스터리의 재미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주인공 준코와 케이의 독특한 밀실, 익숙한 밀실을 기시 유스케 만의 또 다른 색깔로 써내려간 <자물쇠가 잠긴 방>은 이 가을이란 시간과 어울리는 작품이 될 것이다. 밀실 미스터리, 그 즐거운 지적 유희와 함께 많은 이들이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만끽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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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타노 쇼고 지음, 한희선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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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꼭 한번 놀러 가고 싶다! 신본격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우타노 쇼고, 당신의 집에 놀러 가고 싶다. 일본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이맘때 만났던 '긴 집의 살인'으로 익숙한 작가. 시나노 조지라는 명탐정을, '집의 살인' 시리즈로 알려진 우타노 쇼고의 또 다른 집 시리즈?와 만난다. 그의 서재에는, 그의 집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까? 정말 기회가 된다면 우타노 쇼고, 그의 집에 가보고 싶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는 사실 우타노 쇼고의 집의 살인 시리즈는 아니다. 명탐정 하나 나오지 않고 어떤 흥미진진한 추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집'이라는 우리에게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다섯가지 미스터리를 그리는 단편집이다. 평화로워 보이기만한 그들의 '집', 하지만 그 평화는 머지않아 산산히 깨어지고 만다. 평화롭고 일상적이기는 하지만 우타노 쇼고가 그리 쉽게 이 공간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우타노 쇼고 하면 역시 떠오르는 단어. 바로 반전!이다.

 

다섯편의 단편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이야기는 '인형사의 집'이다. 어린시절 새어머니의 성적 학대로 여자를 멀리하게 된 그 남자, 그리스 신화속 피그말리온을 알게된 후 산속의 저택에 들어앉아 여인상만을 조각 하고, 인형을 만들며 생활하던 그에게 찾아온 세 명의 소년. 20년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닷키. 그리고 그를 반기는 곳짱! 어린시절 그들과 또 한명의 소년이었던, 행방불명된 소년 사토루! 어른이된 닷키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토루의 갑작스런 실종과 닷키의 교통사고,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 어머니 유서의 비밀!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밝혀지는 대반전!

 

첫 단편부터 역시 우타노 쇼고구나!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우타고 쇼노의 이번의 '집'은 역시 밀실 살인을 다룬다. 우리가 숨쉬고 먹는 공기나 물이 주는 익숙함처럼, 우리 생활에서 너무나 일상화된 공간인 '집'이 이 작가,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조금은 끔찍 하기도 하고 약간은 어떤 의식?을 하게 되는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 되어진다. 이사를 오고, 일상을 벗어난 여행 속에서, 또 솔깃한 어떤 제한으로 만나고 접하게 된 '집'이라는 공간, 우타노 쇼고는 그 일상을 조금더 새롭게 인식하고 의식하고 독자를 놀라게 만드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의 가장 큰 강점은 구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집의 살인' 시리즈처럼 멋지구리한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단번에 해결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한 구성이 아닌 이중적, 다중적 시각과 시공간적으로 교차하는 구성은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인형사의 집'을 예로 든다면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을 등장시켜 약간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또 이것이 어떤 의미로, 이야기로 진행될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등 읽는 이로 하여금 몰입과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쇼코 네가 잘못했어'로 시작하는 '집 지키는 사람'도 그렇고, 다른 단편들도 마찬가지이다. 전혀 예상하기 힘든 책의 첫 부분은 미스터리가 전해주는 치열한 두뇌싸움의 한 부분을 톡톡히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의 또 하나 강점은 바로 가독성이다. 이런 색다른 구성때문에 궁금하고 또 궁금해서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끝났구나! 쫌 시시한데... 하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들려준다. 대...반전의 묘미! 아~!! 그때서야 엉크러진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하나 제자리를 잡아간다.

 

뭐랄까? 너무 진지한 본격 미스터리 작품과 히가시가와 도쿠야식의 약간은 코믹한 미스터리, 혹은 코지 미스터리의 중간 정도에 넣으면 좋을 작품이랄까?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는 어쩌면 그 정도의 위치에 놓아도 좋을 그런 작품이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머리도 아프게 만들고, 생각지도 못한 트릭에 즐거워 하고, 그러면서 또 그리 무겁지도 않은 느낌을 준다. 작은 김밥 도시락 들고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작은 집! 우타노 쇼고의 집에 가고 싶다!

