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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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여섯살 딸아이에게 겨울왕국 종이 인형놀이를 사준적이있다. 아직은 조금 어려서인지 손으로 뜯고 끼우고 맞추기가 그리 쉽지 않았지만 워낙 엘사와 안나를 좋아라 하기에 집중 또 집중하고, 아빠의 손도 빌어 재밌는 종이 인형놀이를 완성하였던 기억이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종이 인형놀이!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것이 전부이며, 그속에 생명이 있고, 즐거운 이야기도 함께 한다고 믿었다. 인형놀이뿐만 아니라 조그맣게 만들어진 모든 장난감들이 진짜인양 가지고 논다. 하지만 어느 시간을 기점으로 그것들은 아이들의 손에서 멀어져간다. 종이 인형, 장난감들이 진짜가 아님을 인식하는 그 순간...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이달>이란 제목에 담고 있는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궁금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우메자와 리카를 '갓 쓰기 시작한 비누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아이'라고 표현하는 그녀의 여고동창의 말처럼,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졌던 소녀는 어른이되어 은행에서 1억엔을 횡령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메자와 리카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그녀를 아는 지인들, 여고시절 동창에서부터 전남자친구, 요리교실에서 만났던 친구, 그리고 결혼한 그녀의 현재 애인까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궁금하다 궁금해!


'나는 무언가를 얻어서 이런 기분이 된 걸까, 아니면 무언가를 잃어서 이런 기분이 된 걸까.' 

마흔한살의 은행 계약 사원이 1억원을 횡령한다. 그리고 그 소식은 뉴스를 통해 온 세상에 전해진다. 그녀 리카를 아는 지인들 역시 그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그녀를 욕심 없고, 청초하며, 계산적이지 않은 인물로 기억한다. 그런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언론에서는 그녀의 남자 관계때문에 이 일이 벌어졌을거라고 단정하지만 그것이 사실일까? 이야기는 그녀를 아는 지인들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다시, 리카의 시점에서 섬세하게 일상을 기록한다.


가키모토 리카는 스물 다섯의 나이로 우메자와 마사후미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지 않고 서서히 그들의 관계는 시들해진 사랑과 일상적인 삶들로 가득찬 일반적인 부부들의 모습을 닮아간다.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열정적이지 않은 부부관계, 그 틈사이에서 리카는 은행에서 계약 사원으로 일하게 되고 은행 VIP 고객의 손자인 고타를 만나면서 180도 변화된, 달라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그것은 리카뿐만이 아니다. 리카의 여고시절 친구도, 전남자친구도, 요리교실 친구도... 그리고 리카의 애인 고타 역시 마찬가지 이다.



 

 

   

우리는 가끔 어렵지않게 은행 관계자의 횡령과 같은 뉴스들을 종종 듣게된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중에 '궁금한 이야기 Y'라는 것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가 스치듯 지나쳤던 뉴스속 이야기들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파고들어간다. 왜 그랬대? 하며 무심코 지났쳤던 내용들을 조금 깊숙히 들여다보니 안타까움도 있고,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이 담겨지기도 한다. 어느것 하나 단순한것이 없고, 평범한 것이 없게 느껴진다. 하물며 그 사건의 주인공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는 설정이 이 작품속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란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거기에 담겨지기도 한다.


사실 가쿠다 미쓰요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낯선 이름 또한 아니다. 왜냐하면 '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이란 범죄 사회 소설로 만남을 가졌던 작가이기 때문이다. 벌써 7년여 전에 만난 작품이라 잠시 그 이름이 낯설었지만... 그 작품 역시 이 작품과 유사한 소재를 담아낸 작품이라 기억된다. 신문 메인에 걸리지 못하고 사회면 언저리에 스치듯 지나가는 살인, 사기, 강간을 비롯한 범죄의 발생과 그 내막을 담아낸 이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작가의 시선과 그 사건들을 담아내는 섬세하고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무엇일까? 왜 살까? 돈? 그게 최선일까? 행복은? 등등의...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단정짓듯 내려놓을 수 있는 결론은 없다. 다만 어제는 그런 생각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아이들' 이 그 답은 아닐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은 나의 삶도 그렇지만 아직 어리기만한 아이들에게 희망 가득한 삶을 건네주기 위한 몸짓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희망' 이란 것이 아닐까? 그 희망이 있어 힘들고 무겁지만 뛸 수 있고, 열정적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사람마다 삶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지금 나 자신에게 그 가치는 바로 '아이들'이란 생각을 해본다. 모든 이들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순응정도로 보인다. <종이달>속 리카는 어쩌면 그렇게 흐르는 물속에 담갔던 발을 잠시 빼어 내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고 만것이다. 어쩌면 모두가 그 작은 일탈을 그렇게 말하며 생각한다. '이번 뿐이야!' 하고...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시작이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에 발을 내딛는 바로 그 순간!인 것이다. 


