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맨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6
오리하라 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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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랫만입니다! 이런 인사로 시작해야 될 것 같다. 지난 2011년 '이인들의 저택' 이후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개인적으로는 2010년에 만났던 '~者'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정말 오랫만에 작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사실 '오리하라 이치' 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2010년 이었던가 '행방불명자'를 통해서 처음 그의 이름과 만나게 되었고, 그가 그렇게 유명한 작가였는지, 아니 그렇게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 작가였는지 그 단 한 작품을 통해서 깨닫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해 출간된 '~者' 시리즈는 모두 만났고, 그 다음해 오리하라 이치의 또 다른 히트작인 '도착' 시리즈도 손 안에 넣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아쉽지만 '침묵의 교실'과 '이인들의 저택'은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의 새로운 작품들과 만날 수 있어서 이 기쁨을 뭐라 쉽게 표현할 길이 없다. 짙은 파란색의 표지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뽀얀 다리! 이 <그랜드맨션>이란 곳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온전히 그의 펜끝에 몸을 맡겨 보는 수밖에 없을것 같다. 자 시작해볼까? ^^

 

눈은 번쩍! 정신은 바짝!  

오리하라 월드에 들어선 이상, 이정도는 기본이다.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얻어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설마, 혹은 그럴리가? 라는 방심은 금물!이다.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랜드맨션>은 그랜드맨션이라는 공동주택이 그 배경이된다. 4층으로 된, 하지만 4층에는 801호가 위치하지만... 201호 사와무라 히데아키가 이야기를 시작해서 105호 다가 이네코 할머니, 303호 마쓰시마 유카의 목소리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총7편의 단편 미스터리들이 쉴새 없이 화자를 뒤바꿔 가며 독자들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역시 오리하라 이치! 역시 서술트릭의 달인답다. ㅠ.ㅠ

 

서술트릭이라는 말이 낯선 독자들도 있겠지만... 오리하라 이치는 서술트릭의 대가다. 서술트릭이란 쉽게 말해 작가가 거짓말을 하는 걸 말한다. 전통적인 미스터리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범인이라면 서술트릭 소설에서는 작가가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물론 대놓고 작품속에서 거짓 정보를 나열하는것이 아니라 화자를 애매모호하게 해서 혼돈을 준다거나, 작가가 해설역을 가장해서 능청을 떨어 독자들을 잘못된 정보속으로 몰아넣는 등 사건 해결에 골똘해있는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독자들이 가진 상식과 선입견의 헛점을 노리거나 특정한 사건 관련 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시킨다던지 하는 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서술트릭이다.

 

 

 

 

 

 

<그랜드맨션>의 서술트릭은 시간적인 오류를 이용한 것이 돋보인다. 두번째, 세번째 단편인 '304호 여자'와 '선의의 제삼자'는 특히 독특한 시간 구성을 통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이끈다. 102호 스킨헤드 남자(다카하라 신노스케)의 역할도 첫번째단편 '소리의 정체'와 마지막 '리셋'에서 두드러진다. 단편 '마음의 여로' 에서는 화자와 그 속에 등장하는 일기의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을 쫓다 또 다시 뒤통수를 어루만지게 된다. 일곱편의 단편 하나하나 역시 오리하라 이치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기에 충분해보인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여러사람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니 독자들을 처음 화자에게 시선을 빼앗기게되고 중간에 등장하는 또 다른 시점 화자를 통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서술트릭의 대가 답게 오리하라 이치는 독자들을 쥐락 펴락 하며 즐거이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이번에도 된통 뒤통수가 시큰거린다. 도저히 그를 이길수는 없는 걸까? 잠시 좌절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런 반전의 묘미가 이 작가를 더욱 애틋한 기다림으로 이끄는 원동력일것이다.

 

다양한 소재, 조금은 무서운 소재들이 이야기속에 등장한다. 가정폭력에서 유아학대, 우리에게도 엄청 익숙한 보이스피싱과 고령화 사회인 일본을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한 연금 부정수급 문제, 일조권 문제 등 사생활 보호 문제와 독거 노인에 관한 문제까지 <그랜드맨션>에 등장하는 소재들만 놓고보면 그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그랜드하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우리들이 맞닿아 있는 현실의 문제들과 비슷한 부분들이 엿보이기에 이야기속에 더 쉽게 빠져드는지도 모를일이다.

