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나비
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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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가는 오늘도 새로운 꿈을 상상한다. 그것이 영화 감독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우리 눈 앞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물론 지금은 남매이지만)의 매트릭스로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3D의 세계로 우리들을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의 전화가 하나가 세상 모든 사람들을 그 전화기 속으로 끌어들였고 동물잡이?에 혈안이 되게 만들었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의 상상은 우리를 수많은 추리와 긴장감을 부여잡은채 책 앞에 붙들어 놓고 있다.

 

 

철저하게 외면 받다가도 어느 한 순간 혁명처럼 다가오는 꿈 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영화속에 잠깐 등장했던 사과회사?의 xx패드는 현실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고, 디지털 시계에 자리를 내주었던 오래된 시계들은 엔틱이란 이름을 달고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찾는다. 전자책의 인기속에서도 종이의 내음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 있는 것처럼, 상상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하지만 미래의 상상을 벗어던져 버리기도 서슴지 않는다.

 

 

'그 일은 도쿄 - 시애틀 사이를 잇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다.'

 

 

두서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게 된다. 바로 책 한 권이 이런저런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어릿광대의 나비>, 엔도 조의 작품인 이 예쁜 제목을 한 책이 그랬다. 일본의 권위있는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정말 독특하다. 독특해도 너~~무 독특하다. A.A 에이브럼스, 기발한 경영방침으로 다양한 회사를 팔아 많은 돈을 번 재산가, 그리고 다언어 작가라는 도모유키 도모유키와 비행기, 나비, 여행, 수수께끼의 작품... 이런 단어의 나열이 아마도 <어릿광대의 나비> 이 독특한 작품을 설명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싶다.

 

 

 

 

'이것도 인연일 텐데 둘 중 하나를 드리지요. 어릿광대 나비건 어릿광대를 잡는 망이건 둘 중 하나를.' 망에서 나비를 빼낸 노인이 그 둘을 오른손과 왼손으로 저울질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 P. 95 -

 

 

물론 A.A 에이브럼스와 도모유키 도모유키라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누구 하나를 주인공이라고 섣불리 말하기가 쉽지 않다. 비행기속 여행, '고양이 아래엣만 읽을 것'이라는 작품, 상상의 나비... 등 다양한 소재들이 있지만 어느것 하나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되었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릿광대의 나비>, 그리고 엔조 도 라는 작가는 또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이상(李箱)'과 그의 작품 '오감도'이다. 천재 작가라 불리는 이상, 그리고 난해하기 그지 없는 작품 오감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작품, 그리고 그것을 만든 주인공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뿐이 모였소 ...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 이상의 오감도 中에서 -

 

 

이상이 오감도속에서 13이라는 숫자속에 식민지 조국을, 예수와 12제자를, 불길한 숫자 13을, 무서움과 불안이라는 다양한 의미를 담았듯, 엔조 도 역시 '나비'라는 것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의미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유로운 연상과 상상, 다양한 문학적 실험이 예쁜 제목 때문에라도 가볍게 선택했던 이 책에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든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나비의 날개짓이 독특하다.

 


미래의 소설? 수리 소설? 잘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선듯 엔조도의 작품을 집어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 작품을 소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든다. 엔조 도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뒤통수! <어릿광대의 나비>를 짧게 수식하는 단어가 아닐지... 즐겁지만 쉽게 즐길 수 없는, 독특하지만 어렵게라도 이해하기 어렵기만한, 독특한 작가만의 색깔이 진하게 배어있는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독특하고 색다른 언어 유희, 엔도 조를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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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안도현 아포리즘
안도현 지음 / 도어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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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누구나 알고 있을 이 멋진 시의 아버지가 바로 시인 안도현이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이 시의 제목은 몰라도 이 시의 짧은 몇 귀절 정도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흔히 보기 힘든 광경인지도 모를 연탄재. 하지만 연탄이란 이름만으로도 가난, 추위, 겨울 나기라는 여러가지가 연상될 정도로 다양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겨울이면 한번쯤 이 시의 귀절을 읊조리게 되기도 한다. 그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자!