'돈'이 삼켜버린 이 세상에 대한, 돈에 억압된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종이달>이다. 1억엔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내가 아는 지인이 횡령한다. 한편으로는 '왜 그랬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대담함과 그 돈의 매력에 솔깃 하기도 한다. 돈 때문에 외롭고 힘겨운 우리들에게 가쿠다 미쓰요는 돌맹이 하나를 던지듯 잔잔한 마음을 술렁이게 만든다. 돈에 대한 갈증을, 돈이 던지는 갈등을, 돈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우리들의 일상을 잠시 들여다본다. 진짜가 아닌 <종이달>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생각해볼 시간을 가쿠다 미쓰요는 선물해주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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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장 백사당 세트 - 전2권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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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 뭐라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으스스하고 끈적끈적한 기분이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읽어내려간 '사관장'을 내려놓자마자 <백사당>이 검은 손길로 이끈다. <백사당>은 '사관장' 에서 주인공이었던 '다쓰미 미노부'가 햐쿠미 가와 백사당에서 체험한 기묘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원고에서 시작된다. 이 원고를 만나게 된 작가이자 편집자인 '미쓰다 신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를 기점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꺼림칙한 '그것'과 만나게 된 미쓰다 신조와 원고를 읽은 세명의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온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과 괴기스럽고 기이한 현상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로 있었던 것일까.'

정말이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선을 그을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미쓰다 신조의 메타 픽션의 완성을 담아낸 이 작품 <백사당, 괴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그리고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에 이은 미쓰다 신조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책속 미쓰다 신조가 다쓰미 미노부의 원고를 보고 읊조리는 저 말을 어느새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내 자신이 중얼거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쉽게도 작가 시리즈를 만난게 이번이 처음이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쓰다 신조의 친구들 역시 개인적으로는 초면이다. 고스케와 다마가와 그리고 신이치로... 미쓰다 신조와 함께 다쓰미의 햐쿠미 가에서의 괴담을 담은 원고를 읽은 이 네 명에게 기괴한 일들이 시작된다. 편집자로서 다쓰미의 괴담 원고에 관심을 갖게 된 미쓰다 신조, 하지만 이 원고를 읽은 순간부터 전철에서, 엘리베이터에서, 그리고 집에서 조차 검은 옷을 입은 묘한 여인의 모습이 비치고 섬뜩한 체험을 하게된다. 급기야 원고를 읽은 다마가와 역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되었다는 얘기를 듣게되고 결국엔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백사당에서 벌어진 다쓰미 아버지의 밀실 상태에서의 실종, 그리고 그의 새어머니 시신이 사라진 사건, 그와 맞물려 그 즈음에 발생된 초등학교 아이들의 실종 사건에 대해서 미쓰다 신조는 파헤치기 시작한다. 유괴 미수에 그친 두개의 사건이외에 일곱번의 실종 사건, '검은 괴물'이 쫓아 왔다는 유괴 미수의 피해 여학생들의 증언, 미쓰다와 다쓰미의 원고를 읽은 친구 동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존재, 마모우돈 .... 이들은 어떤 연관이 있고, 미쓰다는 백사당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책의 중반까지는 기괴한 체험에 몸이 쪼그라들 정도로 극도의 공포에 휩싸이는 장면들로 좀처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없는 공포를 전하지만, 책의 중후반 아스카 신이치로의 추리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물음표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의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추리는 진실에 한발자국 다가간 것일까? 간이 오그라들 정도의 공포스런 체험들이 여러 장면 등장하지만 다쓰미의 집을 찾은 미쓰다 신조의 '다쓰미의 집에서 보낸 밤'이 가장 압권이라 할 만하다. '눈'... '눈과 마주쳤다' ... '... 봤어?' 으~~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밤 시간 어둠속에서 이 책을 읽은 터라 그 공포는 으......아~~~



