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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산업 - 상 - 소설 대부업 ㅣ 기업소설 시리즈 1
다카스기 료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욕망(慾望, Desire)!! 어찌보면 꽤나 자극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찌들으면 다른 차원적인 의미를 내포했을것 같은 이름이기도 한 욕망이라는 말. '부족함을 느껴 무엇을 가지려고 하거나 탐한다'는 말의 의미 만으로는 그리 자극적이지 않을것 같지만... 왠지 그 겉모습이 주는 이미지는 결코 2차원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욕망이란 말을 조금 쉽게 이해하려면 필요한 두 단어가 있다. 생필품과 사치품! 바로 사치품이란 말속에 인간의 욕망이란 말이 보다 쉽게 드러나지 않나 싶다. 그렇게 인간의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욕망산업>이란 제목과 함께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일본 경제 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다카스기 료의 이 책은 욕망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배경과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일그러진 우리 시대의 욕망의 모습들을 써내려간다. 한번 내달리면 결코 설줄 모르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속에 내던져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과 욕망, 그 엉크러진 우리의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욕망산업> 그 무거운 어둠의 두께를 느껴보자
'잘 생겼다~ 잘 생겼다....' 어쩌구 저쩌구 하는 광고 때문에 요즘 아주 짜증이난다. 괜찮은 통신업체에서 시청자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만드는지 개인적으로 아주 실감하는중이다. 이들에게 대부업체 광고주라도 소개시켜 주고 싶은 심정이다. '대출은 역시, 러시 &...', '산와 산와 산와...', '여자들을 위한 대출, 미즈...', '웰컴론 단박 대출...' 어쩌고 저쩌고... 귀에 쏙 들어오는 광고 카피, 혼자 흥얼거리다가 이거 대출광곤데 하며 움찔하게 되는, 입에 딱딱 붙는 CM송, 정말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색깔있는 대출 광고들이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바로 이런 대부 산업을 배경으로 이 책은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욕망이 피어오른다.
오미야 고헤이와 사토무라 에이치의 끈적 끈적한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은행권에서 꽤나 높은 위치에 올랐지만 경쟁 구도에서 밀려 계열사 사장자리로 앉게 되었던 오미야, 그를 눈여겨보던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대부업계 1위의 도미후쿠의 사장 사토무라 에이치 였다. 그는 오미야에게 도미후쿠의 부사장 자리를 제시하게 되고, 오미야 역시 자신의 욕망?을 펼치겠다는 꿈을 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욕망 전차는 치열하게 내달리게 된다.
소비자금융이라는 허울좋은 겉모습! 하지만 실상은 살인적인 금리를 자랑하는 대부업체! 국내에서도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대출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있는 현실에서 입속을 간지럽히는 대부업체 광고들이 잠자고 있던 사람들의 욕망의 촉수를 곧추세우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저축은행들의 부실속에서 대부업체들의 저축은행 인수합병도 눈에 띄기도 한다. 돈이 욕망을 불태우고, 욕망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새삼 부각시키는 현실에서 이 작품 <욕망산업>은 대부업체들의 실태와 그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이 작품이 주는 재미는 인간들의 욕망속에 피어나는, 치열한 삶의 모습속에서 찾을 수있을것 같다. 사회 생활이라는 정글속에서 물고 뜯기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재미를 쉽게 내려놓을 수는 없을것이다. 와신상담을 꿈꾸는 오미야, 하지만 현실은 사토무라 일인 체제가 가진 두터운 제도의 늪이었다. 경쟁속에서 라이벌을 물어 뜯어야만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비정한 현실, 위로 향하기 위해서는 또 누군가를 짖밟고 서야 한다는 정글의 법칙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다.
작가 다카스기 료, 일본 경제소설의 거장이라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낯설다. 그의 다양한 이름의 경제 관련 소설들이 있지만 그의 이름 못지않게 낯설다. 사토무라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오미야가 꺼내든 반전카드, 그것으로 <욕망산업> 첫번째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이야기에서는 또 얼마난 그늘진 구석들이, 그들의 욕망들이, 치열한 정글의 약육강식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이 작품의 소재는 욕망이지만, 그 욕망의 주체가 사람인것과 같이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성 역시 정글속 치열한 인간관계가 아닐까싶다.
입속에 간지럽히며 흥얼거리게 만드는 대부업체의 광고들! 익숙한 그 노랫속 그들이 만들어낸 부(副)의 실체가 어떤것인지, 생존을 위한 정글의 법칙이 건네는 치열한 삶의 이야기들이 <욕망산업>에서 그려진다. 어둠이 얼마나 짙은지를 알기위해서는 빛이 있어야 하는것처럼, 그들의 욕망을 통해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간을 채우려는 어리석은 이들의 모습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갈 삶의 빛을 발견하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욕망산업>! 돈, 욕망, 그리고 상처! 그 치열하고 치밀한 삶의 모습들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