 

요즘 가장 즐거 보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K팝 스타'라는 프로다.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나가수'를 통해 가수의 존재감, 노래의 재해석이라는 의미를 깨닫고 감동 받았다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가수를 꿈꾸는 이들을 통해 노래의 순수함, 노래가 주는 감동,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평범하게만 생각했던 노래에 대한 반란을 듣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 어쨌든 노래만 잘하면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을 전해진다.

 

갑자기 이런 오디션 프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노래에 대한 재발견!을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했다면 우리 삶을 재발견 할 기회를 갖게 하는 책 한권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말라던 그를 통해서... <네가 보고 싶어 바람이 불었다>는 안도현의 아포리즘이란 부제와 함께 한다. 아포리즘? 이 말은 경구(警句)나 격언(格言), 금언이나 잠언(箴言)을 일컫는데 삶의 교훈이 담긴 간결한 글정도로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안도현은 시(詩)나 에세이, 혹은 짧은 글로 우리 삶을, 우리의 사랑을,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 물구나무를 서야 바로 보이는 세상이 있는 것처럼, 뒤집어 놓았을 때 진실이 보이기도 하는 것. ... 단칸방에 살다가, 아파트 12평에 살다가, 24평에 살다가, 32평에 살다가, 39평에 살다가, 45평에 살다가... 문득 단칸방을 그리워하다가, 결국 한 평도 안되는 무덤 속으로 들어가 눕는 것.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 - P. 14 , 삶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

 

삶이란 무엇일까? 나이 사십이 넘어서면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새해가 밝아왔는데, 그러고도 벌써 한달이 지나가는데도, 별다른 감흥도 열정도 느낌도 없다. 끓어 넘치지는 않더라도 뭔가 불같지는 않더라도 허무하지는 말아야 할텐데...정해진 길을 달리는 기차, 정해진 길 밖에 달릴줄 몰라 안타깝기도 하지만(P.20) 사람들은 젊을때 그 정해진 길, 안정적인 길을 향해 청춘을 바치지 않는가? 누구나 타오를땐 나이와 시간을 잊지만, 세상을 반쯤 건넌 나이가 되면 서러움에 잠깐 젖어 보기도 하고, 그 서러움의 힘으로 살아가고, 또 살아가야 할 세상이 보이는 나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P. 40)

 

 

 

 

'삶은 너무 가볍다'로 시작해서 이야기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후회라는 의미보다 '사랑'이라는 풋풋한 의미로 '너한테 나를 잠깐 빌려 주고 싶은데...'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P. 83) 중년이라는 이름을 얻게된 요즘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이든다. '아~ 사랑을 하고 싶다'라는...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랑이 하고 싶다. 아내도 사랑하고 아이들도 사랑하지만 왠지 모를 공허함, 후회, 가슴 아픔이 있다. 익숙해진 일상과 사람들, 그 틀에서 벗어나 풋풋한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어떤이는 불륜을 저지르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그렇기에 책이 전해주는 사랑은 더욱 간절하고 그 간절함을 넘어 다시금 현실의 지인, 가족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적어도 사진관에서 정식으로 찍은 가족사진이라면 누룽지처럼 말라붙은 가난이 드러나지 않는다. 가족사진은 절대로 슬픔이 앉아 있을 자리를 마련해 놓지 않는다. 가족사진을 보면, 그래서 늘 흐뭇해진다. 빙긋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가족사진이다.' - P. 103 , 가족사진 중에서 -

 

'내 마음의 느낌표'는 가족에 대해,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마있으면 둘째아이 돌 사진을 찍으려 한다. 어느새 커서 걷기도 시작하고 아빠와 의사소통도 쬐끔 가능한 아이. 지금도 집에 걸려 있는 큰아이 돌 사진과 둘째가 태어나서 찍은 사진속 가족들은 언제나 밝은 웃음과 함께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찍게될 가족사진도 왠지 기대되고 설레인다. 몇년후 바라보게 될 사진속 웃음이 기다려진다. 모든 사진이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는(P. 111)... 추억의 소중함, 따스한 추억들. 다시금 깊히 박혀있는 추억의 앨범들을 꺼내봐야겠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에서 웃음이 빵 터진다. 엄마는 이미 안계시지만 아마 지금 아내와 만난다면 이 글들을 통해 그 모습들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일탈! 일상에 대한 탈출. '고래는 왜 육지를 떠났을까'는 지금 우리가 걷는 일상이란 시간을 거스르라 말한다. 승용차가 아닌 버스를 타고 바라보는 세계, 미쳐 깨닫지 못하던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 고래는 왜 육지를 떠났을까? 간단하다. 고래는 육지에서의 삶에 지쳐서 바다로 간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자신을 지치게 하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 - P. 173 , 고래는 왜 육지를 떠났을까 -