 


'사관장'에서 이어져 <백사당>에 까지 다다른 공포스런 '그것'의 존재가 마지막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함께 공포 그 자체로 몸서리쳐지는 무서움을 선사한다.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다시한번 물음표를 던진다. 괴담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그리 익숙하지가 않고, 익숙하다 하더라도 그 폭이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귀신, 저승사자, 도깨비, 혹은 최근에 등장하는 학교 괴담...? 어쩌면 유교에 기반했던 문화 정서상 어쩌면 이런 황당 무계한 것들이 용납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일본이라는 나라의 그것들은 참 예측하기 힘들면서도 다양성을 갖고 있어서 부럽기도 하고 그 즐거운 공포를 만끽하기도 한다.


'나는 괴담은 프로레슬링이라는 견해를 품게 되었다. 한 해에 이백 수십 시합이나 벌이는 프로레슬러가 과연 진짜로 싸우는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시합이 각본대로 연출된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 요는 관객이 그런 의혹을 품지 않을 수준의 시합을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괴담도 이와 비슷하다는 기분이 든다.' - P. 97~98

 

미쓰다 신조가 책속에서 말하던 괴담에 대한 견해에 공감이 간다. 그리고 그 공감속에는 괴담 작가들의 고충과 노고가 녹아 있음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어디까지가 진실? 미쓰다 신조의 메타픽션을 위한 그의 노력과 열정에 대해 이 작품 <백사당>을 통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쓰다 신조의 아직 만나지 못한 작가 시리즈, 그리고 몇몇 도조 겐야 시리즈 역시 반드시 만나야할 과제를 떠 않게 되었다. 아니 어찌 만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덧붙여 책속에는 이 작품 이전에 만났던 <사상학탐정>의 소재도 잠깐 등장하는게 아닌가 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니까 방금 말씀드린 제 대학시절 친구 말입니다. 어느 대기업 인사부에 근무한 적이 있고 죽을 때가 된 사람을 알아본다는 녀석이오.' 하고 말하는 다쓰미의 말로 짐작컨데 이 인물이 후일 <사상학 탐정> 쓰루야 슌이치로의 모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보게 된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미쓰다 신조의 작품 네 편과 만났다. 조금은 아쉬움이 드는 작품도 있었지만 역시 호러, 공포 미스터리에 있어서 그를 넘어설 작가가 있을까 싶은 확신이 들기도 한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 너무 무서워서 즐거웠고 공포스러웠다. 그래서 아직 만나지 않은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들과도 약속을 잡으려 한다. 그를 만나 너무나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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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장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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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으스스하다! 미쓰다 신조의 메타픽션의 완성! 어쨌든 이 모든걸 종합하더라도 '무. 섭. 다!' 이 세글자로 모든걸 말하고 싶다. <사관장>을 만나기전 함께 했던 작품이 '노조키메'와 '사상학탐정' 이었다. '노조키메'에서 보여주던 공포와는 전혀 다른 '사상학탐정'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때문에 어쩌면 이 작품 <사관장> 그리고 <백사당>에 대한 기대가 조금더 컷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대는 만족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미쓰다 신조의 귀환! 이라 감탄하고 싶다. 아~~ 정말 무섭다. 그리고 재밌다. 도대체 '그것'이 뭐야?? ...

