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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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기전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 하루를 다시 아홉번 반복해서 살아보고 싶다면 어떤 날인가요?' 라는 질문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다 떠오른 그 하루는 바로 '우리의 첫아이를 만난 그 하루' 였다. 그 신비하고 놀라운, 정말 말로는 쉽게 표현하기 힘든 그 희열과 느낌은 아홉번이 아니라 몇만번을 반복한다해도 살아볼만한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하게된다. 가능하지 않지만 그런 날들을 꿈꾸기도 하고 불가능하기에 이런 류의 문학이나 영상에 열광하기도하고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거나 혹은 미래로의 여행과 같은 소재를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된다. 타임슬립, 타임리프 혹은 타임루프라는 이름으로 그것들은 불리기도 하는데... 이런 다양한 이름들을 가지지만 이들은 성격상 조금씩 차이를 가진다. 이야기가 조금은 길어질것도 같지만 여기서 이들의 작은 차이들을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든다. 자~~ 조금만 집중! ^^

 

우리에게 익숙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타임슬립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것은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또 다른 나를, 개체를 만나기 때문이다. 타임리프는 이와는 다르게 시간이동을 하지만 현재와 기억이나 생각의 변화가 없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몸은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들어 '나비효과'와 같은 영화속 주인공의 시간이동이 이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또 다른 하나 타임루프는 시간의 고리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어떤 기점을 기준으로 쳇바퀴 도는 듯한 시간의 반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 만날 작품 <일곱번 죽은 남자>가 바로 이 타임루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작품은 타임루프를 통해 시간의 고리가 이어지듯 하나의 사건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그 시간이 반복되는가? 열여섯살 히사타로라는 남자아이가 그 주인공이다. 작은 다락방에 쓰러져 죽어버린 할아버지! 그의 죽음의 반복,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는 이는 바로 히사타로인 것이다. 죽은 할아버지 후치가미 레이지로, 그는 세 딸을 두고 있다. 큰 딸 가미지는 화자인 히사타로를 포함해 세 아들을 두고 있고, 막내딸 하루나는 두 딸을, 레이지로의 체인사업을 물려받은 둘째딸 고토노는 독신이다.

 

 

 

그렇게 레이지로 家에 신년 인사차 모인 이들 가족에게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히사타로에게 반복해서 일어나는 타임루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위한 소년 탐정의 맹활약이 펼쳐진다. 이 타림루프를 히사타로는 '반복함정'이라 부르는데, 이 반복함정은 같은 상황이 9번 반복해서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의문이 들것이다. 9번 반복되는 타임루프,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은 <일곱번 죽은 남자>일까?라는... 거기에 또 다른 재미가 숨겨져 있다.

 

레이지로의 뒤를 이어 레스토랑체인 사업을 물려받기위해 고토노 이모의 양자가 되어야 하는, 선택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두 딸과 다섯 손주들 사이의 암투와 또 다른 후계자(양자)후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맞물린 할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내려는 히사타로! 어쨌든 히사타로의 추리로 범인들이 밝혀지지만 예상치못한 난관(뒤틀림)에 부딪히게 되는데... 마지막 예상치못한 반전의 묘미가 더해져 역시 색다른 미스터리구나 하는 찬사와 함께 책을 내려놓게 된다.

 

'인간은 그 이기적인 성격으로 인해 비로소 그 존재를 증명하게 되는 존재라는 게, 체질에 의해 내가 얻은 결론이다.' - P. 29 -

 

<일곱번 죽은 남자>의 타임루프라는 소재는 어쩌면 조금은 식상할수도 있겠지만, 나시자와 야스히코만의 독특한 필치로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적용함으로써 색다른 즐거움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했던 작품이다. 더욱이 이 작품이 출간된지 벌써 20여년이 지난 작품이라니 그 기발한 발상에 매료되지 않을 도리가 없어보인다. 중간 중간 임팩트가 그리 강한편은 아니지만, 시간의 반복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미스터리에 적절히 녹아들게 만들어 독자들의 시선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라 평가할만하다.