 


마지막 '그의 이름을 불러주자'에서는 왠지 김춘수의 '꽃'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되어주는, 부여하는 이름을 불러주자.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사람이 되자. <네가 보고 싶어 바람이 불었다>속 작은 이야기들로 많은 이야기가 피어오른다.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삶이 허무하기도 한 중년 즈음에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그것이 나의 시원함을 달래주지 못한다면 그건 슬픔이자 고통일 뿐이다. 하지만 살랑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가슴이 설레이고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 바람을 이미 바램이 될 것이다. 안도현 작가의 수많은 작품속에서 빛나던 문장들이 이 한 권의 책속에 담겨 진정한 별이 되었다. 그 별이 가슴 시린 이들에게 따스함으로, 엄마의 약손이 되어 상처를 어루만져줄 것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작은 바람이 일렁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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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열차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 시리즈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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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눈이 많은 올 겨울이다. 지방 출장이 잦은 관계로 주말이면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어김없이 내리던 눈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랫만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예기치 않은 기회를 만나기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기차에 관한 것이었다. 벌써 한 이십년전인가? 군대 생활을 하던 동안, 대전을 오가던 기차를 탔던 것이 아마도 기차에 대한 추억의 마지막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이번 겨울, 많은 눈 때문에 의도치않게 타게 된 기차에서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첫사랑과의 떠났던 설레임 가득했던 기차여행, 대학다닐때 정동진 해돋이를 보기 위해 탔던 동아리 MT, 군대에서 휴가를 맞아 집으로 향하던 기차까지... 기차라는 공간에서만 느끼던 특별한 정감과 분위기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하지만 오랫만에 탄 기차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갑작스런 폭설에 기차를 가득채운 인파 때문에... 힘겹다. 그래도 자리를 잡고 앉아 친구와 함께 맥주 한잔으로 추억에 잠긴다. 그리고 그 즈음 기차와 관련한 책 한권과 마주한다.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 열차>!!

 

'네, 승객은 분명히 여덟 명이었습니다. ... 이거 참, 이상한 일입니다. ... 승객 여덟명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우노 교이치, 경시청 수사 1과 4년차 경감. 이제 얼마후면 마흔이다. 보통 키에 보통 체격, 특별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그에게 열흘간의 '휴가'가 주어진다. 언론에서 말하는 '유령 열차 사건', 승객 여덟명이 사라져버린 이 사건을 은밀하게 조사하기 위해 이와유다니 온천의 여행객 행세를 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이와유다니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젊은 여자, 우노 경감이 말하는 '이상한 나라 토끼' 여자와의 첫 만남이 아카가와 지로 시리즈의 유령의 운명적인 시작을 알린다.

 

온천 탈의실에서 예기치않게 이상한 토끼 여자의 알몸을 보게되는 행운? 을 만끽?한 우노 경감, 드디어 유령 열차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사 현장에서 마주치게 되는 그녀, 그녀의 이름은 나가이 유코다. 스물 한살의 대학생, 문학부에 다니는 나가이 유코 역시 이번 유령 열차 사건을 조사하려 한다. 유코의 제안으로 삼촌과 조카 사이로 위장해 동행하기로 한다. 황당한 만남과 예기치 않은 작은 사건들로 우노 경감과 유코 콤비가 드디어 탄생하게 된다.