 

<사관장>은 <백사당>이라는 작품과 함께 짝을 이룬다.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으로,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그리고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에 이어 <백사당, 괴담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그 마무리 성격을 갖는 작품이다. 따라서 <사관장>은 작가 시리즈 완결편과 이어지기는 하지만 <백사당>의 전작!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백사당>이 바로 <사관장>에서의 주인공이 작가인 미쓰다 신조에게 들려주는 괴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도 작가시리즈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리고 <사관장>에 이어 <백사당>을 함께 만나려고 준비중이기에 이 시리즈에 대한 언급은 이 다음으로 미뤄두어야 할 것 같다.

 

다섯살인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무 어려서 불확실한 기억속에서 '나'는 기억을 더듬는다. 그리고 다섯살 무렵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갔던 '햐쿠미 가'에서의 짧은 시간들속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거기서 아버지가 이 햐쿠미가의 장남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자신을 첩의 자식으로 증오하는 요괴 할멈, 할머니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새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고모와 숙부들까지... 어린 소년에게 괴로운 시간은 계속된다. 하지만 다미 할멈만은 소년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준다. 궁금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다미 할멈, 특히 그녀가 들려주는 괴담들은 정말 듣는, 보는 이들을 소름돋게 만드는 공포가 있다.

 

그리고 요괴 할멈의 죽음으로 그 알 수 없는 공포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낸다. 하쿠미 가를 감싸는 뭔지 모를 으스스한 분위기, 백사당에서 만난 '그것'의 정체, 도도야마 산과 백물어에 얽힌 괴담, 장송백의례와 밀실에서 사라진 아버지의 미스터리... 점점 알 수 없는 공포가 독자들을 옭죄어 온다. 스륵스륵... 삭삭.... 사악~~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던지는 공포는 뭐라고 쉽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오싹한 느낌이다. 전후반으로 구성된 <사관장>의 전반부는 이렇게 다섯살에서 여섯살로 이어지는 '나'의 유년 시절 햐쿠미 가에서의 공포를 그린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나', '다쓰미 미노부'가 26~7년이 흐르고 다시 찾은 햐쿠미 가에서의 끝나지 않은 공포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것은 <백사당>으로 계속 이어진다.

 

 

미쓰다 신조가 지향하는 '메타픽션'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두 작품!

 

'메타픽션'의 특징을 '종래의 관습적인 소설 양식을 탈피, 그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급격한 변화를 주어 질서정연한 구성이나 리얼리티의 재현, 보편적인 진리 추구에 대한 지향 등을 폐기한다' 고 다소 어렵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픽션이면서도 이것이 혹시 진실이 아닐까? 리얼리티가 아닐까? 하는 혼동을 주어 어쩌면 독자들의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 한다는 이런 비슷한 류의 설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작품 <사관장> 역시 그런 느낌을 가득 담아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 '당집'이라는 소재와 그 소재가 가진 비현실성, 혹은 환상을 공포와 접목해 차용하는 수법이 아닌가 하는....

 

 

지난해 흑산도를 습격한? 솔껍질 깍지벌레로 인해 흑산도의 소나무들이 상당수 죽고 위협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때문에 직업상 흑산도를 찾은 나는 그곳에서도 이 책속에 등장하는 소위 '당집'을 만나게 되었다. 흑산도에는 '진리 당숲'과 '비리 당숲'이 있는데, 그곳의 소나무들도 깍지벌레 피해로 인해 상당부분 죽고 위협당하고 있어 그것에 대한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 해충방제와 영양 공급으로 피해를 예방, 방제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당숲에서 생활하는 일이 한 두세달 가까이 계속 되었다.

 