 

타임루프라는 독특한 설정과 더불어 화자인 16세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진 유머러스한 표현과 장면들이 살인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도 가볍게 풀어내고, 즐거운 재미를 이끌어내는 탁월함을 내어 보인 작품이다. 니시자와 야스히코라는 이름은 역시나 조금 생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그의 색다른 작품들, 익숙하지 않은 독특한 미스터리들로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타임루프 능력을 가진, 아니 체질을 가진 히사타로라는 캐릭터가 이 한 작품으로 끝나버리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 또 다른 색다른 배경과 내용들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 두꺼운 무게를 가진 작품이 아닐뿐더러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들로 한껏 재미를 전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아홉번이 아닌 <일곱번 죽는 남자>인지 많은 이들이 꼭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

 

PS. 근데 갑자기 의문이든다. 일본은 사촌끼리 결혼이 가능한가? 만약 그렇다면... 이런 뭐 시베리아 차이코프스키 같은 X들이 다있어? .... 법적으로는 가능하다는데,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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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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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기치 않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벌써 몇달전 지인에게 빌려준 몇 권의 책이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올줄 모른다는 사실이 바로 그 고민거리이다. 단 몇권이지만 개인적으로 정말이지 애지중지하던 것들이라 빌려 주면서도 꼭!꼭!이란 단어를 몇번이나 곁들였는지 모른다. 하. 지. 만... 시간은 정처없이 흘러가고 돌려달라는 말을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고... ㅠ.ㅠ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고민이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싶다. 책들아!! 부디 이곳으로 돌아와다오. ㅠ.ㅠ

 

이처럼 나만의 작은 책은 그 무게나 가격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역사이자 함께한 오랜 벗이자 이야기가가 된다. 숨겨진 나만의 이야기! 그래서 책은 숨을 쉰다. 그리고 살아있다. 서설이 길어진듯하다. 오랫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서 그런것일까? 작은 설레임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안녕!! 시오리코 씨!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그 세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 6월이 두번째 만남이었으니 어느새 3개월이란 시간이 흘러버린셈이다.

 

'내가 이걸 쓰는 것도 비슷한 심리일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못하는 이야기를 몰래 쓰고 있으니까."  - 시노카와 아야카, 프롤로그 中에서 -

 

여전히 책의 표지에 자리잡고 앉아 책들속에 파묻혀 지내는듯한 그녀, 시오리코의 자태는 여전히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야기는 시오리코의 여동생, 시노카와 아야카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는 익숙한 동화를 모티브로 시오리코와 비블리아 고서당에 관한 이야기 풀어놓는다. 이번 작품속에는 세 권의 책이 등장한다. 로버트 F. 영의 '민들레 소녀', '너구리와 악어와 개가 나오는 그림책 같은 것',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라는 작품이다.

 

세 권의 책과 세 가지 이야기! 어김없이 비블리아 고서당의 수습점원인 고우라 다이스케의 시선속에 사랑스런 그녀 시오리코와 책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난 2권에서도 등장했던 시오리코의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의 '크라크라 일기'를 찾아 헤메고 있는 시오리코의 모습이 여전하다. 고서회관에서 예기치 않게 얻게 된 책 꾸러미들에 섞여 있던 '민들레 소녀'로 인해 도난 사건에 연루되 시오리코. 범인의 정체와 '민들레 소녀'에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시오리코가 풀어낸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노부와 마사시 부부의 의뢰로 진행된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읽었다는, 너구리와 악어, 개가 등장하는 책을 찾아 달라는 시노부의 부탁으로 그 책의 정체를 찾는 여정이 그려진다. 마지막 '봄과 아수라'에서는 자신의 서재에서 도둑맞은 책을 찾아달라는 다소 애매한 의뢰가 이어진다. 아버지의 재산분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간의 다툼을 그 속에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반전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되찾고 싶은 인생의 한 권이 있다!'