 

 

 

 

조금은 진중한 성격의 우노 경감, 활달하고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한 유코! 야마다 켄키치라는 열 살배기 남자아이의 증언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게 되고 예상치 못한 위협들 속에서도 유령 열차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이 작품 <유령 열차>를 통해 1976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아카가와 지로는 유코와 우노 경감 콤비의 활약이 돋보이는 유령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유코와 우노경감의 만남부터 콤비가 되기까지, 스물살차이를 넘어선 사랑에 대해 개연성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무겁고 어두운 미스터리보다 유머 미스터리에 가까운 재밌는 캐릭터를 가진 엔터테인먼트 미스터리를 떠올리자 그런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20년이 훌쩍 넘어버린 작품인지라 읽다보면 이야기의 배경과 설정들이 어디서 많이 접해본듯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버린 두 콤비,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이 미스터리 시리즈를 이끌어간다.

 

아카가와 지로는 국내에서 이 시리즈보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로 더욱 인기가 높은 작가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꽤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다. <유령 열차>는 표제작 유령 열차를 비롯해 다섯가지 단편들로 구성된 작품집이다. 얼어붙은 태양, 비옷을 입은 시체, 선인촌 마을 축제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유괴범의 배신'까지. 평범한 외모의 베테랑 형사와 좌충우돌 하지만 날카로운 눈과 직관을 가진 여대생 콤비의 활약은 기분 좋은 미소를 띄게 만든다.

 

다작(多作) 작가로도 알려진 아카가와 지로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어떤 매력을 전해줄지, 매년 한살씩 나이를 먹으며 매년 한 권씩 출간된다는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의 주인공의 매력은 무엇일지, 유령 시리즈의 이 콤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재밌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미스터리의 매력을 내려놓지 않는 아카가와 지로만의 색깔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짧으면서도 가독성이 뛰어난, 유머러스하면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캐릭터가 인상적인, 재밌는 아카가아 지로의 미스터리로 이 겨울이 행복하다. 더불어 기차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준 것도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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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그릇 - 퇴근 후에 후다닥
정훈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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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돌아왔다. 한달반전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댁에 갔다가 지난주에 돌아왔다. 돌아왔다는 표현이 뭐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처가가 인도네시아여서 꽤 먼 시간동안 비행해야 하는 거리다. 더군다나 돌아오는길 항공사 사정으로 12시간 출발이 지연되는 바람에 아이들과 함께 공항에서 발이 묶여 있기도 했다. 돌아오자 마자 아내는 녹초가 되어버렸다. 아이들도 정반대의 날씨 덕분?인지 적응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아내는 급기야 몸살이 나버렸다. 에휴~~ 이럴때 필요한건? 바로 남편의 사랑이 아닐까? ㅠ.ㅠ

 

온 몸이 아프단다. 늦은 밤 도착해 간단히 먹은 햄버거 하나가 체했는지 속도 좀 않좋단다. 아내에게 뭘 좀 먹일까 고민하다가 <퇴근 후에 후다닥 밥 한그릇>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아직 꿈나라고 아내 역시 누워있다. '참치 통조림죽' 아내에게 해줄 아침 메뉴다. 집에 있는 음식 재료들이 별로 없기에 눈에 띄는 녀석들을 고르다 참치 통조림죽으로 결정을 했다. 양파 당근 애호박 부추를 넣아야 하지만 애호박과 부추는 없다. 몇가지 빠진다고 남편의 사랑이 부족한건 아니니까... ^^

 

 

 

그리 맛난 표정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 술이라도 뜨는 아내의 모습이 고맙고 다행스럽다. 그리 맛있을리도 없겠지만... 몸이 조금 나아지면 애 엄마가 이 남편의 작은 사랑에 감동? 할 수 있을까? 어찌됐건 어서 아내의 컨디션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 치어 쉽지 않은 몸상태인 아내, 오늘 저녁에는 힘겨워하는 아내를 위해 조리하기 간단하면서도 맛난 음식을 준비할까 <...밥 한그릇>을 뒤적여본다.

