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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이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손끝으로 바람으로 벚꽃이 만져질듯 흩날리는 그 꽃들이 그려진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이 계절이 되어서 다시금 사랑 받는 이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아~ 이 계절에 사랑이라도 하고 싶다. 한번쯤은 이런 말이 입 끝으로 새어나온다. 중년을 넘긴 아저씨의 푸념이랄까? ㅋㅋ 흩뿌리는 벚꽃들, 그 안에 마음속 어지러운 상념들 또한 되살아나다 살며시 사그러든다. 봄이란 계절은 그런가보다. 남자는 원래 가을인데... ^^
그래서인가? 이 봄에 어울리는 이름 하나를 찾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 누구보다 사랑을 잘 알것 같고, 다양한 이들이 사랑을 이야기 해줄 것만 같은 그녀의 작은 책을 이 봄날 손안에 담게 된다. 제목이 약간은 어수선하다. 잡동사니라... 지금까지 만났던 그녀의 이야기들이 그렇듯 이번에도 쉽지 만은 않은 사랑이 그려지겠구나 잠시 생각해보면서 손안에 들 정도로 자그마한 이 잡동사니를 펼쳐드다. 봄바람이 흩날리는~~~ 벚꽃은 아니어도 살구꽃이 흩날리는.... 작은 마당앞 벤치에 앉아....
아시아의 진주, 아름다운 섬 푸켓 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정 엄마와 여행은 떠나온 마흔 다섯살의 슈코. 아름다운 해변보다 더 신비로운 한 소녀를 발견한 소녀는 알수 없는 이끌림으로 그녀에게 사로잡힌다. 사실 슈코는 오로지 남편 바라기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런 남편을 잠시 떠나 찾아온 휴양지에서 만난 한 소녀. 열 다섯살 미우미와의 만남은 그렇게 그녀들의 이상한 관계, 별난 사랑의 시작을 알린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소녀에서 숙녀 사이에 놓인 미우미는 슈코의 남편 하라씨를 만나게 되면서 셋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아마도 '아슬아슬'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독특한 관념을 가진 슈코도, 그런 슈쿄의 남편 하라씨의 이상한 부부관계도 조금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다른 이성을 애인으로 소개시켜 주는가 하면, 남편을 사랑하고 그런 남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다른 낯선 남자와 관계를 같는 슈코, 남편의 수많은 또 다른 불륜들... 남편의 여자들에 대해 슈코가 느끼는 이상한 감정... 익숙한 우리의 사랑과는 동떨어진 느낌에 조금은 움추려들게 된다.

열 다섯 미우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쇼코의 남편 하라씨를 만난 이후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자신의 첫 경험 대상자로 유부남을 선택할 정도로 대담하고 맹랑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요즈 아이들도 그럴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아빠로서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도... ㅠ.ㅠ 어쨌든 어쩌면 정상적이지 않은 서른살의 나이 차가 있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에쿠니 가오리가 말했듯 '직설적' 으로 그려진다. 소쿄의 이야기에서 미우미의 이야기로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구성이 아슬아슬이란 단어와 함께 이어진다.
누군가의 시선 따위는 접어두고 나만의 사랑을 꿈꾸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 한번쯤은 그런 과감함, 결단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옛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속에는 성장하면서 어느것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어느정도는 채우고 가는 편이 좋다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즘엔 개인적으로 귀걸이가 하고 싶어진다. 사실 주변의 시선에 조금 용기가 없어 그렇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면서 한참 웅크리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싶다. 젊은 시절 한번쯤 해보았다면 지금 이 늦은 나이에 그런 것들이 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다른 이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느라 쉽지가 않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소위 사랑을 열병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어떤 가이드 라인도, 어떤 모든 것들도 그 사이에선 거추장 스러울수도 있고 불필요한 것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쇼코와 미우미의 이런 낯설고 직설적인 사랑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그 사랑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 만났던 오쿠다 히데오의 '마돈나'는 꽤 많은걸 시사한다. 중년의 아저씨의 사랑과 고민이랄까? 불륜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유쾌하고 재밌게 써내려간 다양한 이야기들이 또 이 작품들과는 많은 차이를 나타내기에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여성들에게는 '걸'과 함께... 책을 통해 느껴보는 또 다른 사랑, 색다른 사랑이 삶의 작은 할력이 될 수도 있다. 조금은 너무 솔직해서 긴장되기도 했던 <잡동사니>속 어지러운 이야기들이 우리 삶의 어지러움을 가지런히 내려놓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녀의 솔직함이 좋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봄날 우리는 그녀를 에쿠니 가오리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