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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잠시 나만의 시간 여행을 하고 싶을때가 있다. 한창 꼬맹이 아들 녀석때문에 주말에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건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 나만의 공간인 작은 서재에 앉아 여유롭게 책 향기를 맡는 그 짧은 시간이 바로 나의 힐링 타임이다. 그리고 간혹 네 살 난 큰 딸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고구마'라는 헌책방을 들러보는 일도 내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딸아이는 책들이 가득한 이 공간보다 아빠가 건네준 과자 한봉지가 더 좋을테지만... 덕분에 아빠는 책 향기에 흠뻑 빠진다.
요즘은 헌책방을 찾는 일도 쉽지가 않다. 온라인 서점때문에 오프라인 서점들도 문을 닫는 일이 허다하니, 작은 서점들과 헌책방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은것도 사실일것이다. 개인적으로 참 기분좋아하는 풍경이 있다. 대형 마트라서 좀 그렇기도 하지만(거기 아니고는 아이들이 그렇게 많을 수도 없을테지만) 한 구석에 자리잡은 서점에 아이들이 여기저기, 의자건 그냥 바닥이건 자리를 잡고 책에 빠져 있는 그런 모습들... 난 이 모습이 정말 즐겁다. 그런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다. 책의 향기에 흠뻑 빠진 아이들! 책이 있어 행복하다.
너무 두서 없지만... 책에 대해서, 헌책방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 책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이야기하려한다. 시노카와 시오리코! 가마쿠라에 자리한 오래된 서점, 그곳을 지키는 한 여인이 바로 시오리코다. 긴 생머리에 가냘픈 모습, 글래머러스한 그녀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물론 책 향기에 마음을 사로잡힌건 물론이고... 비블리아 고서점의 주인인 시오리코는 이런 가녀린 모습에 수줍음 많고 낯가림도 심하지만 책에 대해서 만큼은 열정적이다. 그리고 책에 대한 놀라운 추리력과 남다른 촉!을 가진 여인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이렇듯 책에 있어서 만큼은 정열적인 시오리코와 비블리아 고서점을 찾은 다이스케를 비롯한 인물, 그리고 책속에 숨겨진?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가지고온 책들, '나쓰메 소세키 전집',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논리학 입문'과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이 네 권의 헌책속에 담긴 인물들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매력적인 그녀, 시오리코의 추리로 풀어낸다. 미스터리라는 장르 때문인지 '사건수첩'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헌책의 비밀'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

이 작품의 매력을 두가지로 꼽으라면 책의 향기와 매력적인 여주인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서점과 헌책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색다른 책향기를 풍기는 소재들이 책을 좋아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 등, 다소 익숙한 이름과 작품속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게된다. 또한 매력적인 그녀 시오리코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남심(男心)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시오리코! 휘파람은 이렇게 부는 것이라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낡은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
어린시절 공부하던 책들을 보면 연필 자국으로 책이 시커멓기 일쑤였다. 나 공부 해쓰~~ 하고 시위라도 하듯... 하지만 요즘 즐거움속에 만나는 책들에는 펜 자국조차 없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만 포스트 잇이나 형광펜으로 조그맣게 체크를 할뿐! 누군가가 읽고 난 책을 통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 책에 대한 중요성 등을 파악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시오리코가 그랬던 것처럼... 책은 바로 그 사람의 작은 역사다! 자신의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예쁜 것처럼, 자신의 손을 거쳐간 책도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바로 나만의 역사로 간직된 시간이기에 소중하다.
힐링 미스터리!!! 이 작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요즘 가장 핫 한 아이콘인 힐링, 복잡하고 머리 아픈 미스터리가 아닌 왠지 즐겁고 따뜻해지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미스터리!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바로 그런 특별한 이야기를 선물한다. 2012년 오리콘 랭킹에서 서적부문 종합 1위에 올랐다는 이 작품은 이미 드라마로도 방영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책을 내려놓을때 너무나도 큰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출간되었고 국내에서도 곧 다가올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에 더 큰 기대감이 커진다.
책의 향기가 있어 행복하고, 오래된 책들 속에 담긴 사람과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매력적인 그녀 시오리코가 있어 미소가 흐른다. 헌책과 인연, 가슴 따뜻한 힐링 미스터리속으로 이 봄을 맞겨보는 것은 어떨까? 자극적인 미스터리를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패스!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하고 색깔있는 미스터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시오리코, 그녀를 소개하고 싶다. 가슴 따뜻해지는 사람과 책, 그들의 인연을 그린 비블리아 고서점! 그곳이, 그녀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