사실 과학 정보화 사회에서 아직도 이런 미신적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신들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진리 당숲'의 경우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관심을 갖기도 한다. 그곳의 분위기는 이 책에 등장하는 <백사당>처럼 으스스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 안쪽으로 들어서보면 조금은 스산한? 느낌이 전해지기도 한다. 아직도 마을 주민들은 그곳에서 제를 올리고 안녕을 빌고 있다. 그들에게 '당숲' '신당'이라는 곳은 바로 '현실', '리얼리티' 그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종종 느껴지는 음산함 역시 그곳에서, 혹은 지금도 현존하는 다른 비슷한 공간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감정 이기에 <사관장>에서 전해지는 공포의 강도는 더욱 큰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사관장>에서 빼놓을 수 없이 무서운 두 곳이 있다. 다쓰미 미노부가 '백사당'에서 겪은 공포는 물론 말할 필요도 없으니 잠시 뒤로 물리고, 하나는 다미 할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다. 정말 오싹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그가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다미 할멈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없고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그 뒤를 상상하게 되고 환상을 떠올리게 되어 공포심이 더욱 커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는다. 그리고 다음은 폐가가 된 스나가와네 집에서 경험한 공포다. 이건 뭐... 정말 짜증날 정도로 무.섭.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이 <백사당>을 재빠르게 펼치고 싶은 욕구를 이끈다. 도대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고, 실종된 아버지에 얽힌 밀실 미스터리, 그리고 사라진 어머니의 시신은 어떻게 된 것인지... 공포의 실체를 확인한 다쓰민 미노부가 들려줄 <백사당>에 얽힌 공포스러운 이야기들, 작가 미쓰다 신조가 겪게 될 기괴한 현상들은 무엇인지... 다음 이야기에 유혹의 손이 내밀어진다.

 

쌩뚱 맞지만 종이의 질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책을 받아 들고는 두터운 책의 무게에 조금 망설였지만... 페이지를 열자 다가오는 종이의 재질과 느낌으로 꽤 괜찮은 첫인상을 받았었다. 그리고 책을 내려놓으면 드는 생각 역시 좋았던 첫인상과 같은 즐거움에 사로잡힌다. 이래서 미쓰다 신조, 미쓰다 신조 하는구나!!! ㅋㅋ 이런 기분 좋은, 흥겨운 맘으로 ... 자, 이제 <백사당>을 만나러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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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 겨울왕국 (책 + 종이 인형 시트 12장) 인형놀이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올 여름, 아니 어느새 지난해가 되어버린 2014년 뜨거웠던 여름의 매서운 눈보라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겨울왕국'이라는 애니메이션 한편이 얼려버린 한여름밤의 열기를 말이다. 올해, 아니 지난해 못해도 정말 수십번은 브라운관을 통해 이 애니메이션과 만났던것 같다. 귀를 간질거리는 OST덕분에 아직 말도 잘 못하는 우리 막내 아들이 'Let it go'를 읊조릴 판이었으니 말이다. 하긴 어제 아침에도 녀석들에게 '겨울왕국'을 보여줬으니 뭐 두말해서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어제 만난 '겨울왕국'은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의 전초전 성격의 것이었다. 바로 인형놀이 시리즈 <겨울왕국>을 만나기전 작은 인지 성격이었다랄까? ^^ 어쨌든 드디어 아이들과 <겨울왕국>이 만남을 갖았다. '아빠 이게 뭐야? 스티커야?' 5살, 아니 이제 6살 딸아이에게 종이 인형놀이는 아직은 조금 낯선것 같다. 얼마전에 사준 '겨울왕국' 스티커 북을 아직도 끼고 살고 있기에, 이 인형놀이를 보고 스티커냐고 묻는 것도 당연해보인다.

 

 

 

 

 

스티커??? 아빠의 대답은 'No! 이건 인형놀이 라는거야! 아빠랑 함께 해볼까?' '겨울왕국'을 조아라 하는 녀석들이라 무조건 'Call'이다. 우선 인형놀이 시리즈는 <겨울왕국>을 비롯해서 '라푼젤', '백설공주', '신데렐라', '시크릿쥬쥬', '인어공주'. 아이들에게 익숙한 명작 동화와 만화속 여섯명의 캐릭터들이 예쁘게 등장한다. 그래도 역시나 식지않은 열기 때문일까? 그 첫 스타트는 바로 <겨울왕국>이다. 이제 매력적인 그녀들, 엘사와 안나를 만나러가보자!

 

 

인형놀이 <겨울왕국>은 겨울왕국 그림책과 12장의 인형놀이판으로 구엇되어 있다. 그림책은 겨울왕국 이야기를 조금은 간략하게 아이들의 흥미위주로 멋진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꾸며나간다. 그리고 인형놀이 드레스 소개와 놀이방법 그리고 만들고 접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전체가 25페이지 정도의 짧은 그림책이기 때문에 그 내용들이 짧게 요약되어있다.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약간은 들기도 하는 부분이다.