 

소재 자체는 참으로 무겁기 그지없지만 조금은 가벼운 즐거움으로, 예기치 못한 반전과 허를 찌르는 시간차 서술로 오리하라 이치는 이번에도 아쉬움없는 한판을 선물해준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 다시 마지막에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연결되면서 어느것 하나 쉽게 지나쳐 넘어갈 수 없는 섬세하고 꼼꼼한 미스터리의 재미를 선보인다. '봄 여름 책 겨울' 이란 문구를 어딘가에서 만났다. 참 인상적이고 공감가는 이 가을, 오리하라 이치의 즐거운 미스터리와 함께해도 참 좋을듯하다. 가을, 이 책의 계절이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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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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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언제나 기습적이다. 그렇기에 발을 헛디딘 것처럼 쑥 빠져드는 것이다.' - P. 296 -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랑이 있고, 인연이 있으며, 삶이 있고 또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이든다. 오랫만에 만난 사랑을 다룬 작품이어서 어떤 기대를 했었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옅은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볼 때 '나오키상 수상작' 이라는 수식은 괜한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깨 너머의 연인> 꽤 익숙한 제목이면서도 페이지를 넘기며 찬찬히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여름을 지나 가을 문턱에서 그 익숙한 이름과 마주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서 드라마 매니아가 된지 몇해가 지난것 같다. 바보, 멍청이가 되는것 같아서 드라마는 잘 안보려고 했지만... 그 뜨거운 유혹은 어쩔수가 없다. 그곳에는 참 많은 사람과 사랑이 존재한다.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여자도 있고, 결혼을 하고 시월드에 부딪혀 티격태격하는 여자도 있다. 소위 말하는 불륜도, 이혼한 돌싱들도 흔하게 등장한다. 순수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부부문제를 풀어내는 드라마도 있다. <어깨 너머의 연인> 속에서도 이런 저런 유형중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세번째 결혼식을 시작하는 여자, 아오키 루리코!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싱글녀 하야사카 모에가 있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그녀들은 스물아홉이 지금까지 함께 한다. 친구이면서도 그녀들의 성격이나 삶은 전혀 다르다. 루리코는 모에가 사귀던 남자를 가로채 지금 세번째 결혼식을 하고 있고, 그런 그녀의 초청에 투덜대면서도 새옷을 준비하는 모에. 도무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녀들의 특별한 사랑, 삶의 이야기가 바로 <어깨 너머의 연인>속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당신은 남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사랑하는 거네요.' - P. 108 -

보도기자가 꿈이었던 모에는 현재 수입대행 회사에 다니고 있다. 남자를 믿을 수 없는, 아니 절대 믿지않는, 그래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그녀다.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기도 하고, 얼떨결에 미성년자(다카시)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는, 일을 사랑하고 사랑보다는 섹스를 즐기는 모에. 반면 루리코는 새롭게 결혼을 했지만 결혼을 한 순간부터 뭔가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현장을 보게되지만 쿨하게 넘어가기도 한다. 다카시가 말한 남편을 사랑하는게 아닌 결혼을 사랑한다는 말, 그녀에게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여자, 그리고 그녀들 사이에 나타난 미소녀 다카시, 그리고 가키자키씨, 그리고 료! 그녀들의 특별한 사랑, 그리고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닌 예상치 못한 모습과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의 드라마속 캐릭터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시선들로 다가가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내려놓으며 작은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던것 같이 기분좋고 나름 그녀들이 만들어가는 그녀들의 삶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대체 내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뭘 원하는 걸까?' - P. 118 - 
모에가 갖게된 이런 행복에 대한 정의는 단지 그녀만이 느껴본 감정이 아닐것이다. 우리들 스스로도 가끔 혹은 항상 되뇌이게 되는 질문들인 것이다. 행복이 무엇일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더 행복하려면 어떻게? 이런 저런 행복을 찾는 이들의 물음표가 가득함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그 행복에 대해서 '1+1=2'라고 정의 하듯 딱 부러지게 단언할 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렇듯 모에와 루리코, 행복에 대해서 그녀들이 말했듯 탐욕스러운 그녀들의 진정한 행복찾기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밤은 언제든, 아침을 데리고 온다는 약속을 지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심하고 잠속에 빠져든다. 모에와 루리코,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 P. 353 -

