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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카피가 아닌가싶다. 이도우라는 작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라는 그 이름! 그리고 그 이름 앞에 언제나 자리하는 저 글귀야말로 이 작품을 대표하는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글이 아닐까. 오늘 내 사랑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잠시 떨어져 곁에 없지만 주말을 함께할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딸! 이제 그 사랑의 의미가 그때와는 조금 다른듯 하지만 6년여만에 다시금 그 사랑을 만나보려한다. 건과 진솔의 상큼한 사랑 이야기를...
사실은 잠시 잊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러브액츄얼리가 로맨틱 영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로맨틱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어김없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꼽는데는 서슴지 않지만, 사실 건과 진솔을 잠시 잊고 있었다. 벌써 그들과 만난지 6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그럴만도... ^^ 어쨌든 새옷을 갈아입고 독자들에게 새롭게 인사하는 이 작품이 그래서인지 더욱 반갑기만하다. 6년전 처음 이 작품과 만났던게 벌써 두번째 갈아입은 옷으로 였이니, 이번이 세번째 새옷을 입는 셈인가?
서른 한살의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새롭게 개편을 맞아 만나게 된 PD 이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노래 싣은 꽃마차'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난 그와 그녀, 이 프로그램의 사서함 번호가 바로 책의 제목처럼 110호이다. 소심한 성격탓에 이건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일과 사랑의 에피소드들이 교차하며 시종일관 경쾌하고 상큼하게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6년전 써내려간 책에 대한 느낌은 온통 유쾌, 상쾌, 시원하다는 말로 가득하다. 6년만에 한가지 느낌을 더 추가하자면... 두근두근 설레임!?
6년전과 지금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사이에는 개인적으로 '결혼'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연애담을 들을때의 즐거움이 그 시절의 추억속에 작은 미소로 남아 있다면, 지금 만나는 사랑이야기는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설레임, 아니면 작은 두근거림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때의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 연인간의 사랑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아내, 그리고 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완성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꽃을 피고 있는 사랑 앞에서 오래전의 가슴 떨린 설레임을 다시 만난다고나 할까?

"...제나이 서른이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 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서리 쓴다..."
역시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가슴을 적시는 이런 섬세한 언어적 표현들이다. 건과 진솔의 삐걱거리는 사랑을 다시금 이어주는 건의 할아버지의 말은 오래도록 가슴속을 울린다. 보태서 쓴다.... 나이가 먹고보니 이 말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생활 방식을 바꾸기에 나이는 정말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그렇기때문에 어느정도 나이가 먹으면 보이지 않게 트러블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 할아버지의 말씀이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신 걸거다. 보태서 쓴다....
한여름 9월말에서 다음해 봄 꽃망울이 필무렵까지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그들만의 결실을 맺는다. 물론 책속에서는 여백으로 남지만... 지금 함께 생활하는 동생이 한창 사랑에 열병을 앓고 있다. 연애 경험도 별로 없고 노총각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지만 사랑이란 녀석이 나이가 많다고 쉽게 지나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니까. 만난지 두달도 채지나지 않아 벌써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은 것처럼 호들갑이다. 사랑이란 녀석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일텐데... 사실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한다. 작든 크든 다툼으로 사랑에 틈이란 것이 생겨봐야 그 사랑의 강도가 어느정도 인지가 될텐데 말이다. 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이 특별한 사랑이야기로 그들이 사랑도 더 강해 지기를 바라면서...
새옷을 갈아입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바로 '비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라는 단편이 책의 뒷부분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름에서 아! 하겠지만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라 더 반갑고 색다른 느낌을 전해진다. 어쩌면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선우와 애리의 시선이 또 다른 감성을 자극한다.
파꽃을 그려보지 그래요?
파꽃을? 배꽃이 아니라?
예쁘잖아요. 비 오는 날의 파꽃. 나는 파꽃이 좋던데.
'다시 한번 사랑해 보기로 하는 것', 작가 이도우가 이 작품을 통해 그리고 싶어한 사랑이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른을 넘은 이들의 서툰, 아니 사랑에 대한 두려움, 혹은 경계심을 걷고 새롭게 사랑을 만들어가는 작은 힘을 느끼게된다. 지난해에 태어난 이도우 작가의 '잠옷을 입으렴'도 놓쳐버렸다. 다시만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계기로 오랫만에 그와의 또다른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싶다. 봄이 다가온다. 우리의 사랑도 꽃이 핀다. 그리고 읽고 싶은 많은 책들이 있어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