 

 



눈의 여왕 엘사의 화려한 드레스들, 엘사의 대관식, 안나공주의 드레스와 모험에서 입었던 옷들. 애니메이션속에서 튀어나온듯 화려하고 정말 예쁜 캐릭터들이 딸아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듯하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한스왕자와 크리스토프, 올라프와 스벤, 그리고 눈사람 괴물 마시멜로우의 모습도 보인다. 이런 캐릭터들과 함께 얼음성, 엘사와 안나의 방 꾸미기도 즐거워 보인다.

 

 

또 각각의 방을 장식하는 얼음의자, 얼음 화장대, 아렌델 궁전의 옷장, 티테이블과 파티션... 다양한 꾸미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딸아이가 다섯살인데 아직 얼음서과 방들을 만드는 것이 조금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아빠의 손을 잠깐 빌려준다. 인형놀이판에서 캐릭터와 드레스들을 똑똑 뜯어내는 재미에 녀석, 온통 거실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드디어 새로운 <겨울 왕국>의 시작인것인가? ^^

 

 

 

 

12장이나 되는, 캐릭터와 드레스를 포함하면 80여 가지가 넘는 놀이 인형들을 모두 순식간에 뜯어낸다. 다행히 아직 어린 막내 아들 녀석은 누나가 하는 신기한 놀이를 눈으로만 시청? 하고 있다. ㅋㅋ 녀석이 손을 걷어 붙인다면 사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를텐데...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어쨌든 딸아이는 내복을 걷어 붙이고 인형놀이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안나와 엘사에게 주어진 정말 예쁜 드레스들을 입혀보느라 정신이 없다. 한번 입힌 옷은 다시 드레스룸 옷걸이에 걸어둔다. 얼음의자와 화장대를 얼음성과 안나의 방에 넣어두기도 하고 티테이블위에 꽃을 꽂아본다. 사실 쬐끔은 이런 가구들을 만드는 작업?이 딸아이에겐 낯설으면서도 조금은 어려워 보인다. 한 6세 정도라면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짜잔~~~ 멋지게 완성된 각각의 방을 소개합니다. 다행스럽게 TV를 보듯 구경하는 아들 녀석과 아빠의 방과 가구 만들기, 그리고 딸아이의 똑똑 뜯어낸 옷가지들, 그리고 가구위를 장식한 꽃병, 화장품들로 각각의 방들은 제 모습을 갖춰간다.

 

 

그리고 여러가지 옷을 바꿔 입으며 겨울왕국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우리 딸아이의 이야기 놀이도 시작된다. 대관식을 준비하는 엘사 여왕의 멋진 드레스가 있다. 화관과 왕관, 드레스와 망토, 가방과 램프를 손에 건 안나의 모습에도 아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눈사람 괴물 마시멜로우와 올라프가 싸우기도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는듯... ㅋㅋ

 

 

 

 

이제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를 준비하려 한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마지막 인형놀이 시리즈의 피날레! 그림책 겨울왕국을 만나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추운 겨울 이불을 살짝 발을 덥고 동화속에 빠져든다. TV속에서 정말 수없이 만났던 이야기지만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만나니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전에 잠깐이나마 항상 책을 읽어주는 아빠에게는 그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

 

 

