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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남자와 여자라는 존재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 아니 짧은 글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싶다. 아침에 우연히 듣게 된 어떤 강연에서 젊은 여자 강사의 말이 귀를 사로잡는다. 여자는 전화를 받으면서 메니큐어를 칠하면서 아이 질물에 답하면서 남편에게 질문을 한다. 하지만 남자는 다르다. 저녁으로 김치볶음밥을 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냄새나니까 문 좀 열고 하라는 말에 남편은 '지금 나 이거 하는거 안보여?' 하며 너스레를 떤다고. 아니 단순히 너스레가 아니라 여자와는 다르게 남자는 한가지 밖에는 집중할 수 없다고. 너무나 공감가는 이 말에 한참을 웃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말 단순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남과 여, 세상을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어떤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What Wemen Want!!' 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녀가 원하는 것,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만 알면 세상은 정말 편안하고 행복하고 놀라워지지 않을까? 적어도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란 이름을 갖게 된 지금은 말이다. 아내가 원하는 것이, 지금은 무얼하면 좋고, 이 다음에 어떻게 하는게 가정의 평화를 가져오느냐? 마흔을 갓 넘긴 두 아이 아빠의 바램은 바로 그것이다.
<마돈나>는 어쩌면 그런 저런 삶의 고민을 갖고 있는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를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로 엮어놓은 다섯개의 단편이다. 그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듯 남성들의 로망을 그린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로망에 그칠뿐이다. 그리고 그 웃음과 유머의 코드속에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중년의 일탈, 혹은 불륜이란 이름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욱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다다갈 수 있으리라. 오쿠다 히데오가 전하는 중년의 반란! 그 즐거운 모험? 속으로 떠나보자!
마흔을 넘긴 영업과 과장 하루히코, 요시오, 시게노리, 총무과 과장 히로시, 그리고 영업추진부 과장 노부히사. 이들 중년의 다섯명이 각 단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직원을 짝사랑하게 된 하루히코, 아들의 진로와 자신이 잃어버린 열정사이에서 고민하는 요시오, 아내문제와 직장 비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히로시, 여자 상사와 마찰을 겪는 시게노리,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노부히사... 가장으로서, 아이들의 아버지, 남편과 아들이라는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40대 중반을 넘긴 남자들의 이야기를 웃음과 유머로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 깊은 메세지를 전해준다.

<마돈나>는 이번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봄처럼 화사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또 다른 대표작 '걸'과 함께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영원히 자유롭고 싶은 남자들의 Hot한 이야기' 라는 부제는 그들의 반란이 새롭게 막 올랐음을 알리는 듯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하듯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는 언제나 그렇듯 자극적이지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유머가 있지만 그 속에 자리한 삶의 이야기들로 작은 감동도 준비하고 있다. 경쾌하고 유쾌하다. 그래서 그들의 반란이 더욱 즐겁다.
오쿠다 히데오를 오랫만에 만난다는 느낌이다. 최근에 그의 작품을 만난 기억이 없으니 그럴만도... 최근에 그의 작품 '남쪽으로 튀어'가 국내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들을 찾았지만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한거 같고... '꿈의 도시'로 색다른 오쿠다 히데오를 만나기도 했다. 몇년전 만났던 '올림픽의 몸값'은 오쿠다 히데오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오쿠다 히데오를 대표하는 이름은 역시 <마돈나>와 <걸>이 아닐까 싶다. 남자의 시선을, 여자의 마음을 알게 하는 오쿠다 히데오식 남과 여!
'모험하지 않는 인간은 모험하는 사람이 밉다. 자유를 선택하지 않은 인간은 자유가 밉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직장 상사로서 아들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40이라는 나이는 참 외롭기 그지없어 보인다. 아직 젊음을 간직한 나이의 나였다면 <마돈나>를 읽고 그저 웃어 넘기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의 나이가 되어버린 나 자신에게 그들이 전해주는 웃음은 그저 웃음 자체가 아닌 또 다른 이야기들을 건네준다. 그들의 반란에 작은 공감이란 마음이 얻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오쿠다 히데오의 웃음 뒤에서 이런 고민은 즐겁고 유쾌함으로 마무리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40대, 아저씨들의 즐거운 반란' 이 즐겁다. 젊은 시절엔 떨치고 일어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중년에 또 그 시간만의 매력을 찾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노년에는 또 다른 즐거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그것을 억누르고 가두기에만 급급해보인다. 그래서 감춰두고 가둬둬야만 하는 현실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오쿠다 히데오가 던져준 40대 아저씨들의 반란에 대한 작은 처방이 오늘을 즐겁게 한다.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그녀들의 이야기 <걸>은 아내에게 선물해야 할 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