 

사실 이 책을 만나고자 한 이유는 아내에게 맛있는 저녁, 간단하면서도 맛난 저녁을 선물받고 싶어서였다.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쉽게 조리하고 남은 밥이나 음식들로 가족들을 위한 멋진 요리를 준비할 수 있을것 같은 기대감도 한편에서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고 또 나 자신에게 아내가 선물해주는 멋진 요리! <...밥 한그릇> 이 한 권이면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책의 제목 그대로 후닥닥 차려먹을 수 있는, 하지만 그 속에 건강을 담아내는 엄마의 사랑! 이 책의 저자는 '아솜의 오늘의 집밥' 이란 블로그로 3만명이 넘는 이웃들과 소통하는 꽤 유명한 블로거라고 한다. 쉽게 만들면서도 영양과 건강까지 함께 하는 141가지 밥요리!가 독자들을 유혹한다. 김밥과 주먹밥, 초밥과 쌈밥, 볶음밥과 국밥, 덮밥 등 다양한 밥요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내에게 전했던 남편의 사랑 죽요리, 그리고 밥에 곁들이는 국요리와 반찬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우리 가족의 행복한 만찬이 가능할 것 같다.

 

얼마전 무한도전에서 싸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집 밥이 짱이지!' 맞다. 집밥이 최고다. 지방 출장이 잦은 나로서는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무리 맛있는 식당에서 먹는 밥도 집에서 아내가 해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따스한 밥 한공기의 맛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열가지가 넘는 찬을 내어놓는 식당의 밥도 김치하나 곁들인 집밥 앞에서는 그저 별것아닌 밥에 지나지 않기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책 <...밥 한그릇>과 함께한 집밥요리는 더 행복하고 맛있는 우리의 식탁을 선물해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밥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밥 한그릇 만찬을 위해 저자는 계량법, 좋은 쌀 고르기, 기본 양념을 알려준다. 육수, 식재료 보관, 주방도구 등 만찬을 위한 준비도 잊지 않는다.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지만 누구나 쉽게 후다닥 만들어 낼 수 있는,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들로 밥과 국, 찬까지 가능한 특별한 밥상을 <...밥 한그릇>은 선물한다. 사실 이 책은 처음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었다. 기러기 아빠들에게 정말 유용한 책이 아닐까 하면서... 하지만 ...

 

아내들은 오늘도 가족과 함께할 저녁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남편들은 아이들을 위해 혹은 아내를 위해 주말에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주방을 점령하지만 쉽게 아이디어를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이 아픈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픈 작은 사랑을 담은 죽 한그릇, 정성을 듬뿍 담은 멸치볶음과 장조림!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이 작은 노력이 커다란 감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말 아이들과 아내에게 어떤 맛있는 만찬을 준비할지 오늘 다시 작은 고민을 한다. <...밥 한그릇>은 황후의 밥, 걸인의 찬이 아닌 우리 가족을 위한 행복한 만찬!이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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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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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헌날 DVD나 보며 하루의 시간을 낭비하는 여자. 외로워두 너~~무 외로워 하면서도 사람이 싫어 대인기피증이 있는 여자, '토와코'!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겨우 1년 반 정도 사귀고 이미 헤어진지 8년이 지나버렸는데도 한 남자를 잊지 못하는 그녀. 그렇다고 그녀가 혼자 남겨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에게 이런 이별의 상처를 안겨준 남자 '쿠로사키'와 헤어지고 얼마후 그녀보다 열다섯살이나 많은 중년의 아저씨 '진지'와 벌써 6년째 동거중이다. 그렇지만 토와코, 그녀는 외롭다.

 

'왜 이렇게 외로울까?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그대로 문틀에 어깨를 기댔다. 이렇게 외로운데 나는 왜 사람이 싫을까? 이렇게 외로우면서도 사람이 싫으니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토와코는 진지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저분하고 집요하며 비굴하고 예의 없는 그런 남자라고... 그에 비해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잊지 못하는 쿠로사키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그런 남자라고... 쿠로사키에게 혹시 연락이라도 올까하며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쿠로사키가 준 귀고리를 잃어버리게 되지만 쿠로사키에 대한 추억이 없어질수록 그녀는 그에게 더 집착하게 되고, 반대로 진지에게는 싸늘하고 냉혹하게 대한다.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예기치 못한 만남?이 찾아온다.