역시 엘사가 머리를 풀어헤치는 장면이 제일 예뻐!! 안나가 얼음으로 변하는 장면은 가장 슬프고!! ㅠ.ㅠ 아빠의 독백이다. 아마 아이들도 아빠 같은 비슷한 느낌을 갖지 않을까? 온 힘을 다해 아빠는 그림책 겨울왕국속으로 아이들을 빠뜨린다. 하지만 역시나 조금은 짧은 이야기가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녀석들의 표정은 꽤나 즐거워 보인다. 재밌었니? 얘들아!! ^^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이 그리 많지가 않다. 주말부부이다보니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정말 즐겁게 웃으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려 한다. (그리 쉽지는 않지만... ㅠ.ㅠ)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신 아이 엄마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ㅋㅋ 어린시절 남자였지만 누나들과 인형놀이를 해본 기억이 어렴풋하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미디어 시대에 왠 인형놀이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심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다른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직접 만들면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것도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빠의 작은 선물에 딸아이는 뽀뽀로 선물해준다. 고맙다 우리딸! 힘겨워 지쳐가던 아빠는 네 뽀뽀에 힘이 또 불끈 솟는다. 항상 작은 것에 감사하는 아이들이 고맙다. 부족한 아빠에게 힘을 주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주는 아이들에게 고맙다. 가족과 아이들의 작은 행복과 사랑, 이번에는 인형놀이 <겨울왕국>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행복하다. 사랑해요 우리 가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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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의 이름에는 왠지모를 외로움, 투쟁, 집념과 열정이라는 수식들이 함께 할 것 같은 느낌이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이름이지만,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아니 어떻게 살았고 어떤 죽음을 맞이 했는지조차 어렴풋이 아는 이 역시 그리 많지 않을 줄 안다. 어쩌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배움을 써야한다!' 라고 하셨던 그의 조부의 말씀이 그의 가슴에 와닿아 진정 어린 고민과 피땀의 흔적으로 이 책 <조선상고사> (물론 기존에는 '조선사'라는 연재 형식의 글이었지만)가 탄생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노고에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고 싶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전개되고 공간적으로 펼쳐지는 정신적[心的] 활동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세계사는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고, 조선사는 조선 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 P. 21 , 총론 中 에서 -

 

이 작품 <조선상고사>는 우리가 배워온, 익히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한 흐름과 지식들에 대한 체계들을 부정하고 새로운 역사 인식의 필요성, 혹은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담은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가 익히 배워왔던 (그렇다고 자세히 그 내용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ㅋㅋ) 삼조선이라고 알고 있던 단군, 기자, 위만 조선 이라는 기존의 역사 체계를 부정하고 대단군조선과 신조선, 불조선, 말조선의 삼조선 그리고 부여와 고구려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렴풋이 '환단고기'라는 책을 접했기에 조금은 익숙한 내용들도 있었지만, 이런 이름들이 낯선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신채호의 외침 속에는 1천 년간 사라졌던 역사의 비밀이 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쿠테타로 점철된 우리 근현대사의 시계에서 애쓸것도 없이 확인하고 증명되는 말이다. 오랜 과거의 시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얼마전 영화 <해적>이라는 작품속에서도 담겨져 있었던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그 정당성,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만드는 것 역시 비슷한 의미속에 있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TV 사극속 정치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것 역시 바로 그것, 정당성, 정통성이었다. 그것은 누가 부여하는 것인가? 우리의 역사는 그것을 승자가 부여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우리의 역사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곳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물며 성경의 기록조차도...

 

그 역사의 비밀을 살포시 열어본다. 사람들은 신채호를 무정부주의자로 호칭한다. 민족주의자가 아닌 무정부주의자! 그래서 이 작품 역시 우리의 민족주의에 호소한다기보다 역사적 사실, 누군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은폐하고 부정하려는, 뒤바꾸려 했던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으려한다.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 그에 못지않은 우리나라의 역사, 역사서에 대한 탄압에 비통해한다. 신채호는 '조선 역사 1천년 이래 최대 사건'을 고려 시대 묘청과 김부식의 대결이라고 평가한다. 김부식이 묘청의 혁명을 진압하고 '삼국사기'를 편찬하면서 사대적이고 퇴보적 역사관이 이 나라를 집어삼켰다고 보았던 것이다. 전적으로 그 의견에 동의한다. 그래서 더 비통하고 안타깝다.

 

광복절과 같은 특별하고 역사적인 날이면 중국에서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시절의 만행에 대한 자료들을 내어놓는다. 차분하게 조금씩 조금씩 완벽하게 검증된 자료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이 그것들을 준비하고 수집해서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부럽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하물며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고대사와 근현대사에 대한 역사적 해석까지도 시시각각 바뀌고 부딪히는 모습들을 보며 안타깝기 그지없다. 과거에는 중국에, 그리고 일본과 미국에 빌붙어서 이 나라를 쥐락펴락 했던 인물들이 써내려간 역사! 유교적 사대사상에 이데올로기에 희생되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도 모르는, 그 진실에 대한 갈망과 욕구는 현재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란 사실이 안타깝다.