 

힐링 미스터리! 라는 수식답게 세 가지 이야기 모두 감성적이고 가족들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왠지 가슴이 따뜻해짐이 느껴진다. 시노카와 지에코, 시오리코의 엄마에 대한 흔적들이 조금더 많이 등장하고, 시노카와 아야카, 시오리코의 동생의 등장으로 가족애가 드러나 보인다. 시오리코 아버지와 관련된 책들도 등장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많은 시오리코의 가정사가 드러나는 시리즈이다. 그녀의 가족과 더불어 시노부와 사토코 가족들의 등장으로 '가족'이란 이름에 더 큰 애정을 갖게 만든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의 세번째 이야기 주인공? 이기도 했던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가 별책으로 함께 들어 있어 기분이 더 즐겁다. 하지만 책속으로 들어가보면 조금은.... 어렵다. 李箱의 작품들을 만났을때 그 난해함? 정도랄까? 확실히 다소 어렵다! 어쨋든 책속의 책을 선물받은 그 특별한 기분은... 역시 좋다. 그리고 또 한 권 로버트 F. 영의 '민들레 소녀'는 한번쯤 만나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16개 단편소설집으로 국내에서도 출간된 이 작품이 보고싶다. ^^

 

어느새 세번째 만남이다. 아직도 조금은 어색하기만한 고우라와 시오리코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시오리코의 엄마와 아버지에 관한 궁금증은 조금씩 조금씩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듯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책속에 담겨진 따스한 가족들의 이야기, 책이라는 작은 모습과 그 속에 숨겨진 은밀하고 위대한 이야기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음을 힐링 시켜준다. 누구에게나 간직된 인생의 한 권! 당신에게 그 한 권이 무엇인지 이 작품을 만나고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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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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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가와 시'는 간토의 모처에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다. 정말 그럴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 일본에 정말로 존재하는 도시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인 이카가와 시는 사실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창조해낸 가상의 도시이다. 이카가와 시를 배경으로한 미스터리 시리즈를 어느새 네 번째 만나게 된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 시작해서 '밀실을 향해 쏴라', '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에 만나는 네번째 작품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까지 가상 도시 이카가와 시에서 펼쳐지는 유머 본격 미스터리는 이제 그 이력 또한 화려하다.

 

사람의 체온을 넘어서는 무더위가 한반도를 휩쓴지 벌써 한 달여가 넘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흥건하게 배고 밤에도 쉽사리 잠들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진다. 장마라고는 하지만 비다운 비 역시 뿌려주지 못하고 무더위가 이어지더니 오늘에서야 빗소리가 시원하게 열기를 적신다. 시원한 비 덕분에 간만 책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한다. 그렇게 오랫만의 여유로움과 함께 마주한 책이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이다. 조금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는 미스터리!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반갑다.

 

'누군가가 미행하고 있다. ... 도대체 누가? 혹시 경찰인가? ... "교환 살인에 관한 건데요....." '

 

역시 그들은 여전했다.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 간판을 걸고 활동하는 '실력 좋은 빈곤 탐정' 우카이, 이 탐정사무소 빌딩의 주인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을 탐정사무소의 오너라고 소개하는 니노미야 아케미도 그렇고, 우카이 탐정의 조수인 견습생 도무라 류헤이와 전편에서 톡톡튀는 매력을 선보였던 부잣집 주죠지가의 아가씨 사쿠라,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 ... 모두 모두 여전하다. 이번 시리즈는 그 제목에서 엿보이듯 '교환 살인'이라는 소재를 모티브로 한다.

 

전편에서 사건을 의뢰했던 주죠지 쥬조의 소개장을 가지고 한 여인이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를 찾아온다. 젠츠지 하루히코라는 화가의 부인인 이 여인은 같은 집에 사는 도야마 마리코라는 대학생과 남편이 바람을 피는것 같다며 의뢰를 하게 되고, 우카이와 아케미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그녀의 저택으로 위장 잠입을 한다. 반면 류헤이는 사쿠라와 오랫만의 재회를 하게되고 그녀(친구)의 부탁으로 해바라기 별장으로 1박2일의 뜻하지 않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시작된다.