세상에는 영원한 어둠도 영원한 빛도 없다. 새삼 이런 말들로 인해, 예기치 못한 그녀들의 깊이 있는 언어들에 힐링이 됨을 느낀다. 다소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야기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행복찾기'임에 시선이 머무는 것을보고 동질감에 미소가 머금어 진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그 속에서 그녀들의 진정한 행복찾기가 계속 진행중이어서 행복했음을 느낀다. 그녀들의 행복한 발걸음이 왠지 활기차보인다.

유이카와 케이의 <어깨 너머의 연인>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익숙한 작품이다. 그 익숙함이 책의 페이지를 넘길때 잠시잠깐 어색함으로 시작되기도 했지만, 행복찾기라는 결코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확인하고는 더욱 즐겁고 상쾌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모에와 루리코, 그녀들의 특별한 행복찾기 속에서 우리도 잊고 있던 우리 삶의 행복을, 행복의 모습을, 삶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고 사랑을 꿈꿔보게 된다. 행복은 바로 지금,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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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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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되찾고 싶은 인생의 한 권이 있다!'
힐링 미스터리를 표방하며 우리 가슴을 조심스레 두드리던 한 여인이 있었다. 시오리코! 아릿따운 그녀와 함께 책향기 물씬 풍기는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책과 함께 하던 시간들이 문득 떠오른다. 누군가와 함께 해온 한 권의 책, 누군가의 추억이 되는 한 권의 책! 엉뚱 발랄 시오리코와 고우라의 계속되는 사랑이야기까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그렇게 진한 향기속에 색다른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왠지 그와 닮은, 하지만 또 조금은 다른 향기를 가진 미스터리를 만나게된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 역시 주인공 탐정역은 히구라시 타비토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독특한 향기를 뿜어낼까? 꽃남, 미소년 스타일의 그는 표지에서 만날 수가 있다.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고도 충분할 그의 모습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ㅋㅋ 그를 처음만난 요코 선생님의 반응에서도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아참 요코 선생님은 누구냐하면... 그녀는 타비토의 딸 모모시로 테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이다.
 
'물건의 가치를 정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물건의 주인이죠.' ... '그 키홀더의 가치를 정해야 할 사람은 요코 선생님뿐입니다. 타인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왜냐하면 그건 선생님의 추억이니까요.' - P. 139
 
4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의 특별한 능력에 의해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 혹은 추억과 관련한 것들을 찾아내는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타비토의 그 특별한 능력은 무엇일까? 시오리코가 책에 관련해서는 특별함을 내보였던것 같이 타비토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오감중에서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느낄 수가 없고, 오로지 시각으로 이 모든 감각들을 대신 느끼고 가시화 시키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눈으로 소리를 볼 수 있다는... 참 독특한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타비토, 우리도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책이라는 특별한 하나의 소재에 한정한 추억 찾기, 혹은 사랑찾기 였다면... 타비토의 '물건 찾기 탐정 사무소'는 추억이 담긴 물건 찾는 과정을 통해 가슴 따스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간직할 수 있다. 어린시절의 상처와 추억으로 십팔년을 함께 했던 키홀더 인형을 잃어버린 요코 선생님의 모습만 보고도 그 인형이 가진 의미와 그녀의 추억, 가치를 발견하고 기꺼이 인형을 찾아 비까지 흠뻑 맞아가며 찾아나서는 타비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우직함과 진심어린 행동에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타비토가 찾는것은 참으로 다양하다. 오래된 의자와 그 주인을 찾기도 하고, 누군가의 아픈 상처와 추억이 공존하는 작은 인형, 누군가의 특별한 장소를, 혹은 타임캡슐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물건을 넘어 앞서 타비토가 요코에게 했던 말처럼 그 가치를 부여할 주인만이 가지는 특별한 추억의 물건들이다. 그래서 타비토는 그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십분 발휘해 그 소중한 가치!를 찾아내게 된다. 그 속에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색다른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즐거운 기억은 활력을, 슬픈 기억은 반성을 내일을 살아가는 양분으로 제공해준다. 그것이 과거를 짊어진다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 75
역시나 궁금한것이 바로 탐정 타비토가 가진 그 특별한 능력이다. 세번째 이야기속에서 조금은 그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캐릭터에서도 찾을 수 없던 특별함에 끌린다. 더욱이 명랑만화 속에서 튀어나온듯 빼어난 비주얼의 탐정이라니... 요코를 비롯한 여성들에게 사랑받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그리고 한가지 더 궁금한 것은 모모시로 테이, 그의 딸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이번 이야기에서는 아직 그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간다.
 