 

누구나 그렇듯, 작가와 작품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타노 쇼고에게서는 단연 그런 진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이자 작가의 이름을 알린 '긴 집의 살인'이 멋진 캐릭터로 '집의 살인'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지만 신인 작가답게 어떤 틀에 너무 얽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충격을 던져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진화를 거듭했고, 현재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등으로 미스터리의 꽃을 피우는 우타노 쇼고.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속 단편들을 보다보면 이런 그의 문학적 진화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도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신화가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소위 부르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의미로 말할 수 있을까?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이 말이 필요한 것은 아마도 우리의 미스터리 문학이 아닐까 싶다. 첫번째 단편에서도 등장하는 세 소년은 산속의 저택으로 향하면서 고바야시 소년이, 하시바 소년이 된다. 소년탐정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도 일본 미스터리의 산물이다. 어린시절 캔디, 철이, 짱가, 마징가... 를 흠모하던 소년들, 하지만 미스터리 분야에서도 그 현실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는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피그말리온 효과가 가장 절실한 분야가 아마도 우리 미스터리 문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를 내려놓자마자 인터넷 서점에서 책 한권을 주문했다. 바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빛나는... 무엇보다 이 작품의 충격을 말하는 독자들의 생생한 증언, 하지만 아직 그 즐거움을 만나보지 못한 탓에... 곧바로 그를 다시 만나려한다. 신본격 1세대, 점점 진화하는 작가, 신본격 미스터리의 귀재, 우타노 쇼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정말 그의 집에 놀러가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아직못다한 그와의 이야기, 작품들과의 만남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그의 집에 놀러가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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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괴 따위 안 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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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와 네번째 만남'이다. 그의 대표작이 되어버린 '밀실 미스터리' 시리즈와 최근 그 두번째 이야기가 국내에서 출간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후에', 그리고 <이제 유괴따위 안해>까지... 왠지 그 이름만으로도 즐거움이 느껴지는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벌써부터 설레임이 시작된다. 본격 미스터리에 유머를 결합한 히가시가와 도쿠야식 미스터리로 일본에서는 그의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한다. 물론 이 작품 <이제 유괴따위 안해>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쾌, 통쾌, 상쾌 미스터리의 세계로 Go Go Go~~!!

 

재벌 2세 여형사와 까칠한 독설 집사, 자칭 명형사 콤비와 역시 자칭 명탐정 우카이 모리오 사립탐정, 작품마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미스터리의 재미와 코믹한 상황들을 연출했던 작가는 이번에도 색다른 캐릭터로 승부한다. 이번엔 야쿠자다! 실제 야쿠자가 사건을 풀어내는 주인공이 아니라 야쿠자 보스의 딸이 사건을 이끌어간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는 로맨스까지 살짝 어깨를 드리운다. 가짜 유괴로 시작하는 <이제 유괴따위 안해> 이제 시작해보자.


스무살 대학생 다루이 쇼타로! 여름방학을 맞아 학비를 벌기위해 알바 자리를 찾아 헤맨다.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 쇼타로가 사는 이 자그만 마을에서 타코야키 노점상을 하는 선배의 덕분?으로 알바를 시작하게되지만 선배는 여름동안 이 노점을 쇼타로에게 떠넘기고 만다. 시모노세키시 바다 건너편 모지항 근처에서 장사를 하던 쇼타로는 어느날 야쿠자에게 쫓기는 여학생을 구해주게 되고... 그렇게 의도치 않았던 어마어마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너를 유괴해줄까?'

 

열일곱살 하나조노 에리카! 야쿠자에게 쫓기던 이 소녀의 정체는 모지항을 관리하는 하나조노파 보스의 막내 딸이었다. 에리카는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을 병문안 가기위해 도망쳤던 것이고 거기에 쇼타로가 끼어들게 된것이다. 여동생 시오리의 병원비를 걱정하는 에리카의 따스한 맘을 헤아리고 도움을 주고 싶은 쇼타로는 자신이 에리카를 유괴해 동생의 병원비를 마련하자는 제안을 하게되고 노점주인인 선배 고모토와 함께 가짜 유괴 계획을 세우게된다.

 

 

스물다섯살 하나조노 사쓰키! 하나조노파의 큰 딸 사쓰키, 명탐정 사쓰키의 활약이 펼쳐진다. 쇼타로 일행의 가짜유괴와 협박전화로 하나조노파는 노심초사하고 에리카의 몸값 3천만엔을 지불하기로 결정하고 사쓰키와 하나조노파의 넘버3 야마베 세이지와 함께 전달 장소로 이동한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순조롭게 몸값을 손에 쥔 쇼타로 일행, 하지만 선배 고모토의 배신으로 쇼타로와 에리카는 예상치못한 위험에 빠지게 되고 사쓰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이놈들이 겁도 없이 야쿠자 보스의 딸을 건드려?'