 

 

츠루미 쵸에서 옆구리를 칼에 찔린 여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해바라기 별장에서는 옆집에 사는 악덕 리모델링 업자 곤도 겐지로가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젠츠지가에서는 젠츠지 하루히코가 옆구리에 칼을 맞고 쓰러지는데... 츠루미 쵸에서는 스타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 그리고 여형사 이즈미가, 해바라기 별장에서는 류헤이와 사쿠라 그리고 미즈키 사이코가, 젠츠지가에서는 우카이와 아케미가 각각 사건을 맡에 해결하기 시작하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세개의 장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하나의 톱니바퀴에 물려 돌아가듯 하나씩 하나씩 결말을 향해 내달린다. 독자들에게 내던진 '교환 살인'이라는 화두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쉽지 않은 두뇌싸움을 계속 이어나간다.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전작들과 비교해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은 '역대 이카가와 시리즈중 가장 놀라운 반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서로 엇갈려 진행되는 초반 약간의 지루함속에 유머 코드가 존재한다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예상치 못했던 반전들에 매혹되고 말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시키 형사와 여형사 이즈미의 활약이 돋보인다. 류헤이와 함께 한 사쿠라의 엉뚱 매력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우카이와 아케미의 티격태격 다툼도 색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이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 시간을 뒤섞어 놓은 치밀함과 의문의 한 여인이 선물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 카메라 가게 주인 할아버지의 엉뚱 매력과 사쿠라와 우카이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유머코드에 여러차례 빵빵 터진다. 색다른 매력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힘은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만이 가진 본격 미스터리의 특별함이다.

 

이제서야 진정 '유머 본격 미스터리!!' 라는 수식에 방점을 찍은듯 싶다. 살인 사건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그리면서도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식 미스터리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충분할듯 싶다. 적재 적소에 배치된 유머 코드와 예상치 못했던 반전 매력! 무더위를 식혀준 간만의 빗소리와 함께한 이 기분좋은 책이 역시 히가시가와 도쿠야구나!라는 찬사와 함께 안녕을 고한다. 그리고 더 오랜시간 그, 그녀들과의 만남이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이카가와 시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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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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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듯 풍만한 가슴을 한껏 뽐내는듯한 여인이 표지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거기에 '허구추리'라는 제목에 저절로 '뭐~ㅇ 미??' 라는 말이 단숨에 튀어 나온다. '강철인간 나나세'는 또 뭐야? 페이지를 하나 넘긴다. 일안일족, 강철인간의 소문, 아이돌은 철골에 깔려 죽다... 등 도무지 알수 없는 이름들, 모두 일곱장에 걸쳐 이런 내용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는듯 싶다. 대.략.난.감. ...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 이 작품,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까? 궁금증은 커져만간다.

 

시로다이라 쿄! 역시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자리한다. 수많은 미스터리 작가들이 즐비한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에 역시나 낯선 제목들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이름 역시 낯설기만하다. 시로다이라 쿄가 바로 '절원의 템페스트', '스파이럴 얼라이브' 등 귀에 익은 에니메이션의 원작자라는 소리에, 이제 조금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의 이번 작품 <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가 지난해 제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했다는 말에 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는 점점더 커져 버리고 말았다. 