더불어 하나 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타비토와 요코 선생님간에 벌어질 로맨스가 어떻게 진행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멋진 외모에 끌렸고, 자신의 인형을 찾아주었고, 또 마지막 이야기 '땅속의 시'를 통해 조금더 가까워진 그와 그녀의 사랑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도 꽤나 궁금해진다. 다음 이야기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어버린 것>을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만 커져간다.
 
어느날 문득 찾아온 책 한 권이 내가 함께 했던 책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었듯, 오랫만에 만난 아주 작은 책 한 권이 내 주변에 잊고 지내던 특별한 것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주려 한다. 추억의 사진을 펼쳐보듯, 이제는 많이 남아있지 않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가치와 추억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탐정의 등장으로 치열하고 치밀한 미스터리를 기대할 수는 없을것 같다. 대신 사물에서 보이지 않던 숨겨진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특별한 감성 미스터리, 색다른 일상 미스터리로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특별한 추억들이 우리를 미소지으며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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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산업 - 상 - 소설 대부업 기업소설 시리즈 1
다카스기 료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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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慾望, Desire)!! 어찌보면 꽤나 자극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찌들으면 다른 차원적인 의미를 내포했을것 같은 이름이기도 한 욕망이라는 말. '부족함을 느껴 무엇을 가지려고 하거나 탐한다'는 말의 의미 만으로는 그리 자극적이지 않을것 같지만... 왠지 그 겉모습이 주는 이미지는 결코 2차원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욕망이란 말을 조금 쉽게 이해하려면 필요한 두 단어가 있다. 생필품과 사치품! 바로 사치품이란 말속에 인간의 욕망이란 말이 보다 쉽게 드러나지 않나 싶다. 그렇게 인간의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욕망산업>이란 제목과 함께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일본 경제 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다카스기 료의 이 책은 욕망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배경과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일그러진 우리 시대의 욕망의 모습들을 써내려간다. 한번 내달리면 결코 설줄 모르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속에 내던져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과 욕망, 그 엉크러진 우리의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욕망산업> 그 무거운 어둠의 두께를 느껴보자
 
'잘 생겼다~ 잘 생겼다....' 어쩌구 저쩌구 하는 광고 때문에 요즘 아주 짜증이난다. 괜찮은 통신업체에서 시청자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만드는지 개인적으로 아주 실감하는중이다. 이들에게 대부업체 광고주라도 소개시켜 주고 싶은 심정이다. '대출은 역시, 러시 &...', '산와 산와 산와...', '여자들을 위한 대출, 미즈...', '웰컴론 단박 대출...' 어쩌고 저쩌고... 귀에 쏙 들어오는 광고 카피, 혼자 흥얼거리다가 이거 대출광곤데 하며 움찔하게 되는, 입에 딱딱 붙는 CM송, 정말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색깔있는 대출 광고들이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바로 이런 대부 산업을 배경으로 이 책은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욕망이 피어오른다.
 
