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나비
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구가는 오늘도 새로운 꿈을 상상한다. 그것이 영화 감독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우리 눈 앞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물론 지금은 남매이지만)의 매트릭스로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3D의 세계로 우리들을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의 전화가 하나가 세상 모든 사람들을 그 전화기 속으로 끌어들였고 동물잡이?에 혈안이 되게 만들었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의 상상은 우리를 수많은 추리와 긴장감을 부여잡은채 책 앞에 붙들어 놓고 있다.

 

 

철저하게 외면 받다가도 어느 한 순간 혁명처럼 다가오는 꿈 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영화속에 잠깐 등장했던 사과회사?의 xx패드는 현실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고, 디지털 시계에 자리를 내주었던 오래된 시계들은 엔틱이란 이름을 달고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찾는다. 전자책의 인기속에서도 종이의 내음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 있는 것처럼, 상상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하지만 미래의 상상을 벗어던져 버리기도 서슴지 않는다.

 

 

'그 일은 도쿄 - 시애틀 사이를 잇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다.'

 

 

두서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게 된다. 바로 책 한 권이 이런저런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어릿광대의 나비>, 엔도 조의 작품인 이 예쁜 제목을 한 책이 그랬다. 일본의 권위있는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정말 독특하다. 독특해도 너~~무 독특하다. A.A 에이브럼스, 기발한 경영방침으로 다양한 회사를 팔아 많은 돈을 번 재산가, 그리고 다언어 작가라는 도모유키 도모유키와 비행기, 나비, 여행, 수수께끼의 작품... 이런 단어의 나열이 아마도 <어릿광대의 나비> 이 독특한 작품을 설명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싶다.

 

 

 

 

'이것도 인연일 텐데 둘 중 하나를 드리지요. 어릿광대 나비건 어릿광대를 잡는 망이건 둘 중 하나를.' 망에서 나비를 빼낸 노인이 그 둘을 오른손과 왼손으로 저울질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 P. 95 -

 

 

물론 A.A 에이브럼스와 도모유키 도모유키라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누구 하나를 주인공이라고 섣불리 말하기가 쉽지 않다. 비행기속 여행, '고양이 아래엣만 읽을 것'이라는 작품, 상상의 나비... 등 다양한 소재들이 있지만 어느것 하나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되었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릿광대의 나비>, 그리고 엔조 도 라는 작가는 또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이상(李箱)'과 그의 작품 '오감도'이다. 천재 작가라 불리는 이상, 그리고 난해하기 그지 없는 작품 오감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작품, 그리고 그것을 만든 주인공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뿐이 모였소 ...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 이상의 오감도 中에서 -

 

 

이상이 오감도속에서 13이라는 숫자속에 식민지 조국을, 예수와 12제자를, 불길한 숫자 13을, 무서움과 불안이라는 다양한 의미를 담았듯, 엔조 도 역시 '나비'라는 것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의미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유로운 연상과 상상, 다양한 문학적 실험이 예쁜 제목 때문에라도 가볍게 선택했던 이 책에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든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나비의 날개짓이 독특하다.

 


미래의 소설? 수리 소설? 잘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선듯 엔조도의 작품을 집어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 작품을 소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든다. 엔조 도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뒤통수! <어릿광대의 나비>를 짧게 수식하는 단어가 아닐지... 즐겁지만 쉽게 즐길 수 없는, 독특하지만 어렵게라도 이해하기 어렵기만한, 독특한 작가만의 색깔이 진하게 배어있는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독특하고 색다른 언어 유희, 엔도 조를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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