 

 

 

일제의 잔재가 만들어 놓은 우리의 역사!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낸 우습고 안타까운 창조적 역사가 아닐까? 우리가 그토록 배우고 외워왔던 김부식은 '삼국사기'에 담긴 사대적인 기록들, 일본 제국주의에 빌붙어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바빴던 친일파 역사학자들, 그리고 미국, 또 중국... 별반 다르지 않은 사학자들이, 교수들이 우리의 현재까지 뒤틀어 놓고 있다. 올바른 역사 교육과 인식이 바로 서지 못한 현실에서 우리는 아직도 식민사관에, 사대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과거 대륙을 호령했던 단군조선의 위용, 대륙을 내달렸던 고구려의 위상, 해외 영토를 거느렸던 대백제의 기상을 담은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역사의 기록이 바로 <조선상고사>에 담겨져있다.

 

 

아직도 일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우리의 진실된 역사, 역사서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역사학자, 정치인들에 대한 채찍이자, 그런 존재를 잊지 말라는 독자들을 향한 외침이 이 책에 담겨져 있는 것이란 생각이든다. '역사는 역사 이외의 목적 때문에 기록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어쩌면 하나하나가 실제 역사와는 다른 목적들로 점철되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이제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세울수 있는 노력들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점에 <조선상고사>가 놓여있다. 모르는 것을 알게하고 불완전한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들이 바로 그 시작인 것이다.

 

이 작품은 신채호가 독립운동으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만든 작품이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방대한 사료들을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내용들을 자신이 만났던 사료들에 대한 기억에 많은 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료 인용은 100% 완벽하지 못한것도 사실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현대의 학자들은 이 책을 역사서로서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사학자들의 태도 역시 올바른 것이 아니다.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고 사람이 된다고 해서 단군 조선이 역사가 아닌 신화 정도로 취급하던 이들이, 어쩌면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의 등장은 사실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역사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사람, 시간, 공간의 3요소 속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한 나라의 건국을 담당했던 대단한 인물들에 대한 신화적 해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 시대적 상황과 그 신화 속에 등장한 인물, 배경 등에 대해서 올바르게 해석하고 이해시키는 것들 역시 사학자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은이 신채호가 범할 수 밖에 없었던 사료적 오류들을 바로잡고 오류를 제거하는 작업이 <조선상고사>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책속에는 '깊이 읽기'라는 부분이 담겨진다. '깊이 읽기'를 통해 책속의 조금은 다양하고 어지러운 내용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과거 신채호가 이 책을 쓰던 시대와 다른 언어감각을 새롭게 우리 시대에 맞게, 독자들이 읽기 쉽게 도와준다. 옮긴이의 배려가 이 책 곳곳에 숨겨져 있다. 우리가 알던 단순한 시대적 흐름의 역사 기록, 오류로 가득한 사대적 역사관에서 나아가, 인물에 대해서, 시공간의 배열에 맞게, 한민족 전체의 틀의 확장한 신채호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조선상고사>에 배어 나온다.

 

 

역사는 단순히 역사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역사를 희생시킨 역사학자들로부터, 거짓을 기록하는 이들로부터, 진실된 역사를 되찾기 위해 땀흘리는 진정한 이들, 그들의 땀으로 일구어진 역사적 진실에 관심을 갖는 것이 역사를 올바로 세우는 첫걸음일 것이다. 한반도만을 무대로 기술한 역사가 아닌 한민족 전체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 사람과 시공간을 왜곡하지 않는 역사를 담아낸 <조선상고사>를 만나보길 권한다. 기존의 역사서가 가진 오류를 바로잡고, 낯선 이름의 역사서들의 존재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신채호의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진정한 우리 역사와 만나자! 책을 내려 놓으며 다시한번, 아니 여러번 <조선상고사>와 만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역사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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