오미야 고헤이와 사토무라 에이치의 끈적 끈적한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은행권에서 꽤나 높은 위치에 올랐지만 경쟁 구도에서 밀려 계열사 사장자리로 앉게 되었던 오미야, 그를 눈여겨보던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대부업계 1위의 도미후쿠의 사장 사토무라 에이치 였다. 그는 오미야에게 도미후쿠의 부사장 자리를 제시하게 되고, 오미야 역시 자신의 욕망?을 펼치겠다는 꿈을 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욕망 전차는 치열하게 내달리게 된다.
 
 

 
 
소비자금융이라는 허울좋은 겉모습! 하지만 실상은 살인적인 금리를 자랑하는 대부업체! 국내에서도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대출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있는 현실에서 입속을 간지럽히는 대부업체 광고들이 잠자고 있던 사람들의 욕망의 촉수를 곧추세우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저축은행들의 부실속에서 대부업체들의 저축은행 인수합병도 눈에 띄기도 한다. 돈이 욕망을 불태우고, 욕망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새삼 부각시키는 현실에서 이 작품 <욕망산업>은 대부업체들의 실태와 그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이 작품이 주는 재미는 인간들의 욕망속에 피어나는, 치열한 삶의 모습속에서 찾을 수있을것 같다. 사회 생활이라는 정글속에서 물고 뜯기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재미를 쉽게 내려놓을 수는 없을것이다. 와신상담을 꿈꾸는 오미야, 하지만 현실은 사토무라 일인 체제가 가진 두터운 제도의 늪이었다. 경쟁속에서 라이벌을 물어 뜯어야만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비정한 현실, 위로 향하기 위해서는 또 누군가를 짖밟고 서야 한다는 정글의 법칙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다.
 
작가 다카스기 료, 일본 경제소설의 거장이라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낯설다. 그의 다양한 이름의 경제 관련 소설들이 있지만 그의 이름 못지않게 낯설다. 사토무라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오미야가 꺼내든 반전카드, 그것으로 <욕망산업> 첫번째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이야기에서는 또 얼마난 그늘진 구석들이, 그들의 욕망들이, 치열한 정글의 약육강식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이 작품의 소재는 욕망이지만, 그 욕망의 주체가 사람인것과 같이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성 역시 정글속 치열한 인간관계가 아닐까싶다.
 
입속에 간지럽히며 흥얼거리게 만드는 대부업체의 광고들! 익숙한 그 노랫속 그들이 만들어낸 부(副)의 실체가 어떤것인지, 생존을 위한 정글의 법칙이 건네는 치열한 삶의 이야기들이 <욕망산업>에서 그려진다. 어둠이 얼마나 짙은지를 알기위해서는 빛이 있어야 하는것처럼, 그들의 욕망을 통해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간을 채우려는 어리석은 이들의 모습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갈 삶의 빛을 발견하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욕망산업>! 돈, 욕망, 그리고 상처! 그 치열하고 치밀한 삶의 모습들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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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서울여행 -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223곳! 코스 가이드
유철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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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지난 황금 연휴의 후유증이 몸 한 구석을 간지럽히고 있다. 가정의 달이라는 오월! 가장 손 꼽을 수 있는 날인 어린이 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근로자의 날, 그리고 이번에는 석가탄신일까지 겹쳐 가족들에게 특별하지 않을 수 없는 즐거운 휴일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주말 부부인 우리 가족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다만 아직 우리집에 구성원들의 연령이 낮기 때문에 집을 떠나 조금은 먼 여행을 나서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우리 가족들은 근거리 여행을 즐겨 하곤 한다. ^^

 

아빠가 요즘 쬐끔 바쁜 관계로... 가장 최근에 다녀온 외출?이 서울 전철 여행이었다.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을 다녀오는 아주 소박한 코스라고나 할까? ^^ 어쨌거나 집을 떠나 멀리 여행하기 버거운 우리 가족들에게 서울과 그 근교 여행은 꽤나 매력적인 여행 코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책 한 권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뚜둥~~~ <주말엔 서울여행>이라는 조금은 두툼한 책이다. 베스트셀러 여행작가 유철상이 소개하는 서울 여행 가이드북! 이거 꽤 끌리는데.... ^^ 

 

 

