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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타노 쇼고 지음, 한희선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정말 꼭 한번 놀러 가고 싶다! 신본격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우타노 쇼고, 당신의 집에 놀러 가고 싶다. 일본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이맘때 만났던 '긴 집의 살인'으로 익숙한 작가. 시나노 조지라는 명탐정을, '집의 살인' 시리즈로 알려진 우타노 쇼고의 또 다른 집 시리즈?와 만난다. 그의 서재에는, 그의 집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까? 정말 기회가 된다면 우타노 쇼고, 그의 집에 가보고 싶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는 사실 우타노 쇼고의 집의 살인 시리즈는 아니다. 명탐정 하나 나오지 않고 어떤 흥미진진한 추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집'이라는 우리에게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다섯가지 미스터리를 그리는 단편집이다. 평화로워 보이기만한 그들의 '집', 하지만 그 평화는 머지않아 산산히 깨어지고 만다. 평화롭고 일상적이기는 하지만 우타노 쇼고가 그리 쉽게 이 공간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우타노 쇼고 하면 역시 떠오르는 단어. 바로 반전!이다.
다섯편의 단편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이야기는 '인형사의 집'이다. 어린시절 새어머니의 성적 학대로 여자를 멀리하게 된 그 남자, 그리스 신화속 피그말리온을 알게된 후 산속의 저택에 들어앉아 여인상만을 조각 하고, 인형을 만들며 생활하던 그에게 찾아온 세 명의 소년. 20년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닷키. 그리고 그를 반기는 곳짱! 어린시절 그들과 또 한명의 소년이었던, 행방불명된 소년 사토루! 어른이된 닷키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토루의 갑작스런 실종과 닷키의 교통사고,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 어머니 유서의 비밀!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밝혀지는 대반전!
첫 단편부터 역시 우타노 쇼고구나!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우타고 쇼노의 이번의 '집'은 역시 밀실 살인을 다룬다. 우리가 숨쉬고 먹는 공기나 물이 주는 익숙함처럼, 우리 생활에서 너무나 일상화된 공간인 '집'이 이 작가,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조금은 끔찍 하기도 하고 약간은 어떤 의식?을 하게 되는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 되어진다. 이사를 오고, 일상을 벗어난 여행 속에서, 또 솔깃한 어떤 제한으로 만나고 접하게 된 '집'이라는 공간, 우타노 쇼고는 그 일상을 조금더 새롭게 인식하고 의식하고 독자를 놀라게 만드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의 가장 큰 강점은 구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집의 살인' 시리즈처럼 멋지구리한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단번에 해결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한 구성이 아닌 이중적, 다중적 시각과 시공간적으로 교차하는 구성은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인형사의 집'을 예로 든다면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을 등장시켜 약간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또 이것이 어떤 의미로, 이야기로 진행될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등 읽는 이로 하여금 몰입과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쇼코 네가 잘못했어'로 시작하는 '집 지키는 사람'도 그렇고, 다른 단편들도 마찬가지이다. 전혀 예상하기 힘든 책의 첫 부분은 미스터리가 전해주는 치열한 두뇌싸움의 한 부분을 톡톡히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의 또 하나 강점은 바로 가독성이다. 이런 색다른 구성때문에 궁금하고 또 궁금해서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끝났구나! 쫌 시시한데... 하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들려준다. 대...반전의 묘미! 아~!! 그때서야 엉크러진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하나 제자리를 잡아간다.
뭐랄까? 너무 진지한 본격 미스터리 작품과 히가시가와 도쿠야식의 약간은 코믹한 미스터리, 혹은 코지 미스터리의 중간 정도에 넣으면 좋을 작품이랄까?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는 어쩌면 그 정도의 위치에 놓아도 좋을 그런 작품이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머리도 아프게 만들고, 생각지도 못한 트릭에 즐거워 하고, 그러면서 또 그리 무겁지도 않은 느낌을 준다. 작은 김밥 도시락 들고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작은 집! 우타노 쇼고의 집에 가고 싶다!
누구나 그렇듯, 작가와 작품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타노 쇼고에게서는 단연 그런 진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이자 작가의 이름을 알린 '긴 집의 살인'이 멋진 캐릭터로 '집의 살인'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지만 신인 작가답게 어떤 틀에 너무 얽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충격을 던져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진화를 거듭했고, 현재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등으로 미스터리의 꽃을 피우는 우타노 쇼고.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속 단편들을 보다보면 이런 그의 문학적 진화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도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신화가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소위 부르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의미로 말할 수 있을까?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이 말이 필요한 것은 아마도 우리의 미스터리 문학이 아닐까 싶다. 첫번째 단편에서도 등장하는 세 소년은 산속의 저택으로 향하면서 고바야시 소년이, 하시바 소년이 된다. 소년탐정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도 일본 미스터리의 산물이다. 어린시절 캔디, 철이, 짱가, 마징가... 를 흠모하던 소년들, 하지만 미스터리 분야에서도 그 현실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는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피그말리온 효과가 가장 절실한 분야가 아마도 우리 미스터리 문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를 내려놓자마자 인터넷 서점에서 책 한권을 주문했다. 바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빛나는... 무엇보다 이 작품의 충격을 말하는 독자들의 생생한 증언, 하지만 아직 그 즐거움을 만나보지 못한 탓에... 곧바로 그를 다시 만나려한다. 신본격 1세대, 점점 진화하는 작가, 신본격 미스터리의 귀재, 우타노 쇼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정말 그의 집에 놀러가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아직못다한 그와의 이야기, 작품들과의 만남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그의 집에 놀러가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