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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그릇 - 퇴근 후에 후다닥
정훈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아내가 돌아왔다. 한달반전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댁에 갔다가 지난주에 돌아왔다. 돌아왔다는 표현이 뭐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처가가 인도네시아여서 꽤 먼 시간동안 비행해야 하는 거리다. 더군다나 돌아오는길 항공사 사정으로 12시간 출발이 지연되는 바람에 아이들과 함께 공항에서 발이 묶여 있기도 했다. 돌아오자 마자 아내는 녹초가 되어버렸다. 아이들도 정반대의 날씨 덕분?인지 적응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아내는 급기야 몸살이 나버렸다. 에휴~~ 이럴때 필요한건? 바로 남편의 사랑이 아닐까? ㅠ.ㅠ
온 몸이 아프단다. 늦은 밤 도착해 간단히 먹은 햄버거 하나가 체했는지 속도 좀 않좋단다. 아내에게 뭘 좀 먹일까 고민하다가 <퇴근 후에 후다닥 밥 한그릇>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아직 꿈나라고 아내 역시 누워있다. '참치 통조림죽' 아내에게 해줄 아침 메뉴다. 집에 있는 음식 재료들이 별로 없기에 눈에 띄는 녀석들을 고르다 참치 통조림죽으로 결정을 했다. 양파 당근 애호박 부추를 넣아야 하지만 애호박과 부추는 없다. 몇가지 빠진다고 남편의 사랑이 부족한건 아니니까... ^^
그리 맛난 표정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 술이라도 뜨는 아내의 모습이 고맙고 다행스럽다. 그리 맛있을리도 없겠지만... 몸이 조금 나아지면 애 엄마가 이 남편의 작은 사랑에 감동? 할 수 있을까? 어찌됐건 어서 아내의 컨디션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 치어 쉽지 않은 몸상태인 아내, 오늘 저녁에는 힘겨워하는 아내를 위해 조리하기 간단하면서도 맛난 음식을 준비할까 <...밥 한그릇>을 뒤적여본다.
사실 이 책을 만나고자 한 이유는 아내에게 맛있는 저녁, 간단하면서도 맛난 저녁을 선물받고 싶어서였다.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쉽게 조리하고 남은 밥이나 음식들로 가족들을 위한 멋진 요리를 준비할 수 있을것 같은 기대감도 한편에서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고 또 나 자신에게 아내가 선물해주는 멋진 요리! <...밥 한그릇> 이 한 권이면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책의 제목 그대로 후닥닥 차려먹을 수 있는, 하지만 그 속에 건강을 담아내는 엄마의 사랑! 이 책의 저자는 '아솜의 오늘의 집밥' 이란 블로그로 3만명이 넘는 이웃들과 소통하는 꽤 유명한 블로거라고 한다. 쉽게 만들면서도 영양과 건강까지 함께 하는 141가지 밥요리!가 독자들을 유혹한다. 김밥과 주먹밥, 초밥과 쌈밥, 볶음밥과 국밥, 덮밥 등 다양한 밥요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내에게 전했던 남편의 사랑 죽요리, 그리고 밥에 곁들이는 국요리와 반찬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우리 가족의 행복한 만찬이 가능할 것 같다.
얼마전 무한도전에서 싸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집 밥이 짱이지!' 맞다. 집밥이 최고다. 지방 출장이 잦은 나로서는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무리 맛있는 식당에서 먹는 밥도 집에서 아내가 해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따스한 밥 한공기의 맛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열가지가 넘는 찬을 내어놓는 식당의 밥도 김치하나 곁들인 집밥 앞에서는 그저 별것아닌 밥에 지나지 않기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책 <...밥 한그릇>과 함께한 집밥요리는 더 행복하고 맛있는 우리의 식탁을 선물해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밥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밥 한그릇 만찬을 위해 저자는 계량법, 좋은 쌀 고르기, 기본 양념을 알려준다. 육수, 식재료 보관, 주방도구 등 만찬을 위한 준비도 잊지 않는다.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지만 누구나 쉽게 후다닥 만들어 낼 수 있는,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들로 밥과 국, 찬까지 가능한 특별한 밥상을 <...밥 한그릇>은 선물한다. 사실 이 책은 처음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었다. 기러기 아빠들에게 정말 유용한 책이 아닐까 하면서... 하지만 ...
아내들은 오늘도 가족과 함께할 저녁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남편들은 아이들을 위해 혹은 아내를 위해 주말에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주방을 점령하지만 쉽게 아이디어를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이 아픈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픈 작은 사랑을 담은 죽 한그릇, 정성을 듬뿍 담은 멸치볶음과 장조림!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이 작은 노력이 커다란 감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말 아이들과 아내에게 어떤 맛있는 만찬을 준비할지 오늘 다시 작은 고민을 한다. <...밥 한그릇>은 황후의 밥, 걸인의 찬이 아닌 우리 가족을 위한 행복한 만찬!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