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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 2013년 가장 핫(hot)한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이 이름이 일순위가 될 것이다. 올 초 출간 된 이 작가의 대표작 '64'는 경찰 홍보담당관인 주인공이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조직의 암투, 기자들과의 갈등, 그리고 가족간의 아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긴박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상반기 최고의 소설로 평가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이름을 국내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일본에서도 2012년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10년이란 공백을 뚫고 독자들에게 돌아온 요코야마 히데오의 화려한 귀환! 그 결과물이 '64' 였다면, <클라이머즈 하이>는 10년전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2004년 일본 서점대상 2위, 문예춘추 걸작 미스터리 1위에 오르는 등 <클라이머즈 하이>는 요코야마 히데오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사라진 이틀'이나 '루팡의 소식'과 같은,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미스터리 작품은 아니지만, <클라이머즈 하이>는 치밀한 구성과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 리얼리티를 가미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안자이. 넌 왜 산에 오르는 거야?.. 내려오기 위해 오르는 거지 ... 내려가기 위해 산을 오른다.'
지역 신문사인 킨타칸토의 지자인 주인공 유키 가즈마사,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온 두 가지 거대한 사건! 이 작품 <클라이머즈 하이>는 1985년 일어난 일본항공 추락사고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524명의 사상자를 낳은 끔찍했던 당시의 사건을 토대로 한 기본 골격에, 후배 기자를 죽게 했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사는 유키가 악마의 산이라고 불리는 쓰이타테이와 산에 동료 안자이와 등반을 계획하게 되지만, 등반 전날 갑작스런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유키는 취재 전권을 갖게 되어 사고 취재에 한창이었고, 반면 안자이는 식물인간이 되어 나타나게 되는데...
17년이 지난 후, 쓰이타테이와 산을 오르는 유키와 안자이의 아들 린타로의 모습으로 <클라이머즈 하이>는 시작된다. '64'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도 기자들 사이의 암투와 보이지 않는 취재 경쟁을 생생한 리얼리티를 담아 낱낱히 그려낸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이름을 통해 일과 가족 사이의 고민과 아픔을 품은 가장이 갖는 무게를 그려내는 한편, 두 개의 커다란 산 앞에 놓인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쉼표 없이 내달리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폭주 본능은 바로 이 작품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은 동명의 영화로도 일본에서 개봉되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부분을 석권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그만큼 탄탄한 구성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한 리얼리티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담보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이름, 이제 단지 번째 만남을 갖을 뿐인 이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400페이지를 훌쩍 넘긴 꽤 많은 분량의 작품이지만 손에 들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 , 안자이의 말은 지금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고 보내는 인생도 잘못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있는 힘껏 달린다. 넘어져도 상처를 입어도 패배를 맛보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계속 달린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그런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클라이머즈 하이. 오로지 위를 바라보며 곁눈질도 하지 않고 끝없이 계속 오른다. 그런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 P. 429~430 중에서 '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안자이의 이 말이 작품 전체에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흥분으로 공포감이 마비되어 버리는 것'을 바로 클라이머즈 하이라고 한다. 두 개의 악마의 산 앞에 맞닥드린 주인공 유키, 기자로서 산을 오르는 이들처럼 취재 현장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런 '클라이머즈 하이' 였을 것이다. 안자이가 말하던 왜 산을 오르느냐에 대한 대답과 클라이머즈 하이라는 제목속에 담겨진 의미! 책을 내려놓으며 그 의미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아직 그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속 주인공은 어느 정도의 책임을 갖고 있는 직책의 인물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나름대로 직업에 대한 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가 가진 위치와 현실 사이의 갈등을 통해서 문제의 본질을 꿰뚫게 되고, 가족과 동료에 대한 고민과 갈등속에서 휴머니즘을 발산한다. 숨막히는 보도 전쟁, 그 속에 숨겨진 욕망들,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의 속도감! 클라이머즈 하이는 작품속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작품을 만나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속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단 두번의 만남 만으로 이렇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가는 몇몇 손에 꼽을 수 있을정도 였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미치오 슈스케를 만났을때,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과 만났을때, 초콜릿 코스모스의 '온다 리쿠', 사사키 조를 비롯한 몇몇 미스터리 작가, 그리고 요코야마 히데오! 눈 뗄 수 없는 즐거움, 박진감 넘치는 남자들의 세계속에서 그려지는 휴머니즘 가득한 이야기들!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긴장감까지...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들에 열광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무더위를 날려줄 깐깐한 드라마! <클라이머즈 하이> 그 흥분의 도가니에 무더위는 안녕을 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