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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이란 언제나 기습적이다. 그렇기에 발을 헛디딘 것처럼 쑥 빠져드는 것이다.' - P. 296 -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랑이 있고, 인연이 있으며, 삶이 있고 또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이든다. 오랫만에 만난 사랑을 다룬 작품이어서 어떤 기대를 했었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옅은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볼 때 '나오키상 수상작' 이라는 수식은 괜한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깨 너머의 연인> 꽤 익숙한 제목이면서도 페이지를 넘기며 찬찬히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여름을 지나 가을 문턱에서 그 익숙한 이름과 마주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서 드라마 매니아가 된지 몇해가 지난것 같다. 바보, 멍청이가 되는것 같아서 드라마는 잘 안보려고 했지만... 그 뜨거운 유혹은 어쩔수가 없다. 그곳에는 참 많은 사람과 사랑이 존재한다.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여자도 있고, 결혼을 하고 시월드에 부딪혀 티격태격하는 여자도 있다. 소위 말하는 불륜도, 이혼한 돌싱들도 흔하게 등장한다. 순수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부부문제를 풀어내는 드라마도 있다. <어깨 너머의 연인> 속에서도 이런 저런 유형중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세번째 결혼식을 시작하는 여자, 아오키 루리코!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싱글녀 하야사카 모에가 있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그녀들은 스물아홉이 지금까지 함께 한다. 친구이면서도 그녀들의 성격이나 삶은 전혀 다르다. 루리코는 모에가 사귀던 남자를 가로채 지금 세번째 결혼식을 하고 있고, 그런 그녀의 초청에 투덜대면서도 새옷을 준비하는 모에. 도무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녀들의 특별한 사랑, 삶의 이야기가 바로 <어깨 너머의 연인>속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당신은 남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사랑하는 거네요.' - P. 108 -
보도기자가 꿈이었던 모에는 현재 수입대행 회사에 다니고 있다. 남자를 믿을 수 없는, 아니 절대 믿지않는, 그래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그녀다.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기도 하고, 얼떨결에 미성년자(다카시)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는, 일을 사랑하고 사랑보다는 섹스를 즐기는 모에. 반면 루리코는 새롭게 결혼을 했지만 결혼을 한 순간부터 뭔가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현장을 보게되지만 쿨하게 넘어가기도 한다. 다카시가 말한 남편을 사랑하는게 아닌 결혼을 사랑한다는 말, 그녀에게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여자, 그리고 그녀들 사이에 나타난 미소녀 다카시, 그리고 가키자키씨, 그리고 료! 그녀들의 특별한 사랑, 그리고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닌 예상치 못한 모습과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의 드라마속 캐릭터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시선들로 다가가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내려놓으며 작은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던것 같이 기분좋고 나름 그녀들이 만들어가는 그녀들의 삶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대체 내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뭘 원하는 걸까?' - P. 118 -
모에가 갖게된 이런 행복에 대한 정의는 단지 그녀만이 느껴본 감정이 아닐것이다. 우리들 스스로도 가끔 혹은 항상 되뇌이게 되는 질문들인 것이다. 행복이 무엇일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더 행복하려면 어떻게? 이런 저런 행복을 찾는 이들의 물음표가 가득함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그 행복에 대해서 '1+1=2'라고 정의 하듯 딱 부러지게 단언할 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렇듯 모에와 루리코, 행복에 대해서 그녀들이 말했듯 탐욕스러운 그녀들의 진정한 행복찾기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밤은 언제든, 아침을 데리고 온다는 약속을 지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심하고 잠속에 빠져든다. 모에와 루리코,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 P. 353 -
세상에는 영원한 어둠도 영원한 빛도 없다. 새삼 이런 말들로 인해, 예기치 못한 그녀들의 깊이 있는 언어들에 힐링이 됨을 느낀다. 다소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야기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행복찾기'임에 시선이 머무는 것을보고 동질감에 미소가 머금어 진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그 속에서 그녀들의 진정한 행복찾기가 계속 진행중이어서 행복했음을 느낀다. 그녀들의 행복한 발걸음이 왠지 활기차보인다.
유이카와 케이의 <어깨 너머의 연인>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익숙한 작품이다. 그 익숙함이 책의 페이지를 넘길때 잠시잠깐 어색함으로 시작되기도 했지만, 행복찾기라는 결코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확인하고는 더욱 즐겁고 상쾌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모에와 루리코, 그녀들의 특별한 행복찾기 속에서 우리도 잊고 있던 우리 삶의 행복을, 행복의 모습을, 삶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고 사랑을 꿈꿔보게 된다. 행복은 바로 지금,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