 

이와나가 코토코! 현재 열일곱살 고등학생, 열한 살 때 2주동안 유괴를 당한다. 하지만 그 유괴를 당한 대상이 문제다. 바로 요괴라는 이름을 가진 것들에게 유괴를 당했다는 믿기 힘든 사실. 그리고 그 존재들의 '지혜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지능이 떨어지는 요괴들을 대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무녀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된것이다. 이와나가는 한쪽 눈과 다리가 없는, 일안일족이라는 신이 되기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누군가를 짝사랑한다. 2년전 만나 짝사랑에 빠진 그 남자, 지금은 운 좋게도 이별한 상태라는데... 이와나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사쿠라가와 쿠로, 스물두살, 바로 이와나가의 그 남자이다. 이와나가의 사랑을 받게 된? 이 남자 역시 평범할 수는 없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스물 한 살때 요괴 둘을 배터지게 먹어버렸다는... 괴물을 먹고 캇파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색다른 존재가 바로 쿠로 였다. 그런 그의 능력 덕?에 사랑하던 여인 사키와 헤어지게 되고, 그런 사이 이와나가가 그에게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그의 여인이었던 사키는 경찰이 되어 다시 그들과 조우하게 된다.

 

 

드디어 제목부터 궁긍했던 강철인간 나나세가 등장한다. 나나세 카린이란 연예계 아이돌이 악의적 루머를 피해 도망쳤지만 결국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그녀가 귀신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하게 된다. 아이돌 시절의 의상을 입고, 자신을 죽게 한 철골을 든 무시무시한 그녀가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것이다. 경찰 사키, 무녀 이와나가, 그리고 쿠로와 나나세까지 간단하게 등장인물과 대략의 내용들을 살펴보니 이 작품의 제목과 표지, 그리고 각 장을 소개하던 제목들의 의미를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이 세상에는 요괴, 불가사의, 괴이, 원령, 마물, 유령 등으로 불리는 존재가 당연히 존재한다. 우리와 다른 이계의 도리가 있고, 무리와 도리가 양립한다. 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에는 질서가 있다. 이와나가는 그저 그 질서를 지켜나간다...' - P. 406 중에서 -

 

<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는 허구추리라는 독특한 장르가 이채롭다. 요괴와 귀신, 캇파, 강철인간... 일본 특유의 독특한 상상, 거기에 전혀 예상치 못할 허구추리라는 색다른 구성을 담아낸 정말 기발하고 독특하기 이를때 없는 작품이다. 일안일족인 지혜의 신, 이와나가를 비롯해 정말 정말 특별한 쿠로, 그리고 사키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활약도 색다르다. 겉모습이 대략난감이었다면 속마음은 매력만점인 작품이 바로 <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가 아닐까?

 

전혀 예상 할 수도 없었고, 전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 톡톡 튀는 매력을 안고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이 왜?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받았을까? 잠시 생각했던 물음표는 커다란 느낌표 하나로 마무리되고 만다. 노리즈키 린타로, 마야 유타카라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시로다이라 쿄! 라는 이름에 마침표를 찍게 만든 이 작품 <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 어디에도, 결코 그 누구도 쉽게 따라하지 못할 기발함과 특별함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된다.

 

즐겨 읽는 미스터리 소설들을 만나면서 가끔은, 아니 종종 일종의 선입견에 사로잡혀왔던게 사실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이렇고, 이런 장르라면 이 정도?로 풀어갈까?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 얻어맞는 뒤통수때문에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만나지만... 이번엔 정말 뒤통수를 심하게 얻어 맞은것 같다. 이야기속에서도 물론이지만, 이 작품에 가졌던 선입견에 대해서 심하게 얻어 맞은 느낌이다.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장르, 새로운 도전! 그래서 일본 미스터리 문학이 재미있는것 같다. 특별한 작가, 시로다이라 쿄! 그를 만나 행복했다. 너무나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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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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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 2013년 가장 핫(hot)한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이 이름이 일순위가 될 것이다. 올 초 출간 된 이 작가의 대표작 '64'는 경찰 홍보담당관인 주인공이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조직의 암투, 기자들과의 갈등, 그리고 가족간의 아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긴박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상반기 최고의 소설로 평가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이름을 국내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일본에서도 2012년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10년이란 공백을 뚫고 독자들에게 돌아온 요코야마 히데오의 화려한 귀환! 그 결과물이 '64' 였다면, <클라이머즈 하이>는 10년전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2004년 일본 서점대상 2위, 문예춘추 걸작 미스터리 1위에 오르는 등 <클라이머즈 하이>는 요코야마 히데오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사라진 이틀'이나 '루팡의 소식'과 같은,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미스터리 작품은 아니지만, <클라이머즈 하이>는 치밀한 구성과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 리얼리티를 가미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안자이. 넌 왜 산에 오르는 거야?.. 내려오기 위해 오르는 거지 ... 내려가기 위해 산을 오른다.'