 서울 여행 223곳! 코스가이드! 표지에도 선명하게 새겨진 이 특별한 여행 이야기, 서울 혹은 그 근교에 사는 이들이라면 귀와 눈이 솔깃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서울의 축제와 실속 여행 코스, 궁궐과 도심을 아우르고 서부, 동부, 강남과 서울 근교를 아우르는... 꼭 가봐야 할 서울의 구석구석이 이 책 한 권속에 모두 담겨진다. 223곳! 난 이 많은 장소들중에서 얼마나 그곳을 알고 가보고 즐거움을 느껴봤을까?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익숙한 지명들도 많지만 나의 발자욱이 남겨진 곳을 따지라면... 손가락을 그리 많이 꼽을 수 있지 않을 것 같기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서울의 여행지는 바로 인사동과 남대문, 명동으로 시작한다. 'HOT PLACES IN SEOUL' 이라는 제목으로 한번쯤은 가봤을만한, 혹은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할법한 지명들이 엿보인다. 쇼핑을 위한 팁들, 볼거리와 가볼만한 공연 혹은 먹거리까지... 마지막에는 관광안내센터에 대한 설명까지 섬세하고 꼼꼼하게 담아놓고 있다. 낯선 곳에서 느낄 어색함과 궁금함, 외로움까지 오감을 달래줄 특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사실 서울 근교에 살면서도 이 책속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장소, 핫 플레이스 12곳중 하나하나 꼽지는 않겠지만... 창피해서... 5곳 정도를 가보지 못했다. 에구 에구... 그러니 핫 플레이스 이외의 장소까지 합해 223곳중 몇 곳 정도를 다녀보았을지는 뻔해보인다. <주말엔 서울여행>의 또 다른 특징은 여행코스를 중심으로 한 소개를 벗어나 봐야할 특별한 공연 혹은 문화에 대한 소개가 돋보인다. '종묘 제례악'이 라던지, '서울놀이마당' 공연 혹은 '홍대 프리마켓' 처럼 독특한 우리만의 문화와 예술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에 특별함이 느껴진다. 

 

 

 

 

 최근에 천사의 섬 신안 임자도라는 곳에 다녀왔다. 물론 놀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업무차... ㅠ.ㅠ 임자도는 봄철 튤립 축제로 유명한데...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꽤 눈에 띄기도 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던지 외국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서울이라는 공간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주말엔 서울여행>은 우리들의 즐거운 가족여행을 위한 멋진 가이드 북이기도 하면서 이런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서도 꽤 유익한 책이란 생각이든다.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장소들은 물론이고, 낯선 이름으로 다가오는 색다른 장소로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김치박물관, 경동시장처럼 한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장소에서부터 수연산방이나 아름다운 차 박물관과 같이 한국의 여유를 새삼 느끼게 해줄 특별한 장소들이 있다. 궁궐 여행으로 과거의 대한민국을 만나는가 하면, 홍대나 명동, 코엑스와 타임스케어에서 변화하고 발전된 우리의 모습을 그들에게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아내와 만나 처음으로 떠났던 여행지가 바로 남이섬 이었다. 친구 녀석이 근무했던 곳이기도 해서 자주 놀러갔던 서울 대공원과 서울랜드도 이 책속에 담겨져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즐겨 보던 뮤지컬도, 서울 광장 잔디밭을 아이들과 함께 걷던 기억도 이 속에 담겨진다. 큰 아이를 임신하고 약간은 쌀쌀할때 찾았던 청계천 등불 축제를 이제는 두 아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을것이다. 아름다운 경복궁, 새롭게 우리를 찾아온 숭례문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주말 부부라는 특수성 때문에 특별한 주말을 꿈꾸던 우리 가족에게 <주말엔 서울여행>는 정말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223곳, 그 특별한 즐거움을 이제는 둘이 아닌 넷, 그리고 친구와 또 다른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야 할 것 같다. 다만 서울 근교에 대한 부분들이 조금 더 책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물론 다음 이야기로 '주말N 서울근교 여행'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가까우면서도 잘 몰라 찾지 못했던 서울의 특별한 이야기, 이제 그 못다한 이야기를 함께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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