 

일본 미스터리를 즐겨 만나는 독자들이라면 익숙한 제목 '유리고코로'의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가 '순애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다. 순애 미스터리? 이게 뭐야 하는 의문을 가득 안고 '누마타 붐'을 이끄는 그녀의 색다른 미스터리와 함께 한다. 섬세한 심리묘사, 탐미적인 문체, 하지만 그속에서 미스터리적 긴장감과 속도감을 내려놓지 않는 그녀 특유의 색다른 미스터리들!! 그렇기에 누마타 마호카루의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이 작품 역시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토와코의 망가진 시계를 가져간 남자, 백화점 판매부의 미즈시마 마코토.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토와코의 고독과 외로움, 미즈시마란 남자에게 빠져버리는 토와코의 부적절한 관계가 진행되는 책의 중반부... 사실 책을 덮어 버리려고 했다. 이거 뭐야? 속도감도 없고 무슨 애절한 로맨스에 불륜이 끼어드는 듯한 느낌에 조금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낯설었던 단어, 순애 미스터리라는 말의 의미가 궁금해서 조금더 페이지를 넘겨 보기로 했다.

 

 


 

 

쿠로사키의 실종 사건, 행방 불명된 쿠로사키에게 별뜻없이 전화를 걸었던 토와코를 찾아온 경찰, 조금씩 조금씩 미스터리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야~ 드디어 시작이구나!! 진지와 사귀던 5년전 행방불명된 쿠로사키, 그리고 지금 만나는 미즈시마를 미행하는 그림자. 토와코는 이들 사건들에게 대해 진지를 의심하게 되고, 이제 조금씩 사건을 실체에 다다르게 되는데... 책의 초반부 사랑의 상처를 가진 여자의 조금은 느슨한 이야기 구성이 중반을 넘기고 조금씩 긴장감을 갖게 만들더니, 어는 한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당황하고 만다. 그리고는 아~~ 순애 미스터리?!! 하는 말을 읊조리게 만든다.

 

'탁하게 고인 공기 속에서 냉장고가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섬세하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으르렁 거리는 냉장고, 그녀의 섬세함이 페이지 페이지에 숨을 불어 넣는다. 누군가는 한번쯤 앓아보았을 실연의 상처, 가슴아픈 기억이 어느새 독특한 미스터리로 읽는 이의 가슴을 옭죄인다. 순애 미스터리라는 낯선 이름이 마지막에는 '아~!!' 하는 탄성으로 느낌표를 전한다. 옮긴이의 말을 보다가 토와코에 대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염치 없는 여자! 하지만 토와코가 표현하듯, 옮긴이가 말하듯 혐오스런 남자, 진지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제 다시는 마날 수 없겠지. 혹시 살아 있는 동안 믿기 어려운 기적이 일어나 어디선가 한번이라도 만날 수는 없을까? 만약 만나게 된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 P. 7 -

 

이미 중년이란 꼬리표를 달아버린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단지 나이만으로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지는 말아주기를 바랄뿐이다. ㅠ.ㅠ 우리 아저씨들에게도 열정이, 사랑이... 뜨겁게 불타고 있음을... ^^ 20대에 결혼하고 30대에 이혼해 출가하고 승려가 된, 40대에 회사를 창업하고 50대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누마타 마호카루! 정말 특이한 이력답게 그녀의 작품 역시 특별함이 매력적이다. 감성적이고 섬세한 심리와 상황 묘사와 더불어 전혀 예측 할 수 없었던 독특한 반전을 선보인 그녀! 그녀의 삶처럼 쑈킹 쑈킹 그 자체라고 할까?

 

책을 내려놓으면서 사랑이 무엇일까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과거의 사랑에 집착한 여자, 한 여자에 헤어나오지 못한 남자, 그리고 몸만을 탐닉한 남자와 여자. 누구하나 외롭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고독하지 않는 이가 없다. 수많은 이와 함께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이 이 책속에 묻혀있다.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주는 사랑, 혹은 받는 사랑. 맹목적인 사랑, 아니면 이기적인 사랑. 나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그래야 우리의 주변까지 그 사랑이 퍼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고독한 이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줄 순애 미스터리,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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