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곱 번 죽은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만나기전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 하루를 다시 아홉번 반복해서 살아보고 싶다면 어떤 날인가요?' 라는 질문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다 떠오른 그 하루는 바로 '우리의 첫아이를 만난 그 하루' 였다. 그 신비하고 놀라운, 정말 말로는 쉽게 표현하기 힘든 그 희열과 느낌은 아홉번이 아니라 몇만번을 반복한다해도 살아볼만한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하게된다. 가능하지 않지만 그런 날들을 꿈꾸기도 하고 불가능하기에 이런 류의 문학이나 영상에 열광하기도하고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거나 혹은 미래로의 여행과 같은 소재를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된다. 타임슬립, 타임리프 혹은 타임루프라는 이름으로 그것들은 불리기도 하는데... 이런 다양한 이름들을 가지지만 이들은 성격상 조금씩 차이를 가진다. 이야기가 조금은 길어질것도 같지만 여기서 이들의 작은 차이들을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든다. 자~~ 조금만 집중! ^^
우리에게 익숙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타임슬립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것은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또 다른 나를, 개체를 만나기 때문이다. 타임리프는 이와는 다르게 시간이동을 하지만 현재와 기억이나 생각의 변화가 없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몸은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들어 '나비효과'와 같은 영화속 주인공의 시간이동이 이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또 다른 하나 타임루프는 시간의 고리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어떤 기점을 기준으로 쳇바퀴 도는 듯한 시간의 반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 만날 작품 <일곱번 죽은 남자>가 바로 이 타임루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작품은 타임루프를 통해 시간의 고리가 이어지듯 하나의 사건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그 시간이 반복되는가? 열여섯살 히사타로라는 남자아이가 그 주인공이다. 작은 다락방에 쓰러져 죽어버린 할아버지! 그의 죽음의 반복,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는 이는 바로 히사타로인 것이다. 죽은 할아버지 후치가미 레이지로, 그는 세 딸을 두고 있다. 큰 딸 가미지는 화자인 히사타로를 포함해 세 아들을 두고 있고, 막내딸 하루나는 두 딸을, 레이지로의 체인사업을 물려받은 둘째딸 고토노는 독신이다.

그렇게 레이지로 家에 신년 인사차 모인 이들 가족에게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히사타로에게 반복해서 일어나는 타임루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위한 소년 탐정의 맹활약이 펼쳐진다. 이 타림루프를 히사타로는 '반복함정'이라 부르는데, 이 반복함정은 같은 상황이 9번 반복해서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의문이 들것이다. 9번 반복되는 타임루프,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은 <일곱번 죽은 남자>일까?라는... 거기에 또 다른 재미가 숨겨져 있다.
레이지로의 뒤를 이어 레스토랑체인 사업을 물려받기위해 고토노 이모의 양자가 되어야 하는, 선택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두 딸과 다섯 손주들 사이의 암투와 또 다른 후계자(양자)후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맞물린 할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내려는 히사타로! 어쨌든 히사타로의 추리로 범인들이 밝혀지지만 예상치못한 난관(뒤틀림)에 부딪히게 되는데... 마지막 예상치못한 반전의 묘미가 더해져 역시 색다른 미스터리구나 하는 찬사와 함께 책을 내려놓게 된다.
'인간은 그 이기적인 성격으로 인해 비로소 그 존재를 증명하게 되는 존재라는 게, 체질에 의해 내가 얻은 결론이다.' - P. 29 -
<일곱번 죽은 남자>의 타임루프라는 소재는 어쩌면 조금은 식상할수도 있겠지만, 나시자와 야스히코만의 독특한 필치로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적용함으로써 색다른 즐거움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했던 작품이다. 더욱이 이 작품이 출간된지 벌써 20여년이 지난 작품이라니 그 기발한 발상에 매료되지 않을 도리가 없어보인다. 중간 중간 임팩트가 그리 강한편은 아니지만, 시간의 반복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미스터리에 적절히 녹아들게 만들어 독자들의 시선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라 평가할만하다.
타임루프라는 독특한 설정과 더불어 화자인 16세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진 유머러스한 표현과 장면들이 살인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도 가볍게 풀어내고, 즐거운 재미를 이끌어내는 탁월함을 내어 보인 작품이다. 니시자와 야스히코라는 이름은 역시나 조금 생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그의 색다른 작품들, 익숙하지 않은 독특한 미스터리들로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타임루프 능력을 가진, 아니 체질을 가진 히사타로라는 캐릭터가 이 한 작품으로 끝나버리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 또 다른 색다른 배경과 내용들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 두꺼운 무게를 가진 작품이 아닐뿐더러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들로 한껏 재미를 전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아홉번이 아닌 <일곱번 죽는 남자>인지 많은 이들이 꼭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
PS. 근데 갑자기 의문이든다. 일본은 사촌끼리 결혼이 가능한가? 만약 그렇다면... 이런 뭐 시베리아 차이코프스키 같은 X들이 다있어? .... 법적으로는 가능하다는데,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