 

지역 신문사인 킨타칸토의 지자인 주인공 유키 가즈마사,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온 두 가지 거대한 사건! 이 작품 <클라이머즈 하이>는 1985년 일어난 일본항공 추락사고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524명의 사상자를 낳은 끔찍했던 당시의 사건을 토대로 한 기본 골격에, 후배 기자를 죽게 했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사는 유키가 악마의 산이라고 불리는 쓰이타테이와 산에 동료 안자이와 등반을 계획하게 되지만, 등반 전날 갑작스런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유키는 취재 전권을 갖게 되어 사고 취재에 한창이었고, 반면 안자이는 식물인간이 되어 나타나게 되는데...

 

17년이 지난 후, 쓰이타테이와 산을 오르는 유키와 안자이의 아들 린타로의 모습으로 <클라이머즈 하이>는 시작된다. '64'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도 기자들 사이의 암투와 보이지 않는 취재 경쟁을 생생한 리얼리티를 담아 낱낱히 그려낸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이름을 통해 일과 가족 사이의 고민과 아픔을 품은 가장이 갖는 무게를 그려내는 한편, 두 개의 커다란 산 앞에 놓인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쉼표 없이 내달리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폭주 본능은 바로 이 작품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은 동명의 영화로도 일본에서 개봉되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부분을 석권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그만큼 탄탄한 구성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한 리얼리티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담보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이름, 이제 단지 번째 만남을 갖을 뿐인 이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400페이지를 훌쩍 넘긴 꽤 많은 분량의 작품이지만 손에 들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 , 안자이의 말은 지금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고 보내는 인생도 잘못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있는 힘껏 달린다. 넘어져도 상처를 입어도 패배를 맛보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계속 달린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그런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클라이머즈 하이. 오로지 위를 바라보며 곁눈질도 하지 않고 끝없이 계속 오른다. 그런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 P. 429~430 중에서 '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안자이의 이 말이 작품 전체에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흥분으로 공포감이 마비되어 버리는 것'을 바로 클라이머즈 하이라고 한다. 두 개의 악마의 산 앞에 맞닥드린 주인공 유키, 기자로서 산을 오르는 이들처럼 취재 현장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런 '클라이머즈 하이' 였을 것이다. 안자이가 말하던 왜 산을 오르느냐에 대한 대답과 클라이머즈 하이라는 제목속에 담겨진 의미! 책을 내려놓으며 그 의미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아직 그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속 주인공은 어느 정도의 책임을 갖고 있는 직책의 인물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나름대로 직업에 대한 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가 가진 위치와 현실 사이의 갈등을 통해서 문제의 본질을 꿰뚫게 되고, 가족과 동료에 대한 고민과 갈등속에서 휴머니즘을 발산한다. 숨막히는 보도 전쟁, 그 속에 숨겨진 욕망들,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의 속도감! 클라이머즈 하이는 작품속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작품을 만나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속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단 두번의 만남 만으로 이렇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가는 몇몇 손에 꼽을 수 있을정도 였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미치오 슈스케를 만났을때,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과 만났을때, 초콜릿 코스모스의 '온다 리쿠', 사사키 조를 비롯한 몇몇 미스터리 작가, 그리고 요코야마 히데오! 눈 뗄 수 없는 즐거움, 박진감 넘치는 남자들의 세계속에서 그려지는 휴머니즘 가득한 이야기들!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긴장감까지...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들에 열광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무더위를 날려줄 깐깐한 드라마! <클라이머즈 하이> 그 흥분의 도가니에 무더위는 안녕을 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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