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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ㅣ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카가와 시'는 간토의 모처에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다. 정말 그럴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 일본에 정말로 존재하는 도시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인 이카가와 시는 사실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창조해낸 가상의 도시이다. 이카가와 시를 배경으로한 미스터리 시리즈를 어느새 네 번째 만나게 된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 시작해서 '밀실을 향해 쏴라', '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에 만나는 네번째 작품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까지 가상 도시 이카가와 시에서 펼쳐지는 유머 본격 미스터리는 이제 그 이력 또한 화려하다.
사람의 체온을 넘어서는 무더위가 한반도를 휩쓴지 벌써 한 달여가 넘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흥건하게 배고 밤에도 쉽사리 잠들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진다. 장마라고는 하지만 비다운 비 역시 뿌려주지 못하고 무더위가 이어지더니 오늘에서야 빗소리가 시원하게 열기를 적신다. 시원한 비 덕분에 간만 책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한다. 그렇게 오랫만의 여유로움과 함께 마주한 책이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이다. 조금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는 미스터리!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반갑다.
'누군가가 미행하고 있다. ... 도대체 누가? 혹시 경찰인가? ... "교환 살인에 관한 건데요....." '
역시 그들은 여전했다.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 간판을 걸고 활동하는 '실력 좋은 빈곤 탐정' 우카이, 이 탐정사무소 빌딩의 주인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을 탐정사무소의 오너라고 소개하는 니노미야 아케미도 그렇고, 우카이 탐정의 조수인 견습생 도무라 류헤이와 전편에서 톡톡튀는 매력을 선보였던 부잣집 주죠지가의 아가씨 사쿠라,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 ... 모두 모두 여전하다. 이번 시리즈는 그 제목에서 엿보이듯 '교환 살인'이라는 소재를 모티브로 한다.
전편에서 사건을 의뢰했던 주죠지 쥬조의 소개장을 가지고 한 여인이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를 찾아온다. 젠츠지 하루히코라는 화가의 부인인 이 여인은 같은 집에 사는 도야마 마리코라는 대학생과 남편이 바람을 피는것 같다며 의뢰를 하게 되고, 우카이와 아케미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그녀의 저택으로 위장 잠입을 한다. 반면 류헤이는 사쿠라와 오랫만의 재회를 하게되고 그녀(친구)의 부탁으로 해바라기 별장으로 1박2일의 뜻하지 않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시작된다.

츠루미 쵸에서 옆구리를 칼에 찔린 여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해바라기 별장에서는 옆집에 사는 악덕 리모델링 업자 곤도 겐지로가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젠츠지가에서는 젠츠지 하루히코가 옆구리에 칼을 맞고 쓰러지는데... 츠루미 쵸에서는 스타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 그리고 여형사 이즈미가, 해바라기 별장에서는 류헤이와 사쿠라 그리고 미즈키 사이코가, 젠츠지가에서는 우카이와 아케미가 각각 사건을 맡에 해결하기 시작하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세개의 장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하나의 톱니바퀴에 물려 돌아가듯 하나씩 하나씩 결말을 향해 내달린다. 독자들에게 내던진 '교환 살인'이라는 화두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쉽지 않은 두뇌싸움을 계속 이어나간다.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전작들과 비교해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은 '역대 이카가와 시리즈중 가장 놀라운 반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서로 엇갈려 진행되는 초반 약간의 지루함속에 유머 코드가 존재한다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예상치 못했던 반전들에 매혹되고 말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시키 형사와 여형사 이즈미의 활약이 돋보인다. 류헤이와 함께 한 사쿠라의 엉뚱 매력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우카이와 아케미의 티격태격 다툼도 색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이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 시간을 뒤섞어 놓은 치밀함과 의문의 한 여인이 선물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 카메라 가게 주인 할아버지의 엉뚱 매력과 사쿠라와 우카이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유머코드에 여러차례 빵빵 터진다. 색다른 매력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힘은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만이 가진 본격 미스터리의 특별함이다.
이제서야 진정 '유머 본격 미스터리!!' 라는 수식에 방점을 찍은듯 싶다. 살인 사건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그리면서도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식 미스터리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충분할듯 싶다. 적재 적소에 배치된 유머 코드와 예상치 못했던 반전 매력! 무더위를 식혀준 간만의 빗소리와 함께한 이 기분좋은 책이 역시 히가시가와 도쿠야구나!라는 찬사와 함께 안녕을 고한다. 그리고 더 오랜시간 그, 그녀들과의 만남이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이카가와 시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