 

야쿠자라고는 하지만 하나조노파는 단 일곱명이 전부인 몰락해가는 조직이다. 의리와 인정과 유머?를 중시 한다는 하나조노파, 보스인 하나조노 슈고로 역시 괴짜에 정에 약한 인물이다. 큰딸 사쓰키와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나서 견딜수가 없다. 사쓰키에겐 매몰차게 대하고 에리카만 예뻐하는 이유가 그저 에리카는 예쁘고 사쓰키는 안 예뻐서라는데... 빵~ 터진다. ^^ 만화속에서 튀어나온듯한 이 캐릭터들의 어이없는 대화에 실소를 금할수가없다.

 

'유머 미스터리'라고해서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허술하다거나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물론 위조지폐와 관련된 부분에서 여러가지 짜맞추기식의 부자연스런 면이 있기도 한것이 사실이지만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벼운 유머로 커버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본격 미스터리의 견고함과 살아 숨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쇼타로와 에리카의 좌충우돌 티격태격 로맨스, 그리고 유머와 적절히 버무려진 사건과 그 해결... 스무살 쇼타로의 여름방학은 그렇게 영글어간다.

 

이번엔 한번 이겨보겠다고, 더이상 뒤통수를 맞는일을 없을거라고, 절대 한눈 팔 수 없이 집중 집중을 외치며 미스터리의 세계에 열중하는 청춘들에게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그런 미스터리의 세계에 작은 쉼표,를 던져준다. 읽을 수록, 만날 수록 히가시가와 도쿠야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된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후에' 그 두번째 이야기도 조만간 만나봐야 할것 같다. 조금은 가볍게, 가끔은 즐거운 미소로 만나는 속도 빠른 미스터리, 지금이 바로 히가시가와 도쿠야식 유머 미스터리와 만날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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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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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당다 다당~~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어느 광고의 음악, 그리고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실 가능한 것을 상상하지 말라. 불가능한 것을 상상할 것! 그리고 보여줄 것! 우리에게 무엇이 더 가능해 질까요?" 그가 말하는 상상, 상상력 그리고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 그것이 궁금해진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상상과 미래에 관한 것들이 그가 써내려간 책 한권에 담겨져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리고 그의 <상상력 사전>속에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을 알리게 만든 작품 '개미'도 그렇고, '뇌', '나무', '파피용', 그리고 가장 최근의 작품인 '신'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가 창조해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작품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그의 머릿속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꿈꾸는 미래, 그의 책들속 다양한 이야기의 시작 이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속에 담겨진다.

 

열네 살때부터 노트하기를 습관화 했다는 그는 30년이 넘게 써내려간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게 된다. '초콜릿 케이크 만드는 법'과 같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긁적임부터 '아라비아 숫자'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 그의 작품 '개미'의 발원이 되기도 했던 그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아르키메데스와 코넌 도일과 같은 인물들은 물론이고 '북유럽의 우주 신화'와 같이 독특한 내용들도 인상적이다. '항상성'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내용들은 역시 그의 독특한 상상의 나래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몇 가지 전설'도 재미있다. 그리스, 터키, 멕시코, 인디언, 아라비아의 전설 등 짧지만 다양한 내용들을 담는다. 우리의 단군 환웅 신화(물론 신화가 아닌 우리의 창세기이지만...)도 그가 알았다면 여기에 기록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한다면 짧게 나마 이 이야기도 전해주어야겠다. '1+1=3'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만의 수식과 해석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특별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싶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듣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듣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이해하는 것, 내 생각과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 시도 -

 

'시도'라는 첫번째 이야기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시작된다. 왜 하필 '시도'로 시작하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상상력의 시작이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발로이기 때문이 아닐까? 더불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소통'을 위한 부단한 '시도'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앞으로 가장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이 바로 '시도'인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던지는 화두, 그로써 이야기는 시작되고 앞으로 우리의 시도는 계속 되어야 한다.

 

<상상력 사전>은 383가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담아낸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순수한 상상력, 그 상상력의 씨앗, 작은 아이디어, 삶의 이야기, 문학적 탐구가 담긴 백과 사전이다. 어린 시절 긁적이던 비밀 스러운 노트에서 이젠 그의 작품세계가 투영된, 혹은 또 누군가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줄 또 다른 특별한 노트로,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또 다른 미래의 씨앗이 되어간다. 이 수많은 이야기속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이 그의 펜 끝에서 되살아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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